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131)
평범한 회사원입니다-131화(131/180)
< 131화 >
“앞으로 말을 할 땐 생각을 하고 말하자, 이성한.”
이건 또 무슨 반응이야.
“뭔 소리야.”
“경쟁심리를 일으키는 건 좋지만 남이 테러한다고 너도 나서서 폭탄을 던지고 다니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폭탄 마플이랑 누가 더 많이 터트리나 시합이라도 하자고 한 줄 아나.
“그러니까 무슨 소리냐고. 내가 진짜 테러를 하자는 게 아니잖아.”
“그런 말이 아니었어?”
“당연히 아니지.”
사람을 뭐로 보는 거냐.
“그런 연출을 하자는 의미였다고.”
예를 들어 작은 폭탄이 터져도 전혀 문제 되지 않을만한 장소에.
허가를 받고, 안전하게, 사람들을 모두 대피시켜놓은 상황에서.
말 그대로 연출이다.
피해도 없고 나라에 허가를 받은 시점에서 테러랑은 일억 광년쯤 멀리 떨어져 있다고.
“그걸 진짜 테러인 것처럼 뉴스 보도를 하면 마플 귀에도 들어가겠지?”
“그 마계 플레이어가 신경을 쓰기는 할까?”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하면 돼. 진짜 테러범보다 더 많이.”
잦은 폭발 사건 때문에 사람들이 조금 불안해할 수도 있지만.
이쪽에서 안 터뜨려도 저쪽에서 터뜨릴걸.
그랬다가는 진짜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차라리 던전 아웃브레이크 때처럼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쪽이 낫다.
계속 폭발 사건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대피하는 게 이상하지는 않으니까.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모아뒀으니 마기가 느껴지는 사람은 없는지 쫙 스캔해볼 수도 있고.
마족이 없는 게 확실한 대피소 쪽에는 사실을 말해놓고 안심시키는 방향으로 가도 되고.
“전혀 좋은 방법이 아닌 거 같은데.”
“그러다가 우리 측에서 공식 발표를 하는 거야. 테러가 일어났던 장소에서 마기가 검출됐다고.”
마기가 검출되었다고 발표하면 공식적으로 플레이어들이 사건에 개입할 수 있으니 움직이는 게 더 편해지겠지.
“거기까지 하면 폭탄 마플이, 다른 마플들 중 누군가가 자신의 수법을 모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래서 자기 아이디어를 도난당했다고 화를 내면서 뛰쳐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설마 마플이 바보도 아니고. 왜 자기가 먼저 시작한 걸 네가 선수 치려고 하냐며 멱살 잡으러 달려오겠냐.
“그것보다는,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놈일지. 아니면 의견 일치가 되어 팀을 꾸릴만한 놈인지 가늠해보러 찾아오겠지.”
타이밍 맞춰 범인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듯이 뉴스 보도를 하면! 분명 폭탄 마플은 움직일 거다.
모방범이지만 같은 마플로서 도와주려고 하거나.
혹은 마계 플레이어의 존재를 지구에 드러내지 않기 위해 모방범이 지구인의 손에 붙잡히기 전에 먼저 처리하려고 하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 이야기라도 나눠보기 위해 찾아갈걸. 궁금하니까.
자기랑 같은 방식은 어떻게 생각해 낸 건지.
왜 그렇게 대책 없이 행동하는 건지.
대체 이 마플은 뭔데 흔적을 사방팔방 다 흘려대면서 돌아다니는 건지.
나라도 궁금해서 찾아가겠다.
“그래서 그 마계 플레이어를 유인하는 ‘범인’ 역할은 어디서 구하려고?”
“우리 쪽에 마플이 넷이나 있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마플 1번 태현오. 2번 마플 레오. 3번 금발 마플. 4번 임시 마왕 마플까지.
이 정도면 존재하는 모든 마플 중 반은 모아놨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넷 중에 믿을만한 놈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문제지만.
“그렇게까지 했는데 안 걸려들면 어쩌려고.”
“안 걸려들면 마는 거지. 이거 말고 다른 방법 있어? 없잖아.”
십중팔구 테러범 털어도 폭탄 마플의 행방은 못 찾을 거라고 본다.
‘어둠’ 때도 폭탄 마플이 어찌나 주의를 기울였는지. 행방은커녕 자그마한 흔적도 찾지 못했었는데.
설마 지구까지 와서 흔적을 질질 흘리고 다니겠냐.
“그래. 가짜 테러 사건을 벌인다고 치자. 어디를 터뜨릴 작전인데?”
“근처에 던전이 생겨서 대피령이 내려졌거나 몬스터 피해 때문에 철거공사 예정인 곳 많잖아.”
“그 마계 플레이어가 이미 비워진 곳에 폭탄을 던져댈 뿐이라는 걸 눈치채면 어쩌려고.”
“눈치채도 별로 신경 쓰지 않을걸?”
중요한 건 ‘테러’나 ‘공격’이 아니라, 폭탄을 터뜨려서 마기를 퍼뜨리는 행위니까.
실제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벌어진 테러 사건 두 건은 사람도 거의 없는 숲 근처에서 일어났다.
아스팔트나 시멘트가 아닌, 마기가 퍼지기 쉬운 맨땅을 찾아간 거겠지.
아마 한국 쪽 테러범도 뒷산이나 한적한 공원 같은 곳을 찾아가려고 했을걸?
그걸 김한비가 발견하고 소리 질러대는 바람에 당황해서 먼저 터뜨려버렸다는 거지.
그러게 왜 거기서 소리를 질러대서 테러범을 자극하고 그래.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시간을 들이면 찾아낼 수 있어.”
“그러시겠죠. 그런데 그 전에 진짜 심각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니까? 폭탄 마플이 여기서 멈추겠어? 시작한 김에 더할걸.”
나였다면 세 건으로 시작했지만, 이다음은 서른 건에 도전할 거다.
건수가 많아질수록 혼란도 커지고 수사 범위도 넓어져서 자신을 찾아내기 힘들 테니까.
“일단 알겠어. 이 계획은 좀 더 검토해보고 장소부터 섭외해볼게.”
하자고 하면 거절하지는 않는 태현오의 승낙을 받아냈다.
어차피 할 걸 왜 그렇게 뜸을 들여?
‘좋아. 그럼 어디, 마플 사냥에 나가 보실까.’
왜 라 엘타 때처럼 수정 구슬 같은 걸 안 뿌리고 폭탄같이 눈에 띄는 걸 사용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건 놈을 잡으면 알게 되겠지.
***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폭탄 테러 사건이……]계획을 세우고 바로 다음 날부터 삼 일간 주기적으로 폭발 사건을 일으켰다.
사실 급하게 생각해낸 허술한 계획이었는데, 태현오가 하루 만에 나머지를 보완해서 들고 왔다.
그 후로 진행은 일사천리.
동시에 사람 왕래가 전혀 없는 산속이나 출입제한 구역 같은 곳에서만 사건이 발생했고, 인명피해가 전혀 없다고 보도됐다.
이러면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안심하겠지.
폭탄은 마플 레오에게서 마기를 뽑아내 테러범이 사용한 것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터지는 순간 마기가 퍼지는 대신 그 자리에 오랜 시간 고여 있게 바꿔놨지만.
[…… 플레이어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폭발이 일어난 장소에서 ‘마기’라는 것이 검출되었다고 하는데요. 마기란……]폭탄 마플 놈이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폭발 장소를 방문하기라도 하면 아마 엄청 의아해할 거다.
딱 봤을 때 마기가 느껴지는 것도 맞고. 마족이 벌인 일도 맞는데.
왜 일 처리를 이딴 식으로 해놨나 싶을걸?
[……영웅 길드와 플레이어 연구소는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서……]폭탄 마플이 머리가 좋아서 걸려들지 않을 수도 있다.
함정이라는 걸 눈치챘을 수도 있고.
하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이런 계획을 기획하고 실행한 이들이 누군지 파악하러 올 거다.
물론 이 모든 예상을 깨고 오히려 숨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 준다면야 감사하지.
이쪽에서 앞으로 신경 쓸 필요 없는 놈이라는 뜻인걸.
“나 왔다.”
“테러범이 뭐래.”
태현오가 들어오자 보고 있던 TV를 껐다.
“도통 입을 열 생각이 없어 보이더라고.”
“그래? 협박이라도 당한 건가.”
“그거보다는… 세뇌당한 쪽에 가까우려나.”
“세뇌?”
“테러 지령을 내린 누군가를 ‘믿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말을 하지 않으니 확신할 수는 없어.”
믿는다고?
수상한 항아리를 사라고 하면 고민하지 않고 구매할 만큼?
“인간인 건 확실하고? 뭐가 사 분의 일쯤 섞였다거나. 사실은 라 엘타 출신이라거나 하는 건 아니지?”
“완벽한 서울 태생이야.”
“어둠 때처럼 이상한 단체를 만드는 걸 수도 있어. 다른 나라 테러범들도 잡히면 공통점이 있는지 알아보자.”
변수는 없어 보인다.
이대로만 가면 폭탄 마플도 금방 잡아낼 테고.
이 사건만 마무리되면 좀 느긋하게 지낼 수 있겠네.
인간 레오는 연예계에 복귀시키고.
레오가 플레이어라고 한 건…… 몰라. 그냥 숨 쉬고 있었는데 능력이 없어졌다고 해야지, 뭐.
그러면 다른 플레이어들도 자기 능력이 언제 없어질지 몰라서 걱정하고 고민하려나?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그냥 NPC 마족한테 퀘스트 아이템 얻어내는 법이나 알아내서 사용해 보고.
심심할 때 퀘스트 몇 번 해보고.
그러다가 남은 마플 찾아내고 이후의 마계 퀘스트나 꼬아놓으면서 시간 보내야지.
아. 물론 일도 할 거다.
“그럼 이제 슬슬 다음 단계를 준비해 보자.”
태현오가 슬쩍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벌써?”
“가짜 폭발 사건이 일어난 두 곳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방금 연락이 왔어.”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구만.
“CCTV에 찍히진 않았고?”
“전혀.”
“허술한 놈은 아니다 이거지? 꽤 기대되잖아.”
“너무 즐기고 있는 거 아니냐, 성한아.”
다 잡은 마플이 눈앞에 있는데 조금 즐기는 게 어때서.
“주변을 지키고 있던 플레이어들도 간신히 무언가를 느낀 정도라고 했다.”
내가 가면 확실하게 흔적을 잡아낼 수 있겠네.
“그러면 폭탄 마플이 다녀갔는지 확인만 하고, 내일 범인의 흔적을 잡았다고 보도 내자.”
“알겠어. 범인 역은 누구로 할 건지 결정했어?”
“물론이지.”
마플 넷 중에 그나마, 그나마, 그나마! 쌀알 한 톨 만큼은 더 믿을 수 있는 게 태현오인데.
애석하게도 영웅 길드의 우두머리라는 직책을 맡고 있어서 기각됐다.
혹시라도 태현오를 알아보는 플레이어들이 나중에 난동을 부릴 수도 있으니까.
함정 수사였다고 외쳐봤자 믿는 사람만 믿을걸.
원래 루머는 쉽게 퍼지지만 해명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법이다.
괜히 태현오는 사실 인간이 아니고. 지구 플레이어도 아닌 마계 플레이어고. 폭발이나 일으킨 범인이며. 영웅 길드의 길드 마스터 자격이 없다는 헛소문이라도 퍼졌다가는……
…뭐야? 말하고 보니 별로 헛소문이 아닌 거 같잖아?
인간이 아니라 반마족인 것도 맞고. 마계 플레이어인 것도 맞고.
내가 주도한 거지만 폭발 사건 범인도 맞고.
사실은 우리 형이 실질적인 영웅 길드 길마니까 태현오는 자격이 없는 것도 맞잖아.
“왜 또 딴생각 중이야? 미리 준비해 놓게 범인 역 알려달라니까.”
인간 아닌 태현오가 다시 한번 물어왔다.
그래서 대답해줬다.
“나.”
“너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나라고.”
“뭐?”
“범인 역. 내가 할 거야.”
지금 태현오 얼굴 사진 찍어서 박제해놓고 싶을 정도로 바보 같은 표정이다.
“원래 계획은 다른 마계 플레이어가 활동하는 것처럼 꾸민 후에 폭탄 마계 플레이어를 만날 구실을 만들려는 거 아니었나?”
“그런 계획인 거 맞아.”
“최근에 너무 마족들과 어울려서 잊었을까 봐 말해주는 건데. 너는 인간이다, 이성한.”
뭔 소리야.
내가 인간인 걸 모르고 있을 리가.
“내가 인간인 건 나도 알아.”
“알면서 왜 말도 안 되는 걸 우기는지 모르겠다. 넌 마계 플레이어도 아니고 마족도 아니잖아.”
말이 안 된다니.
“나도 다 생각이 있다고.”
“생각만으로 종족을 바꿀 순 없…”
태현오가 계속해서 뭐라고 말을 하긴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영웅 길드 마스터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 내가 선택지에서 빠졌던 건데. 연구소의 이성한은 루머에 얽혀도 괜찮다는 건가?”
“연구소의 이성한을 범인으로 내세운다고 한 적은 없는데.”
“뭐? 방금 네가 직접 나서겠다고…”
“어. 그런데 범인이 ‘이성한’이라고 하지는 않을 거야.”
믿고 맡길만한 마플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
“라 엘타의 이안이라고 할 거야.”
내가 직접 발로 뛰는 수밖에.
< 131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