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15)
평범한 회사원입니다-15화(15/180)
< 15화 >
예전에 서류 정리를 하다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지.
던전에서 나온 몬스터가 아닌, 어딘가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야생 몬스터가 출몰하는 지역의 주변에는 70% 이상의 확률로 포탈이나 던전이 있다고.
포탈 관련 정보는 내가 담당하는 게 아니라서 바로바로 생각이 안 났다.
형이 언급하니까 바로 떠오르긴 했다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70%가 아니라 90% 이상이라고 본다. 나머지 20%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고.
단, 이번 건에 한해서는 90%가 아니라 100%다.
백 퍼센트의 확률로 통제 구역 근방에 포탈 혹은 던전이 있다.
그 지역에서 생성된 야생 몬스터가 벌써 셋이나 되니까.
이 구역에 허접한 출입금지 표지판이 세워지게 된 원흉인 몬스터 1번.
2번, 내가 출근하다 봤던 대형 몬스터.
그리고 3번 까망이 까지.
까망이가 다른 지역에서 나와 이곳까지 흘러들어온 것일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적다.
아마 첫 번째 몬스터가 나온 후에, 몬스터의 기운이 가장 짙게 남아 있을 때 등장해 들키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던 거겠지.
그때 까망이의 기운을 느낀 플레이어가 있었다 해도 죽은 몬스터의 잔재 같은 거라고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테니까.
슬쩍 보면 외형은 평범한 개로 보인다는 것도 한몫했고.
이렇게 포탈, 혹은 던전의 가능성이 뚜렷한데 근방에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건 그냥 담당하는 길드가 무능하다는 증거일 뿐이다.
다른 길드가 눈독 들인다고 이제 와서 열심인 척하려는 것 같지만.
이거 애석해서 어쩌나.
그 길드에서 애타게 찾고 있는 거, 내가 홀라당 먹어버릴 속셈인데.
“엄청나게 사고 칠 예정이라는 표정을 하고 있는데. 어디 가서 다쳐서 오지 말고 조심해라.”
내 표정을 살피던 형이 미심쩍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그럼, 그럼. 사고 치지 않고말고.
어디 가서 다치고 오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 통제 구역 한두 번, 세 번, 열 번 간다고 어디 다쳐서 올 일은 없다.
즉, 통제 구역에 가도 된다는 말씀.
“알았어. 그 근처로는 안 갈게. 나 오늘 늦게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기다리지 말고 저녁 먹어.”
그래도 예의상의 백색 거짓말을 해 안심시키고, 형이 뭐라 더 말하기 전에 빠르게 빠져나와 뒷마당으로 향했다.
“까망이 안녕?”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까망이에게 목줄을 채우고 슬쩍 데리고 나왔다.
요 며칠 동안 계속 산책하러 나간 것이 신났는지 까망이는 상당히 기분 좋아 보였다.
물론 산책시키려고 데리고 나갔던 건 아니었고. 포탈 찾는 데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서 끌고 간 거였지만.
개니까 냄새를 잘 맡지 않을까 싶었던 것도 있고. 몬스터니까 마나를 감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 포탈을 찾게 되면 알아보고 싶은 것도 있고.
“오늘이 마지막 나들이다, 까망아. 제발 거기 있는 게 던전 아니고 포탈이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해.”
“컹!”
까망이는 내 말을 잘 알아들었는지 어쨌는지 힘차게 대답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빠르게 걸어갔다.
이러고 있으니까 또 출근하는 기분도 들고 그러네.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었기 때문에 빠르게 뛰어갔다.
여전히 허술하게 출입 제한을 해 놓은 통제 구역.
예전에 대형 몬스터가 나타난 후, 조금 더 위험성을 느꼈는지 폴리스라인처럼 ‘출입금지’가 쓰여 있는 노란 테이프를 입구에 둘러놨다.
이런다고 출입 통제가 되겠냐?
그러니까 언제까지 무능 길드는 무능 길드라는 거다.
가볍게 점프를 해 출입금지 테이프를 넘어갔다.
까망이도 이 정도는 우습다는 듯 폴짝 뛰어넘었다.
개한테도 무시당하는 출입금지 팻말……
골목길 안쪽은 엉망이었다.
대형 몬스터가 나타났던 후로 시간이 꽤 지났는데 그놈의 담당 길드는 치우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는지. 돈이 되는 몬스터 부산물만 쏙 가져가고 나머지 부분들은 버려두었다.
그 덕에 남은 몬스터 찌꺼기들은 썩어 문드러져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심지어 몬스터가 넘어지면서 부서진 건물들의 잔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어 괴기스러워 보인다.
몬스터가 아니라 좀비들이 나타나는 세상에 온 것만 같은 기분.
특별한 이유로 이렇게 내버려 둔 건지는 모르겠지만 참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다.
형의 길드에서 구역을 받아가려고 하는 것 때문에 엿이나 먹으라는 심보로 이렇게 방치한 건가?
아니지. 영웅에서 그런 의사를 밝힌 건 최근이었을 텐데.
그럼 나의 출입을 막으려고?
그때 상황을 목격한 길드원이 있었으니 이 길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알 테고.
무력으로 어떻게 막지 못한다는 것도 잘 봤을 테니.
보통 사람들은 더럽고 역겨운 것에 질색하니까 제발 이 구역에서 꺼져 달라고 이 꼴을 해 놓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회사원들은 매일 같이 더럽고 치사한 것에 익숙해서 이 정도 역겨움은 아무것도 아닌데.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만 있다면 모든 할 수 있는 게 회사원이라고!
물론 나는 그 정도는 아니고, 예전에 베라포드에서 이것보다 심한 꼴들을 워낙 많이 봐서 아무렇지도 않은 거다.
던전은 외형이 어떻게 바뀌냐에 따라 육안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고, 탐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포탈의 경우 현대 문물로 탐지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고 한다.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다만 위성으로도 탐지할 수 없다나.
물론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까만 원형이 그대로 보이는지라 바로 포탈인 것을 알아볼 수 있겠지.
이런 골목길처럼 공터가 펼쳐진 경우에는 슥 훑어보기만 해도 보일 거다.
길드에서 사람을 여럿 풀어 확인했음에도 못 찾았다는 건 꽤 꽁꽁 숨겨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지난번에 본 그 무능 길드의 무능한 길드원.
고작 그 사람 한 명만 배치해 놨던 걸 보면 이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더 이상 뭐든 나올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음이 분명하다.
던전이든, 포탈이든. 혹은 몬스터든.
원래 그런 안일한 마음에서 사고가 터지기 시작하는 거다.
예를 들어 나처럼 능력 있는 멋진 회사원이 홀라당 빼앗아 간다던가?
그런 마인드를 가진 길드라면 평생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겠지.
몬스터의 잔해를 뒤적이고 있을 무렵. 특정한 기운이 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리니 눈에 보이는 건 통제된 구역의 끄트머리에 자리한 뒷산.
몬스터가 나타나기 이전에는 매일 아침 운동하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을 것만 같은 곳.
지금은 포탈이나 던전 찾아보겠다고 온 길드가 나서서 뒤집어 놓고, 쭉 방치해 놓아 처참한 모습 그 자체다.
까망이도 무언가를 느꼈는지, 한참을 킁킁거리더니 먼저 나서서 뒷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늘 산책을 즐기기는 했어도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한 방향을 향해 뛰어가진 않았는데.
“짜식. 너도 발견했구나?”
나돈데.
이 방향에 무조건 무언가가 있다.
제발, 제발. 던전 말고 포탈이어라!
“있다.”
있다.
포탈이다!
빠르게 뛰어 산 중턱에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는 포탈을 향해 달려갔다.
찾았다.
“컹!”
사실 방금까지만 해도 이걸 못 찾은 길드가 무능하다고 비웃고 있었는데.
정정하겠다.
아주 무능하지 않고 그럭저럭 무능한 거로.
이 포탈은 방금까진 존재하지 않았다.
이 정도 거리에 있는 포탈이라면 내가 출근하면서 감지하지 못했을 리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나의 운이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운을 끌어모은 만큼 좋아서 내가 도착한 순간 포탈이 우연히도 짠- 하고 나타났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 혹은 까망이의 등장에 시스템적인 무언가가 반응을 해서 포탈이 열린 거다.
골목길을 그렇게 오래 사용했는데 가만히 머물러 있던 적이 없어서 여태 반응을 안 한 걸까?
아니면 그동안 조금씩 영향을 끼쳐오던 것이 오늘을 기점으로 터진 걸까.
확실하게 라 엘타 시스템은 나에게 반응을 하고 있다.
플레이어가 아니면서 출입을 할 수 있는 것도, 퀘스트 보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도.
심지어 갑자기 포탈이 생긴 이번 같은 경우까지.
나한테는 시스템 쪼가리도 주지 않을 거면서 왜 반응하고 앉아있는지 모르겠다만.
뭔가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나중에 날 잡고 내가 어디까지 시스템에 간섭할 수 있는지 알아나 볼까.
내가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으로 퀘스트 부여가 가능한지.
타인의 퀘스트에 얼마나 간섭할 수 있는지.
아직까지 던전은 한반도 가본 적 없으니 던전도 가보면 좋을 거 같다.
“커엉.”
너무 오래 고민을 하고 있었던 건지, 까망이가 바지 밑단을 잡아당기며 보채기 시작했다.
왜 이래, 넌. 대체 뭘 보고 싶은 건데.
머리를 들이대는 까망이를 밀어내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포탈 위로 손가락을 갖다 댔다.
물론 손가락 하나 대는 것만으로 포탈 이동이 되는지 보려고 한 건 아니고.
손가락 끝에 마나를 담아 그림을 그리듯 움직였다.
라 엘타에 있는 동안 마법에는 관심도 준 적이 없지만. 몇 가지 유용한 마법진은 터득했다.
까망이에게 제약을 건 것도 다 이런 마법진을 통한 것.
덕분에 까망이한테선 몬스터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고,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 못하게 제약도 걸려있다.
물론 사람이 먼저 공격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경우는 제외.
또 다른 사람의 눈에는 평범한 개처럼 보이는 효과까지 주어졌다.
그전에도 긴 꼬리가 두 개 달린 것을 제외하곤 영락없는 개의 모습이었다만.
플레이어와는 달리 스킬을 쓸 수도 없으면서 몸에 넘쳐나는 마나를 이럴 때만 쓴다.
내가 오러를 가진 채 마나를 운용하려고 얼마나 갖은 노력을 다했는데, 어?
이렇게 써먹을 일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어!
라 엘타에 있을 때 유용하게 쓰고 싶어서 배운 건데 막상 그곳에서는 정신 차리면 적들이 모두 죽어 있어 써볼 일이 없었다.
덕분에 몇십 년 동안 그릴 마법진을 지구에 와서 다 그리고 있지.
끝. 이제 이 포탈은 다른 사람에게 감지되지 않는다.
능력 좋은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맨눈으로 보는 것 조차 불가능할 것.
형 정도라면 기운은 탐지하지 못해도 가까이 다가오면 또렷하게 포탈을 볼 수 있는 정도?
“좋아. 그럼 이제 궁금증부터 해결해볼까?”
손을 털고 일어나 까망이를 안아 올렸다.
이 자식, 뭐가 이렇게 무거워?
어디 가서 사람이라도 잡아 먹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
“까망아.”
“컹!”
“우리 집은 살인견 안 키운다.”
“커엉?”
못 알아듣는 척 하긴.
물론 말은 이렇게 했지만 까망이가 사람을 공격했을 가능성은 제로.
그랬다면 내가 제일 먼저 알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는 표정을 하고 나를 쳐다보는 건 용서할 수 없다!
그대로 냅다 까망이를 포탈 쪽으로 집어 던졌다.
“깨앵!”
누가 봤다면 완벽한 동물 학대의 현장.
하지만 괜찮다. 얘는 몬스터니까.
까망이는 포탈에서 튕겨 나와 데굴데굴 나가떨어지는 대신, 포탈에 몸이 닿자마자 한순간에 사라졌다.
좋아. 인간뿐 아니라 라 엘타 산 몬스터도 포탈 이동이 가능하다는 게 증명됐군.
궁금증은 해결됐다.
< 15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