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81)
***********************************************
****************************************************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80화
연습생들이 다음 무대를 위해 빠르게 준비하는 사이.
무대 중앙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서는 연습생들이 공통 곡을 연습하는 모습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선보였던 악마의 편집이 아니었다.
연습생들이 알아주는 이 하나 없는 연습생 생활을 얼마나 고되게, 그리고 치열하게 노력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항상 목말랐던 거 같아요. 아무리 연습해도 봐 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사람들이 츄마프 하면서 힘들지 않냐고 정말 많이 물어봤는데요. 그래도 혼자 연습실에서 연습하던 때보단 훨씬 좋은 거 같아요. 아니, 좋아요.] [이미 망해 봤으면서 무슨 욕심으로 이렇게 나왔냐, 멤버들이랑 팬들에게 미안하지 않냐, 그런 소리 엄청나게 들었죠. 맞아요. 제 욕심이에요. 무대에서 저를 다시 보여 주고 싶다는 욕심.]무대에 서고 싶다는 열망으로 청춘들이 흘린 땀과 눈물에 아름다운 영상미를 곁들이니 이미 연습생들에게 정이 들 대로 든 객석은 눈물바다였다.
프리랜서 정모 씨는 찔끔 흘러나온 눈물을 티 나지 않게 닦았다.
‘허 참, 그런다고 내가 다른 애들한테 정 줄 거 같아? 이건 생리 현상 같은 거야. 다큐멘터리 보면 눈물 나는 그런 거지.’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괴상한 소리까지 내며 눈물을 펑펑 쏟아 낼 수밖에 없었다.
“어흐흑 예찬아아아!”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고단한 얼굴의 예찬이 모니터에 나온 순간 고장 난 눈물샘이 정신을 못 차렸다.
[힘든 점이요? 딱히 없었던 거 같아요. 굳이 따지자면 시간인가? 하루, 아니, 한 시간이라도 더 연습하면 더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있을 거 같거든요. 그런데 사실 제 마음에 들 때까지 시간을 쓸 수 있으면 너무 오래 공주님들을 못 만났을 거 같네요. 네? 완벽주의자라뇨. 전혀 아닙니다.]‘너 완벽주의자인 거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 예찬아…….’
정모 씨는 코를 훌쩍이며 정색하고 있는 최애의 발언을 부정했다.
인터뷰의 마지막 순서는 범세혁이었다.
흰 티셔츠를 입은 범세혁이 화면에 얼굴을 비추자, 예찬 때와 비슷할 정도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힘든 것보다 즐거웠던 얘기 하면 안 돼요? 좋은 얘기 하는 게 더 신나잖아요. 즐거웠던 일이 더 많고! 어, 생방송으로 츄유프 췄던 것도 재밌었고요. 사인회랑 콘서트도 재밌었어요! 경연 준비하는 것도 재밌고, 요즘 빨리 내일이 오면 좋겠다고 매일매일 생각해요.]앞선 연습생들과 달리 밝은 분위기의 인터뷰에 장내가 순식간에 훈훈해졌다.
정모 씨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놈은 아이돌의 재능을 타고난 놈이라고.
‘예찬이보다는 아래지만!’
모든 인터뷰가 끝나자 모니터가 꺼지고 간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탕!
소리와 함께 핀 포인트 조명이 세 사람의 머리 위로 들어왔다.
‘정의탁, 우휘겸, 윤지우!’
1조의 공통 곡 ‘I’m your prince’가 보컬 세 사람의 화음으로 포문을 열었다.
* * *
준비를 마친 예찬과 조원들은 무대 뒤에서 1조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로 즐겁다는 듯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연습생들을 바라보던 김세경이 질렸다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니, 중간 점검 때랑 완전 다른 사람들인데요? 그 짧은 사이에 어떻게 저렇게 늘었지?”
김세경만큼이나 초조한 얼굴로 윤여울이 인상을 썼다.
잔뜩 찌푸려진 눈이 배새벽의 손목을 짧게 스쳤다.
“그러게. 우리는 중간 점검보다 못할 수도 있는데…….”
명백히 탓하는 말에 예찬은 빠르게 배새벽의 얼굴을 살폈다.
‘멀쩡하군.’
괜찮은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 괜찮아 보였다.
아무래도 좀 전에 예찬과 대화를 하면서 일말의 망설임마저 날려 버린 모양이었다.
‘정신력 하나는 벌써 일류네.’
물론 배새벽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팀의 사기를 저하하는 발언을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지금 그렇게 말하는 건…….”
“진짜 못 들어 주겠네.”
동시에 입을 여는 바람에 하던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게 된 예찬은 잠시 넋을 놓았다.
‘아니, 잠깐만…….’
“……지금 나한테 한 말이야?”
윤여울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에 예찬과 똑같은 타이밍에 입을 열었던 강해솔이 지긋지긋하단 얼굴로 턱을 치켜들었다.
“그럼 누구한테 한 말이겠어요.”
아니, 형. 왜 지금 급발진을 해?
예찬은 슬쩍 주변을 살폈다.
좀 전까지 비하인드 컷을 담고 있던 카메라맨은 분량을 다 채웠다고 생각했는지 사라진 상태였다.
강해솔의 성질머리가 전국에 방영될 일은 없다는 의미였다.
‘하긴 그러니까 윤여울이 저런 소리를 한 거겠지만.’
종종 윤여울은 대놓고 따지고 들기엔 애매하게 판 깨는 소리를 하곤 했다.
그것도 제 말본새가 비호감인 건 아는지 꼭 카메라가 안 도는 타이밍에만 몹쓸 말을 뱉었다.
시도 때도 없이 주둥이 관리를 못 했으면 최종 경연까지 못 왔을 텐데, 어떤 의미론 철저한 놈이었다.
일단 예찬보다 나이도 많고 버릇을 고쳐 놔야 할 정도의 사이도 아닌지라 지금까지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뭐랄까, 정말 못된 놈이라기보다 생각이 없는 놈 같아서 아무래도 좋은 것도 있었지.’
강해솔을 포함한 다른 연습생들도 예찬과 마찬가지로 굳이 입씨름하지 않고 무시하고 있었고.
덕분에 촬영 중 처음으로 불의의 공격을 받은 윤여울은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서 한참 동안 가만히 서 있다 입을 열었다.
“……내가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심한 말을 했나?”
“그걸 몰라서 물어요?”
윤여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해솔이 쏘아붙였다.
한 걸음도 물러설 생각이 없는지 눈빛이 영 살벌했다.
‘지금까지 대충 흘려들은 게 아니라 벼르고 있었군.’
“혼자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는데, 무대 앞두고 굳이 팀 사기를 꺾는 이유를 모르겠네.”
“내가 틀린 말 했어? 새벽이 다친 건 사실이고 제대로 연습도 못 해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는 거 맞잖아.”
“쟤가 왜 다쳤는데요. 실수도 아니고 사고에 휘말려서 다쳤는데 지금 불편해져야 해요?”
“그, 다친 건 나도 안타깝게 생각해! 그렇지만 안무를 안 고친 건 새벽이 고집이잖아!”
“아, 그렇게 당당하면 인터뷰 때 말할 수 있어요?”
‘슬슬 말려야 하는데 은근히 속이 시원하군.’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정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말들이 누적되면서 재수 없긴 했던 모양이었다.
예찬은 어쩌다 보니 다툼의 주역이 된 배새벽을 다시 한번 힐끗 살폈다.
표정이 애매한 게 예찬과 마찬가지로 이걸 말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다른 연습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열흘이 넘는 합숙 기간 동안 다들 예찬처럼 알게 모르게 윤여울의 사람 긁는 화법에 좀 자극받은 상태였던 모양이었다.
“인터뷰는…….”
카메라 없을 때만 여포짓을 하던 윤여울이 우물쭈물하자 강해솔이 쐐기를 박았다.
“전 할 수 있어요. 지금 여기서 한 말 전부 다.”
‘그건 아니지, 이 양반아.’
이대로 뒀다간 쓸데없는 호승심에 불탄 강해솔이 정말로 카메라 앞에서 헛소리를 할지도 모른단 위기감이 들었다.
예찬은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어 거리를 벌렸다.
“이제 그만하죠.”
“그래, 너희 뭐 하고 있는 거야.”
벨트에 이상이 있어서 잠깐 코디네이터에게 다녀온 선우이경이 타이밍 좋게 합류했다.
“저기서부터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라.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들었으면 무슨 망신이야? 무대 앞두고 둘 다 너무하지 않아?”
“……죄송합니다.”
여기서 먼저 시작한 건 윤여울이라고 성질을 버럭 냈으면 일이 더 커졌을 텐데, 다행히 강해솔은 얌전히 사과했다.
강해솔이 먼저 고개를 숙이자 윤여울도 눈을 내리깔았다.
“나야말로 미안…… 새벽이랑 다른 조원들한테도 미안해.”
좀 전까진 강해솔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기분에 뻗댔지만, 머리가 식으니 잘못을 인정할 수 있게 된 모양이었다.
‘그렇다기보단 원래 잘못인 걸 아니까 카메라 앞에선 그런 말을 안 하는 건가? 지적받질 않으니 기분 내키는 대로 지금까지 헛소리해 온 거고.’
이렇게 한 소리 들었다고 고분고분해질 줄 알았으면 진작 두들겨 패 줄 걸 하고 예찬이 후회했다.
그 사이 배새벽이 입을 열었다.
“음, 고집 부려서 죄송합니다.”
윤여울이 완전히 고개를 숙였다.
“아니, 내가 진짜 미안…….”
“2조 올라가겠습니다!”
그 사이 1조의 첫 번째 무대가 끝났는지 스태프가 연습생들을 찾아왔다.
짝!
예찬은 한껏 가라앉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손뼉을 세게 쳐서 관심을 끌었다.
“자, 지금 한 얘기는 다 잊고, 이제 무대에 집중합시다. 우리 진짜 죽어라 연습했잖아요. 그 연습량이면 하면 무조건 잘할 수밖에 없어요.”
마지막 한 마디를 앞두고 예찬은 배새벽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한 번 잡았다.
“제대로 보여 주고 옵시다.”
* * *
1조의 ‘I’m your prince’ 무대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 다시 한번 무대에 조명이 들어왔다.
1조와 비슷한 듯 다른 간주가 크게 울려 퍼졌다.
몸에 딱 맞는 검은 셔츠에 흰 바지를 입은 연습생들이 차례대로 한 명씩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래, 네가 있다면난 용사도 왕자도 될 수 있어.
넌 영원한 My Princess
and I’m your prince.]
연습생들이 직접 작사했다는 가사는 귀가 녹을 만큼 달콤한 사랑 노래였다.
지금까지와 달리 꿀을 바른 것처럼 부드럽게 노래하는 예찬의 모습에 박모 씨를 비롯한 팬들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공주인 네 곁에 서기 위해 난 왕자가 되겠다는 요지의 가사와 어울리게 안무는 부드럽고 산뜻했다.
그러나 막상 따라 해 보려고 하면 쉬는 구간이 전혀 없는 데다, 느낌을 살리지 못하면 율동이 되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안무였다.
예찬은 객석의 호응에 기분 좋게 미소 지으며 다음 동작을 이어 갔다.
머리 위에서는 홀로그램 화살표가 신나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이 구역 댄싱 머신](남은 시간 : 00 : 26 : 43)
‘뭐든 쓸 땐 제대로 써야지.’
지금이 아니면 언제 쓰겠냐는 생각에 신나게 현질을 한 예찬이었다.
마음 같아선 비주얼과 노래도 아이템을 끼우고 싶었지만, 이미 등급이 높아서인지 가격이 살벌했다.
예찬은 높아진 댄스 스탯만큼이나 자신감 넘치게 팔을 뻗었다.
직전에 있었던 다툼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진 놈이 있을까 염려되긴 했다.
그러나 다들 여기까지 그냥 온 것은 아닌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었다.
‘무대 위에선 프로라 다행이군.’
특히 강해솔과 윤여울은 서로 손을 맞대는 페어 파트도 있었는데, 두 사람 모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래, 난 영원히 너만의 Prince.]마지막 소절을 끝으로 2조의 공통 곡 무대가 끝이 났다.
예찬은 카메라의 빨간 불빛을 확인하고 손가락에 입술을 맞춰 키스를 날렸다.
예찬의 손 키스가 거대한 대형 모니터에 잡혔다.
만 오천여 명이 모여 있는 체육관이 흔들리는 것 같단 착각이 들 정도로 커다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됐다.’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카메라는 집요하게 객석의 반응에 쑥스러운 듯 어깨를 작게 움츠리며 웃는 예찬의 얼굴을 길게 화면에 내보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