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136)
평범한 회사원입니다-136화(136/180)
< 136화 >
거북이 비명 들어본 적 있는 사람?
나는 오늘부터. 어디 가서 당당하게 거북이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어봤다고 말할 수 있다.
별로 즐겁게 말하고 다닐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구워어어억!]구워달라고 하는 거 같은 소리네.
거북이의 울음소리는 상당히 독특했다.
이건 거북이라기보다는 거북이처럼 생긴 몬스터니까 거북이로 치지는 않으려나?
“대, 대체 뭐 하는 건가!”
뭐. 거북이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지.
“감히 구로를! 용서할 수 없다!”
그래도 죽지 않게 조절해줬는데 남쪽마왕놈은 감사하진 못할망정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남쪽마왕놈이 패기 넘치게 의자에서 일어나 손을 뻗었다.
[구워억!]“으아악!”
그리고 몸부림치는 거북이의 등에서 굴러떨어졌다.
이건 또 뭐야. 개그?
넘어질 수도 있으니까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라고 한 당사자가 굴러가도 되는 거야?
[궈어어어!]구로가 몸을 뒤집고 발버둥 치기 전에 라마는 잽싸게 까망이를 안고 탈출했다.
나야 당연히 무사했고.
결국, 저 꼴을 하고 있는 건 거북이 주인 되시는 분밖에 없다는 이야기.
“저거, 방금 거북이 등껍질에 찔렸다.”
“어, 보여.”
“피가 엄청나게 많이 난다.”
“그것도 보여.”
“저러다 죽을 거 같은데.”
그러게.
거북이부터 부숴놓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남쪽마왕놈까지 저런 꼴사나운 모습으로 쓰러질 줄이야.
심지어 떨어지면서 거북이 등껍질의 부서진 파편이 남쪽마왕놈의 몸을 관통했다.
등껍질 엄청 두껍고 단단하던데. 엄청 아프겠다.
거북이 구로는 게거품을 물고 기절했고, 남쪽마왕놈은 옆에서 다 죽어가고 있었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하지?
일거양득? 일타이피?
하여튼 이제야 대화할 맛이 나네.
일단… 들어야 할 이야기가 많으니 구해놓고 생각해볼까.
***
“이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거 같습니다. 이안 님을 기다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니, 그 노오……란색을 좋아하는 이안 님은 안 올지도 모른다니까요?”
‘그놈’이라고 할 뻔했다.
그랬다간 한 시간짜리 잔소리 폭탄이 터질 거라고.
덩치의 생각은 이러했다.
창문이 있지만, 창문 밖으로 나갔다가는 괴물들의 뱃속으로 직행하겠지.
그렇다면 창문이 아닌 다른 출구로 나가야 한다는 건데…
문제는 이곳에 문이 없다는 것!
하지만 원래! 출구는 없다면 만드는 것이다!
창문이 있는 쪽이 바깥쪽이라면 반대쪽 벽을 부수면 돼.
그러면 분명 복도가 나온다거나. 뭔가 다른 풍경이 보일 게 분명하다.
“이곳이 탑처럼 쌓인 방이어서 어느 벽을 부숴도 몬스터만 보인다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저 집사는 이 상황이 남의 일인 양 무표정과 무뚝뚝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초 치지 말고 협조 좀 해라.
“벽을 부숴도 괴물이 있으면 그때 가서 포기하면 되죠.”
“지금은 벽 때문에 몬스터들이 저희를 눈치 못 챈 것일 수도 있습니다. 벽에 구멍이 있으면 저희를 발견하고 공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그럼 그때 가서 화장실로 숨으면 되잖아요.”
“따뜻하고 편안한 방을 포기하고 구멍 뚫린 벽과 좁은 화장실…”
“아, 그럼 안전하게 바닥을 뚫겠습니다, 네!”
차라리 대화 없이 어색했을 때가 나았던 거 같다는 생각이 콩알만큼 들었다.
“대형 몬스터의 정수리가 훤히 보인다는 건, 이 방이 높은 층에 있다는 뜻이겠죠. 바닥을 부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봅시다.”
말하고 생각해보니까. 이거 그냥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방은 아니겠지?
벽이야 구멍이 조금 뚫려도 바람 솔솔 불어오는 것을 제외하면 상관없겠지만…
괜히 바닥이 부서져서 폭싹 가라앉았는데 아래가 텅텅 비어있으면 곤란하다.
몬스터들에게 먹이 주는 꼴이 되어버릴지도.
“……”
말려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집사를 쳐다보았다.
웬일로 집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서 해보라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렇게 질러놨는데 여기서 내빼는 것도 체면이…
모르겠다. 일단 부순 후에 생각해보자.
“으랴아앗!”
덩치는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마치 거북이 등껍질 위로 주먹을 휘두르는 이성한처럼…
……그리고,
“으아아아악!”
덩치는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내 주머억!”
플레이어가 있는 힘껏 내리쳤는데 멀쩡한 바닥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냐!
오히려 덩치의 주먹이 먼저 깨질 정도였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으어어억… 그럴 줄 알았으면 말려주셨어야죠!”
집사를 진심으로 한 대 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다.
그래도 주먹이 아프니까 참았다.
“바닥 주제에 왜 이렇게 단단해! 내 손가락 다 부서졌겠네!”
“바닥이 마법으로 보호되고 있더군요. 당연히 주먹으로 내리친다고 부서질 리는 없겠죠.”
“그런 줄 알았으면 말해줬어야죠!”
덩치는 오늘부터 이성한보다 집사를 더 미워하기로 했다.
한참을 데굴데굴 구르던 덩치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
“……마법 쪽으로도 조예가 깊으신지 몰랐네요.”
“마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은 아닙니다.”
“보통 슬쩍 보고 마법으로 보호되고 있는지 아는 정도면 대단한 겁니다만?”
“저희 저택이 보호되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 눈치챘을 뿐입니다.”
그런가.
그러고 보니 사무실이랑 비슷한 느낌이 드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럼 벽을 부숴도 소용없었겠네. 에이 씨, 괜히 애써서 손해 봤어.”
이게 다 미리 말해주지 않은 집사 탓이다.
“아. 벽 쪽은 평범하게 부술 수 있어 보입니다.”
“아니, 저기요! 그러니까 그런 정보는 미리미리 좀 말해달라고!”
됐다. 탈출이고 뭐고. 벽이고 바닥이고.
이제 다 됐어.
안 해. 그냥 드러누워 있을 거야.
도와주러 올 사람은 오고 말 거면 말라 그래.
덩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똑똑.”
참고로 방금 들린 건 문을 두드리는 소리 같은 게 아니다.
누군가가 입으로 ‘똑똑’이라고 말하는 소리였다.
애초에 두드릴 문도 없지만.
“집사님이 그런 장난도 칠 줄 아세요?”
“노크 소리를 낸 건 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럼 누… 으아아악!”
갑자기 덩치 앞에 작은 문이 생기더니 무언가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누가 바닥을 부수려고 해서 들어와 봤는뎅. 바닥은 부수면 안 되는 거 모르낭?”
“터, 털실뭉치…?”
예전에 이성한이랑 던전 들어갔다가 시스템 오류로 이동된 미로 던전의 안내자라는 털실뭉치다.
이게 왜 여기에…
“뭐? 내 어디를 봐서 털실뭉치라는 거냥. 무례하당.”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옆으로 보나, 그저 털실 그 자체일 뿐인데 무슨 소리야.
“나 몰라? 우리 한번 본 적 있잖아.”
아니, 그때 그놈이 아닌가?
그때 본 건 주황색이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건 초록색이다.
개인적으로 그때 본 털실이가 좀 더 귀여웠던 거 같은데.
“나는 너 같은 거 모른당. 수작 부리지 말고 제대로 된 루트로 탈출하길 바란당.”
“탈출?”
우리를 여기 가둬 놓은 게 이 털실뭉치인가?
탈출해도 되는 거야?
이 정도면 거의 탈출을 권장하는 분위기인데?
탈출하게 할 거면 사람을 왜 가둬 놓은 건데.
어디 CCTV 같은 거로 지켜보면서 즐기고 있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 무슨 숨바꼭질 같은 놀이? 어쩌자는 거냐고.
“그럼 나는 가보겠당. 수고해랑.”
“잠깐 기다려봐.”
“갸아아악!”
급한 마음에 털실뭉치를 움켜쥐었더니 물 묻은 손에 닿은 고양이처럼 발버둥 쳤다.
“어딜 만지는 거냥!”
어딜 만졌는데…?
그냥 털실 만진 거로밖에 안 보이는데…?
“네가 우리를 납치한 거 아니었어?”
“납칭? 무슨 말이징?”
정말로 잘 모르겠다는 말투.
진짜 아닌가?
“너가 납치범이 아니라는 거야?”
“납치범이라닝. 나는 이 던전의 안내자당.”
……던전?
이게 던전이라고?
어딜 봐도 넓은 방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뜬금없이 던전?
“내가 주는 힌트는 여기까징! 중간에 나를 만나게 되면 추가 설명을 해줄 테니 잘 찾아보도록 해랑. 뿅!”
초록색 털실뭉치는 자기 할 말만 하고 휙 가버렸다.
저 문…
1미터 80센치만 더 컸더라도 털실뭉치가 말을 하는 틈을 타 저쪽으로 탈출했을 텐데.
너무 작아서 시도해볼 생각도 못 해봤다.
그나저나. 그저 가둬두고 있는 줄 알았는데 탈출구가 있었단 말이지?
인질범이 무슨 생각으로 우리를 던전에다 가둬둔 건지는 모르겠지만.
탈출할 방법이 있다면 나가주겠어!
덩치는 그렇게 다짐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덕분에 통증이 느껴져서 바로 후회했지만.
“집사님. 당장 출구를 찾아봅… 지, 집사님!”
방금까지만 해도 분명 뒤에 서 있었는데?
어디로 사라진 거지?
설마 털실뭉치는 그저 시선을 끌려고 보낸 거고 진짜 목적은 집사를 납치…?
이미 납치하고 있는 사람을 다시 한번 납치?
“집사님이 사라졌다! 집사니임!”
“예. 부르셨습니까.”
집사를 외쳤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니, 왜 당신이 거기서 나옵니까?”
거기 원래 문 같은 거 없었던 곳이잖아.
방금까지도 없었는데?
왜 갑자기 문이 생겼지?
덩치는 혼란스러웠다.
“이 문은 안에선 열 수 없지만, 밖에서는 열 수 있는 모양입니다. 복도로 나가보니 문이 보여서 열어봤는데 아주 잘 열리는군요.”
덩치는 조금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런 집사님은 대체 왜, 어떻게 밖에 계셨던 겁니까?”
“이곳이 저희를 가둬둘 목적의 감옥이 아니라 던전이라는 말을 듣고 나가는 통로를 찾아봤습니다.”
‘통로라는 게 그렇게 빨리 찾아지는 거였으면 바닥이랑 내 주먹이 랑데부하기 전에 찾아주지 그러셨습니까?’
라고 덩치는 생각만 했다.
“통로는 어디 있었는데요?”
“벽난로 뒤의 벽을 밀어보니 있었습니다.”
무슨 방탈출 게임도 아니고.
미로 던전이면 함정과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끔찍하고 괴로운 곳이어야 하는 거 아니야?
덩치는 하나부터 열까지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탈출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빨리 갑시다, 집사님.”
“예.”
혹시라도 문이 다시 사라지기 전에 황급히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
“큭, 크크큭…”
“왜 이래? 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쳤나.”
자기가 키우는 거북이의 등껍질에 찔려 죽을 뻔한 남쪽마왕놈을 살려놨더니 미친놈처럼 웃기 시작했다.
아, 혹시 그건가?
이 상황이 무지막지하게 쪽팔리니까 일단 웃고 아무 일도 없는 척하자, 그런 거?
정말이지 웃기는 놈이네.
“으하, 아하하하하!”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이지만, 내 힐에는 부작용 같은 게 없다.”
힐까지 써서 남쪽마왕놈을 치료한 라마가 질렸다는 표정을 하고 말했다.
아니면 그런 건가?
보통 어둠 속성, 예를 들어 흑마법사나 악마 같은 것에는 힐을 하면 치명타를 입는다는. 그런 거.
상처는 치유됐지만, 뇌에 치명타를 입은 건가.
이럴 줄 알았으면 물약을 뿌려주는 거였는데.
“크흐흑, 네 놈… 너의 두 인간…”
두 인간?
덩치랑 집사를 말하는 건가.
“그 둘이 얌전히 있기를 바라는 게 좋을 것이다.”
얌전히 있기를 바라지 않은 적이 없는데 뭘 새삼스럽게.
“그 방에서 한 걸음이라도 벗어났다가는 결코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그 둘이 위험에 처해있는 건…
“하지만 나를 살려준다면 내가 둘을 구해내… 컥,”
아니구나. 그냥 평범한 목숨 구걸이었잖아.
난 또 뭐라도 있는 줄 알았네.
헛소리 방지 차원에서 남쪽마왕놈은 기절시켜 버렸다.
“가자.”
“어디로 가야 하는 지는 알고 있는 건가?”
“어디긴. 대화하기 좋은 곳으로 가야지.”
정보 털어내고. 다른 마플들도 싹싹 털어내고.
겸사겸사 덩치랑 집사도 구출해야 한다.
할 거 참 많기도 해라.
< 136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