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118)
평범한 회사원입니다-118화(118/180)
< 118화 >
“마기 레이더와 탐지기 업그레이드에 성공했습니다!”
연구원들은 실수를 만회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그동안의 성과를 팍팍 어필했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서 일이 주는 기다려야 하지만…”
뒤에 덧붙인 설명만 아니었어도 참 좋았을 텐데.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면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또 다른 건 없나요?”
“있습니다! 악마와 다른 마족의 차이가 있는지 분석을 해봤습니다.”
연구원들이 온갖 자료와 그래프, 수치가 적힌 종이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가져왔다.
봐도 모르겠는데.
“그리고 세포가 이렇고 저렇고 요렇게… 어쩌구저쩌구…”
들어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떤 차이점이 있다는 거죠?”
“없습니다.”
“예?”
“차이점은 없어요. 악마라도 일반 마족들과 똑같더라고요, 하하하.”
왜 뿌듯해하고 있어. 저 장황한 설명과 엄청나게 있어 보이는 그래프들은 왜 보여준 거야?
의미 하나 없는 결과잖아.
여태 그거 알아보고 마법진이나 부수고 있었던 거야?
“그게 전부입니까?”
“그 외에 마법진을 분석해서 부장님 말고 저희도 만들어볼 수 없을까 알아봤는데…”
마법진이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로 그리는 것도 아니고. 일반인이 만드는 건 불가능할 텐데.
“해제하는 방법 외에는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그럴 줄 알았지.
“폭발 없이 해제하는 방법은 있나요?”
“아, 그건 없네요.”
그런 건 해제한다고 하지 않아. 부수고 파괴한다고 하는 거라고.
“하아아아…”
연구실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던 걸까. 기대가 크니 실망도 더 크게 느껴지네.
한숨을 크게 쉬자 찔리는 게 많은 연구원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어… 그 외에도 알아본 게 있기는 한데.”
“뭔가 더 있나요?”
역시 저게 전부가 아니었구나!
“요 근처에 엄청나게 맛있는 브라우니를 파는 빵집을 발견했는데…”
“장난하십니까.”
나도 모르게 진짜 정색하는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그, 그. 그리고 저희 막내 연구원이 마족의 본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을 만들었는데요.”
“네?”
“가끔 연구하다 쉬고 싶을 때 레오 씨를 비춰보면 재밌다니까요. 하하, 부장님도 한번 해보시겠어요?”
“뭔 거울이요?”
“그게, 레오 씨가 사람들에게 모두 다른 모습으로 비치는 게 흥미롭다고… 저희 막내 연구원이 연구하다가 이번에 시제품을 만들어왔는데. 그게, 또 보고 있으면 꽤 재미있어서…”
아니, 여태 말한 것 중에 그게 제일 의미 있는 결과물이잖아!
왜 그런 것보다 맛있는 브라우니를 파는 빵집이 우선순위에 있는 거냐고!
“대체 그런 건 어떻게 연구한 겁니까?”
정말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인데 내가 화를 내고 있다고 오해했는지 막내 연구원이 덜덜 떨기 시작했다.
진정해. 나는 지금 기뻐하고 있는 거라고. 칭찬해드리려고 그러는 거라고.
“마족이라도 모습을 바꿀 땐 마기를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맞다. 마기나 마력 같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외향을 바꿀 수 있는 건 우리 드래곤의 폴리모프 밖에 없다.”
막내 연구원의 말에 라마가 자랑스럽다는 듯 동의했다.
“마기 레이더랑 탐지기를 만들 때 연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기에 반응해서 그 흐름이 이렇고. 이것이 저렇고. 저것은 그렇고……”
뭔가 엄청 열심히 진지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기는 한데 ‘마기에 반응해서’ 이후로 반 이상은 못 알아듣겠다.
문과가 들어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줬으면 좋겠는데.
“…래서 ……하고, …게 된 겁니다. 레오 님의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결과지요.”
검은 공이 뿌듯해하며 통통 튀었다.
쟤는 마족에게 딱히 좋을 것 없는 발견을 도와줘 놓고는 왜 저렇게 좋아하는 거야.
막내 연구원이 설명해준 말이 어렵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마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 흐름을 방해해서 거울을 통해 마기의 영향을 받기 전 원래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거잖아.
그것도 마법이 아니라 과학적인 방법으로.
물론 레오가 마법적인 부분으로 도와준 거니까 100% 과학적인 게 아니기는 하지.
과학 한 30%?
그래도 이 정도면 진짜 혁신 아닌가.
천재 아냐?
지금 당장은 직접 마기에 영향을 줄 방법이 없어서 거울 등의 매개체를 통해서만 가능하겠지만.
계속해서 이 연구를 이어간다면 언젠간 과학으로 마법을 방어하는 역사적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물론 마기 외의 일반 마법에는 통하지 않을 테니 마족이 아닌 일반 마법사가 사용하는 마법에는 전혀 쓸모없겠지만.
거기에 고위 마법에도 효과가 없을 거고. 기껏해야 이런 비전투용 마법이나 아주 기초적인 마법에나 효과 있을까.
그리고 실생활에 활용하기에는 들어가는 시간이나 비용이 엄청나서 비효율적이고. 차라리 그럭저럭 괜찮은 라 엘타 용병이나 지구 플레이어를 고용해서 마법사를 상대하게 하는 게 낫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까 사실 과학적인 부분 10% 미만 아냐? 레오가 도와준 게 거의 전부인 거 같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과학으로 마법을 막는다는 게 가능하긴 한 건가.
가능하다고 해도 아마 몇백 년 후…?
계속 생각하다 보니 엄청나게 쓸모없어 보이는데.
하여튼 엄청나고 대단한 연구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딱 필요한 거라고 할 수 있지.
“이렇게 중요한 걸 왜 이제 말씀하신 거예요?”
“그게… 그냥 재미로 만든 거라… 크게 연구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그만…”
“재미로 만들었다고요?”
“약간 장난식으로, ‘주변 사람들의 본모습을 비춰봐라, 만약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당신 곁의 악마!’ 하고 웃고 넘어가는 그런 재미가 있죠.”
그러다가 진짜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그 순간 분위기 시궁창 될 거 같은데.
“보통 과학자들은 이런 거 하나 발견하면 엄청 대단한 발견이라고 기뻐하지 않나요? 어떻게 이렇게 덤덤한 반응이지.”
“엄청 대단한 발견은 맞는데, 지구에 마족이 있기는 한가요? 아하하, 우리 부장님 말고는 아무도 마족이 존재하는지 모를 거 같은데.”
이 사람들. 나니까 어디 가서 마족 하나 잡아 와놓고 연구하라고 던져준 거라고 생각했던 거구나.
지금 눈앞의 이 검은 공이 사실은 지난 몇 주간 인기 아이돌 흉내 내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고.
마족들이 지구에 정착하라는 퀘스트 받고 인간 흉내 내면서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말해주면 뒤집어지겠네.
막내 연구원에게서 거울을 받아 레오를 비춰봤다.
저게 원래 모습인가. 귀나 뿔도 그렇고, 딱 마족처럼 생겼다.
확실한 건 검은 공은 아니네.
라마를 비춰보니… 아무 반응 없다.
얘는 마족이나 마수가 아니라 드래곤이니까.
거울을 갖고 이것저것 확인해보고 있는데 막내 연구원이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저… 혹시 제가 도움 되는 연구를 한 건가요?”
“예. 아주 도움이 됩니다.”
“와아아아!”
“만세!”
“해냈다! 우와아아!”
만족스러운 연구결과 덕분에 내 기분이 풀어졌다고 생각한 건지. 연구원들이 서로 하이파이브하고 좋아하고 난리 났다.
사실 만족스러움 그 이상의 연구이긴 하지.
큰 도움이 되는, 엄청나게 중요한 연구결과다.
특히 지금은.
임시 마왕 마플 놈, 혹시라도 다른 모습을 하고 지구에 숨어들었더라도 단번에 찾아주마.
레오를 채찍질해서 같은 ‘본모습 거울’을 잔뜩 뽑아내 지구 곳곳에 설치해두었다.
겸사겸사 마계랑 라 엘타에도 가져다 두고.
그리고 임시 마왕 마플을 이틀 만에 찾아냈다.
***
“뭐 하는 짓이야!”
뭐 하는 짓이긴. 도망친 마플 잡는 짓이지.
“오랜만이네.”
임시 마왕 마플은 계속 마계 쪽에서 어슬렁대다가 이제 막 퀘스트를 위해 지구 쪽으로 숨어들어온 듯했다.
지구에 막 발을 디뎠는데 여기저기 퍼뜨려놓은 본모습 거울에 걸려서, 마침 그곳을 지키던 영웅 길드 측 플레이어에게 수배당해 끌려왔다.
“오랜만이라니, 당신들 누구야!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오. 모른 척한다 이거지?
그래도 ‘인간’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한 점에서는 칭찬해주마. 생각보다 준비를 조금 해온 모양이야.
그런데 말이지, 이왕 준비할 거면 좀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어야지.
요즘 대한민국에서 나랑 라마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 둘을 눈앞에 두고 당신들 누구냐는 질문이라니.
‘연구소의 이성한이 이런 짓을 해도 되는 거야?’라고 했다면 10점 만점을 줬을 텐데. 저 말실수 하나로 3점 감점됐다.
“당장 풀어줘, 신고할 거야!”
7점짜리가 계속 인간 흉내를 내길래 본모습 거울을 보여주니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이제 내 얼굴 기억하겠어? 오랜만이지?”
“…… 반갑지도 않은 면상 치워라.”
태도 변화가 순식간이네.
“혹시 너, 북쪽 출신 마족이냐?”
“생뚱맞은 질문이군. 나는 서쪽 출신이다.”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건데 역시 아니었구나.
“서쪽 출신의 마족이 왜 엄한 동쪽에 가서 임시 마왕이네 뭐네 하면서 설쳤던 거냐.”
“그건 개인 퀘스트… 아니. 이렇게 끌고 와서 묻고 싶은 게 고작 그건가? 알아내고 싶은 게 많을 텐데.”
당연히 알아내고 싶은 것도 많고 알아내야 할 것도 많다.
근데 그건 내가 할 건 아니고. 전문가한테 맡길 거라서 말이지.
그나저나 마계 퀘스트도 단체 퀘스트만 있는 게 아니라 개인 퀘스트도 따로 있구나.
이 부분은 미리 말 안 해준 태현오랑 레오 털어서 더 알아내면 될 테고.
“일단 얘 데려가서 탈탈 털어봅시다. 원하시는 만큼 연구하세요!”
“예!”
“우와아아아!”
연구원들이 임시 마왕 마플을 끌고 우르르 몰려갔다.
[탈탈 털어주겠다!]검은 공이 그 옆에서 통통 튀며 연구원들을 따라갔다.
솔직히 너는 같이 털리는 쪽이야. 은근슬쩍 연구원 무리 중의 하나인 척하지마.
“마계는 잘 다녀왔어?”
“참 빨리도 물어본다.”
임시 마왕 마플을 직접 연구소까지 끌고 온 태현오가 친한 척 말을 걸어왔다.
“왜 온 거야?”
“오랜만에 성한이 얼굴 보러 왔지.”
“죽고 싶어서 온 거구나.”
태현오가 하하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오늘 마계 플레이어 하나를 더 잡아 오면서 우리 쪽 마계 플레이어가 셋이 됐잖아.”
“그렇지.”
태현오. 레오. 그리고 오늘 잡아 온 임시 마왕 마플까지.
몇 없다는 마플이 셋이나 이쪽에 있다.
한 놈은 오늘 막 끌려왔고 한 놈은 잡혀 온 주제에 원래부터 우리 일행인 척 행동하는 놈이지만.
“마계 플레이어들이 이렇게 셋이나 모인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다. 수적으로 다른 마계 플레이어들에 비해 유리하지.”
마플들은 서로 뭉쳐야 한다, 연합해야 한다 말로만 떠들면서 실천하는 경우가 없다고 레오가 그랬지.
“이어질 마계 퀘스트들도 지구 정착 퀘스트라면 우리 쪽은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그래서?”
“그러니까 아예 퀘스트를 빠르게 진행해버리자.”
“어떻게?”
“오늘 데려온 마계 플레이어의 퀘스트를 완수하면 아주 높은 확률로 다음 퀘스트로 넘어가게 될 거다. 이어지는 퀘스트들은 원래 계획했던 대로 진행을 막아버리는 거지.”
예전에 짜뒀던 계획을 지금이라도 밀어붙여 보자는 거군.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태현오 말대로 이쪽은 마플이 셋이나 있으니까.
“좋아. 일단 임시 마왕 마플한테서 뜯어낼 거 다 뜯어낸 후에 다시 생각해보자.”
어차피 퀘스트는 막혀 있고 뚫리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급할 것도 없지.
“그런데 그거 말해주려고 영웅 길드 마스터님께서 영광스럽게도 직접 행차하신 거냐?”
“아니. 사실 여기 온 이유는 다른 거 때문이야.”
“뭔데.”
“알아낸 게 있거든.”
“우리 형 고유 능력에 관한 거?”
“아니, 너랑 관련된 거.”
< 118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