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143)
평범한 회사원입니다-143화(143/180)
< 143화 >
기껏 오른 탑을 1층부터 다시 오르라니. 그것도 짐짝을 들고.
정말 번거로운 일이다.
어차피 길은 다 뚫어놨으니까 말 그대로 계단을 걸어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래도 귀찮은 건 귀찮은 거라고.
올라가는 김에 겸사겸사 다른 방의 창문들을 열어봤다.
“역시 안 열리네.”
그 여자 몬스터가 있는 방이 유일하게 창문이 열리는 방인가?
탑을 오르는 사람들을 유인해 떨어뜨리는 게 목적일 수도.
만약 그렇다면 그 방을 공략하는 다른 방법은 뭐가 있지?
아무리 봐도 눈에 띄는 게 없던데. 역시 그 몬스터를 처치하는 게 답이려나.
근데 왜 자꾸 그게 아닌 거 같은 기분이 들지.
그리고 덩치는 왜 아직도 안 깨어나고 이러고 있냐고.
축 늘어진 덩치를 질질 끌고 위층까지 다시 올라갔다.
여자 몬스터는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설마 우리를 찾고 있는 건가?
밀어뜨린 게 누군데 찾고 있는 척은!
무사히 몬스터 밥이 되어 소화됐는지 확인하려는 거겠지.
진작 빠져나와서 당신 뒤에 서 있거든요?
“……아! 어떻게…”
여자 몬스터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뒤를 돌아봤다.
뭐야, 말할 수 있잖아.
“죽은 줄 알았을 텐데 이걸 어쩌나. 멀쩡하게 살아 돌아와서. 그럼 이제 즐거운 대화 시간을…”
“저기…!”
여자 몬스터가 창밖을 가리켰다.
보통 이런 경우는 궁금증을 유발해서 창밖을 보게 하고 그 틈에 다시 한번 밀어버리려는 수작인 게 뻔하지.
누가 저런 허접한 수법에 두 번 연속 당할까 싶지만. 그런 바보가 꼭 있단 말이야.
[크와아아아아아!]특히 저런 처절한 몬스터의 비명이 들려올 때라면 더더욱.
“별거 아니기만 해봐.”
함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예의상 창밖을 봐줬다.
어차피 여자 몬스터가 백번 밀어봐야 조금도 밀리지 않을 테니까.
“역시 아무것도 없잖…”
[쿠오오오오!]‘쿵!’
[크아아아!]‘쿵!’
저 몬스터 자식.
언제부터 저러고 있었던 거지?
아래층이나 다른 방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몰랐는데.
뺨에 구멍 뚫린 대형 몬스터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탑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저거, 그건가. 머리를 더 아프게 해서 뺨의 통증을 느끼지 않게 하려는 그거.
사람은 두 가지 통증을 동시에 느끼지 못한다지.
그래서 두 군데가 동시에 상처를 입으면 더 고통스러운 한쪽만 아프고 다른 쪽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저건 사람이 아니라 몬스터지만. 몬스터한테도 같은 이론이 적용되나 보지.
그렇다고 탑에 머리 박지 마, 이 대형 몬스터 자식아!
‘쿵!!’
처음에는 소리만 웅장할 뿐 멀쩡했던 탑이, 계속 강한 힘으로 두드려대자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자 몬스터는 탑이 부서질까 봐 안절부절못하고 있고. 덩치는 여전히 기절한 침 범벅 덩어리 상태.
큰일인데. 이렇게 무방비한 상태에서 탑이 부서져 버리면… 나는 무사해도 덩치가 어떻게 될지 몰라.
역시 이럴 때는.
“저놈보다 내가 먼저 부숴버려야지.”
“?”
불안에 떨고 있던 여자 몬스터가 어이가 없었는지 말문이 막혔다.
아. 말문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막혀 있었나?
‘쿵!’
“밖으로 던져줘서 고오맙다. 알아서 잘 살아남아 봐.”
여자 몬스터에게 마지막 인사를 던지고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쿠오아아아아!]‘쿵!’
왼팔로는 덩치를 붙들고, 오른손으로 검을 쥐었다.
안쪽에서는 탑에 흠집 하나 낼 수 없었는데.
여자 몬스터와 뺨 뚫린 대형 몬스터의 환상의 콜라보레이션 덕분에 밖에서는 부술 수 있다는 걸 알아버렸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지.
[궈어어어어어!]‘쿵!’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덩치 구한다고 뛰어내렸을 때는 몰랐는데.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으니 탑 주제에 위압감이 상당하다.
이전 같았으면 탑이고 뭐고 별거 아니었을 텐데. 고작 이 정도에 긴장하기라도 하는 건가.
재밌네.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과아아아아악!]‘쿵!’
그리고 그대로 휘둘렀다.
[콰아악!]‘쿵!’
‘콰과아아앙-!’
마지막으로 보인 건 세로로 갈라져 터져나가듯 무너져 내리는 탑.
그리고 탑을 베어내기 직전에 창문에서 뛰어내려, 내 위로 떨어지는 여자 몬스터였다.
탑 밖의 몬스터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괴성을 지르는 대형 몬스터 입안으로 골인했다고 생각한 순간.
마족과 함께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라마가 보였다.
***
“뭐야. 내가 고생하는 동안 여기서 마족이랑 즐거운 티타임이나 갖고 있었던 거야?”
너무하네, 김라마.
얼굴을 보자마자 표정이 썩어버리는 건 어느 나라 예의냐.
마족 딸인지 뭔지는 왜 붙들고 있어? 인질로 데리고 있는 건가?
변명하는 라마에게 침 범벅 덩치를 던져줬다.
혹시나 하고 들고 온 건데. 여기까지 빠져나온 걸 보니 몬스터가 아닌 진짜 덩치가 맞겠지.
어디 몸 상태나 확인해볼까.
힘은 꿈속으로 들어가기 전으로 돌아온 거 같고…
“대체 어떻게 빠져나온 거지!”
또 뭐야, 이건.
마족 놈이 내 팔을 붙들고 괴성을 질렀다.
얘가 우리를 탑으로 날려버린 그놈 맞지?
“일단 좀 놓고 얘기하지?”
‘콰-앙!’
이런. 그냥 팔을 뿌리쳤을 뿐인데.
힘이 너무 들어갔나?
“날려버렸네.”
“저건 날려버린 수준이 아니지 않나! 벽이 부서져서 그 밑에 깔리기까지 했다.”
아니, 이건 불가항력.
탑에 있을 때 몇 년 동안 약해진 채로 있는 게 익숙해져서 나도 모르게 있는 힘이 들어갔어.
몇 년?
“라마. 그런데 왜 아직도 여기 있어. 아예 여기서 살기로 한 거야?”
“무슨 소릴 하는 건가.”
“붙잡혀 있는 거야, 아니면 자발적으로 눌러앉은 거야?”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물어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야기를 들으려고 차 한잔하고 있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불만인가!”
“뭔 놈의 차 한잔을 몇 년 동안 마셔. 안 썩냐?”
“그러니까 무슨 말을…”
아.
“설마 내가 사라지고 얼마 되지 않은 거야?”
“한 시간 정도…? 그보다도 안 됐을 수도 있다.”
그것밖에 안 흘렀어?
괜히 몇 년 낭비 안 한 건 다행이긴 한데. 그렇다면 훨씬 전에 들어간 덩치와 집사는 얼마나 오랜 시간…
……집사!
“집사를 까먹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깔끔하게!
“저를 찾으셨습니까?”
“그래, 탑을 싹 다 뒤져봤는데 집사가……여기 있잖아!”
마족을 던져버리면서 부서진 벽 너머에서 나타난 집사.
집사가 왜 거기서 나와? 그것도 이렇게 타이밍 좋게.
……설마 가짜?
“저는 가짜가 아니니 안심하셔도 괜찮습니다, 이안 님.”
내 얼굴만 보고 생각을 읽어낼 정도라니.
진짜 집사 맞구나.
혼자 신난다고 탑 돌아다니고 부수고 다니느라 싹 잊어버리고 온 줄 알고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하지만 서운합니다. 덩치 님은 챙겨오시면서 저는 까맣게 잊고 계셨다니요.”
“그건, 그냥 내 무의식이 집사는 안전하다는 걸 알았던 거야.”
아무 변명이나 대충 던져놓고 대화 주제를 돌렸다.
“그런데 왜 여기 있는 거지? 덩치랑 같이 끌려갔던 게 아니었나?”
“저는 정신을 차렸을 때부터 이곳에 있었습니다.”
덩치는 서류 지옥에 넣어놓고 집사는 얌전히 모셔놓는다고? 같은 인질인데?
전생에 덩치랑 원수지간이었나?
“저 마족도 자기 능력을 원하는 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거 같았다. 그리고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도 없고, 자기가 빼내는 법도 모른다고 했다.”
라마가 끼어들어 알려준 정보 덕에 대충 감이 잡히려고 한다.
인질이 둘이기는 한데 둘 다 넣어버리면 제대로 협상이 안 되니까. 덩치는 보여주기식으로 꿈에 넣어버리고 집사는 협상용으로 빼놓은 건가.
그게 아니면 덩치 혼자 도망치겠다고 발버둥 치다가 운이 나빠서 어쩌다 우연히 마족 꿈속에 빠져버렸을 수도 있지.
뭐, 그건 딱히 중요하진 않고.
마족 놈부터 깨워서 지금 옆에 있는 덩치랑 집사가 오리지널인지 확인을…… 하기 전에 다리에 붙어있는 것부터 떼어내야겠다.
죽은 듯이 늘어져 있길래 신경 쓰지 않았는데 아까부터 움직이기 시작해서 자꾸 눈에 거슬리네.
“으으…”
내 바지 끝을 붙들고 바닥에 엎어져 있던 몬스터 침 덩어리가 꿈틀거렸다.
설마 했는데 창문 방의 여자 몬스터잖아.
마지막에 뛰어내리는 건 봤는데. 그대로 나와 함께 몬스터 입으로 다이빙해서 따라온 건가.
내 바지는 왜 잡고 있어?
몬스터가 아니라 덩치처럼 갇혀있던 사람이나 마족 같은 건가.
아니, 그럼 지나가는 사람은 왜 밀고 난리야?
“루시아!”
벽더미에 묻혀 기절한 줄 알았던 마족 놈이 달려와 침 덩어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라마 곁에서 떨어지지 않던 마족 아이까지 뛰어가 침 덩어리에게 달라붙었다.
뭐야, 이거.
“설마 이게 그 아내야?”
***
살다 살다 능력 컨트롤을 못 해서 자기 아내를 악몽 속에 집어넣는 마족을 다 봤네.
“정말 감사하다. 루시아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곤…”
어쩐지 어디서 본 얼굴이라고 했지.
꿈속으로 끌려가기 직전에 본 애랑 똑같이 생겼잖아. 말이 없는 것도 똑같고.
“…딸은 피가 이어져 있어서인지 무사했지만, 루시아는…”
근데 저 애는 왜 한쪽에는 엄마, 다른 한쪽에는 라마를 끼고 앉아있어?
누가 보면 라마가 아빠인 줄 알겠네.
“…래서 수십 년간 방법을 찾아내려 했…”
마족이 뭐라고 계속 설명을 하고 있는데. 요약하자면 이랬다.
원래 없었던 능력이 갑자기 생겼다.
심지어 통제가 안 되는 능력. 피로 이어진 가족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라도 탑에 가둬버렸다.
사랑하는 아내 마족이 능력의 첫 번째 희생자였다.
동쪽 마왕이 아내를 구할 방법을 찾아준다고 해서 믿고 따랐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북쪽으로 와 북쪽 마왕을 돕고 있었던 상황.
하지만 북쪽 마왕은 이쪽을 도와줄 생각 따윈 전혀 없었다.
그렇게 절망에 빠져있는 사이, 아내를 되찾았다.
“그래서 라마를 내게 주었으면 한다.”
“뭐요?”
잠시 딴생각하는 사이에 대화 흐름이 왜 저따위가 된 거지?
이게 마족식 감사 인사냐? 멋대로 남의 드래곤 뺏어가는 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식이냐고!
“다시 말하지만, 라마에겐 내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내 이름은 라마가 아니라 라리오스 마커스다!”
분노하는 드래곤에게 진지하게 질문했다.
“나한테도 통하는 능력이 왜 너한테 안 통해? 설마 ‘드래곤인 라마가 사실은 마족의 아들?’ 같은 전개인 건…”
“아니다. 닥쳐라. 웃기지 마라!”
아하하, 웃긴 표정.
“웃지도 마라!”
아마 드래곤이어서 안 통했던 게 아닐까?
다른 드래곤을 구해와서 확인할 수도 없으니 대충 넘어가자.
“아이가 라마를 잘 따르기도 하니 라마를 받아가고 싶다.”
양아치 마족 놈이 다시 한번 요청했다.
라마는 어이가 없었다.
“라마를 주면 나한텐 뭘 줄 건데?”
라마는 두 배로 어이가 없었다.
“나의 힘을 보태주겠다.”
“필요 없는데. 어차피 어지간한 건 내 선에서 다 해결되거든. 그리고 라마는 소중한 우리 형의 펫이야.”
“인간…”
라마는 감동할 뻔하다가 멈췄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소중한 우리 형의 펫’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소중한 우리 형’의 펫이라고 한 거 같다.
그 전에 펫이라고 불려놓고 그 부분은 당연하게 받아들인 시점에서 자존심 상한다.
‘이성한 따위에게 절대 감동하지 않았다.’
라마가 혼자 머리를 굴리는 사이에도 대화는 진행됐다.
“내가 그대의 수하가 되는 것은 어떤가.”
“어? 그건 좀 괜찮은데?”
라마는 안 괜찮았다.
“나는 마음대로 트레이딩 해도 좋은 물건이 아니다!”
감동은 무슨.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동과 비슷한 감정을 마지막 남은 하나까지 파괴해 버릴 인간 놈.
“감히 나, 드래곤 라리오스 마커스보다 마족 나부랭이 따위가 낫다는 건가! 물론 나도 인간 너가 싫지만 이건 그냥 기분이 나쁘다!”
“그런 표정 짓지마, 라마. 저놈이 내 수하가 되어도 여전히 넌 우리 집 펫일 거야. 내 펫은 내 펫이고 수하의 펫도 내 펫이잖아.”
이런 뭔 개소리가 다 있나.
라마는 어이가 없었다.
< 143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