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124)
평범한 회사원입니다-124화(124/180)
< 124화 >
“그런 말은 들은 적 없어.”
금발 마플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 깜짝 놀랐네.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내 능력의 비밀과 함께 더 뜬금없는 태현오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 줄 알았잖아.
물론 금발 마플이 아니라고 한 말만 듣고 백 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 너한테 말을 안 한 걸 수도 있지.”
“아니야, 시젠은 아들 같은 거 없어.”
“아니면 연인이었던 인간 여자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걸 수도 있으니까.”
“시젠은 인간 연인 같은 것도 없었어.”
“그래, 그래. 너한테는 그 모든 걸 비밀로 하고 싶었겠지.”
“아니라고!”
마플 놀리기는 그만하고, 구가 된 라마와 마족들을 챙겨 카페를 나왔다.
너덜너덜해진 카페 공사를 위해 사람들까지 불렀으니 일단은 할 일 끝.
미리 알아보고 연락해둔 덕에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전문가들이 바로 달려와서 공사를 시작했다.
설명까지 해뒀는데도 카페를 보고 기겁을 했지만.
기겁할 만하긴 했다. 외관은 멀쩡한데 들어간 순간 폐가나 다름없는 꼴을 하고 있으니까.
이미 설명을 듣고 동의까지 한 카페 사장이 봤다면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질 정도?
뭐, 전문가들이니까 알아서 잘해주시겠지.
공사 완료 예상 날짜까지 받아, 카페 주인에게 연락을 넣어두고 연구소로 돌아갔다.
물론 마족들을 연구소로 데려갈 수는 없으니 라마만 들고.
“다녀왔어?”
태현오 놈이 왜 여기 있어.
누가 영웅 길드에서 제일 한가한 놈 아니랄까 봐 남의 회사에 와서 죽치고 있는 거 봐라.
“손에 든 건 뭐야?”
“태현오. 혹시 너희 아버지 이름이 시젠이냐?”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맞아, 아니야?”
“아니야.”
진짜 아닌가.
“이번에 만난 마족이 지구에 소환된 적이 있다고 그랬는데. 진짜 네 아버지 아니야? 그냥 이름이랑 얼굴을 모르는 게 아니라?”
“내 아버지 되시는 마족 분께서는 이미 사망한 지 오래다.”
“그래? 그러면 지구로 소환됐다는 이 마족은 뭐지. 마족이 지구로 오는 게 생각보다 흔한가?”
[그건, 아마도 그 마족이 악마 타입이어서 그런 거야!]구석에서 우리의 대화를 훔쳐 듣던 마플 레오가 통통거리며 튀어나와 끼어들었다.
“악마 타입? 너처럼?”
[응, 나처럼.]“너도 소환된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놓은 통로를 따라서 걸어 들어온 거잖아.”
[조금 달라. 그 악마형 마족은 말 그대로 악마 소환을 통해서 지구에 오게 된 걸 거야.]악마 소환?
“소원을 이뤄달라고 피로 마법진 비슷한 거 그려 넣고 ‘악마야, 와서 나랑 계약해라!’ 하는 그거?”
[그래! 흑마법의 일종이지.]오컬트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실제로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사람도 있다고 듣긴 했다.
근데 라 엘타에서나 흑마법이지. 지구에서는 그냥 미신이잖아.
그런 게 통한단 말이야?
[대부분 실패하겠지! 그중에 운이 좋아서 정확한 의식을 한 인간이 있다면… 지구에 악마가 소환되는 거야.]그 많고 많은 미신 중에 ‘일반인도 할 수 있는 기초 흑마법!’같은 게 몇 개 섞여 있다는 거구나.
하다 하다 일반인한테 소환되는 악마까지 다 만나네.
“지구에서 악마를 부르면 지구 악마가 소환되어야지 왜 라 엘타 악마가 소환되는 건데?”
[지구에는 마족 같은 게 없어서? 가까운 이웃인 라 엘타에서 소환된 게 아닐까.]가까운 이웃 같은 소리 하네.
일단은 NPC 마족은 태현오라는 관계없는 마족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싶다.
괜히 헛짓했네. 지구에 들락날락하는 마족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지.
“레오, 너. 시젠이라는 악마형 마족하고는 아는 사이냐?”
[나라고 모든 악마형 마족을 다 아는 건 아닌데.]“그놈들이 네 모습을 한 인간 레오를 보고 아는 척을 했다는데.”
[그러면 나를 아는 애들일지도 모르겠네!]애들?
“일단 지금은 격리해뒀으니까 나중에 한번 보러 가자.”
[그러든가 말든가.]“아는 사이일지도 모른다는데 보고 싶지 않아?”
[내가 왜? 여기가 더 재미있는데!]검은 공이 통통 튀어 연구원들 틈으로 합류했다.
마플 레오, 저거. 여기 사는 게 그렇게 즐겁다면 집세를 내라.
연구소 7층에서 뒹굴고 먹고 마시며 지구에서 제일 즐거운 악마로 사는 비용을 내.
마플 레오가 멀어지자 태현오가 말을 걸어왔다.
“새로 찾아낸 마족들은 플레이어였나?”
“한 놈만. 다른 한 놈은 그냥 마족이래.”
“지금은 어디에 있는데?”
“이 근처로 데려오면 형이랑 계약될까 봐 멀리 보내놨어.”
지구 반대편으로.
“라코프 쪽에 협력 요청을 해뒀지.”
“미국 라코프? 그쪽에서 순순히 협력해준대?”
“사실은 협력 요청이 아니라. 마족 한번 연구해보고 싶지 않냐고 살살 꼬셨지.”
라코프에서 받아온 USB를 꺼내 보여줬다.
“그쪽에서 몰래 연구하던 자료들까지 뜯어왔는데?”
이쪽에서 아쉬운 소리를 할 이유가 뭐가 있담. 무려! 마족을 둘씩이나 들고 찾아갔는데.
도움이 필요하니 도와달라고 눈치 보면서 부탁하는 건 하수나 하는 거고.
‘이런 기회를 줄 건데 받아갈래? 너네 아니어도 제안 받아들일 나라는 많아.’ 같은 식으로 세게 나가면 저쪽에서 먼저 매달려 온다 이거야.
마족들을 아예 라코프에 넘긴 게 아니니까 이쪽 손해는 전혀 없고.
마족들을 연구한 결과물도 받아보기로 한데다가.
라코프에 있는 라 엘타와 플레이어에 관한 연구 자료까지 대부분 받아왔지.
이제 그쪽은 더는 털어낼 게 없을 정도로 탈탈 털어왔다.
“완벽하게 뜯어냈구나.”
“당연하지.”
그쪽에선 우리 연구원들과는 달리 인권이 어쩌고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이 어쩌고 하는 연구원들이 한둘 정도는 있기는 했는데.
어째 금발 마플이 먼저 나서서 외쳤다.
‘이건 저희가 지원한 거예요! 꼭 저희를 연구해주세요. 그리고 저희는 인간이 아니라서 인권이 없어욧!’
라고.
생각보다 눈치가 빨라.
라코프에서 거절당해서 우리 연구소로 왔다가는 강아지 앞에 놓인 개껌처럼 씹히고 뜯길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거다.
물론 우리 연구원들이 고문한다거나 진짜로 해부를 한다거나. 몸에 해로운 짓을 하지는 않는다.
대신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뿐.
아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거든.
뿔을 내놓으라며 쫓아오는 데 좋다고 맞장구쳐주는 마족이 어디 있겠냐.
마플 레오, 저거처럼 그 모든 관심을 즐기는 경우에는 예외지만.
“레오 님! 연구합시다!”
[얏호, 오늘은 뭐냐!]“일단 피부터 뽑고! 덤으로 그 꼬리도 뽑아봐도 괜찮을까요!”
[안 돼, 꼬리는 다시 안 자란단 말이야.]“꼬리는 안 자라는구나! 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쇼를 한다.
원래 미친놈들 사이에 낀 미친놈은 행복하다고. 마플 레오놈. 연구원들 사이에 껴 있으니까 정말 행복해 보인다.
아, 그렇다고 우리 연구원들이 미쳤다는 건 아니고.
그냥…… 연구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아무튼, 그래서 금발 마플과 NPC 마족은 일주일간 라코프에 머물 예정이다.
그 후에 자료를 받아서 이쪽으로 넘어오면 NPC에 대한 걸 좀 더 상세하게 알아보려고 하는데…
그러니까 일주일 내로 형의 강제 계약 건을 조사해서 그 둘과 계약되는 건 막아야겠지.
일단 연구원들한테 연구에 도움 될만한 거나 던져주자.
“연구원 여러분, 오늘은 선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연구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아직도 더 받을 게 남아있단 말씀입니까?”
“이번엔 또 어떤 것을 가져오셨나요?”
“보여주세요!”
“빨리 주세요, 부장님!”
와글와글 떠드는 연구원들에게 잘 보이도록 USB를 높게 꺼내 들었다.
늘 몬스터의 사체나 마족의 뿔같이, 딱 봐도 대단한 연구 재료처럼 보이는 걸 들고 왔던 내가.
누가 봐도 USB로밖에 안 보이는 걸 내밀자 연구원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고 눈알만 굴려댔다.
“그동안 라코프에서 연구한 연구 자료입니다!”
“어… 감사하긴 하지만… 저희가 지난번에 라코프에 방문했을 때 어느 정도의 연구 자료는 벌써 공유를……”
“그때도 공개된 적 없는 극비자료들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 와아아아!”
“우와아아!”
[이얏호!]“와아아아아!”
중간에 이상한 게 하나 껴 있는 거 같은데.
하여튼 연구원들은 좋아 날뛰며 USB를 받아들고는 빨리 연구해야 한다고 흩어졌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너도 이 상황을 상당히 즐기고 있구나.”
“시끄러워. 방해하지 말고 집에나 가.”
“이거 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태현오가 품에서 서류 파일을 꺼내 넘겨줬다.
“이게 뭐야. 신문 기사?”
그것도 꽤 시간이 지난 기사인데.
갑자기 이런 걸 왜 줘. 그것도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신문을.
기사의 내용은 단순했다.
미국의 한 플레이어가 자신에게 히든 스킬이 있는데 해금 방법이 1억 달러를 펑펑 쓰는 거라고 우기며.
국가에서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이 이야기, 전에도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기분이 드는데.
“이 플레이어의 요청 건은 기각됐다.”
“얘가 말하는 히든 스킬이라는 게 고유능력인가?”
“그렇겠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당연하다. 고유 능력은 본인이 알아내고 싶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우연히 조건이 충족하면 발동하는 거니까.
고유 능력을 쓰고도 스킬창이 따로 나오지 않으니 고유 능력을 쓴지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겠지.
형이나 태현오처럼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걸.
“그런데 이게 뭐.”
“이 남자의 사건 덕분에 히든 스킬, 즉 고유 능력이라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퍼졌어. 물론 대부분은 루머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내용이다 싶더라니.
이 루머에 대해 라엘타닷컴에서 말하는 걸 본 적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플레이어는 유명해졌지만, 그 후에 한 인터뷰를 읽은 사람은 거의 없다.”
태현오가 자료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를 꺼내 보여줬다.
(히든 스킬이라는 게 있다면 왜 여태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름 그대로 히든 스킬입니다. 감춰져 있죠. 조건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게 히든 스킬입니다.
(말에 모순이 있다는 건 알고 계신가요?
조건을 달성하기 전에는 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빌리 씨는 조건 달성이 1억 달러를 사용하는 것이라 말씀하셨고, 그것을 위해 지원을 요청하고 있죠.
조건을 달성한 적이 없는데 해금 법을 알아냈다고 하신 부분은 어떻게 해명하시겠습니까?)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저의 친한 친구의 스킬이 히든 스킬의 내용과 조건을 상태창으로 구현할 수 있는 스킬이기 때문입니다.
히든 스킬, 즉 고유 능력을 상태창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설마…!”
“네가 생각하는 게 맞아. 그 인터뷰 직후, 국가에서는 구현된 상태창을 증명하면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어.”
“하지만 상태창을 백번 내밀어봤자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증거가 될 수 없었겠지.”
“맞아. 그 이후에는 루머만 남고 묻힌 사건이지만, 우리에겐 상당히 도움이 될 거 같은데?”
도움? 이건 도움 수준이 아니잖아.
이 사람을 찾아가서 그 상태창만 확인하면 정말 고유 능력 상태창을 뽑아낼 수 있는 건지. 그냥 루머는 루머일 뿐인지 알 수 있어.
나는 타인의 상태창을 볼 수 있으니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그 친한 친구라는 사람을 찾아가서…
“형의 고유 능력 상세 정보를 알아낼 수 있겠네.”
“그래.”
태현오가 씨익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네 능력도 확인해 볼 수 있지.”
< 124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