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144)
평범한 회사원입니다-144화(144/180)
< 144화 >
“동쪽이랑 북쪽 마왕에 대해서 정보나 더 털어봐.”
라마가 방 한가운데에 드러누워서 시위하는 동안 정보나 캐기로 했다.
“동쪽 마왕을 만난 건 아주 오래전. 동쪽 성의 마족이 되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었다.”
“플레이어가 아닌데도 그런 제안을 했다고?”
“동쪽 마왕의 수하 중에는 플레이어가 아닌 인재들이 수두룩했다.”
지금 자기가 자기 입으로 인재라고 칭찬한 건가.
마족은 플레이어도 아니고, 시키는 것만 했기 때문에 마계 퀘스트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아는 게 없다고 했지만.
그런 것 치고는 시스템이나 마계 퀘스트, 플레이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능력이 생겼고, 아내가 이렇게 되어 동쪽 마왕…”
“그건 아까 들은 내용이니까 패스. 그래서 정확하게 동쪽 마왕 밑에서 뭘 한 거야?”
“그저 곁에서 도울 뿐. 별다른 건 없었다.”
“좀 더 정확하고 상세하고 명쾌하게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왜 도왔는지 말해주면 안 되는 거야?”
“퀘스트 진행에 방해가 되는 이가 있으면 내 능력에 가두는 게 대부분이었다.”
“다른 건?”
“음.”
마족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내가 한 질문이 저렇게 인상까지 찌푸려가면서 고민해야 할 만큼 어려운 질문이었던가.
“지금 생각해보니 그 외의 일은 거의 한 게 없군.”
“거의 없다는 건 있긴 있었다는 거잖아.”
“다른 마왕들과 소통하기 위해 말을 전달하거나, 아주 가끔 마왕 성의 경비를 서는 게 전부였다.”
“잠깐만. 새로운 능력이 생기기 전부터 동쪽 마왕의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고 했지?”
“수락한 건 능력이 생긴 후지만, 그보다 훨씬 전부터 제안이 들어왔던 건 맞다.”
뭐지. 기껏 그렇게 열심히 스카웃 해놓고 새로 생긴 능력만 쭉 이용했다는 거잖아.
그전에는 뭐를 원해서 함께 하자고 따라다녔던 건데?
막상 데려와 보니까 새로 생긴 능력에 더 관심이 간 건가?
아니면…
“뭘 그렇게 보는가.”
“아무것도.”
아니면 동쪽 마왕이란 놈이 다른 마족의 능력을 알아내는 능력이 있는 걸지도.
이 마족이 악몽의 탑 능력을 갖게 될 거라는 걸 당사자보다 먼저 알아챈 거지.
꼭 이 마족이 아니더라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미래에 기가 막힌 능력을 얻게 될 마족이 보일 때마다 그물을 쳐 놓았을 수도 있지.
우연을 가장하며 도움을 줘서 은인 행세를 할 수도 있고.
조만간 곤란한 일이 생길 건데 그럴 땐 나를 기억하라며 예언자인 척할 수도 있고.
그러면서 몸값이 낮을 때 영입해 놓고 나중에 득을 보는 식으로.
충분히 가능성 있는 가설이다.
그런 식으로 충성심 강한 수하를 많이 모아두었다면. 동쪽에 마왕이 계속 부재중인데도 마족들의 충성도가 높은 게 말이 되거든.
수하들이 수시로 마을에 나가 밑밥만 뿌려줘도 우리 마왕님은 곧 돌아올 거고 세상에서 제일 강하니까 눈앞에 없어도 의지할 수 있다고 믿게 될걸?
이건 나중에 임시 동쪽 마왕 마플 데려다가 좀 더 물어봐야겠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동쪽 마왕이 사라졌다는 거지.”
“그렇다.”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모르고?”
“아쉽게도 모른다. 그 후에 북쪽 마왕에게 보내져서 알아볼 틈도 없었지.”
“누가?”
“음?”
“누가 보냈냐고.”
“누군가가 단독으로 내린 결정은 아닐 거다. 늘 마왕들은 서로 상의하에 결정을 내렸으니까.”
그런 거 치고 남쪽 마왕은 거의 왕따 당하는 수준으로 혼자 동떨어져 있던데?
북쪽은 성에 붙어있지도 않고.
아무도 동쪽 마왕의 행방을 모르는 데 관심도 없고.
정말 저 셋이 함께 상의하고 결정을 내린 게 맞긴 해?
“그래서 아내를 구해줄 테니 북쪽 마왕 밑에서 일하라는 말을 홀라당 믿고 여기에서 구르고 있었던 거야?”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지만… 그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바보네… 바보 맞네.
동쪽 마왕 밑에서 일한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을 텐데. 그 마왕 놈 사라진 지 꽤 오래된 거 같더만.
딱 봐도 해결되는 거 하나 없는 상태에서 끌려만 다니냐.
“북쪽 마왕은 수하 늘리기에 관심이 없었다. 내가 들어와도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았지.”
그런 식으로 대우할 거면 처음부터 부르지 말라고.
“자기 자신이 강한 게 중요한, 가장 마족다운 마족이라 할 수 있지. 북쪽 마왕이 퀘스트를 하는 건 마신을 부르기 위함이란 말도 있다.”
오?
“아마도 마신을 불러내 싸우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이다.”
“마족 중에서도 이성한 같은 놈이 있다니 놀랍다.”
시위 중이던 라마가 끼어들었지만 못 들은 척했다.
“이곳에 온 후로 북쪽 마왕은 딱 세 번 봤다. 그것도 거의 스쳐 지나가듯 봤을 뿐. 대화 한 번 해보지 못했다.”
“지금도 마왕 성에서 온갖 난리를 다 치고 있는데 아무도 와 보질 않네. 원래 이런 분위기야?”
“늘 이런 느낌이다. 북쪽 마왕은 마왕 성에 없을 때가 대부분. 그의 다른 수하들은 늘 다른 일로 자리를 비웠거나 북쪽 마왕을 따라나서서 성은 비어있을 때가 많다.”
“그럼 지금도 없겠네?”
“그렇다. 지난 몇 개월 동안은 딸과 단둘이서 성을 지키고 있었다.”
딸과 함께 성을 지키고 있다기보단.
그쪽이 성과 딸을 함께 지키고 있었다는 쪽이 더 정확한 거 같은데.
“혹시라도 내가 다른 마족들을 꿈속에 가둬버리는 일이 없도록 떨어져 지내기 때문에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도 있다.”
“아, 그러네. 능력이 멋대로 발동하는 거였지. 그런데 북쪽 마왕은 세 번이나 만났다며. 북쪽 마왕한테는 능력을 안 쓴 건가?”
“눈만 마주치지 않으면 된다.”
역시 눈을 마주친 게 능력 발동 조건이었구나.
“그래서 다른 마왕들과 마족들을 만날 때면 눈을 감고 만나거나 벽을 마주하며 대화하곤 했다.”
눈이 가려지는 가면 같은 걸 쓰면 안 되는 거야?
아니면 선글라스는 안 통하나?
한 팀이라면서 왜 그렇게 답답하게 소통을 해.
지금 보니 동쪽 마왕이건 북쪽 마왕이건, 이 마족을 제대로 도와줄 생각이 코털만큼도 없어 보이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이야기만 들으면 능력으로 악몽 탑에 가둔 마족이 많아 보이는데, 나는 덩치랑 그쪽 아내 외에는 몬스터들밖에 못 봤단 말이지.”
처음에는 각자 다 다른 꿈으로 빨려 들어간다고 생각했는데.
능력에 당한 사람 및 마족은 모두 같은 탑에 갇히게 된다는 게 확실해졌다.
동쪽 마왕이랑 일하면서 많은 마족을 악몽 탑에 가둔 거 같고.
안 그래도 컨트롤 되지 않는 능력이라 초반에는 무분별하게 이 마족 저 마족 다 끌고 갔을 텐데.
막상 그 마족들은 다 어디 가고 이 둘만 남아있었냐고.
“탑에 끌려간 다른 마족들은 어떻게 된 거지?”
“편하게… 해줬어.”
대답을 한 건 마족의 아내였다.
“미쳐버리기 전에.”
“……아, 예.”
진짜 미친 건 당신인 거 같은데 말입니다!
지금 그러니까.
능력의 첫 희생자인 아내 마족이 탑 속에 자리 잡고 앉아서.
그 후로 탑에 들어오는 족족 창밖으로 떠밀어서 괴물 뱃속으로 가는 직행 열차를 태워줬다는 거 아냐.
그것도 그 사람 및 마족들이 미쳐버리기 전에 고통을 덜어준답시고!
상식적으로 미치는 쪽이 괴물한테 씹혀 먹히는 것보다 덜 고통스럽지 않을까?
미치면…… 내가 미쳤다는 것도 모르니까 괴롭지도 않을 거 아…닌가?
안 미쳐봐서 모르겠네.
하여튼 상대를 위한답시고 괴물 밥으로 만들어버리는 건 정상적인 사고방식이 아닌 거 같다고 의견을 어필해본다!
아마 덩치도 서류 지옥에 빠져있지 않았더라면 괜히 위층까지 올라갔다 몬스터의 한 끼 간식거리가 되어 있었겠지.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됐고. 마왕들에 대해 더 아는 건 없나? 요즘 뭘 꾸미고 있다든가.”
“전혀. 말했듯이, 나는 계속 이곳에 따로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아는 게 적은 편이다.”
도움이 안 되네.
“이제 어떡할 건가.”
라마가 삐친 척은 그만하기로 했는지 말을 걸어왔다.
“베라포드에 집사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가야지.”
“집이라면 지구를 말하는 건가.”
“어.”
“마왕들과 마계 퀘스트를 해결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처음부터 여기 온 것도 테러 마플 찾으려고 했던 거잖아. 그놈은 진작 잡았고, 어느 정도 돌아가는 상황도 파악했고. 당장 동, 북 마왕이 여기 없다는데 어쩔 거야.”
“그래도 좀 더 둘러보면 마왕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라마가 왜 이러나 했더니.
진짜 마족들한테 자기를 떠넘기고 갈까 봐 이러는 거구나.
자기가 위대한 드래곤이라고 우길 때는 언제고 왜 남의 옷자락 붙잡고 있냐. 좀 놔라.
“됐어. 돌아가서 기다리다 보면 저쪽에서 먼저 움직임을 보이겠지.”
마왕 놈들이 완벽한 일 처리를 위한답시고 몇백 년간 준비만 했으면 좋겠다.
이제 슬슬 귀찮아져서 마계 좀 그만 오고 싶다고.
“남쪽 마왕을 잡아뒀으니 그쪽을 이용하는 게 낫지 않겠나.”
“뭘 어떻게 이용해.”
“서쪽 마왕인 너가 팀에 합류한 척하는 거다. 그리고 북, 동쪽 마왕과 교류하는 거처럼 속이고 뒤통수를 치는 건 어떤가.”
귀찮아. 번거로워. 지루해. 싫어.
“뒤통수치기 전에 귀찮아서 내가 먼저 죽을걸. 그리고 이쪽에 관심이라곤 쥐뿔도 안 주는 마족 1이랑. 어디에 있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마족2 잡겠다고 내 시간 낭비할 일 있냐.”
“그건… 그렇지.”
“그냥 가서 기다리면 언젠간 그쪽에서 먼저 사고 칠걸. 그때 다시 오면 돼. 가자.”
“나도 함께 가는 건가!”
“당연한 거 아냐?”
라마는 좋아했다.
언제는 나한테서 멀어지고 싶다더니. 왜 저렇게 좋아해?
그렇게 마계에 마족들이랑 남겨지는 게 싫었던 건가.
하긴. 나도 이 마족들이랑 있으라고 하면 차라리 뒷목 쳐서 기절시켜달라고 할걸.
그냥 대화만 하는데도 어색해서 숨이 막혀.
“잠깐! 약속한 대로 라마를…”
“뭔 약속.”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마족이 막아섰다.
마족아. 혹시라도 지구로 올 생각은 하지 말아라.
지구 도착한 첫날에 사기당하고 빈털터리가 되어 길바닥에 나앉을라.
“나는 아무런 약속도 한 적 없는데?”
“기다,”
마족이 뭐라 말을 더하기 전에 라마와 덩치, 집사까지 챙겨 탈출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초면에 사람 죽일 뻔 해놓고. 심지어 생이별한 아내까지 구출해왔는데! 그 아내란 마족은 덩치를 몬스터한테 던져주기까지 했는데! 남의 드래곤을 뻔뻔하게 요구하는 마족 놈.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
미리 짜 맞춘 것도 아닌데 내가 성에서 뛰어나오자마자 라마가 폴리모프를 해제하고 날아올랐다.
얼마나 저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거냐, 라마.
저 멀리서 들려오는 마족 가족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라 엘타로 돌아갔다.
덩치는 베라포드의 저택으로 돌아온 지 한 시간도 안 지나서 깨어났다.
“헉, 여기는 괴물 뱃속인가!”
진짜 타이밍 좋게 깨어나네.
사실 기절한 척하고 있었던 거 아냐?
어떻게 모든 상황이 깔끔하게 종결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일어나?
“괴물 뱃속 아니고 베라포드 저택입니다.”
“아… 그건 꿈이었나… 아니면 설마…… 이게 꿈?”
“둘 다 꿈 아니고. 괴물한테 먹힐 뻔한 거 살려내서 여기까지 데려왔으니 앞으로 저한테 잘하세요.”
덩치가 ‘이 이상 더 어떻게 잘해?’라고 쓰여 있는 시선을 마구 쏘아댔지만 언제나처럼 무시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건가.”
임시 동쪽 마왕 마플에게 물어볼 것도 있고.
마족 NPC와 퀘스트 활용법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하고.
그리고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요런 것도 있긴 한데…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 생각하자.
“우선 지구로 돌아간다. 그리고 쉰다. 끝.”
“찬성이다.”
“찬성합니다!”
오늘의 일을 내일의 나에게 떠넘기는 올바른 마음가짐과 함께 지구로 돌아왔다.
그리고 평화로운 한 달이 흘렀다.
< 144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