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105)
평범한 회사원입니다-105화(105/180)
< 105화 >
[퀘스트: 지구 정착 I]당신을 믿고 따라줄 지구인 200명을 모으세요.
그들은 당신이 수상한 항아리를 강매할 때, 고민하지 않고 바로 구매할 정도로 당신을 신뢰해야 합니다.
달성도: 2634/200
보상: 연계 퀘스트-지구 정착 II, 달성도에 따른 차등 보상
마계 퀘스트는 전부 라 엘타나 지구를 부수고 파괴하고 더럽히려는 건 줄 알았는데.
이 퀘스트는 뭐야. 장난하는 거야?
아니,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수상한 항아리가 뭐?
지구에 정착해서 뭘 하려고?
자기가 사는 행성이 심하게 오염돼서 새로운 터전을 찾으려고 남의 행성에 불법체류 하는 소리 하고 있네.
그리고 지구에 정착하는데 이웃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항아리를 믿고 구매해줄 사람이 200명씩이나 왜 필요해?
지구인도 같은 지구인한테 항아리 200개 다 못 팔아.
근데 태현오를 믿는 놈들은 왜 이렇게 많어.
완료 버튼만 누르면 되는 정도가 아니라, 1000% 이상 초과달성 했잖아.
“이렇게 많은 사람이 태현오를 신뢰한다니, 이 세상은 망했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 정도면 예상에 한참 못 미치는 정도라고.”
“이백 명이어도 경악할 판에 이천 명이라니.”
“잊고 있나 본데, 나는 영웅 길드의 길드 마스터다.”
하긴 그래.
영웅 길드의 길드 마스터라고 생각하면 2천은 너무 적은 숫자고.
태현오가 일반인 사이에서는 얼굴도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많은 숫자다.
플레이어 들이야, 열 명 중에 다섯은 이 자식이 다가가서 ‘항아리 사세요’ 하면 ‘제발 더 팔아주세요!’ 하고 무릎 꿇겠지.
“형.”
“응.”
“태현오가 수상한 항아리 사라고 하면 살 거야?”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라마, 너는?”
“안 산다.”
이 둘은 2,634명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게 확실하군.
“수상한 항아리는 왜? 사야 하는 건가?”
아. 형은 퀘스트 창 안 보이지.
“안 사도 돼. 태현오가 이상한 거 팔면 절대 사지 마.”
“아하하, 너무 한 거 아니냐, 이성한. 팔 생각도 없다고.”
“혹시 알아? 지구 정착 2 퀘스트가 저 이천몇백 명한테 항아리 팔아오라고 시키는 걸지도.”
마계 플레이어들 장사꾼 만들기 프로젝트도 아니고. 그런 웃기지도 않는 퀘스트로 이어질 리 없겠지만.
“무슨 소리야.”
“태현오가 지금 진행 중인 마계 퀘스트가 지구 정착 퀘스트인데. 수상한 항아리를 팔면 고민 없이 살 만큼 자신을 믿어주는 지구인 200명을 모으래.”
“어려운 퀘스트군.”
“그래? 태현오는 벌써 달성했는데.”
“항아리의 용도. 판매금액. 판매 루트. 그리고 구매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안내 범위에 대한 정확한 기준 없이는 믿음을 판단하는 게 불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이게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생각할 일이야?”
방금까지 마왕이랑 치열하게 싸우다 일어난 사람에게 무리를 시키는 거 같다.
괜찮다는 형을 억지로 눕히고 다시 재웠다.
“영웅의 길드 마스터라는 이름값이 있어서 이 정도인 거지. 확실히 다른 마플들은 깨기 어렵겠네.”
“마플이 뭐야?”
“마계 플레이어.”
태현오의 말과 마계에서 만났던 마플의 이야기를 조합해보면. 마플들이 얼마 전까지 하고 있던 퀘스트는 마왕 부활 퀘스트.
그것도 라 엘타 쪽에서 물밑작업 중이었지, 지구와는 상관없는 퀘스트였다.
그렇다면 마계 플레이어들이 지구에 정착 시도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건데…
“태현오. 이전에 지구와 관련된 퀘스트 받은 적 있어?”
“어둠을 통해 지구로 차원 문을 연결하고 던전을 생성한 건 꾸준히 해왔었지. 하지만 직접 지구에 올 일은 없었어.”
“라 엘타는? 라 엘타 정착 퀘스트 같은 건 한 적 없어?”
“없었어. 지구나 라 엘타 뿐 아니라, 어딘가에 정착하라는 퀘스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역시 그렇군.
퀘스트가 마플들을 지구에 정착하라고 한 건 처음일지 몰라도. 시스템은 전부터 이걸 계획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태현오가 지구에 사는 것만으로 그렇게 큰 퀘스트 보상을 받을 이유는 없지.
이놈은 그냥 운 좋게 지구에서 태어났을 뿐인데. 시스템은 태현오를 ‘먼저 지구에 정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성실한 플레이어’라고 생각하고 기여도 보상을 팍팍 넣어준 거다.
아니면 태현오가 여기서 잘 먹고 잘사는 꼴을 보고 다른 마플들까지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한 걸지도 모르지만.
“왜 하필 사람을 모으는 걸까. 그것도 이백 명이나.”
퀘스트 이름이 ‘지구 정착’인데. 거처를 마련하거나 직장을 구하고, 문화를 배우고, 친구를 사귀고 삶에 스며드는 과정은 싹, 다, 건너뛰었지.
자신을 믿어줄 사람부터 찾게 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이름만 지구 정착이지, 마계 플레이어들의 최종 목적과 분명 관련이 있어.
“그 사람들을 설득해서 마계로 데려가거나, 마족으로 만들어 버리려고 하는 건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네.”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봐, 태현오. 너도 마계 플레이어잖아.”
“정말 수상한 항아리를 팔려고 하는 걸 수도 있지.”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하하, 물론이지. 대신 그 수상한 항아리가 마기로 가득 차 있다는 전제하에.”
아. 그거라면 가능성 있을지도.
수정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마기를 퍼뜨릴 수 있긴 하겠네.
“이거, 다른 마플들도 다 같은 퀘스트 받았을 확률이 높겠지?”
“아마도. 내가 항아리 구매자를 모으는 동안 다른 이는 항아리를 만들고, 또 다른 이는 배송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건 농담이라고 뱉은 말인가.
“네가 퀘스트 완료를 해버리면 다른 마플들도 다음 퀘스트로 넘어가는 거고.”
“그렇지.”
“반대로 생각하면, 네가 퀘스트 완료를 안 하면 다른 마플들 중 누군가가 퀘스트를 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네?”
“어.”
와. 생각보다 이거,
“장난 아니게 시간이 남아돌겠는데?”
상식적으로 마족이 턱, 지구에 와서 바로 이쪽 문화를 파악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다니며 신뢰를 얻는 게 하루아침에 가능한 건가?
그것도 200명씩이나.
무려 수상한 항아리를 강매하는 데 고민도 안 할 정도의 신뢰를.
“우리가 방해 안 해도 한 10년 정도 걸리는 거 아냐?”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쉬운 퀘스트를 받았을지도 모르니까 좀 더 알아봐야지.”
“그건 너가 할 일이고.”
태현오가 이번 마계 퀘스트에 대해 확실하게 조사해오기 전까지는 모든 마플들이 같은 퀘스트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자, 그럼. 방해계획을 꾸며보도록 할까.
***
“뭐 그런 어처구니없는 퀘스트가 다 있대요?”
“그쵸?”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자 덩치는 어이없어했다.
덩치에게도 비웃음을 사는 마계 퀘스트.
“그런데 말이죠.”
“네.”
“마족이면 지난번 마왕 버전 부길마님처럼 막 몸 색도 달라지고. 뿔도 생기고 날개도 생기는 거 아닙니까?”
“제가 마계 가봤는데, 꼬리 있는 마족도 있더라고요.”
“그러면 누가 봐도 인간으로는 안 보일 텐데. 지구에 정착하려면 외형부터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네?
이미 지구에 와 있는 그 마족은 대책을 갖고 온 건가?
태현오야, 반마족 특권으로 날 때부터 그런 얼굴이었으니까 예외지만.
다른 마족들은 라마처럼 폴리모프 가능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족의 모습 그대로 길거리를 돌아다녔다면 어디선가 말이 나왔을 텐데. 아무 논란이 없는 걸 보면 인간의 모습을 하고 다니는 거 같기도 하고.
일루젼 마법? 외형 변경 물약? 아니면 관련된 특수 퀘스트라도 있는 건가.
이것도 태현오한테 알아 오라고 시켜야겠다.
“근데 그 퀘스트가 이 리스트 정리랑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겁니까?”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덩치가 물어왔다.
“잘 생각해 봐요. 마족이 마계에서 지구까지 와서. 뭘 하겠습니까?”
“흠… 항아리 판매?”
영웅 길드는 항아리 개그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어?
“그 마족들이 아는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데. 딱 한 가지 지구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게 있다면?”
“플레이어 능력?”
바로 그거다.
지구에서 플레이어를 판별하는 방법은 상태창 소지 여부. 마계 플레이어라도 상태창은 있으니까 플레이어 자격증 정도는 쉽게 딸 수 있다.
태현오도 쉽게 통과할 정도로 어설픈 게 그 검사 시스템이라니까.
아니, 그런데 왜 처음에 만들 때 다른 차원이나 마계 같은 곳의 플레이어가 와서 검사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못 한 거야?
나 같이 상태창이 없어도 능력 있는 플레이어가 있을 거란 생각은 왜 안 한 거야?
불만이 많지만, 일단은 넘어간다.
진정하고 마플 이야기로 돌아가서.
마플들은 기본적으로 스탯이 높다고 하니까 금방 상위권 플레이어로 이름을 떨칠 수 있겠지. 명성과 함께 신뢰를 얻을 수도 있을 거고.
“마플들은 플레이어 자격증을 따고 길드에 들어가 사람들을 만나거나. 태현오처럼 직접 길드를 세울 생각을 할 겁니다.”
“그래 보이네요.”
“최근 3달 동안 새로 등록된 플레이어와 길드 리스트 확인하고 수상한 점이 있으면 눈여겨볼 겁니다.”
“누가요. 설마 제가요?”
“당연히 저는 아니니 덩치 씨겠죠.”
여기 나랑 덩치 말고 또 누가 있다고.
“아, 그놈의 마플들은 왜 지구까지 와서. 아. 아아악.”
덩치는 아예 책상 위로 널브러졌다.
안 보고 있는 사이에, 들고 있던 나머지 서류마저 잽싸게 덩치 책상 위에 올려놨다.
서류작업은 다 떠넘겼으니 됐고, 내 자리로 돌아와 고민을 시작했다.
다음 마계 퀘스트가 어떻게 이어질지 감이 안 잡히네.
그걸 모르니까 퀘스트를 어떤 식으로 꼬아야 가장 효과적으로 마플들을 분노하게 만들지도 모르겠고.
일단 시간은 벌었으니 마플들이 퀘스트를 깰 때까지 마족으로 의심 가는 리스트를 추려보고. 다음 퀘스트가 공개되면 다시 생각해도 되겠지.
그럼 그전까지는 소소한 방해나 해볼까.
연구소 SNS 계정에 로그인했다.
연구소 내에서도 몇 명만 접속 권한을 갖고 있다고 들었지만 난 쓸 일 없을 줄 알았는데.
어차피 SNS에 올라오는 글들 다 영양가 없는 내용뿐이고. 팔로워 수도 별로 없고.
그래도 라엘타닷컴은 플레이어들밖에 못 보지만 여긴 일반인들도 볼 수 있으니까.
사람들이 마플의 수작에 넘어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꾹꾹 핸드폰 자판을 눌렀다.
[수상한 항아리를 파는 사람이 있다면 항아리를 뺏어서 부숴버리세…]아니지. 마기라도 담겨 있으면 부수는 쪽이 더 큰일이잖아.
좋아. 이제 마플들이 이상한 걸 팔려고 해도 이 글을 본 사람이라면 한 번은 더 생각하겠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계 퀘스트 깨는 게 늦춰지면 좋겠네.
-해킹당한건가??? 항아리???
-연구소 드디어 막 나가기로 한 건가요ㅋㅋㅋ 이게 무슨 소리예요!
-계정 관리하는 알바생 짜르는게 좋지 않을까 건의해봅니다ㅠㅠ
그래. 저건 밑도 끝도 없는 아무 말이었다.
좀 더 상세하게 적어주자.
[연구소의 이성한입니다. 수상한 사람의 강매에 주의하세요.]-진짜 이성한?
-정말 성한오빠면 사진보여주세요 ~>3 성현오빠랑같이용
-이성한이 글 올렸대서 성지순례하고 갑니다.
-성지순례하고 갑니다.
-진짜 이성한인가 :0 ???
-이성한님 최근에 항아리 강매당하셨나 봐용ㅋㅋㅋ 강매 조심하래ㅋㅋ
졸지에 강매로 항아리 샀다가 사기당한 사람이 됐잖아.
일단 해명을…
…하려고 했는데 태현오한테서 전화가 오는 바람에 통화버튼을 눌러버렸다.
전화벨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받아버렸잖아. 누가 보면 전화 기다리고 있는 줄 알겠네.
“왜. 무슨 일이야.”
[성한아.]“응?”
뭐지. 답지 않게 당황한 목소리 같은데.
화장실 가서 볼일 다 본 후에야 휴지가 없다는 걸 발견한 사람처럼.
[퀘스트 완료됐다.]“엉? 항아리 퀘스트?”
[그래, 항아리 퀘스트. 방금 누가 퀘스트를 클리어했어.]“……뭐?”
< 105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