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75)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74화
“와, 역대급이었네, 오늘.”
수험생 최모 양은 게릴라 콘서트 후기를 읽다가 탄식했다.
쏟아지는 영상과 사진들을 다 보다가는 밤을 새워도 부족할 것 같아서 이제 그만 자고 싶었지만, 손이 멋대로 움직였다.
특히 예찬이 ‘Don’t bother’의 메인 보컬 파트를 부르는 영상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진짜 찰떡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리스피릿 멤버인 줄 알겠어.’
천재 아이돌 하예찬은 랩을 하는 모습도 굉장히 멋졌지만 역시 노래할 때 가장 빛났다.
그녀 말고도 같은 생각을 하는 팬들이 무척 많은 모양이었다.
게릴라 콘서트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확신의메보_하예찬’ 해시태그가 츄위터 실시간 검색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 우리 예찬이 아니면 누가 메보 하냐!’
츄마프 홈페이지에 접속해 예찬에게 투표하며 최모 양은 생각했다.
정신 놓고 응원하다 보니 어느덧 프로그램이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어느새 예찬뿐만 아니라 다른 연습생들에게도 정이 들 대로 들어 버린 후였다.
그녀는 액정 너머의 연습생들을 향해 촉촉한 눈빛을 보냈다.
‘예찬이, 휘겸이, 이경이, 해솔이, 승헌이, 은성이, 그리고 의탁이…… 내가 처음부터 밀던 연습생들이 이렇게 많이 남았다니!’
역시 자신의 눈썰미는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최모 양은 벅찬 마음을 그대로 담은 글을 자신의 계정에 남겼다.
– 대한민국의 공주들아, 남은 음기즈 다 지켜서 데뷔시키자! 대한민국도 이제 음기 왕국이 도래할 때가 됐다!
* * *
“다들 고생했어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살았다!”
예찬의 말에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서 있던 연습생들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게릴라 콘서트의 피로도 풀지 못한 채 연습에 매진했더니 다들 한계에 부딪힌 모양이었다.
“뭐가 ‘오늘은’이야…… 이미 자정이 넘었구만…….”
“흐흐흐, 이제 네 시간 자고 다시 ‘오늘’ 연습이 시작되겠군…….”
아예 대자로 드러눕기까지 한 연습생들을 본 예찬은 만족스럽게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 어질러진 연습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따라오는 게 좀 더 굴려도 될 것 같은데. 아침부턴 좀 더 굴려 봐?’
맹한 얼굴과 달리 행동은 빠릿빠릿한 배새벽이 벌떡 일어나 그런 예찬을 거들기 시작했다.
“예찬아…… 좀만 쉬었다 하면 안 될까?”
바닥과 아예 한 몸이 된 남지유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예찬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형은 그대로 쉬어요. 별로 치울 것도 없어요.”
“별로 없으면 같이해서 빨리 끝냅시다, 리더님.”
벽에 기대어 앉아 있던 선우이경이 끙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일 나이가 많은 선우이경이 그렇게 나오자 다른 연습생들도 미적미적 하나둘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빠르게 정리가 마무리된 연습실을 한번 둘러본 예찬이 말했다.
“그럼 내일 오전 7시에 다시 여기서 집합합시다.”
“와, 진짜 죽겠다!”
“고생하셨어여!”
체력이 완전히 고갈된 몇몇은 걸을 힘도 없다며 그대로 다시 바닥에 드러누웠고, 예찬을 포함한 몇은 바로 샤워실로 내려갔다.
“예찬이다!”
막 샤워를 마친 범세혁이 수건을 뒤집어쓴 채로 예찬과 연습생들을 반겼다.
범세혁의 뒤에 서 있던 심상록도 맥없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놈들도 지금까지 연습했나 보네.’
마지막 경연이 꽤 볼 만할 것 같다는 생각에 절로 뿌듯해졌다.
예찬의 어깨에 팔을 얹은 선우이경이 실실 웃으며 상대 팀을 떠봤다.
“어때? 연습은 잘 돼 가? 곡은 잘 뽑혔고?”
심상록이 기운 없이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건 본 무대에서 확인하세요.”
“에이, 치사하게. 그러지 말고 우리 서로 좀 정보 공유하자.”
“왜 이렇게 질척거리지?”
예찬은 동갑내기 둘이 투닥거리는 옆을 무심하게 지나쳤다.
그리고 샤워 부스가 다 차 있는 것을 확인한 후 막 정의탁이 나온 부스로 배새벽의 등을 떠밀었다.
“형 먼저 씻으세요.”
“아니야, 너 먼저 씻어.”
“감사합니다.”
두 번 사양하지 않고 배새벽이 먼저 부스로 들어갔다.
예찬은 탈의실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대로 다크 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정의탁이 머리를 말리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 정의탁이 휙 고개를 돌렸다.
“뭘 구경하고 있어요?”
“너 머리 말리는 거?”
“내가 그걸 몰라서 물었겠어요?”
황당하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리는 정의탁과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으려니 샤워실에 하나둘 자리가 났다.
“얼른 씻고 잠이나 자요. 얼굴은 아주 피죽도 못 얻어먹은 것처럼 되어 가지고.”
예찬은 대충 손을 흔들고 샤워 부스로 들어갔다.
마음 같아선 뜨거운 물에 노곤노곤 몸을 녹이고 싶었으나 피부와 머리카락을 생각한다면 그럴 수 없었다.
밸브를 미온수에 맞춘 예찬은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퀘스트 창을 불러냈다.
[퀘스트>메인 퀘스트
― 츄마프 99에서 1등으로 데뷔하세요. (남은 기간 6일)
99일로 시작해 이제는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남은 기간을 확인하자 묘한 감상이 밀려들었다.
‘아냐, 아직 끝나려면 멀었어.’
예찬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추억에 젖는 것은 마지막 경연이 끝난 후에 해도 늦지 않았다.
다음으로 예찬이 불러낸 것은 파티창이었다.
??? 파티 (5/9)
― 하예찬 (파티장)
― 선우이경
― 심상록
― 우휘겸
― 정의탁
‘흠…….’
아직도 네 자리나 비어 있다니 예상외였다.
홀로그램 창이 말한 파티원의 데뷔 여부에 따른 혜택이나 페널티에 대해선 처음부터 깊게 의식하고 있지 않았다.
뭔지도 모르는 것에 신경을 기울이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다만 파티에 등록됐다는 것은 예찬과 함께 데뷔할 마음이 있다는 뜻이기에, 아직도 강해솔이나 배새벽, 그리고 범세혁의 이름이 뜨지 않은 것이 거슬렸다.
‘우리 제법 유대감을 쌓지 않았나.’
정말로 한 번 터놓고 물어봐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이어서 예찬은 세 사람이 들어오면 남는 마지막 한자리를 떠올렸다.
‘그건 아직도 고르지 못했단 말이지.’
예찬을 제외하고 지금 남아 있는 열일곱의 연습생들의 상태창은 전원 틈틈이 확인한 지 오래였다.
범세혁이나 강해솔처럼 독보적인 스탯을 가진 연습생은 더 없었지만, 여기까지 남은 만큼 대부분 괜찮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더 고민된다.’
일단 지금 모아 둔 놈들 모두 얼굴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 꽃밭을 망치지 않기 위해 최소 A-이상의 비주얼 스탯을 가진 놈으로 고르고 싶었다.
‘지금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비주얼 그룹이 거의 완성됐다고. 그걸 완벽하게 만들려면 후보는 남지유, 기태랑, 박나길, 채은성 이렇게 넷이 남는단 말이지. 근데 넷 다 애매하다…….’
박나길은 권위주의적 태도가 거슬렸고 채은성은 리스피릿의 열혈 팬이었다.
남지유는 이미 한 번 데뷔했다가 재도전 중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전 팬덤과 새 그룹의 팬덤 사이에서 마찰이 있을 터였다. 기태랑은 성격은 좋았지만 얼굴 말고는 능력치가 꽝이었다.
‘가장 무난한 건 남지유긴 한데.’
3차 순위 발표식에서 데뷔권 밖으로 나가긴 했지만, 최종 경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준다면 충분히 만회할 정도였다.
샤워를 마친 예찬은 밸브를 잠그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상태창을 띄웠다.
플레이어 ― 하예찬 LV. 11
비주얼 : S- (1/10000)
노래 : S-
춤 : A- (4/100)
랩 : A-
언변 : A-
반짝임 : A+
칭호 : 리셋이 끝난 플레이어
구멍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스탯들이 당당하게 빛나고 있는 걸 보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 들었다.
‘이게 바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기분인가.’
예찬은 그간 많이도 성장한 자신의 상태창을 찬찬히 훑었다.
2차 순위 발표식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짝임 스탯이 야금야금 올라, 지금은 모든 스탯이 A-가 넘으면서 레벨도 하나 오른 상태였다.
반짝임이 정확히 어떻게 되먹은 스탯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다른 연습생 중에서도 시간이 지나며 스탯이 오른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대충 인지도와 스타성을 섞어 둔 수치로 해석하고 있었다.
‘그 반짝임 스탯을 기준으로 하면 기태랑이란 말이지.’
기태랑이 세 번의 순위 발표식 동안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아무래도 가파르게 상승한 반짝임 스탯 때문인 것 같았다.
능력치가 전반적으로 받쳐 주지만 뒤에 붙어 있는 전 그룹 팬덤이 거슬리는 남지유냐.
스타성은 뛰어나지만 과연 어디까지 아이돌로서 능력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인 기태랑이냐.
그것도 아니면 재수 없는 것치곤 매력 있는 박나길과, 정찬양 팬이라는 단점이 너무 크지만 얼굴은 넷 중 제일 잘생긴 채은성도 있었다.
‘앞으로 엿새. 반드시 최고의 아홉 명으로 데뷔한다.’
전부터 줄곧 해 온 다짐을 새삼 되새기며 예찬은 샤워실을 빠져나왔다.
* * *
게릴라 콘서트가 끝나고 이틀 뒤.
드디어 심사 위원들의 중간 점검이 이어졌다.
범세혁의 조가 먼저 공통 곡을 선보였다. 예찬은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분명 같은 노래인데 엄청 다른 느낌이네.”
곡이 끝나 갈 무렵 선우이경이 작게 속삭였다. 예찬은 돌아보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저 팀에는 딱히 편곡을 잘하는 놈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가사도 세련되고 곡도 훌륭했어.’
예찬과 비슷하게 느꼈는지 심사 위원들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
“사실 하예찬 후보생이랑 강해솔 후보생이 같은 조가 됐다고 해서 난 여기가 너무 불리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근데 잘했네. 누가 편곡했어요?”
보컬 트레이너 현지영의 물음에 1조 조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범세혁에게 몰렸다.
“세혁이가 했어? 원래 편곡할 줄 알던가?”
“츄마프에서 어깨너머로 배웠어요.”
랩 트레이너 Mr. 푸딩이 의아하다는 듯 묻자 범세혁이 생글거리며 대답했다.
심사 위원석은 또다시 난리가 났다.
“이야, 역시 잘하는 애들은 뭐든 잘한다니까.”
“세혁 씨, 츄마프 끝나면 내 밑에서 좀 배워 볼래요?”
이번 경연 곡의 작곡가 계정엽이 눈을 빛냈다.
범세혁은 말씀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은근슬쩍 확답을 피했다.
‘저놈, 작곡에는 흥미가 없군.’
석 달 넘게 붙어 있다 보니 범세혁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된 예찬은 속으로 혀를 찼다.
“마지막 경연에 걸맞은 훌륭한 무대를 볼 수 있을 거 같아서 기대되네요.”
유피테르의 메인 보컬인 이가원의 평을 끝으로 공통 곡의 평가가 끝났다.
뒤이어 선보인 개별 곡도 비슷한 완성도를 보였다.
이번에도 호평 세례를 받은 1조 조원들이 빠지고 드디어 예찬과 2조 조원들이 심사 위원들 앞에 섰다.
“아니, 대체 이런 인재들이 어디 숨어 있었길래 이렇게 쏟아졌대요? 1조 보고 얘네 진짜 어마어마하다 생각했는데 2조도 만만치가 않네!”
연습생들의 얼굴을 확인한 Mr. 푸딩이 너스레를 떨자 이가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앞으로 가요계에서 만날 날이 벌써 기대되네요.”
“저기요, 두 분? 아직 2조는 시작도 안 했는데 너무 부담 주지 마시죠.”
댄스 트레이너 리리의 지적에 머쓱한 듯 심사 위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심사 위원들이 조용해지자 예찬은 조원들을 한 번 둘러보고 고개를 숙였다.
‘가요계에서 만나는 게 아니라 시상식에서 라이벌로 만날 사인데.’
속으로 헛웃음을 터트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럼 2조 공통 곡 시작하겠습니다.”
이윽고 공통 곡의 간주가 시작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