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dol who has used up all the resets RAW novel - Chapter (85)
리셋을 다 쓴 아이돌입니다만 8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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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찬이랑 이경이! 얼른 갈아입고 와!”
조금 늦게 도착한 예찬과 선우이경에게 코디네이터의 호통이 꽂혔다.
두 사람은 행거에 걸려 있는 의상을 들고 황급히 간의 탈의실의 파티션 뒤로 이동했다.
갈아입을 의상은 츄즈 마이 프린스 99의 공식 의상인 흰색 제복이었다.
빠르게 갈아입고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의자에 앉혀져 머리와 화장을 손봄 당했다.
“예찬이 너는 그래도 화장이 거의 안 번졌네. 찔끔찔끔 운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들 장난 아니다, 얘.”
“하하.”
“우리끼리도 순위 발표 시작하면 울 거 같다고 얼마나 떠들었는지 몰라. 그새 정이 참 많이 들었네.”
고개를 저은 헤어스타일리스트는 주변을 살짝 살피더니 예찬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난 예찬이 너 계속 뽑았다. 꼭 데뷔해!”
“앗, 감사합니다. 다른 애들한텐 비밀 지킬게요.”
눈이 마주칠 때마다 눈에서 하트가 쏟아져 나오던 사람이라 진작부터 팬인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깜짝 놀란 척을 한 예찬은 쉿 소리와 함께 검지를 들어 올려 입술 앞에 대기까지 했다.
헤어스타일리스트는 꺄르륵 웃으며 뒤로 넘어갔다.
“뭐가 그렇게 좋아요? 같이 웃어요.”
땀에 젖었던 머리를 어느새 산뜻하게 말린 남지유가 다가왔다.
헤어스타일리스트는 조금 전 예찬이 했던 것처럼 손가락을 들어 입 앞에 가져다 댔다.
“예찬이랑 나의 비밀~”
“아, 치사해!”
“뭔데여? 뭔데여? 저도 알려 줘여!”
어느새 기태랑까지 합류해서 주변이 시끌벅적해졌다.
준비가 끝난 연습생들이 남지유와 기태랑처럼 긴장도 풀 겸 여느 때처럼 장난을 치고 있던 중.
한 스태프가 구석에 놓인 모니터의 볼륨을 키웠다.
[자, 그럼 문자 마감 10초 전입니다!] [9] [8] [7]‘파티원 마감도 10초 전이군.’
예찬은 마침 가까이에 있는 남지유와 기태랑의 얼굴을 한 번씩 살폈다.
“6!”
“5!”
‘마지막 파티원은…… 그래.’
그렇게 무대에서 뛰어다니고도 기운이 넘치는 지 연습생들이 MC의 카운트다운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3!”
“2!”
“1!”
‘그렇게 하자.’
예찬이 결심을 굳힘과 동시에 카운트다운이 끝났다.
모니터 너머의 MC 앤드류가 허리를 숙여 시청자들의 성원에 감사를 표했다.
[네, 문자 투표 종료입니다! 공주님들 감사합니다! 그럼 공주님들이 보내 주신 이 소중한 투표의 결과는!]“꺄아아아아악!”
[60초 후에 공개됩니다!]“우우우!”
어김없이 돌아온 광고 시간 안내에 대기실 안의 연습생 몇이 장난스럽게 야유를 보냈다.
물론 예찬은 끼어들지 않았다.
“무대 준비하겠습니다!”
스태프의 말에 연습생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광고가 끝나고 마지막 VCR이 끝나면 다시 한번 주제곡인 ‘Choose your prince’를 출 예정이었다.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정의탁이 예찬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난 왜 이게 경연 무대보다 더 떨리죠? 농담이 아니라 진짜 다리 떨리는데요.”
“청심환 줄까?”
“있어요?”
정의탁의 눈이 커졌다. 예찬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아니.”
“아, 뭐야! 장난해요, 지금?”
아무리 봐도 끓는점이 남보다 낮은 정의탁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찬은 턱으로 정의탁의 덜덜 떨리던 다리를 가리켰다.
“떨리는 거 멈췄네.”
“어? 정말이네.”
“청심환보다 빠르지 않아?”
깜짝 놀라 자기 다리를 한쪽씩 들어 보는 정의탁을 보며 예찬이 의기양양하게 덧붙였다.
“의탁이랑 예찬이는 오늘도 사이좋네.”
뒤편에서 두 사람이 떠드는 걸 다 들었는지 심상록이 한마디를 보탰다.
정의탁이 휙 소리가 날 정도로 거세게 심상록을 돌아보았다.
“내가 언젠가 복수하고 만다.”
심상록을 한번 원망스럽게 바라본 정의탁은 이내 예찬을 향해 이를 득득 갈았다.
정의탁 옆에서 조용히 걷고 있던 배새벽이 정의탁의 어깨를 위로하듯 두들겼다.
예찬은 배새벽의 반대편 쪽 손을 보다 불쑥 말을 걸었다.
“손목은 괜찮아?”
“네, 괜찮아요.”
배새벽이 오른쪽 손을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확실히 안색도 전과 달리 멀쩡해 보였다.
“그래도 병원 꼭 가 봐.”
“네.”
“……전 오늘 새벽이가 한 행동,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정의탁의 불퉁한 목소리에 예찬은 더 해 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입술을 질겅질겅 깨물던 정의탁이 말을 이었다.
예찬과 마주친 눈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믿음으로 빛나고 있었다.
“무대를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그것 때문에 다치는 걸 보고 좋아할 팬은 없어요.”
“그 말이 맞지.”
예찬이 배새벽이 안무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 동의했다는 게 그새 소문이 퍼진 모양이었다.
정의탁은 결연한 태도로 의견을 피력했으나, 예찬은 김이 빠질 정도로 간단하게 동의했다.
“……그게 다예요? 그럼 새벽이를 왜 안 말렸어요?”
“의탁이 네 말은 분명 옳지. 보편적인 상황에서는 말이야.”
예찬은 앞쪽 연습생들이 줄이 엉켜서 걸음이 늦어지는 걸 확인하고 자리에 멈췄다.
“츄마프는 개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잖아.”
예찬과 그 앞에서 예찬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정의탁을 강해솔이 쓱 훑어보고 지나치는 것이 느껴졌다.
“나도 새벽이도, 다른 사람이 정한 대로 따라서 ‘만약 이랬다면’이란 후회를 남기는 것보다 다칠 가능성을 짊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거기까지 말한 예찬은 이번엔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배새벽을 내려다보았다.
“물론 앞으로 정말 ‘같은 팀’이 된다면, 그때부턴 절대 그렇게 할 수 없겠지만.”
예찬의 말을 들은 배새벽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작게 덧붙였다.
“진짜 병원 갈게요…….”
예찬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배새벽의 어깨를 톡톡 두들겼다.
정의탁은 완전히 납득하진 못했지만, 한편으론 예찬의 말이 이해가 가기도 하는지 알쏭달쏭한 표정이 되었다.
“의탁아! 너 입술이 그게 뭐야!”
물론 엉망으로 씹어 놓은 정의탁의 입술을 발견한 메이크업 담당 스태프의 호통 때문에 그 고민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내가 너 때문에 못 산다, 못 살아!”
“죄, 죄송합니다…….”
“의탁이 너 이리 오고 휘겸이가 그쪽에 가 있어! 아니, 여기 이 짧은 길을 걸으면서 화장이랑 머리 망쳐 놓은 애들이 한둘이 아니야!”
그 한둘에 포함되는지 우휘겸이 해쓱해진 얼굴로 다가왔다.
“넌 뭐였어?”
“머리…… 젤 바른 거 깜빡하고 귀에 꽂아 버려서…….”
허여멀겋게 질린 얼굴로 우휘겸이 기운 없이 대답했다.
‘여러모로 손 가는 놈이 많은 그룹이 되겠군.’
예찬은 또다시 고개를 저으며 무대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제 정말 99일의 여정의 끝에 서 있었다.
무대 뒤에 집합한 연습생들이 다시 시작된 MC와 보조 MC의 인터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이, 한 무리의 인파가 다가왔다.
예찬은 눈이 마주친 익숙한 얼굴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연습생들, 무대에서 준비하겠습니다!”
객석에서 보이지 않도록 무대 쪽 조명을 전부 끈 모양이었다.
스태프의 지시에 연습생들은 조심스레 무대 위로 다시 올라섰다.
예찬은 오랜만에 다시 만난 이동식 무대 위에 올랐다.
“와, 되게 그리운 느낌이다.”
심상록이 깜깜한 주변을 둘러보며 작게 속삭였다.
예찬도 심상록처럼 주위를 한 번 살펴보았다.
두근.
새카만 어둠 속에서 심장이 뛰는 게 느껴졌다.
[그럼 지금부터 오늘의 마지막 무대가 있겠습니다. 공주님들을 향해 왕자 후보생들이 부르는 마지막 노래입니다! ‘Choose your prince’!]보조 무대에서 MC 앤드류가 외쳤다.
동시에 본 무대에 불이 들어오고 연습생들의 대열을 확인한 관객들이 함성이 터트렸다.
[Choose your prince.네가 선택하는 세계,
그 끝에 내가 있기를.]
센터는 심상록.
그리고 그 뒤는 예찬과 범세혁이었다.
이동식 무대에는 S등급 연습생 열여덟 명이 처음 주제곡 영상과 같은 위치에 서 있었다.
“용호야아아!”
“진용호!”
이 중 떨어진 연습생이 진용호뿐이라 그런지 객석에서 진용호를 부르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튀어나왔다.
이어서 A등급 연습생들이 타고 있는 이동식 무대가 중앙으로 다가왔다.
관객들은 또다시 큰 환호로 연습생들을 반겼다.
“두찬아!”
“김민수우우우!”
그 뒤로 B, C, D등급의 연습생을 태운 무대가 차례차례 등장했다.
김수영을 비롯해 빠진 연습생이 몇 있긴 했으나, 무대 위 연습생들과 그들을 지켜보는 팬들이 느끼는 묘한 감정을 퇴색시키진 못했다.
현장에 있는 팬들은 대부분 탈락하지 않은 연습생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일 텐데, 어째서인지 객석은 반쯤 울음바다였다.
시답잖은 감상에 젖을 생각이 없던 예찬의 눈에 연습생들로 꽉 찬 무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어쩐지 가슴 한편이 먹먹해졌다.
‘이게 마지막이라 그런가.’
다시는 리셋할 수 없는, 예찬 인생의 마지막 츄마프였다.
물론 몸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곡을 소화하고 있었다.
[Choose me princess.네가 선택한 세계,
그 끝에 내가 있어.]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무대가 끝났다.
지금까지 있었던 츄마프의 모든 무대 중 가장 큰 박수와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연습생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며 눈앞의 객석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츄즈 마이 프린스 99의 마지막 무대였습니다! 멋진 무대를 보여 준 후보생분들, 감사합니다!]탈락한 연습생들이 관객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눈가에 눈물이 맺힌 사람도, 아쉬운 기색이 역력한 사람도, 또 어딘지 후련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 이제 최종 왕위 계승식을 시작하겠습니다!]이어지는 MC의 말에 최종 순위 발표식에 남은 열여덟 명을 제외한 나머지 연습생들이 무대에서 내려갔다.
예찬과 같은 조였던 김주영은 예찬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임채진은 눈이 마주치자 엄지를 들어 올렸다.
예찬에게 자신의 몫까지 꿈을 맡긴다고 했던 D등급 연습생이 보였다.
그가 무대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 앞에서 뿌듯한 얼굴로 예찬을 돌아보았다.
연습생들이 내려가는 것과 맞물려 중앙 무대로 이동한 MC 앤드류가 지난 순위 발표식 때보다 더 화려해진 봉투를 들어 올렸다.
[남아 있는 열여덟 명의 후보생 중 진정한 왕자가 될 수 있는 것은 단 아홉! 공주님들은 어떤 선택을 하셨을지, 18위부터 발표하겠습니다.]스피커에서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다른 조명은 전부 꺼지고 연습생들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만 남았다.
1초가 마치 10분처럼 길게 느껴졌다.
마침내 MC가 입을 열어 첫 번째 탈락자를 발표했다.
[18위는, 윤지우 후보생입니다.]MC의 발표에 윤지우의 머리 위에 있던 조명이 꺼졌다.
지난 콘셉트 촬영 당시 배새벽과의 마찰로 깎인 이미지를 만회하지 못한 결과였다.
전체 조명이 켜지고 MC가 윤지우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부탁했다.
윤지우는 지금 결과를 각오하고 있었는지 버석한 얼굴로 마이크를 잡았다.
[좋은 모습만 보여 드렸어야 했는데, 제가 너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 여러분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