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84)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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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엔 하예찬 후보생 차례네요! 하예찬 후보생!] [예.]강해솔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를 예찬에게 치료하려고 하는지 MC 앤드류의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하예찬 후보생하면 우리 츄즈 마이 프린스 99에서 제일 독특한 후보생으로 또 유명하지 않습니까?] […… 아, 예.] [크, 역시 아시는군요.]금시초문이라 하고 싶었으나 모를 수가 없었다.
일단 추구한 이미지부터 또라이에 가까운 무언가였고.
‘초반에 선택지가 너무 나대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본인밖에 모르는 진실에 예찬이 홀로 고통받는 사이 MC가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지금 이 자리에 맞는 멋진 멘트가 있을까요?]MC가 기대감에 잔뜩 부푼 목소리로 예찬에게 자신의 마이크까지 들이댔다.
‘……홀로그램 창은 안 나오는군.’
일부러 느리게 한 바퀴 눈을 굴린 예찬이 대답했다.
[이 자리에 맞는 멋진 멘트를 할 수 있으면 제가 독특한 후보생으로 유명해지진 않았을 거 같네요.] [크으! 제가 그걸 간과했네요! 아쉽지만 사차원 발언은 나중에 듣는걸로!]강해솔에 이어 예찬에게도 논리적으로 격파당한 MC가 과장되게 이마를 짚었다.
MC는 이어 예찬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물었다.
[선택지 발생!>츄마프 99도 드디어 마지막! 대중들의 기대에 부응합시다! 수미상관은 덤?
― 공주님들 예차니 지켜봐 줘서 고마워용♡
― 지구 최강 귀요미 하예찬을 마지막까지 밀어주세요, 데헷☆
― 예차니를 안 뽑아 주면 삐칠 꼬얌~
‘어쩐지 안 나온다 했다.’
수미상관이래서 뭔가 했더니, 처음 떴던 빌어먹을 선택지 세 개와 꼭 닮은 선택지 세 개가 주르륵 튀어나와 있었다.
예찬은 선택지 아래의 남은 시간은 확인도 하지 않고 검지를 움직였다.
“공주님들, 예찬이 지켜봐 줘서 고마워용.”
‘여기선 무조건 수미상관이지.’
첫 촬영 때와 마찬가지로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선택지를 읊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그때와 완전히 달랐다.
“꺄아악! 하예찬!”
“하예찬 결혼하자!”
[역시 하예찬 후보생! 하예찬 후보생을 응원하는 공주님들은 #0099로 하예찬 또는 2번을 보내 주세요!]객석과 MC는 물론 옆에 서 있는 연습생들마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예찬의 마음은 조금 복잡해졌다.
[자, 그럼 마지막 후보생입니다! 범세혁 후보생!] [네! 앤드류 집사님!]마지막 순서인 범세혁이 인터뷰를 하는 사이, 예찬은 코앞으로 다가온 최종 순위 발표를 떠올렸다.
‘파티원은 한 명 빼고 다 모았어.’
예찬의 예상이 맞다면, 이 파티 시스템은 예찬과 상대 연습생 둘 다 한 팀이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파티원으로 등록되는 듯했다.
그렇다면 예찬만 이놈이라 결정하는 순간 파티원이 될 만한 사람들도 있었다.
예찬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파티원 모집 마감까지 앞으로 30분입니다.> [츄마프 99 최종 문자 투표가 종료된 이후로는 파티원을 추가하실 수 없습니다.>‘데드라인까지 알려 주시고 거참 친절하시네.’
예찬은 범세혁의 인터뷰에 귀를 기울이는 척 시선은 그쪽에 고정하고 남은 연습생들을 한 명씩 진지하게 떠올렸다.
‘이미 지금 모은 여덟만으로도 내가 처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실력 있는 그룹을 만들고도 넘쳐. 남은 놈 중 데뷔권에 들 놈을 고르는 게 정답이다.’
먼저 훗날 사고를 칠 이승헌을 빼고 성격에 문제가 다분한 박나길과 윤지우, 윤여울을 후보에서 치웠다.
김수영의 뒷담 메이트로 언제든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김세경과 조작돌인 이민규까지 거르면 남은 연습생은 넷이었다.
먼저 임버들.
대형에 속하는 JI 기획사 소속으로 첫 등급 테스트에서 A, 두 번째 테스트에서 S를 받은 만큼 실력은 출중했다.
지금까지 순발식 순위가 10위권 초반에서 중반 사이로 살짝 애매하다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비주얼이 B+이야.’
다음은 채은성.
얼굴이 훌륭하고 스탯들은 무난한, 얼마 전까진 현대 무용을 전공하고 있다가 갑작스레 아이돌을 꿈꾸게 된 연습생이었다.
그 아이돌을 목표로 삼게 된 이유가 정찬양의 팬이 되어서라는 점이 아주 큰 단점이었다.
‘리스피릿 중에서도 특히 정찬양 팬…… 진짜 거북하다, 거북해.’
세 번째는 남지유였다.
예찬과 여러 번 같은 조를 해 본 만큼 실력도, 성격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점찍어 놓은 데뷔 멤버들 대부분이 성격이 엉망이라 이놈처럼 붙임성 좋고 유들유들 성격 좋은 놈이 있으면 싶긴 했다.
마지막은 기태랑이었다.
실력이 빠르게 늘었으나 여전히 하위권.
그러나 엄청난 운으로 세 번의 순발식 모두 기적처럼 살아남았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사실 그것은 사실 실력을 커버할 만큼 매력이 있다는 뜻이었다.
‘이 중 나한테 확실히 마음을 연 건 남지유랑 기태랑인데…….’
둘 다 츄마프 초반부터 엮이다 보니 알게 모르게 정이 든 연습생들이었다.
물론 예찬은 정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았다.
‘9위 안에 들 가능성이 있는 건 남지유야. 기태랑이 계속 턱걸이로 살아남은 게 일종의 밈처럼 돼 버리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9위까진 좀 무리수지.’
그 사이 범세혁의 인터뷰까지 끝났는지 제작진이 연습생들을 무대 아래로 안내했다.
무대에 홀로 남은 MC 앤드류가 게릴라 콘서트 MC를 예찬이 맡게 되며 완전히 잊혔던 보조 MC 손봉구 씨를 불렀다.
[알프레도 집사, 지금 객석에 나가 있는 걸로 아는데요?] [예. 그렇습니다, 앤드류 집사장님!]투표 마감을 기다리는 사이 객석에 자리한 심사 위원들과 셀렙들의 인터뷰를 진행할 모양이었다.
예찬이 관심을 끄고 대기실로 이동하려던 찰나.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지금 객석에 리스피릿 김대훈 씨가 와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뭐?
황급히 몸을 돌린 예찬이 무대 위 대형 전광판이 보이는 위치까지 되돌아갔다.
[예, 그렇습니다! K-POP 최고의 인기 아이돌 리스피릿의 메인 래퍼 김대훈 씨가 마지막 왕위 계승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시고 계시는데요! 한 말씀 들어 보지 않을 수 없겠죠?] [안녕하세요, 공주님들! 리스피릿 김대훈입니다!]‘……진짜 미친놈 아냐?’
정말로 모니터에는 한껏 멋을 낸 김대훈이 양손을 해맑게 흔들고 있었다.
객석에서 큰 함성이 들려왔다.
리스피릿이 워낙 대단하신 그룹이다 보니 이곳이 츄마프 연습생들의 홈그라운드여도 저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여길 또 찾아온 건지 모르겠다.
‘저 새끼, 진짜 나 덕질하는 거야?’
지금 한창 바쁠 때인데 대체 뭘 하는 놈인지 어이가 없었다.
인상을 찌푸리는 예찬의 옆으로 인영 하나가 다가왔다.
“김대훈 선배님은 되게 한가하신가 봐.”
익숙한 목소리에 눈동자만 슬쩍 움직여서 확인하자, 역시나 선우이경이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우이경이 눈을 내리깔아 예찬과 잠시 시선을 맞췄다.
“저번에도 너 찾아왔었지?”
“츄마프 팬인가 보죠.”
“우리 그래도 꽤 서로를 알게 되었으니 하는 말인데, 나 눈치 좀 빠르지 않아?”
뜬구름 잡는 소리에 예찬이 한쪽 눈썹을 올렸다.
선우이경은 더 뜸 들이지 않고 곧장 본론을 말했다.
“네가 왜 그렇게 리스피릿을 싫어하나 했는데.”
“그게 티 났어요?”
“……나 눈치 빠르다고 방금 운을 띄우지 않았니?”
선우이경이 어깨를 으쓱이는 사이 김대훈의 멘트가 귀에 들어왔다.
[사실 제가 츄즈 마이 프린스 99에 출연한 한 왕자 후보생의 엄청난 팬이어서요! 투표도 매일매일 열심히 했답니다, 하하!]‘뭔데, 저 텐션에 주접은? 신비주의 콘셉트 어따 팔아먹었어? 정찬양 몸에서 사리가 나오는 소리가 들리네.’
분명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이건만, 과거 김대훈 때문에 느꼈던 지긋지긋한 두통이 떠올라 절로 표정이 어두워졌다.
‘좀 익숙해지면 저 자식이 저 지X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려나.’
그건 조금 기대가 되었다.
[오, 그건 어떤 후보생일지 정말 궁금하군요!]‘나라고 하면 죽인다.’
리스피릿과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좋게 엮이고 싶지 않았다.
예찬이 속으로 한 다짐을 듣기라도 했는지 김대훈이 손을 절레절레 내저었다.
[에이, 그걸 말씀드릴 순 없죠!] [저한테만 살짝 안 될까요?]옆에 서 있던 보조 MC 손봉구가 허리를 숙여 김대훈에게 귀를 들이댔다.
잠시 망설이던 김대훈이 손봉구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
‘나라고 하면 진짜 죽인다.’
고개까지 끄덕여 가며 진지하게 김대훈의 이야기를 듣던 손봉구가 잠시 후 허리를 세우고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김대훈 씨가 말씀하시길, 리스피릿이 신비주의라서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하네요! 하하하!]‘신비주의를 저런 데다가 붙이다니.’
객석은 아주 웃음바다였다. 예찬의 몸이 학습된 분노로 떨리는 것을 잠시 지켜보던 선우이경이 끊겼던 말을 이어 갔다.
“지금은 또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헷갈리네.”
“됐고. 하려던 말이 뭐예요?”
상관도 없는 김대훈 때문에 쓸데없이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선우이경과의 대화도 빨리 마무리하고 이제 파티원을 고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싶었다.
선우이경은 이번에도 뜸 들이는 일 없이 빠르게 말을 이어 갔다.
“리스피릿 노래를 듣다 보니 알겠더라고. 네 편곡이랑 굉장히 스타일이 비슷해.”
“……!”
너무 놀라서 머릿속이 하얗게 리셋되었다.
리스피릿의 노래는 대부분 예찬이 작사 작곡을 맡았다.
다른 작곡가의 곡이라도 예찬의 손을 타지 않은 곡이 없었다.
그러나 현시점까지 공개된 리스피릿의 곡들은 대부분 리셋 초기에 만든 곡들이고, 지금 예찬의 작업 스타일은 그 이후에 적립된 것이었다.
그렇기에 어지간히 대단한 귀를 가진 사람도 쉽게 눈치채긴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츄마프에서 한 건 작곡도 아니라 편곡이었고.’
예찬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선우이경을 바라보았다.
‘……이 자식, 생각보다 더 쓸모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 표정을 보니 내 짐작이 맞았나 보네. 리스피릿의 곡은 거의 정찬양 선배님이 작곡했다고 되어 있으니, 문제가 있는 건 그 선배님이랑일까? 정확한 사연은 모르겠지만 그쪽에서 네 걸 채 간 거야?”
예찬은 신중한 눈으로 선우이경을 살폈다.
선우이경의 평가가 높아진 것과 별개로, 아직 두 사람 사이에 쌓인 신뢰의 깊이는 완전하지 않았다.
‘애초에 타인을 완전히 믿는 건 태만이지.’
예찬은 살짝 발을 뺐다.
“정찬양 선배님과 일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좀 복잡해서요. 딱 잘라 뭐라 말하긴 어렵네요.”
두루뭉술한 대답에도 선우이경은 얼굴에 실망한 기색을 비치지 않았다.
“음, 좋아. 지금 너랑 내 선은 이 정도군.”
양손으로 거리를 재는 시늉을 한 선우이경이 소년처럼 웃었다.
“이걸 알게 된 것만으로 큰 수확이야. 나는 너한테 내적 친밀감이 너무 쌓여서 거리 조절이 힘들었거든. 자, 그럼 대기실로 돌아가자! 옷 갈아입어야지!”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예찬의 등을 한 대 친 선우이경이 그대로 예찬을 밀었다.
얼얼한 등짝을 문지르며 예찬은 생각했다.
‘손에 힘이 과하게 들어갔는데…… 좀 삐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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