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117)
평범한 회사원입니다-117화(117/180)
< 117화 >
7층까지 계단으로 달려 올라갔다.
폭음이 울린 직후, 연구소 직원들이 대피한다며 비상구로 쏟아져 나왔다.
덕분에 사람들한테 떠밀려서 1층까지 다시 내려올 뻔했다고. 벽을 타고 올라가는 게 더 빠를 뻔했네.
시끄러운 다른 층과는 달리 문제의 7층은 조용하기만 했다.
덩치는? 연구원들은?
이미 대피한 건가? 아니면 폭발에 휘말려서 발이 묶인 건가.
단순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의 공격이라면… 마플이나 다른 적의 납치? 어쩌면 마플 레오가 무슨 일을 벌인 건지도.
“모두 괜찮으신가요!”
온갖 가정을 떠올리며 연구실의 문을 벌컥 열고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어? 부장님?”
“오셨어요?”
“무슨 일이세요? 또 뭔가 새로운 걸 가져오신 건가!”
무슨 일이세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큰 폭발이 일어난 건데. 그리고 왜 7층 사람들만 아무렇지 않은 건데?
연구원들은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뭔가를 하고 있었다.
안 물어봐도 알겠네.
폭발의 원인은 이 사람들이다.
“방금 있었던 폭발은 여기서 난 겁니까?”
“아, 들으셨어요? 아이고, 부끄러워라.”
들으셨냐니. 당연히 들렸지.
뭔가를 터뜨려놓고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길 기대하고 있었던 건가?
대체 뭐를 터뜨린 건데?
연구원들이 몰려있는 구석으로 다가가자, 반쯤 타서 연기를 내뿜고 있는 뭔가가 보였다.
“내 마법진.”
마법진이잖아. 저게 왜 타고 있지? 설마 터진 게 저거야?
“아. 이거. 부장님. 거였어요? 이런. 죄송해서. 어쩌나. 빨리. 고쳐놔야겠다.”
저기요, 그렇게 더듬더듬 말하면 누가 봐도 연기라는 거 티 나거든요.
지나가던 까망이가 봐도 내 마법진인 거 알고 건드리고 있었던 거 눈치챌 정도거든요?
“이거는 대체 왜 건드리고 있었던 겁니까?”
“그게… 마법진이 신기해서 그냥 해체해 보려고 한 건데…”
결국 분위기를 읽은 연구원 한 명이 자진신고했다.
연구실 밖으로 오염이 퍼지지 않게 하는 마법진인가.
아주 예전에 설치해놓은 것 중 하나인데. 지금이야 오염이 퍼질 위험이 없으니 마법진이 해체되든, 터지든 상관은 없다만.
“이거. 원래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종류의 마법진인데 어떻게 발견하신 거죠.”
강한 마력을 지닌 사람이면 또 몰라. 연구원들처럼 마력이라고는 까망이 털 한 가닥 만큼도 없는 사람들은 이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는 것도 감지할 수 없다.
7층… 아니, 이 건물 전체를 통틀어서 마법진을 찾아낼 수 있는 건 딱 두 명.
덩치. 그리고…
‘데굴’
검은 공이 연구원들 사이에서 조용히 굴러 나왔다.
[안녕.]“너지?”
레오 놈.
연구원들에게 넘기지 말아 달라고 애걸복걸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저 연구광들 사이에 파고들어서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네. 아주 쿵짝이 잘 맞아 보여.
“무슨 꿍꿍이야.”
[꿍꿍이라니. 나는 그냥 여기 마법진이 있길래~ 알려줬을 뿐인데.]검은 공을 잡아 들고 마구 흔들었다.
[아아아악, 아악! 멈춰, 멈추라고!]“정신 차렸으면 다시 대화해볼까?”
[진짜 아무 꿍꿍이도 없어, 없다고! 그냥 연구원들의 관심을 돌리고 싶었을 뿐이야.]“연구원들의 관심을 돌리려고 구석 벽에 붙은 마법진을 찾아서 해체하라고 던져줬다고?”
[그래!]정말 좋은 방법이긴 하네. 우리 연구원들은 다른 관심거리 하나 던져주면 좋다고 거기 달려들 테니까.
마법진 뜯어보고 싶다고 백날 외쳐댔지만 내가 건들지도 못하게 하기도 했고.
레오가 마법진을 꺼내줬으니 연구할 거리는 두 개가 됐는데. 레오야 한 달간은 원하는 만큼 건드려볼 수 있는 허가 받은 연구재료고.
마법진은 내가 돌아오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테니 관심이 저쪽으로 쏠렸겠네.
짧은 사이에 머리를 잘 굴렸잖아, 레오 놈.
괜히 검은 공을 꽉 잡고 더 세게 흔들었다.
[으아아악, 속이 울렁거린다, 우어아악!]“부장님, 진정하세요!”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그러게 실험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실험체로만 봐야지, 왜 실험체가 떠든다고 말하는 대로 다 듣고 있어!
태현오는 어디서 뭐 하길래 레오가 사고 치는데 보고 있지도 않은데?
정말 큰 일 생긴 줄 알고 놀랐잖아!
“이성한. 일단 저것부터 해결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뒤따라온 라마가 창밖을 가리켰다.
창밖으로는, 연구소 직원들과 주변 다른 건물의 회사원들이 테러라도 난 줄 알고 비명을 지르며 대피하고 있었다.
***
“그 짧은 사이에 기사까지 났네.”
반(反) 플레이어 연합에서 연구소를 테러했다는 식으로 소문이 퍼지더니 기사까지 났다.
테러 이유가 연구소 직원들은 일반인이면서 플레이어 좋은 일만 하는 게 보기 싫어서라나.
“지구의 인간들은 정보를 참 빨리 퍼뜨린다.”
“라 엘타가 느린 거야.”
“이 기사에는 댓글도 480개가 달렸다.”
“기사 댓글은 왜 읽고 있어? 덩치 따라 하는 거야?”
라마가 보고 있던 기사의 베스트 댓글 몇 개를 훑어봤다.
-반 플레이어 연합 같은 게 있었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음. 플레이어 되고 싶은데 되지 못한 찌질이들
-솔직히 노력한 만큼 되돌려받는 사회에서, 운 좋게 플레이어 되면 인생역전 하는 사회가 됐는데. 일반인들은 그냥 운 좋아서 플레이어 된 놈들이 신이라도 된 척하는 게 아니꼬울 수 있지 않나ㅠㅠ 그게 왜 찌질이야
└이게 반플레이어 연합의 마인드인가
└이성한님 여기에요! 이 사람을 잡아가시면 됩니다!
└테러한 놈들이 찌질이인 이유: 진짜 플레이어들이 아니꼬웠으면 길드나 플레이어 개인을 테러했어야지. 왜 무력한 일반인 단체를 테러함?
-반플레이어 연합까지는 아니고 플레이어 안 좋아하는 사람은 봤는데, 그 이유가 플레이어들의 능력이 자연스러운 게 아니니까 비정상처럼 느껴져서 그렇다고 함.
└이상한 사람들 참 많네
-플레이어가 싫다고 플레이어 도와주는 일반인을 공격했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테러도 없었고, 반 플레이어 연합 같은 것도 없었다고.
정보 전달이 빠른 건 좋지만, 한번 잘못된 정보가 퍼지기 시작하니까 답이 없다.
뭐, 태현오가 해결한다고 나섰으니 조만간 정리되겠지.
내가 신경 써야 할 건 기사 쪽이 아니라, 연구실 쪽이다.
“잠깐 자리 비운 사이에 사고나 치시고. 정말 실망입니다.”
“잘못했습니다!”
“죄송해요, 부장님.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저희가 잠깐 악마에게 홀렸습니다!”
레오는 악마니까 악마의 꼬임에 홀린 게 맞기는 하지.
“앞으로 연구원님들을 어떻게 믿고 연구를 부탁드려야 할지… 이번에도 마계에서 뭐를 좀 가져왔는데…”
“부장니이임!”
“연구만 열심히 할게요! 마법진 쪽은 쳐다도 보지 않을게요!”
“휴우… 믿을만한 사람들로 새 연구팀을 꾸려야 하나…”
“부장니이이임!”
연구원들은 거의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누가 악마한테 홀라당 넘어가래?
그동안은 연구를 향해 직진으로 달려가는 성향이 도움이 됐으니까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고 연구 부탁까지 한 거지만.
다른 흥미로운 소재나 재료에 쉽게 넘어갈 정도라면 앞으로 어떻게 믿고 일을 맡겨.
[너무 그러지 마라.]“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내가 할 말 맞아. 사실은… 연구원들에게 살짝 수작을 걸었거든. 정신 마법 같은…]“알아.”
[알아?]당연히 알지. 나를 진짜 눈 뜨고 코 베여가는 바보라고 생각한 건가.
아무리 연구원들이 연구 소재에 미쳤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넘어가서 진짜 일거리도 내팽개치고 있을 사람들이 아니란 것도 잘 알거든.
이 사람들은 말 그대로. ‘정말 악마에게 홀린 거’다.
“가혹 같은 소리 하네.”
이 상황의 원인에게서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다.
이건 약간 충격 요법 같은 거다.
나중에 레오나 또 다른 마족이 연구원들을 비슷한 방식으로 홀리려고 할 때 브레이크가 되어주는 충격 요법.
기존에는 마법진을 연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서 정신 마법에 쉽게 당한 거지만.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이렇게 하면 정말로 연구실에서 잘릴지도 몰라!’라는 생각에 한번 다시 생각하게 되는 그런 거랄까.
정신계통 마법을 방지하는 덴 아주 효과적이다.
그리고 고작 태현오만 믿고 연구원들을 악마랑 한 공간에 놔둔 내 책임도 있으니까 겨우 여기서 끝내주는 거라고.
서러워하는 연구원들을 무시하는 척하며 레오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 혹시 동쪽 마족이야?”
[응? 맞아.]역시 맞구나.
“동쪽 마족들의 선조가 원래는 인간이라는 건 알고 있냐?”
[그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지금 남쪽 지역이 멸망한 건 알고 있고?”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는 거냐구.]“그때 마왕 성엔 왜 간 거냐.”
[그때?]“우리 혀…… 나랑 계약된 그때. 동쪽 마왕 성에 있었잖아.”
우리 형이라고 할 뻔했네.
형이 아니라 나랑 계약된 척하고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아아, 그거. 그냥 북쪽에 좀 다녀왔는데 처음 보는 마족이 임시 마왕이 됐다고 해서 얼굴 좀 보려고 찾아갔던 거야.]“북쪽에는 뭐 하러 갔는데.”
[마족 플레이어가 지구 플레이어에 비해 수가 많이 적은 건 알지?]“알지.”
기본적으로 마플들은 퀘스트 같은 거에 관심을 두지 않고, 하다가도 쉽게 그만둔다고 했었지.
[마계 플레이어 대부분은 서쪽이나 동쪽 출신이야. 서쪽 마족 대부분은 중간에 포기하니까 남은 이들은 동쪽 출신이 많지만.]이것도 선조가 인간이고 어쩌고 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 걸까.
[남쪽에 대해서는 잘 몰라. 그런데 북쪽은 아무도 퀘스트 진행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어.]마족들은 원래 전쟁 같은 게 아니면 서로 다른 지역에 관심도 없다고 한다.
그나마 전쟁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걱정해서가 아니라, 자기도 참전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하니.
레오가 이 사실에 대해 알게 된 것도 퀘스트를 진행하는 도중에 우연히 얻은 정보라고 한다.
[그러다가 북쪽에 플레이어가 하나 있다는 소문을 듣고 궁금해서 찾아간 거야.]“북쪽에는 얼마나 오래 있었는데?”
[한 40년 정도?]“마족 하나 찾는 데 40년이 걸렸단 말이야?”
[아니, 그게~ 북쪽에 갔더니 매일매일 마족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잖아. 신이 나서 참가했더니 시간이 그렇게 흘러버렸네.]이건 또 무슨.
“퀘스트 때문에 갔었던 거 아니었어?”
[아닌데. 난 원래 그렇게 퀘스트를 성실하게 하는 편도 아니었고. 북쪽에 어떤 괴짜가 나타나길래 그! 북쪽에서 퀘스트 한 건지도 궁금했을 뿐이야.]“그래서 그 마플도 못 찾았다는 거야?”
[정신 차려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있어서 찾는 거 포기하고 그냥 집에 돌아왔어.]이런 생각도 없고 대책도 없는 마족을 봤나.
그러고 보니 지구에 온 것도 정말 아무 고민 없이 결정해서 옆집 놀러 오듯 온 애였지.
일단 대책 없는 마플 레오는 그렇다고 치고.
최대한 애처롭게 보이려고 애쓰며 이쪽을 향해 간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연구원들 무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부장님.”
그렇게 애절하게 불러도 불쌍하지도 않습니다만.
“일단은. 그동안의 성과를 들어볼까요.”
< 117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