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123)
평범한 회사원입니다-123화(123/180)
< 123화 >
카페가 부서진 건 내 탓이 아니다.
나는 그냥 숨기는 게 많은 마플들을 챙겨서 형이랑 마주칠 일 없는 먼 곳 어딘가로 데려가려고 했을 뿐인데.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격한 남자 마플이 잘못한 거다.
생각보다 공격이 강력해서 나도 모르게 과잉방어를 해버렸단 말이지.
저 마플들이 놀랄 만큼 강했다는 의미는 아니고.
아무래도 나를 공격한 힘은 아티팩트나 플레이어 아이템의 능력이었던 거 같다.
못 막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카페 벽이 산산조각이 났지.
뭐. 마플들이 산산조각 난 게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물어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지금 조각나면 곤란하거든.
의식을 잃은 남자 마플을 두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금발 마플에게 다가갔다.
“오해하지 마. 나는 너희를 사지 멀쩡하게 데려갈 생각이니까.”
“……사, 사지만 멀쩡한 거 같은데.”
그야 맞은 부위가 몸통이니까 그렇지.
그래도 죽을 정도는 아니라고.
“이, 일단 이성현 님부터 풀어드리…”
“아냐, 됐어. 놔둬.”
“으응…?”
라마도 드래곤씩이나 되어서 말이야. 힘 좀 잃었다고 해도 그 정도는 깨부수고 나올 수 있어야지.
이게 뭐야. 그렇게 간단하게 잡혀버리고.
안에서 고생 좀 해봐라.
자력으로 못 나오면 느긋하게 천천히 꺼내줄 거야.
“라마를 가둔 저거는 아이템인가?”
“아, 아이템 맞아!”
금발 마플이 잽싸게 답했다.
이성현이라고 생각되는 남자를 왜 라마라고 부른 건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물어보지도 못하고 참고 있는 거 같네.
형이랑 똑같은 얼굴을 한 펫 드래곤의 이름이 라마라는 건 모르고 있는 건가?
조사를 하다 말았네.
“그 누구든. 가령 신이라도! 가둬놓고 무력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야.”
아까 그런 식으로 말한 걸 얼핏 듣기는 했다.
“내부에서 강한 충격을 주면 깨지지만. 마력이나 스킬, 마법을 전부 사용 못 하게 되니까 깨는 건 불가능해.”
순수한 힘은 봉인되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깰 수 있을 거 같은데.
물론 깰 수 있는 건 내 기준이고. 저 정도 아이템이라면 어지간한 플레이어와 붙어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다.
밸런스 붕괴 아닌가?
저런 걸 개인이 갖고 있어도 돼?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니, 묻지도 않았는데 금발 마플 쪽에서 먼저 손을 내저으며 변명을 했다.
“사용 횟수가 1회로 제한되어 있어. 두 번 다시 구할 수 있는 아이템도 아니고.”
그렇군.
그런 귀한 아이템을 우리 형한테 쓰려고 했단 말이야?
이 마플들, 그 누구보다 퀘스트에 진심이잖아?
“그래서 가둬놓고 어떻게 하려고 했는데.”
“그게… 퀘스트를 하는 데 도움을 청하려고… 무력으로 깰 수 있는 퀘스트가 아니어서…”
금발 마플은 잠시 눈치를 보더니 더 이상의 설명 없이 입을 다물어버렸다.
털어놓게 할 방법은 충분히 있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나중에 전문가들이 정보란 정보를 다 알아서 빼놓을 테니까. 나는 그 후에 정리된 문서로 훑어보기만 하면 된다.
어차피 내가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른 것도 없을 거 같기도 하고.
“이성현의 협조는 어떻게 받아내려고 한 건데? 저 구는 일회용이라며.”
넣었다 뺐다 반복하며 괴롭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을 듣지 않으면 다시 넣어버리겠다는 거짓말로 협박하려고 한 건가?
별로 잘 먹힐 것 같은 방법은 아닌데…
“그게… 꺼내주는 조건으로 복종의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려고 했어.”
복종의 계약서?
“그건 또 뭐야.”
“노예 계약서 같은 건데 결코 거스를 수 없는… 아이템이야!”
“내놔.”
“…뭐?”
“내놓으라고.”
“안 되는데…”
“아니, 잘 생각해봐. 아마 될 거야.”
환하게 미소를 지어주니 금발 마플은 울상을 지으며 계약서 한 장을 내밀었다.
아이템이라면 설명창도 볼 수 있겠군.
물론 나는 볼 수 없겠지만.
내 인생에 시스템 창이라고는 ‘마왕이 됐습니다, 축하합니다.’ 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시스템 창을 보지 않아도 이게 흔한 물건이 아니라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건 또 어디서 난 거람.
저 이상한 구도 그렇고. 복종의 계약서도 그렇고.
범상치 않은 물건들인데.
신의 보물창고라도 턴 거야, 뭐야?
“그것들은… 퀘스트 아이템이야.”
“퀘스트? 마계 퀘스트 아이템이라고?”
마계 퀘스트는 보상으로 이런 좋은 걸 준단 말이야?
지구 플레이어들은 별것도 아닌 포션 한두 개 받아도 좋다고 브레이크 댄스를 추던데.
대충 아무 무기나 만들어 팔아도 이런 건 퀘스트를 깨도 구할 수 없다며 칭송하던데.
지구 퀘스트는 포션, 무기 이하의 보상만 던져주면서 마계 퀘스트는 이런 걸 퍼주고 있었다고?
차별 아냐?
“이 정도 보상을 독식할 정도라면. 마계 퀘스트를 선두로 달리고 있었던 건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금발 마플이 쓰러져있는 남자 마플을 흘긋 쳐다봤다.
아까부터 정보를 뱉을 때나 계약서를 빼앗겼을 때. 계속 남자 쪽 눈치를 보던데.
계속 금발 쪽이 행동을 주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 리더는 저쪽인가.
마족씩이나 되어서 왜 이렇게 정보를 술술 부나 싶었는데, 남자 마플도 한방에 잿더미가 될 뻔한 걸 눈앞에서 봤으니.
발버둥 쳐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순순히 답하기로 한 건가 보네.
아주 멋진 판단이다.
“이건…… 개인 퀘스트를…”
“개인 퀘스트?”
개인 퀘스트가 별도로 있다는 건 이미 들어 알고 있다.
라 엘타의 서브 퀘스트 같은 개념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지만…
절대로 이렇게 좋은 아이템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는 그런 게 아닐 텐데.
게다가, 마계에서는 라 엘타와 달리 퀘스트를 주는 NPC가 따로 없어서 특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만 개인 퀘스트를 받는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특정 조건이 뭔지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조건 충족이 까다로운 편이라 개인 퀘스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적다고 했는데.
“어디서 거짓말이야.”
“거짓말 아냐!”
“개인 퀘스트를 해서 저런 아이템을 받는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어.”
남자 마플이 나를 공격했을 때 쓴 능력. 그것도 분명 아이템이었겠지.
게임으로 치면 신화나 전설 등급 수준의 아이템인 거잖아.
그게 개인한테 한 개도 아니고 세 개씩이나 있다는 게 말이나 돼?
고작 이 정도 계획에 사용할 정도라면 아마 여분으로 몇 개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들은 내가 나중에 받아다가 감사히 쓰겠지만.
그거랑 별개로 한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아이템이 몰려있다니, 이게 게임이었다면 진작 버그 리포트 수백 개 접수됐을 거라고.
“진짜 거짓말 아니야, 이건 시젠이 준 퀘스트… 흡!”
금발 마플이 황급하게 입을 막았지만 이미 다 들었다.
“시젠? 혹시 여기 이 마족? 이 마족이 퀘스트를 줬다고?”
남자 마족을 가리키며 물으니 금발 마플은 못 들은 척 천장을 바라봤다.
그런 이상한 행동 하는 쪽이 오히려 맞다고 시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걸 모르는 건가.
어떻게 마족이 퀘스트를 줘?
사실 마족이 아니라 라 엘타 주민인가? 확실하게 마기가 느껴지는 걸 보니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어쩔 수 없지. 깨워서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깨우… 깨울 거야?”
“그럼, 깨워야지. 손가락 하나씩 부러뜨리다 보면 열 개 다 부러지기 전엔 일어나겠지?”
“헉!”
그건 싫지? 싫을 거야. 그러니까 그 전에 네가 말해.
“잠까안! 말할게, 내가 말한다고!”
진짜로 남자 마플을 데려와서 손을 붙잡는 척을 하니 금발 마플이 항복선언을 했다.
나도 딱히 기절한 마족 손가락 부러뜨리는 취미는 없어서 바로 놓아줬다.
“이쪽은…… 시젠은 마계 NPC야.”
“…예?”
마계 뭐?
플레이어가 아니라 NPC라고?
마계 NPC는 없다고 들었는데. 사실은 없었던 게 아니라 태현오나 레오가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던 건가?
뜬금없지만 마족 입에서 NPC라는 단어가 나오니까 마계어로는 뭐라고 부르는지 정말 궁금하다.
통역 마법이 마계어를 내가 이해하는 단어로 자동 번역 하는 것뿐이지, 실제로는 NPC 같은 게임용어가 아닌 다른 단어일 테니까.
통역 마법을 해제하고 들어도 마계어를 전혀 할 수 없으니 소용없겠지만.
하여튼 여기서 중요한 건 통역 마법이 NPC를 NPC로 번역했다는 게 아니라.
“마계 NPC가 있다고…?”
“아. NPC가 뭔지 모르나? 우리 플레이어에게 퀘스트를 줄 수 있는 이들이야. 근데 나도 시젠 말고 다른 마계 NPC를 본 적은 없어.”
NPC가 뭔지는 정말 잘 알아.
사실 나도 NPC거든. 지구인이면서 라 엘타 쪽이지만.
“NPC는 임의로 퀘스트를 만들어 줄 수 있고, 보상까지도 어느 정도 선에서 지정할 수 있어.”
이것도 라 엘타 NPC와 다를 바 없네.
실제로 내가 활용했던 방법이기도 하고.
그런데 내가 했던 건 소유하고 있던 아이템을 퀘스트 내용에 비해 과하게 퍼준 게 전부였지.
갖고 있지도 않은, 저렇게 온 우주를 통틀어 몇 개 겨우 있을 법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하는 건 불가능……한가?
과연? 시도도 안 해봤는데 단언할 수 있는 건가?
“저 아이템들은 시젠인가 뭔가 하는 저 마족 놈이 원래 갖고 있었던 건가?”
“시젠은 마족 놈이 아니야!”
그러면 인간 놈이냐?
“그리고 시젠이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야.”
설마 진짜로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 아이템을 보상으로 임의 지정해서 저런 말도 안 되는 등급의 아이템을 뽑아내는 게 가능하단 말이야?
진짜로? 정말로?
이건 라 엘타 가서 직접 확인해봐야겠다.
그게 가능하다면 눈감고 우주정복도 하겠는데? 귀찮으니까 안 할거지만.
그래도 궁금하니까 한 번 정도 시도는 해봐야지.
특정 조건이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저 시젠이라는 놈한테서 정보를 털어서…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시젠이라고 무제한으로 아이템을 뽑아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금발 마플이 마음만 급했는지 내 팔을 잡았다.
“헉!”
잡힌 건 나고, 잡은 건 저쪽인데 왜 잡아놓고 혼자 놀래? 잡힌 사람 무안하게.
“제한이 있든 없든 도움이 된다면 이용해야지. 어떻게 마계에서 그렇게 드물다는 NPC가 된 건지. 이런 희귀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지정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그리고…”
“내가 알려줄게!”
이 마플은 왜 이렇게 여유가 없는 거지.
저 마족이랑 연인 사이인가?
두 마족의 관계에 대해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금발 마플이 큰 결심을 한 듯 진지한 표정으로 외쳤다.
“시젠은, 예전에 지구에 소환됐었던 적이 있어!”
“뭐?”
잠깐만.
“그리고 돌아온 후에 NPC가 되어서 그런 능력을 갖게 된 거라고!”
“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인데 말입니다.
설마 저거, 나랑 같은 방식으로 NPC가 된 거야?
아니, 그러면 지구 NPC가 되어야지 왜 마계 NPC가 된 건데. 대체 이거 원리가 뭐야?
아니, 아니지.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 시젠이라는 놈 말이야.”
여전히 의식 없이 쓰러져 있는 마족을 가리키며 물었다.
“혹시 지구에 아들이 있다는 말 한 적 없어?”
“뭐어?”
금발 마플의 얼굴이 종이처럼 와작, 구겨졌다.
< 123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