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145)
평범한 회사원입니다-145화(145/180)
< 145화 >
한 달.
보통은 큰일이 연달아 생긴 후에 휴식기를 가지면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한 달을 누구 코에 붙인다고 고작 한 달로 퉁치려는 건지 모르겠다만 일단 한 달이 평화롭게 흐르긴 했다.
물론 평화롭다고 했지 한가하다고 하진 않았다.
“돌아왔다! 내 몸으로 돌아왔어!”
그사이에 계약 기간을 꽉 채운 인간 레오가 원래의 몸으로 돌아갔다.
마플 레오도 원래의 몸을 되찾았지만.
[오랜만에 내 몸에 돌아오니 어색하네!]어색은 무슨.
이전부터 지금까지 내 눈엔 여전히 검은색 공으로 보일 뿐이었다.
“반갑다, 내 몸아! 보고 싶었다고, 어흐흑.”
오열하는 인간 레오는 가서 아이돌이나 하라고 돌려보냈다.
알아서 연예계로 복귀하라고 연구소 밖으로 쫓아낸 건 아니고.
나름 뒤처리도 완벽하게 해줬다, 이 말씀.
[세븐스타즈의 레오, 연예계 복귀]플레이어 각성 소식을 알려 전 세계의 K-POP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세븐스타즈의 레오(본명 김민수)가, 정식으로 세븐스타즈에 복귀했음을 알렸습니다.
레오는 전부터 플레이어의 삶보다는 세븐스타즈의 다른 멤버들과 팬덤 폴라리스가 더 소중하다고 여러 번 언급해왔는데요.
플레이어로서 연구소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그 마음을 간직한 채 복귀만을 기다려왔다고 합니다.
(후략)
댓글:
-민수야아ㅠㅠㅠ 기다렸엉!!! 어서와ㅠㅠㅠ
-완!전!체!컴!백!기!원!
-oppa welcome back
-근데 아이돌보다 플레이어 하는 게 낫지 않나? 아이돌 수명도 짧고, 돈도 플레이어가 더 벌 텐데. 얘 연구소 이성한이 달려와서 영입해갈 정도면 유망주였을 텐데;;; 나라 생각해서라도 플레이어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흠…
└레오 생각해주는 척하면서 개소리하는 거 잘 봤고요, 꺼지세요^^*
└애가 아이돌 하는 게 더 좋다는데 뭔 상관?
└플레이어면 개인의 자유 다 반납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하냐?
-레오 플레이어가 아닌 아이돌 선택해서 무책임하다고 하는 사람 이 기사 보고 왔으면 [링크]
└요약: 연구소가 레오 영입을 한 건 레오의 독특한 능력을 연구하고 싶어서라고 함. 레오의 능력은 전투에는 큰 도움이 안 됨. 즉, 레오가 아이돌을 하든 말든 본인 선택이니까 불만 있는 놈들은 니들이 나가서 몬스터랑 싸워 가만히 있는 애 건드리지말구~~
정말이지 뒷말하나 안 나오게 깔끔하게 해결해준 거 같아 아주 만족스럽다.
우연히 몬스터랑 마주쳤는데 사람들이 레오보고 무찔러 달라고 하면 곤란하니까 ‘레오의 무력은 일반인 수준’이라고 못 박아뒀다.
특수 능력 때문에 연구소에서 데려가 연구했고.
성과가 보였기에 돌려보냈다.
해당 연구가 마무리되면 공식 발표를 하겠다.
까지 깔끔한 마무리.
그 능력이 뭐였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기밀이라 나중에 공개하겠다고 대충 얼버무려놨다.
이게, 저런 걸 생각해내는 것도 보기보다 어렵단 말이지.
어디서 능력 좀 보여달라고 하면 난감해지니까 겉으로 드러나거나 보여줄 수 없는 능력이어야 하지.
그러면서 전투에 도움이 안 되고 쓸모없어 보여야 하지.
하지만 반대로 연구소에서는 흥미를 느낄만한 능력이어야 하지.
대체 그런 능력이 뭐가 있을까 머리 터지게 고민하다가.
오늘의 내 고민을 미래의 나에게 떠넘기기로 했다.
원래 이런 건 금방 잊히니까 괜찮겠지.
좀 시간이 지나고 혹시라도 누가 언급하면 그 연구는 실패했다고 말해줘야지.
비참하고 처참하고 처절하고 슬퍼서 심장 찢어질 거 같은 표정으로 대답해주면 되겠지.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 번 물어보지 않을 정도로.
“그래도 이건 이거다, 확실하게 말해두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마력 측정하는 능력, 뭐 그런 거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덩치가 아무 의견을 생각 없이 막 던져댔다.
“진짜 그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말한 건가요?”
“연구 성과를 기다리라고 할 거 없이, 이미 있는 마기 레이더랑 탐지기 선보이면 되잖아요.”
“진짜? 진짜로? 진심으로 마기 레이더랑 탐지기를 푼다고?”
“안 되나요? 시중에 마기 탐지기가 풀려있으면 마기가 퍼져도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지구에서 마기가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이 연구소랑 영웅 길드일 텐데?”
“……아.”
마기 탐지기 같은 거 다른 플레이어들이 들고 다녔다간 제일 먼저 끌려갈 게 태현오라는 걸 생각도 안 해봤나 보네!
“그리고 전에 미국의 던전 어쩌고 라이브 방송에서 우리가 마기 탐지기 들고 다니는 거 다 방송됐잖아요.”
“우리, 가 아니라 제가 들고 다녔던 거 같은데요.”
“대놓고 연구소 측에서 마기 찾아다녔다는 거 광고할 생각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런 의견을 내세우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라 엘타로 가져갈 수 있는 거면 몰라. 지구에선 마계 탐지기 백날 돌려봐야 플레이어의 발전에 별 도움도 안 될 텐데. 왜 쓸모없는 거나 연구하고 있냐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걸 왜 공개하지?”
“제가 잘못했다니까요?”
“태현오부터 온갖 마플들에, 어쩌면 우리 형까지 마기 탐지기에 걸려들 수 있는데 영웅 길드의 명성을…”
“알았어! 알았다고, 알았다니까!”
하여튼 인간 레오 건은 덩치의 투덜거림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누가 봐도 완벽한 일 처리.
두 번 다신 연예인, 특히 아이돌하고는 안 엮인다, 내가.
귀찮은 게 무슨 한두 가지도 아니고.
뭐 이렇게 신경 쓰고 챙겨줘야 할 게 많아?
세븐스타즈가 얼마 전에 스페셜 팬사인회와 팬미팅을 열었다고 들었다.
어디, 잘살고 있나 궁금하니까 검색이나 해볼까.
-셉슽 스페셜 팬싸 후기 (레오)
나: 민수야~ 보고 싶었어~
레오: 저도 정말 보고 싶었어요
나: 그동안 레오 못 봐서 기운 쭉쭉 빠졌는데 응원의 한마디 해줘~
레: (손잡아줌) 누나. 아무리 힘들어도 악마랑은 계약하지 마세요
나: ?
음……
아, 몰라.
어쨌든 내 일 처리는 완벽했다.
레오 건이 처리된 다음에는 라무상 이벤트를 열었다.
“그런데 라무상 관리는 안 하세요?”
“라무상이 뭐죠?”
“……”
“……”
“……”
“아, 알아요, 알아. 라마 무기 상점. 까먹고 있… 지 않고 모든 건 제 계획하에 있습니다.”
솔직히 덩치가 언급하기 전까지 잊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손 놓고 있으면 망해주는 게 예의 아닌가?
의외로 마그웨이가 완벽하게 관리를 하고 있어서 라무상도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었다고 한다.
뭐랄까.
마그웨이, 그사이에 통역기 떼고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될 정도로 한국어 실력도 늘었고.
어디 가서 라 엘타 사람이라고 말하면 거짓말쟁이 취급당할 정도로 컴퓨터를 잘 다루게 되었다.
내가 신경 쓰지 못한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저거는 지구에서 태어날 걸 라 엘타에 잘못 태어난 거 같다.”
소파에 드러누워 꼬깔콘을 손에 끼고 먹으며 TV를 보던 라 엘타 출신의 드래곤이 말했다.
“며칠 전에는 산책하러 나갔다가 길캐 당했다고 들었다.”
“길캐가 뭐냐?”
“모르나? 길거리 캐스팅의 줄임말이다.”
뭔…
다른 차원에서 온 드래곤한테 줄임말 뜻 설명 듣고 싶지 않아.
그리고 마그웨이가 길거리 캐스팅 수락하면 집에서 쫓아낼 거다.
내가 연예계랑 두 번 다시 엮이지 않을 거라고 했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안 님! 제가 이안 님의 곁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라고 라 엘타 현 황제의 유일한 아들이 말했다.
솔직히 마그웨이를 지구 알바생으로 부려먹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쟤는 라 엘타 가서 후계자 수업 같은 거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마그웨이가 후계자 수업을 받아야 하는 것과는 별개로 덕분에 라무상은 잘 굴러가고 있었다.
컴퓨터 활용에 익숙해진 후부터는 추첨, 판매 등 라무상 업무 전반을 거의 혼자 담당하고 있다나.
그래서 덩치가 납치를 당하든. 감옥에 갇히든. 이상한 탑에서 서류 정리를 하고 있든 라무상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지구로 돌아와 한가로운 한 달을 보내는 기념으로 소소한 이벤트를 열었을 뿐.
[라마 무기 상점 특별 이벤트]당첨되지도 못하는데 매주 응모만 하는 게 지치신다고요?
운 좋게 당첨됐지만,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해 아쉬우시다고요?
그런 여러분을 위한 특별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벤트 사유: 이성한 기분이 좋음**
이벤트 내용:
3주간 추첨 아이템 수량이 늘어납니다.
1주 차 – 500개
2주 차 – 500개
3주 차 – 1,000개
총 2,000개의 다양한 아이템!
매주 10개씩,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아주 특별한 아이템이 섞여 있습니다.
과연 행운을 손에 넣을 럭키 플레이어는 누구?
자세한 사항은 상세 공지를 확인해주세요.
[공지사항]덧글:
-이성한기분매일좋게해주세요이성한기분매일좋게해주세요이성한기분매일좋게해주세요
-2000개??? 2000개???? 드디어 나에게도 기회가 오는가!
└안 옴
-이벤트 해외지점은 안 하나 봄
-수량 늘어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주 특별한 아이템<< ㅠㅠㅠㅠㅠ저건 내꺼여야해ㅠㅠㅠ
└ㄴㄴ 너꺼 말고 내꺼
-이성한 입에서 아주 특별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면 어느 정도여;;;
-이전에도 언제나 특별했는데… 아!주! 특별이요? 여기에 뼈를 묻겠습니다.
-당첨 안 되는데 매주 응모해서 지친 거 그거 나야 나ㅜㅜㅜㅜ
└나돈데???
└헐 너도??? 야나도!
└누가 내 얘기하나
반응은 매우 좋았다.
그냥 영혼이 털릴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바빠져서 그렇지.
마그웨이가 일을 잘하기는 해도 이벤트를 담당해본 적은 없어서 담당이 덩치에게 넘어갔다.
“저도 이벤트 같은 거 담당해본 적 없는데요.”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니, 일이 이렇게 많아지는데 이걸 혼자…”
“아이고, 나는 클리브한테 가서 무기랑 아이템 이천 개 받아와야겠다.”
“이거가 제가 혼…”
“아, 대체 그 많은 아이템을 혼자 다 옮기려면 라 엘타를 몇 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거야!”
딱 한 번 다녀왔다.
고작 아이템 이천 개, 내 아공간 주머니에는 다 들어가거든.
결국, 덩치 혼자 끙끙대며 이벤트 관리를 붙들고 있었지만.
삼 일째에 울면서 전화하더라.
“여보세요.”
[흐어어엉, 흐으어어…]“뭡니까. 신종 보이스 피싱?”
[끄흑… 흐어… 크허엉.]“덩치 씨, 당신인 거 다 알거든요. 왜 전화했어요?”
[일이 너무 많아요! 일이 너무 많다고!!]이벤트.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거 같다.
이벤트 참여는 플레이어들이 하고.
추첨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하고.
수령은 정해진 시간에 마그웨이가 담당하고.
딱히 수량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별거 없는 이벤트라 덩치 혼자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지.
이벤트 이 자식,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놈이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하지 말걸.
덩치한테 전부 떠넘기려 했던 일의 반이 나한테 돌아왔다.
이거 아니어도 다른 마플들의 정보도 캐내야 하고.
마족 NPC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하고.
알아내야 할 것도 많은데.
이쯤 되니까 세상만사 모든 게 귀찮아져서 전부 영웅 길드에 떠넘겨버렸다.
형이랑 태현오가 알아서 해줄 거야.
그동안 나는 좀 쉬……진 못하고 이벤트 관리… 크흑.
그렇게 세상만 평화롭고 연구소는 전쟁터 같은 한 달이 흘렀다.
“이안 님.”
“응?”
“저, 잠시 라 엘타에 다녀와야겠습니다.”
마그웨이가 한 말 때문에 소름이 돋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 안돼.”
다음 주부터 이벤트 삼 주차라고!
첫째 주, 둘째 주 때도 죽을 맛이었는데 마그웨이까지 가버리면 뭘 어떻게 하라는 건데!
“곧 아버지 생신이셔서… 이번만큼은 꼭 가봐야 합니다.”
마그웨이는 울상을 지으면서도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곧 엔릭 생일이던가.
황제가 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인데 아들이 없으면 안 되겠지.
그래, 그건 이해하는데 그……
……황제가 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인데 친.우.가 없으면 안 되지 않나?
“마그야.”
“예, 이안 님.”
“같이 가자.”
< 145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