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7)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6화
“괜찮아?”
“괜찮아.”
라운드 우승 기념 화관을 머리에 쓴 우휘겸이 예찬의 안색을 살폈다.
마찬가지로 화관을 쓴 예찬이 영혼 없이 웃었다.
퀘스트 창이 떠오른 순간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잠깐 초인적인 힘이 솟았던 건지, 우휘겸을 내려놓자마자 몸에서 힘이 빠졌다.
더 힘빠지는 소식은 다음 라운드에 팀을 새로 짜는 게 아니라 지금 팀에 몇 팀씩 합쳐서 게임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비하인드에는 얼굴 비추기 글렀군.’
그러나 예찬과 달리 홀로그램 창은 의욕이 넘치다 못해 하늘로 솟은 모양이었다.
[연계 퀘스트 발생!>― 우휘겸과 함께 몸으로 말해요 게임에서 1등을 차지하세요!
― 우휘겸과 함께 허벅지 씨름에서 1등을 차지하세요!
― 우휘겸과 함께 미각의 달인 : 과자 맞추기 게임에서 1등을 차지하세요!
― 우휘겸과 함께 코끼리 코 다트 던지기 게임에서 1등을 차지하세요!
‘……작작 해라.’
* * *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자, 오늘 일일 MC로 활약한 기태랑 연습생을 향해 박수!”
짝짝짝.
박수 소리가 강당 안을 가득 메웠다.
기태랑은 넉살 좋게 이쪽저쪽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다음은 오늘의 MVP들에게 박수!”
다섯 개의 화관을 머리에 올린 예찬과 우휘겸에게 박수 세례가 쏟아졌다.
예찬은 근엄한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는 우휘겸을 보며 생각했다.
‘우휘겸이 MVP라니. 이걸로 레크리에이션 영상은 전부 쓰레기통 행이군.’
홀로그램 창이 날뛰는데 어울려 줬더니 중후반 편집 대상 1순위인 우휘겸과 전 종목을 석권해 버렸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예찬은 그냥 손이나 열심히 흔들기로 했다.
강당에서 나오니 해가 넘어간 지 오래였다.
어디 써먹지도 못할 촬영을 중간에 밥까지 먹어 가며 참 길게도 찍었다.
“예찬, 휘겸! 우리는 지금 이용권 쓸 건데 같이 콜?”
화관을 하나 쓴 남지유가 반쯤 나는 듯 가벼운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중간에 같은 팀이 되면서 남지유는 우휘겸에게도 말을 놓았다. 남지유의 뒤편에 있는 카메라가 이쪽을 주목하고 있었다.
예찬은 눈을 휘며 웃었다.
“저는 다음에 먹으려고요.”
우휘겸이랑 사적으로 친해 보이는 것은 사절이었다.
“휘겸이는?”
“저도 괜찮습니다.”
넌 좀 가라.
“그랭? 알겠어! 그럼 쉬어~.”
가볍게 한 번 권해 본 것뿐인지 남지유는 화관을 가진 연습생 몇과 함께 매점 쪽으로 향했다.
카메라 몇 대가 연습생들의 뒤를 따랐다.
“……우리도 갈까?”
우휘겸이 고개를 끄덕였다.
길었던 합숙 첫날이 드디어 끝났다.
아니,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연습생 여러분! 내일부터 본격적인 츄즈 마이 프린스 99 주제곡 연습이 시작됩니다! 지금부터 딱 한 번 보여 드릴 테니 잘~ 보고, 푹~ 주무세요!]연습생들이 저마다 내일 촬영을 상상하며 잠에 막 들려던 자정.
방마다 하나씩 있던 작은 TV가 저절로 켜지더니 PD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츄마프 99의 주제곡, ‘Choose your prince’가 흘러나왔다.
[Choose your prince. 네가 선택하는 세계, 그 끝에 내가 있기를.]예찬은 침대에 반쯤 누운 채로 화면을 바라보다 힐끔 방구석에 붙어 있는 카메라를 확인했다.
카메라에 불이 들어와 있지만 이 장면은 방송에 나가지 않을 것이었다.
‘엉큼하네.’
예찬이 기억하고 있는 츄즈 마이 프린스 99 주제곡 연습은 합숙소 입소 후 등급별 연습실에서 태블릿으로 안무 영상을 확인하는 것처럼 시작했다.
한 번 영상을 보고 바로 연습에 들어가는데, 특출나게 안무를 잘 기억하거나 노래를 정확하게 부르는 연습생들이 천재롤로 초반에 재미를 좀 봤었다.
‘근데 그거 몇 달 전에 미리 알려 준 거거든.’
사소한 조작이었다.
제작진에게 사전에 곡을 전달받은 일부 연습생들이 한 번 보고 완벽하게 주제곡을 재연하는 것은 다른 연습생들에게 뒷말이 나올 여지가 있었다.
‘이런 안전장치를 깔아뒀었군.’
전날 영상을 틀어 주고 새벽에 연습할 수 있게 하면 뒷말은 나올 수 없었다.
천재라고 추앙받는 연습생이 실은 천재가 아니라 밤새 연습해 온 거라고 따지면 성실한 놈이 잘되니까 배가 아픈 불한당 같잖아.
실제로 예찬이 개입하지 않은 회차에서 이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난 적은 없었다.
츄즈 마이 프린스 99는 연습생들의 득표수에는 장난질을 치지 않았지만, 그 외 자잘한 부분에서 로비한 기획사들에 지금처럼 은근한 특혜를 줬다.
예찬이 여러 번 리셋을 반복하면서 파헤친 이 사실은 당연히 동네방네 떠벌려져 츄마프 99를 바닥에 처박는 데 일조했다.
당연히 정찬양도 예찬이 알고 있던 정보들을 그대로 사용할 테니 대비하긴 해야 할 텐데…….
예찬의 눈에 동그란 뒤통수 세 개가 들어왔다.
룸메이트 셋은 어느새 정자세로 앉아 진지하게 영상을 보고 있었다.
‘지금은 그것보다 저놈들이 어떻게 연습할지 궁금하네.’
과거, 이 셋 다 놀라우리만치 처음부터 주제곡을 잘 소화했길래 당연히 조작이구나 생각한 예찬은 신이 났었다.
어차피 하차할 우휘겸은 내버려 두고 범세혁과 신상록의 소속사를 탈탈 털었으나 끝끝내 두 사람이 제작진에게 미리 소스를 공유받았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뭐 같은 팀으로 묶여서 갈 지금으로선 고마운 이야기였다.
예찬은 이층 침대에서 내려오며 진작 영상이 끝난 TV 앞에 여전히 앉아 있는 범세혁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범세혁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예찬은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
“그럼 연습실로 갈까?”
예찬과 운명 공동체가 될 범세혁이 이전 회차의 범세혁보다 못한 것은 예찬의 자존심이 용서하지 못했다.
그냥 내버려 둬도 알아서 잘할 놈인 건 알지만 옆에서 성심성의껏 봐주면 더 잘하지 않겠는가?
저를 신나게 굴릴 생각에 신이 난 예찬의 마음은 꿈에도 모르고 범세혁은 싱그럽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당연한 듯 심상록과 우휘겸도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복도에 있던 제작진에게 연습실을 안내받아 도착하자 먼저 와 있던 연습생들이 아는 척을 했다.
“와. 상록이 형이다!”
“형 안녕하세요!”
“응, 안녕.”
등급별로 연습실이 나뉘어 있어서 다들 S등급 연습생들이었는데, 그중 둘이 노골적으로 심상록에게 친한 척 들러붙었다.
예찬은 속으로 혀를 찼다.
같은 S등급 안에서도 심상록은 특 S등급이니 동경하는 정도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저렇게 노골적으로 심상록 버스를 타고 싶은 티를 내는 건 보기 흉했다.
“형, 저희랑 연습하실래요? 저희 분량을 나눠서 기억하기로 해서 노래랑 안무 거의 다 외웠거든요.”
“형은 특별히 껴 드릴게요.”
예찬 쪽을 힐끗 보며 목소리를 낮춘다고 낮췄지만 다 들렸다.
그게 아니라 이미 배워서 온 거잖아, 이 조작돌 놈들아.
조작돌들의 뻔뻔함에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예찬은 심상록이 저 아첨꾼들 쪽에 붙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예전에 본 츄마프에서 범세혁이랑 같이 연습하는 걸 봤거든.’
“아니, 난 룸메이트들이랑 할 거라서 괜찮아.”
예찬의 예상대로 심상록은 웃는 얼굴로 제안을 거절했다.
조작돌 두 놈은 아쉽다는 얼굴로 나머지 연습생이 있는 곳으로 쪼르르 합류했다.
“스트레칭 먼저 할까?”
“왜 안 갔어요?”
알고 있던 미래대로 일이 진행된 것과 별개로 예찬은 심상록의 의도가 궁금했다.
고작 하루 된 룸메이트들에게 지켜야 할 의리 같은 게 생긴 것은 아닐 텐데 왜 여기에 남은 걸까?
예찬의 말에 심상록이 눈을 깜박였다.
“갈 이유가 있나?”
“저쪽은 노래랑 안무 다 기억한다잖아요.”
“너희도 기억하잖아?”
“다는 아니지만요.”
범세혁이 생글거리며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범세혁도 심상록이 이쪽에 남은 게 의아했나 보다.
힐끗 우휘겸을 보니 이쪽은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무표정이었다.
“음…… 그걸 한 번 보고 완벽하게 기억할 수 있나? 난 그냥 자신감이 넘친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예찬처럼 조작 사실을 알고 있지 않으면 저렇게 생각할 만했다.
심상록은 제작진이 아직 카메라를 설치 중인 것을 확인하고 목소리를 낮췄다.
“만약 정말 다 외웠다 해도 너희들이랑 연습하는 걸 선택했을 거긴 해.”
심상록은 우휘겸과 범세혁, 예찬과 차례로 눈을 맞췄다.
“등급 평가 때부터 꼭 같이 연습해 보고 싶었거든.”
예찬은 빛나는 심상록의 눈을 보며 참 이상한 놈이라고 심상록에 대한 평가를 조금 수정했다.
깊은 새벽까지 연습은 계속되었다.
예찬은 지난 회차들에서 룸메이트 셋이 어떻게 완벽하게 주제곡을 소화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예찬이 어떻게 굴릴 필요도 없었다.
범세혁과 나머지 둘은 자진해서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으니까.
그때도 분명 이 셋은 지금처럼 잠도 잊고 새벽까지 연습했을 게 뻔했다.
이쪽을 의식해서인지 꽤 늦게까지 남아 있던 다른 방 S등급들은 한 명을 빼곤 몇 시간 전에 방으로 돌아갔다.
심상록이 혼자 남은 연습생에게 같이 연습하지 않겠냐고 제안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자기는 혼자 하는 게 편하다나 뭐라나.
“이제 슬슬 자러 갈까?”
사전에 안내받은 기상 시간이 두 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인 예찬은 저쪽에서 혼자 연습하고 있는 연습생을 향해 말을 걸었다.
“해솔이 형, 이만 주무시러 가시죠.”
연습생 강해솔이 예찬을 돌아봤다.
강해솔의 앳된 얼굴이 낯설었다.
“너희끼리 가. 나는 더 하다 갈 거야.”
“오늘도 늦게까지 촬영할 텐데 조금이라도 자야죠.”
아직도 연습실 구석에서 카메라가 돌아가는 중이었다.
예찬이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어울리지 않게 고집스레 권유하자 강해솔은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좀 더 하다 잘 거야.”
“못 잘 걸요. 형 도어 키 없잖아요.”
“…….”
먼저 자러 간 놈들이 문 앞에 키를 놓고 들어갈 정도로 센스가 있을 거 같진 않고.
강해솔 성격에 이 새벽에 문을 쾅쾅 두들겨서 자고 있는 놈들을 깨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오늘은 저희 방에서 주무세요.”
강해솔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대답을 얻어 낸 예찬은 만족스럽게 룸메이트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괜찮죠?”
오늘 하루 동안 세 놈을 지켜본 예찬은 확신했다.
얘들은 당연히 괜찮다고 할 것이다.
“당연하지. 해솔아, 옷은 내 거 빌려줄게.”
역시나였다.
심상록이 대답했고 나머지 둘도 고개를 끄덕였다.
* * *
“자, 그럼 어제 본 영상이 들어 있는 태블릿을 드릴게요! 각자 편하게 연습하고 자신이 생겼다! 싶으면 2층에 준비된 부스에서 촬영해 주시면 됩니다.”
이른 오전 연습실로 찾아온 작가가 설명을 시작했다.
“그 촬영을 토대로 주제곡 센터와 무대에서 위치가 결정될 거예요. 마감은 오늘 저녁 9시! 그럼 힘내세요!”
합숙 둘째 날 일정이 시작되었다.
작가가 건넨 태블릿을 받은 심상록이 어색한 표정으로 S등급 연습생들을 돌아보았다.
PD의 장난질에 당했다는 것이 무척 당혹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럼 일단 영상을 한 번 볼까?”
둥글게 모여 앉아 새벽까지 연습했던 주제곡 영상을 본 연습생들은 한 번 단체로 맞춰 보기로 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섰다.
원래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S등급은 만들어진 천재들과 진짜 천재들로 천재가 아주 차고 넘칠 예정이었다.
물론 어중이떠중이 천재들이 설칠 곳은 이번 회차엔 없을 것이었다.
‘천재 안에서도 급이 있다는 걸 보여 주지.’
이 세계에서 주제곡 작곡가보다 이 노래를 더 많이 들었을 만들어진 천재 대표 예찬이 씩 웃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