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128)
평범한 회사원입니다-128화(128/180)
< 128화 >
형의 상태창이 떠오른 순간.
갑작스러운 폭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쿠와아아아!]라마나 묵이보다도 큰 대형 몬스터의 앞발이 영웅 길드 건물을 가격했고. 그대로 건물이 조각조각 파편이 되어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치 저 위의 누군가가 형의 상태창을 읽는 걸 방해하는 것처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평화 그 자체라고 해야 할까.
무슨 일인지 상황파악 못 하고 당황한 형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평온해도 괜찮은 것인가 의심될 정도로 완벽하게 평화로웠다.
이거, 빌리와 에밀리를 찾아내고 우리 셋의 능력을 확인하는 것까지.
너무 순조로운 거 아니야?
이쯤 되면 뭔가 사건 같은 게 하나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데.
[이성현의 고유 능력]형의 고유 능력 상태창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길었다’.
태현오 상태창보다 더 길잖아?
뭔 놈의 상태창이 글자로 빽빽하게 가득 차 있는 건데.
고작 몇 단어로 구성된 내 상태창아, 반성해라.
“어디 보자.”
[마기 친화력이 탁월하며, 마족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여기까지는 알고 있는 사실이고.
계약된 마족이 계약자를 공격하거나 계약자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면 고통을… 이건 아는 내용이니까 패스.
이것도 태현오가 설명해준 거 그대로네? 이것도 패스.
이 부분은 뭔 쓸모도 없는 설명까지 세세하게 적혀 있어? 얘도 패스.
[마족과 상호 동의 시 계약을 맺을 수 있으며…]상호 동의 같은 거 한 적 없다는데 말이죠.
누구는 인사만 했는데 계약이 됐다는데.
요즘은 ‘안녕’이 ‘나는 너와 계약을 맺을 것이며, 평생 충성을 다 할 것이다’라는 뜻도 되나 보지?
상호 동의 어쩌고도 패스.
자동 계약이나 강제 계약에 관한 내용 없나.
자동 계약, 자동 계약……
“있다. 자동 계약.”
[상성이 맞는 마족과 암묵적인 동의하에 자동 계약이 될 수 있다.]찾으면 뭐해. 읽어도 모르겠는데.
암묵적인 동의는 또 뭔데.
태현오랑 형이 처음 만나자마자 서로 ‘아, 저 자식이랑 계약해도 괜찮겠군!’하고 생각하진 않았을 거 아냐.
추가 설명이 있긴 한데 그마저도 기준이 조금 헷갈린다.
요약하자면, 결론적으로는 미래에 계약하게 될 운명 같은 상대를 만나……
에라이. 운명 같은 소리하고 앉아있네.
상성이 잘 맞는 기준은 또 뭐람.
뭔 놈의 상성에 대한 설명만 한 페이지 가득이야?
[상성이 맞는 마족을 찾아낼 확률은 아주 희박하다.]아주 희박은 무슨. 벌써 둘이나 있다고.
그렇게 상성 어쩌고가 까다롭고 찾아낼 확률이 낮다는데 왜 벌써 둘이나 눈앞에 있냐고.
그리고 상성만 비슷하면 멋대로 계약으로 묶어버려도 되는 거야? 상성이 맞더라도 동의하에 계약하게 해달란 말이야.
이건 뭐. 너는 어차피 계약하게 될 거고, 그것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니 귀찮지 않게 내가 먼저 계약을 맺어주마, 같은 뜻이냐.
태현오랑 형의 상성 어쩌고는 그렇다고 쳐.
둘이 서로 안 친해 보이면서도 의외로 잘 맞는 편이니까.
예전부터 쭉 같이 다니기도 했고, 길드 운영도 트러블 없이 함께 잘하는 편이기도 하고.
그런데 마플 레오랑 상성이 맞아떨어진다는 말엔 동의하지 못하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플 레오가 형 주위를 깔짝대며 돌아다니면 며칠 내로 기 몽땅 빨리고 쓰러질 거 같은데?
“라마.”
“왜 부르냐. 피는 안 줄 거다.”
“연구소 가서 마플 레오 좀 데려와 봐.”
“데려와도 되는 건가? 성현 인간과 만나지 않게 하려는 거 아니었나.”
“이제 괜찮으니까 데려와 봐.”
레오 하는 꼴을 보면 형에게 위험한 행동을 할 거 같지도 않고.
위협을 가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 즉시 처치해 버리면 된다.
상태창을 쭉 읽어보니, 계약한 마족이 죽어도 계약자인 형에게 문제가 생긴다는 말은 없거든.
마플 레오라는 건 누구인데 자신과 만나지 않게 하려고 했냐는 형의 질문에 설명을 해주는 사이에, 라마가 마플 레오를 데리고 돌아왔다.
[짠, 빛나는 레오 등장!]자기가 정말 아이돌이라도 된 줄 아나.
말끝에 별이라도 하나 붙여줘야 할 거 같은 말투다.
[연구실을 벗어나는 거 오랜만이네. 나는 왜 불렀어?]“네 진짜 계약자를 만나게 해주려고.”
[내 계약자? 너라며.]“사실은 내가 아니라 여기 있는 이 사람이야.”
마플 레오는 멀뚱히 나와 형을 번갈아 쳐다봤다.
사실 진짜 쳐다봤는지는 모르겠고.
대충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나한테는 여전히 검은 공이 둥둥 떠다니는 거로 보이는데 알게 뭐람.
[뭐? 내 계약자가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었다고?]“그렇다니까. 내가 계약자라고 한 건 사실 거짓말이었어. 가서 네 진짜 계약자한테 인사하고 복종하도록 해.”
마플 레오는 충격에 빠지거나 자길 속였다는 배신감에 빠지지 않고 담담하게 이 사실을 받아들였다.
[안녕, 계약자? 계약 해지해주지 않을래?]은근슬쩍 계약해지를 시도하기는 했지만.
“미안. 방법을 모른다.”
[그래? 그럼 말고.]마플 레오는 쿨하게 그 말만 남기고 통통거리며 방안을 누볐다.
“어때, 형. 좀 상성이 맞는 거 같아?”
“너를 보는 거 같은데.”
“……뭐?”
충격받았다.
“아하하, 친동생 같은 친근함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상성이 맞는 건가. 하하.”
닥쳐 태현오.
형이랑 대화하는데 끼어들지 마.
웃지 마. 입 열지 마. 눈 깜빡이지 마. 숨도 쉬지 마.
“아니, 형! 저 공 덩어리랑 나의 어디가 어떻게 닮았다는 거야?”
“공?”
그래, 형 눈에는 공으로 보이지 않겠지.
형이 상상하는 ‘악마’의 이미지로 보이겠지.
설마 내 얼굴로 보이는 건 아니지? 그래서 나를 보는 거 같다고 하는 건 아니지, 형?
혹시 그동안 형이 상상하던 악마의 이미지가 나였어?
“공이 아닌 평범한 마족처럼 보여.”
그건 아닌가 보군.
아니, 근데 그렇다는 건 저 자식 말투랑 행동을 보고 나랑 닮았다고 한 거잖아.
어째 그쪽이 조금 더 불쾌하다.
“회색 톤의 피부에, 뱀이 오른팔을 타고 오르는 거 같은 문신이 있고.”
음?
“회색빛 도는 파란 머리와 청록색 눈동자를 가진 마족으로 보인다.”
“어? 어… 그… 렇기는 한데.”
그거 마플 레오의 원래 모습인데?
“그게 형이 평소에 생각하던 악마의 이미지야?”
“글쎄. 악마라면 좀 더 붉은색에 가까울 거라 생각했는데.”
형한테는 마플 레오가 원래의 모습으로 보이는 건가.
계약자라서?
아니면 상성이 좋다는 게 원래 그런 거야?
혹시 읽다 만 형의 고유 능력 상태창에 관련된 내용이 있을까 싶어, 한번 뒤적여보았다.
그리고 눈에 띄는 문장을 발견했다.
[상호 동의하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오. 계약 해지를 할 수 있기는 하구나.
“태현오야. 이리 와서 계약 해지 좀 해봐라. 서로 동의하면 계약해지 할 수 있대.”
“싫은데?”
자유를 준다는데 왜 싫대?
“그럼 마플 레오, 니가 해봐.”
[나도 안 할래.]1분 전에는 먼저 계약 해지해달라고 조르지 않았냐?
갑자기 왜 이래.
계약하면 해지를 원하지 않는 기분이 들게 되기라도 하는 거야, 뭐야.
“일반 마족과는 상호 동의하에 계약을 맺을 수 있지만, 상성이 맞으면 자동 계약된다고 했잖아.”
“그렇다고 나와 있어.”
“한번 계약을 맺고 파기했다고 해서 상성이라는 게 달라질 리도 없고.”
“그건 그렇지.”
“그러면 계약을 파기해도 바로 다시 자동 계약되지 않을까?”
태현오는 그런 이유로 문제가 될지도 모르는 계약 파기를 강행하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 의견에도 일리는 있는데.
그건 안 해보고는 모르는 일이잖아.
“아닐 수도 있으니까 일단 한번 시도를 해보라고.”
“그건 별로 내키지 않네.”
“나도 너를 살려두는 게 별로 내키지 않는데 그럼 내 멋대로 해도 되는 거겠지?”
사실 저런 식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게 자동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을 거 같긴 해.
왜냐하면, 상태창에 그렇게 적혀 있었으니까.
[상호 동의하에 계약된 경우, 마찬가지로 상호 동의하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알고는 있었는데. 그래도 되나 안 되나 시도해보고 싶었던 거뿐이라고.
자동 계약된 경우에는 해지 방법이 아예 나와 있지도 않다고.
“상태창에 뭐라고 적혀 있는데 그렇게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야?”
“그게. 상세 설명이 엄청 길고 심지어 6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부가 뿌옇게 되어있어.”
“뭐?”
“누가 의도적으로 가린 것처럼 지워져 있다고.”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보여줄 거면 제대로 보여줄 것이지 이렇게 띄엄띄엄…
상성 관련 페이지는 거의 안 보인다.
그래서 상성이 잘 맞는 기준이 뭔지도 모르겠고. 마플 레오와 태현오의 어떤 부분이 형과 잘 맞아서 계약된 건지도 모르겠고.
자동 계약 해지 방법도 모르겠고.
대신 딱 그 정도만 가려져 있어서 계약된 마족이 형한테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건 알아낼 수 있었다.
억지로 힘을 써서 형의 생명력을 갉아먹으려고 한다면 이쪽에서 저지할 수 있을 거 같고.
앞으로 형을 마족들에게서 떨어뜨려 놓거나, 들키지 않기 위해 몰래 행동하는 건 그만둬도 되겠지.
이 사실을 알아내려고 그 고생을 한 거였으니까. 부분 비공개 처리된 상태창에도 큰 불만은 없다.
물론 작은 불만은 있다.
사람 궁금하게 해놓고 막상 제일 궁금한 부분을 가려놓았다는 건 불만이라고.
이 정도면 태현오랑 마플 레오의 계약을 해지 못 하게 방해하는 수준 아냐?
“역시 묵이의 피로는 부족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닐까? 라마, 팔 걷어.”
“아, 날 좀 내버려 두라고!”
라마 방금 말투 바뀌지 않았나?
“스킬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에밀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아마 보이지 않는 내용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일개 인간이 닿을 수 없는 구역… 상태창을 구성한 이의 의도가 담긴 것이겠지요.”
이 사람도 참 자체해석을 잘해.
그러니까 신인지 시스템 관리인인지 뭔지, 이 상태창을 써 내려간 존재가 열람 권한을 안 줬다는 거잖아.
그럴 거면 아예 내 상태창처럼 내용에서 빼던가.
왜 통으로 가려놓고 그래, 궁금해지게.
아무래도 좋아.
어차피 확인하려고 한 부분은 확인했고.
그 외에 필요한 게 있다면 차차 알아내면 될 일이다.
새로 알게 된 정보들을 정리해서 일행들에게 설명해주었다.
모두 알겠다고 고개만 끄덕이고 대충 넘어가는 분위기.
덩치가 여기 있었다면,
‘이건 사기입니다! 불공평해요! 누구는 이런 능력이 있는데, 와아. 나는 앉아서 서류 정리나 해야 하고. 더럽고 치사한 세상! 나도 저런 능력 달라고!’
라며 호들갑을 떨었겠지.
아쉽지만 덩치는 여기에 없다.
여기 있는 사람들과 마족과 드래곤은 반응이 너무 재미없다고.
어쨌든.
그럼 지금부터 신화급 아이템을 퀘스트로 얻는 방법을 확인해서 ‘내가 나에게 주는 즐거운 퀘스트 타임’을 가져보…
[애애애애애앵-]려고 했는데 이건 무슨 소리지.
[삐-뽀, 삐-뽀] [애애애애앵-]방음 하나만큼은 잘 되어있는 영웅 길드 건물 벽을 뚫고 울리는 사이렌 소리라니.
궁금해서라도 이건 확인해야겠다.
“앰뷸런스다.”
앰뷸런스는 앰뷸런스인데, 그냥 앰뷸런스가 아닌데?
창문 너머로 열대가 넘는 구급차가 빠르게 달려가는 게 보였다.
던전 아웃브레이크?
아니지. 만약 그런 거였다면 구급차가 아니라 플레이어를 불렀겠지.
“형. 지금 긴급 출동 요청이나 뭐 들어온 거 없어?”
“아무것도.”
바로 근처에 있는 영웅 길드에도 연락이 들어오지 않은 걸 보니 던전이나 몬스터 관련된 문제는 아닌 건가.
일단은 무슨 일인지 확인해보고 도와줄 수 있는 거면 도와주고 오…
‘콰과앙-!’
그때 갑자기, 선두로 달리던 구급차 한 대가 펑, 터져 날아올랐다.
“저거가 방금 터졌다!”
옆에서 라마가 시끄럽게 외쳐대며 손가락질했다.
터진 구급차가 도로 위를 데굴데굴 굴렀고, 빠른 속도로 뒤따라오던 구급차들도 급하게 속도를 줄였지만.
‘쾅! 콰앙…!’
폭발한 차량과 뒤엉키는 걸 멈출 수는 없었다.
아니, 지금쯤이면 사건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던 건.
그냥 해본 말이지 진짜로 사건 터지라고 한 소리가 아니었다고!
< 128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