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125)
평범한 회사원입니다-125화(125/180)
< 125화 >
히든 스킬 1억 달러의 주인공인 빌리 데이비스.
그의 연락처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태현오가 들고 온 서류 파일에 같이 들어있었으니까.
정확한 주소를 파악하고 방문 의사를 밝히기 위해 당장 전화를 걸었다.
[누굽니까.]“안녕하세요. 대한민국의 연구소에서 연락드립니다.”
[연구소오? 연구소라고! 이런 ^$%&를 &%$#해서 #$&$*#@ 할 *** ****!]빌리는 마음속에 분노를 가득 담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설마 연구소가 뭔지 모르나?
그럴 수도 있지. 영웅 길드와는 달리 해외까지 널리 알려진 것도 아니니까.
미국이나 유럽 같은 곳에서 나와 관련된 뉴스가 나갈 때, 연구소 소속이 아닌 영웅 길드 소속으로 보도되곤 했다.
한번은 정정 요청을 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었지.
‘예? 연구소요? 이성한 님은 플레이어이신 줄 알았는데 연구원이셨나요?’
그 사람들은 ‘연구소’가 고유명사인지도 모르고 있는 거다.
그러게 왜 기관 이름을 연구소 같은 거로 지은 거야.
아들한테 아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고양이 이름을 고양이라고 하는 거랑 뭐가 달라!
그 후로 해외에서 내가 영웅 길드 소속이라고 생각하든 말든 그냥 내버려 두었다.
연구소 소속이라고 백날 외치고 다니는 한국에서도 나를 영웅 길드 소속으로 아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오해하지 마세요, 빌리 씨. 저는 국가를 상대로 1억 달러를 내놓으라고 진상을 부린 당신의 뇌 구조를 연구해보고 싶다고 연락한 연구원이 아니니까요.”
애초에 연구원도 아니고.
“저희는 빌리 씨에게 히든 스킬이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제야 신랄하게 쏟아지던 욕설이 멈췄다.
[미, 믿는다고…?]“네. 저희 쪽에서 그 히든 스킬로 추정되는 걸 충족시킨 사람이 있어서요.”
[뭣! 그걸 달성했다고!]그는 한참을 혼자 중얼거리다가 정신을 차렸는지 욕이 섞이지 않은 인사를 건네왔다.
[정말 미안합니다. 그때 이후로 별 이상한 전화가 많이 와서… 전화번호를 세 번 바꿨는데도 끊임없이 계속, 계속, 계속…… 아무튼. 욕은 죄송하네요.]별말씀을. 사실 한국의 온갖 다채롭고 색다른 욕에 비하면 별로 타격감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는 걸.
[그런데 정말… 제가 한 말을 믿어주시는 겁니까? 그, 히든 스킬을 달성했다는 게… 정말입니까?]“예. 정말입니다. 정말이고 말고요.”
그 후로도 ‘정말’을 백만 번쯤 섞어서 질문해대는 빌리를 설득하고 어르고 달래야 했다.
중간부터는 귀찮아져서 그냥 태현오에게 토스해버렸지만.
그 사건 후로 얼마나 시달렸으면 저럴까.
전에 무슨 이상한 단체에서 믿는다며 찾아가서는 이상한 실험을 하려고 했다는데.
보통 그런 경험이 있으면 믿는다는 말에도 경계심을 가질법한데 저렇게나 좋아하다니.
거짓말쟁이 취급당하는 게 어지간히 답답했나 보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태현오가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자 다가가 물었다.
“뭐래? 언제 만나기로 했어.”
“내일. 빌리 씨는 다음 주에 보자고 했는데, 네가 기다리기 싫어할 거 같아서.”
“아주 잘했어.”
기다리기 싫은 것도 있지만, 이 문제를 일주일 안에 해결해야 하는데 어떻게 다음 주까지 기다리냐.
우선 내일 그 남자를 만나면 상태창부터 확인을 하고.
남자의 말이 맞다면 친구라는 사람을 찾아가 내 상태창도 구현해 달라고 해야지.
빌리의 말은 사실이지만 친구 이야기는 거짓일 수도 있으니까 확인은 필수다. 그냥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아무 말이나 지어낸 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빌리의 말이 전부 사실이고, 내 상태창 구현까지 성공한다면.
바로 한국으로 데려와 형의 고유 능력 상세 내용도 알아볼 수 있어.
드디어 일이 좀 해결되려고 하네.
***
그리고 다음 날, 미국 플로리다 주.
빌리 데이비스를 찾아 여기까지 왔다.
물론 라마와 함께.
“나는 대체 왜 데리고 다니는 건가.”
“덩치가 바쁘니까.”
“제발 혼자 좀 다녀라.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너는 드래곤이잖아.”
“드래곤은 더더욱 귀찮게 해서는 안 된다.”
투덜거리는 라마를 끌고 빌리의 주소로 찾아갔다.
빌리는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래도 플레이어 아닌가? 왜 이러고 살아.
제대로 찾아온 건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해 전화를 걸어보려는 순간, 폐가에서 빌리로 추정되는 남자가 걸어 나왔다.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들 맞습니까? 빌리 데이비스입니다.”
맞게 찾아오긴 했나 보네.
괜히 우리 곤란하게 하려고 엉뚱한 주소를 준 거라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려고 했는데. 수고를 덜어서 다행이다.
“네, 이성한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라마고요.”
“라리오스 마커스다.”
아무도 기억 못 하는 풀네임을 소개하는 라마를 무시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플레이어신데 왜 이런 집에서 사는 건가요?”
“그게… 히든 스킬 조건인 1억 달러를 채우려고 돈이 생기는 족족 다 써버려서…”
돈을 쓰는 게 조건이면 집이나 차 같은 걸 사서 팔고, 다시 사서 되파는 걸 반복하면 되잖아.
물론 손해는 있겠지만 1억 달러, 한화로 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마구잡이로 써대는 것보단 나을 거 같은데.
대체 그 많은 돈을 다 어디에 썼길래 집이 이 꼴이야.
“돈을 벌기도 쉽지 않았죠.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혀서 받아주는 길드도 없고…”
“세상에 길드가 그렇게 많은데 한 군데도 받아주지 않을 리가 있나요.”
“정정하죠. 저를 받아준다는 ‘정상적인’ 길드도 없었습니다.”
그건 인정.
“일도 들어오지 않아서. 그냥 입에 풀칠하고 사는 정도로 살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플레이어라.
한국에서는 플레이어의 프리랜서 활동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데.
미국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을 보니 썩 나아 보이지는 않는다.
뭐, 땅이 넓은 만큼 길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도 많겠지.
그것들만 잡고 다녀도 이 사람보다는 살만하진 않을까?
적어도 이런 폐가에서 살 필요는 없을 거다.
“잠깐 기다리시면 차를…”
“상태창 보여주세요.”
차를 내오겠다며 일어나려던 빌리가 바로 다시 앉았다.
서론도 없이 다짜고짜 상태창이나 보여주고 헤어지자는 식의 말투에 당황한 듯했지만.
본론부터 들어가는 게 왜, 어때서.
너도나도 바쁜 세상인데 빠르게 일 처리하고 갈 길 가자고.
“그 전에, 우선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그냥 상태창만 보여줘도 되는데요.”
“저는 평범하게 각성해서 평범하게 활동하는 플레이어였습니다.”
아. 이 사람도 자기 말만 하고 듣는 건 거부하는 성격이야.
그래, 뭐. 일단 들어나 보자.
“소속된 길드도 있었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모두 그렇듯 저 잘난 맛에 살고 있었죠. 그러다가 만난 게 같은 길드 소속이었던 친구입니다.”
“상태창 구현을 해줬다는 그 친구인가요?”
“네. 에밀리 포레스트라는 그 친구가 자신의 능력을 밝히며 그 능력을 제게 써보겠다고 하더군요.”
그게 고유 능력의 상태창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는 거지.
“다만 능력을 사용하려면 고위 몬스터의 피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했죠. 보통이라면 무시하고 넘어갔을 텐데…”
“그 친구분을 좋아하기라도 했나요?”
“……퓨후우우우…”
빌리는 대답 없이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한숨은 왜 쉬어. 그렇게 해서 고유 능력 달성조건을 알아냈으니 결론적으로는 잘 됐지.
아니지. 그 고유 능력 때문에 거지꼴이 됐으니 결과적으로 망한 건가.
“그동안 모아뒀던 돈으로 몬스터의 피를 구해다 줬습니다. 몬스터의 급이 높고 피의 양이 많을수록. 다양한 종류의 피가 섞이지 않을수록 더 정확한 상태창을 뽑아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즉, 상위 개체 한 마리의 피를 대량으로 뽑아내는 게 가장 효과가 좋다는 거군.
라마 쪽을 봤다.
“나는 왜 쳐다보나.”
“아니, 오늘따라 이뻐 보여서.”
혈액 제공 예정 몬스터가 당장이라도 토할 거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량의 몬스터 피를 구하기는 했지만, 아주 상위 몬스터도 아니었고. 다양한 몬스터의 피가 섞여 있어서 자세한 건 알아낼 수 없었죠.”
“그래서 달성조건 외에 알아낸 게 없는 건가요?”
“달성만 하면 강력한 파괴력을 갖게 될 거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강력한 파괴력이라.
“알겠으니 이제 상태창을 보여주세요.”
“1억 달러 지원 요청을 했을 때도 상태창을 보여달라는 말만 3천 번 정도 들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여줘도 전혀 소용없었죠…”
당연하지. 상태창을 삼천 번 보여줘 봤자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저는 거짓말쟁이로 낙인이 찍혀 길드에서도 쫓겨나고 일거리도…”
“네. 저는 다른 사람의 상태창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어서 보여주세요.”
“뭣!”
혼자 궁상떨던 빌리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지만. 일단 상태창을 소환해 보여주기는 했다.
[빌리 데이비스의 고유 능력]조건 달성 시 강력한 파괴력을 갖게 된다.
조건: 1억 달러를 사용하라
달성도: 46,894,520 / 100,000,000
진짜구나.
이 사람이 미친 거처럼 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고유 능력에 관한 말은 사실이었어.
“정말 심플 그 자체네요.”
“말했듯이, 몬스터 피 때문에 정확한 상태창은 아니라고 하… 뭐? 정말 보인단 말이야?”
속고만 살았나.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달성하셨네요.”
“이제 겨우 반 왔어… 나머지 반만 달성하면… 나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파괴력으로… 세상의 중점에 서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어.”
빌리가 미친놈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근데 이걸 어쩌나.
그냥 강력하다고 했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말도 없고.
저거 아마도. 일회용일걸.
아니면 저게 기본 달성조건이고 달성 후에 고유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추가적인 조건이 있거나.
물론 또 충격에 휩싸여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들까 봐 말해주진 않았다.
“그 에밀리라는 사람 좀 만나게 해주세요.”
“……그게 목적인 줄 알고 있었지.”
그럼 설마 당신 이야기를 듣고 감명받아서 1억 달러 주러 여기까지 찾아왔겠냐.
“에밀리를 찾는다는 건. 정말로 나를 믿는다는 거겠지. 나를 믿지 않는다면 그녀를 찾을 이유조차 없을 테니까. 나처럼 히든 스킬 달성조건을 확인하려고 온 게 분명해…”
또, 또 혼자 중얼거린다.
“에밀리도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관심을 갖더라고요.”
빌리는 한참을 중얼거리다 우리를 에밀리에게 안내했다.
에밀리라는 사람은 차를 타고 2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었다.
출발할 때 미리 연락을 넣어둔 건지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놀라지 않고 맞아주었다.
“들으셨겠지만 제 스킬에는 대량의 몬스터 피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빌리처럼 자기 할 말만 수십 분 동안 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달려갈 줄 아는 사람이었다.
다행이다.
“고위 몬스터 한 마리의 피 대량이면 되겠죠?”
“그게 가능하다면 그 무엇보다 완벽하죠.”
“좋습니다. 라마.”
“왜… 왜 부르나. 서, 설마.”
불길함을 눈치채고 뒷걸음질 치는 라마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팔 걷어. 피 뽑자.”
그날, 플로리다의 어느 마을에는 드래곤의 비명이 울려 퍼졌고.
라마는 피를 왕창 뽑혔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내 고유 능력이란 놈의 상태창을 볼 수 있었다.
< 125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