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157)
평범한 회사원입니다-157화(157/180)
< 157화 >
형을 찾는 데 몇 시간은 걸릴 줄 알았는데.
30분 만에 찾아냈다.
그냥 라마 타고 날아가다 보니 형이랑 웬 후드가 거대한 망토를 뒤집어쓴 사람이 대화하는 게 보였다.
퀘스트 중인가?
뭐지? 대화하는 게 아닌가?
즐겁게 대화를 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형이 상대방을 경계하고 있는 거 같은데.
저건 또 뭐야. 저 망토인간, 왜 남의 형한테 손을 내밀고 난리야.
공격하는 거야?
“혀어어엉!”
형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뭘 하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형을 돕기 위해 라마의 등 위에서 뛰어내렸다.
“이성한!”
형이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왜 불러?”
“…아무것도 아니다.”
너무 높은 데서 뛰어내렸더니 허리가 다 쑤시네.
지구로 돌아간 후로 운동량이 많이 부족해지긴 했지.
그런 의미에서 몸도 풀 겸 눈앞에 있는 망토인간부터 정리해볼까!
“형, 퀘스트 내용이 뭔데? 이 사람은 정리해, 말아?”
“퀘스트 창.”
형은 길게 설명하기보단 보여주는 게 빠르겠다고 판단한 건지 퀘스트 창을 소환했다.
[퀘스트: 협력]클라리사 평원의 약속장소에서 ‘비밀단체’를 만나 그들을 도우세요.
달성도: 0%
보상: 달성도에 따른 차등 보상
봐도 모르겠다.
“설마 이 사람이 비밀단체에서 보낸 사람이야?”
“그래.”
딱 봐도 온몸에 ‘비밀단체’라고 써 붙이고 있는 모습이긴 하네.
너무 수상해서 100명 사이에 섞어놓아도 ‘이 중 비밀단체의 일원은 누구일까요~?’ 하고 물으면 100명 중 99명이 이 사람을 지목할 정도.
“저, 저는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망토인간이 끼어들었다.
누가 봐도 수상해 보이는데 무슨 소리야.
수상하지 않다고 주장할 거면 얼굴부터 보이라고.
“비밀단체가 원하는 게 뭔데?”
“‘그것’을 달라고 했어.”
“그것이 뭔데?”
“나도 모른다.”
“앞뒤 설명 없이 다짜고짜 뭔지도 모르는 걸 달라고 했다고?”
망토인간을 쳐다보자 찔리는 게 있는지 몸을 움츠린다.
“수상해.”
“수, 수상하다니! 약속된 것을 달라고 했을 뿐입니다!”
망토인간이 반박했지만, 딱히 설득력이 있진 않았다.
“아무래도 이전에 했던 퀘스트의 내용까지 바뀐 모양이야.”
“형이 레벨1 때부터 했던 퀘스트들이 라 엘타가 바뀐 것에 맞춰서 달라졌다고?”
“그래.”
“형은 한 적도 없는 퀘스트인데 한 거로 되어있고, 뭐 그런 거?”
“그래.”
“과거의 퀘스트를 통해 형은 ‘그것’이 뭔지 알고 있고 비밀단체와의 접점도 있는 거로 되어있는데. 막상 형은 그 퀘스트 내용을 알지 못하니까 지금 이 난리가 난 거라고?”
“그래. 아마 나뿐 아니라 모든 플레이어의 퀘스트가 이렇게 되어있겠지. 다른 길드원들을 파견해서 확실하게 확인을…”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원래대로 돌려놓을 거니까.”
“어떻게?”
“사실 이 꼴 난 게 내 탓이거든. 한번 해봤으니 다시 돌려놓을 방법도 찾을 수 있겠지.”
“뭐?”
설명은 나중에 하기로하고.
우선은, 우리가 하는 대화를 반의반도 못 따라오고 있는 망토인간과 마무리를 지어보자.
퀘스트는 끝내야 할 거 아냐.
“그 후드 좀 벗어보시죠.”
“저희 단체는 외부의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얼굴을…”
“사람이 대화하려면 얼굴은 보여야지. 그것인지 요것인지 가져다준다니까?”
“……하아.”
망토인간이 후드를 걷어냈다.
내가 후드를 걷으라고 하긴 했는데.
비밀단체의 지침이라면서 이렇게 순순히 얼굴을 보여도 되는 거야?
역시 수상한 단체……어?
“성녀?”
“무슨 말씀이신지?”
“성녀 아니에요? 무슨 주신을 믿는 성녀 어쩌고.”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망토인간은 성녀라는 말을 듣고도 썩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성녀’라는 단어가 욕이 되어 있는 거야?
왜 저렇게 싫어해?
망토인간이 그런 호칭을 싫어하는 것과 관계없이 성녀처럼 생긴 건 확실했다.
성녀 같은 인상이다 뭐다 하는 칭찬 같은 게 아니라.
과거 퀘스트에서 봤던 속물 성녀랑 똑같이 생겼다고.
아무리 봐도 판박이인데.
그때 그 성녀가 아직도 살아있을 리는 없으니 본인은 아니겠고.
설마 후손인가?
아니지, 성녀는 결혼을 못 하니까 후손이 있을 수는 없나?
우연히 유전자를 잘 물려받은 친척이나 가족의 후손 같은 거?
모르겠다. 그게 지금 중요한 것도 아니고. 상관없겠지.
“그래서 ‘그것’이란 게 뭔가요.”
“……지금 저희 단체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주장하시는 겁니까?”
“네.”
“……설마! 오, 오늘 만나기로 한 분이 아니라 엉뚱한 사람인 게…!”
“그건 아니고. 오늘 만나서 그것인지 저것인지 주기로 한 사람은 맞아요.”
“그럼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대충 기억상실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나도 기억이 안 나. 홀라당 날아가 버렸어.”
그 순간 망토인간의 어이가 소멸했다.
“좋습니다. 한 번만 설명하겠습니다. 말하자면 저희 단체는……”
망토인간은 진지하게 고민하다 단어를 골랐다.
“라 엘타에 마기가 주는 영향력을 줄이려 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테러단체네.”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예전 같았으면 아주 멋지고 좋은 취지를 가진 단체군요, 하고 칭찬이라도 해줬을 텐데.
현 라 엘타 주민으로서는 마기를 풍성하게 키워오며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었는데 마기를 없애버리겠다고 하는 거잖아.
지금은 마기를 없애는 쪽이 나쁜 쪽이라니까?
“테러단체가 아니라고 치고.”
“아니라고 치는 게 아니라, 아닙니다!”
“아, 네, 뭐. 아니라고 치는 게 아니라, 아닌 거라 치고. 그래서 ‘그것’은 또 뭔데요.”
“……저희가 요구한 ‘그것’이란, 마기를 담을 수 있는 수정을 말한 겁니다.”
수정?
예전에 ‘어둠’에서 마기를 담아 퍼뜨릴 때 사용했던 그런 수정인가?
“그 수정이 어떻게 마기가 주는 영향력을 줄이는데요?”
“그게…… 최대한 많은 수정에 마기를 담아 없애보려고…”
“뭐?”
“마기를 수정 채로 없애는 방법을 한번 연구…”
“그 비밀단체에는 바보들만 모여있나?”
“그런 무례한!”
차라리 해변의 모든 모래를 바다에 던져 없애버리겠다고 해라.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려는 건데.
막상 말을 꺼낸 망토인간도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새빨개졌다.
자기들도 멍청한 시도라는 걸 알고 있나 보지?
알면서도 발버둥 쳐보겠다고 저러고 있으니.
애쓴다.
“마기는 왜 없애려고 하는 건데요?”
“그것은… 마기는 인간에게 해롭습니다!”
전혀 아닌 거 같던데?
지금의 라 엘타 주민들은 인간처럼 된 마족들과. 마족처럼 된 인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마족이 인간이고 인간이 마족인 상태라고.
생물은 환경에 맞춰 진화한다.
같은 여우라도 더운 사막에 사는 사막여우는 열을 쉽게 내보내기 위해 귀가 크고.
추운 지역에 사는 북극여우는 털이 길고 빽빽하게 나 있는 것처럼.
라 엘타의 인간도 마기 머금은 땅에서 생존하기 위해 그에 맞춰 진화했다.
마기가 오히려 도움이 됐으면 됐지 지금의 라 엘타 주민에게 해를 끼칠 일은 없다.
비밀단체의 목적은 분명 따로 있다.
단순한 테러가 아니라면 무슨 이유가 있겠지.
거짓말은 잘 못 하는 게 분명한 망토인간이 시선을 피하고 눈치를 보는 것만 봐도 확실하다.
어차피 과거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거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약속한 수정을 가져오긴 하신 겁니까?”
말문이 막힌 망토인간이 대화 주제를 돌려버리는 걸 선택했다.
“안 가져왔는데요.”
“그럴 수가!”
뭘 그렇게 충격을 받고 그러냐.
장담하건대, 수정 한 개가 아니라 천 개를 가져다줘도 이번 퀘스트 달성도는 채우지 못했을 거라 본다.
퀘스트 내용이 수정을 주는 게 아니라 비밀단체를 돕는 거니까.
분명,
수정을 준다. 효과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바보단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다. 그 방법을 현실화하는 것을 돕는다.
까지가 퀘스트 달성도 100%를 채우는 방법일걸?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최소 몇 년은 붙들고 있어야 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일반적인 플레이어가 아니란 말씀.
마기 박멸에 효과적!
만족도 2000%를 자랑하는 이 세대 최고의 마기 제거제!
‘성수’를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내 들었다.
“그건 무엇입니까?”
“이게 뭔지 몰라요?”
“처음 보는 것입니다만…”
미치겠네.
얘들 성수가 뭔지도 몰라?
이 세상은 어떻게 되어 먹은 거야?
마기가 좋은 것이고 마기가 있는 게 당연한 세상이니까 성수는 독극물이나 폭탄 같은 취급을 받는 건가?
정말이지, 이젠 웃음만 나온다.
망토인간에게 성수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여주기 위해 한 병을 바닥에 쏟아부었다.
‘치이이익.’
불로 지지는 소리가 나더니 성수가 닿은 땅의 마기가 눈에 띄게 옅어져 갔다.
“어엇!”
물론 한 병이면 그리 많은 양도 아니고.
마기가 너무 짙어서, 사람 약 올리는 정도로만 정화되긴 했는데.
그런데도 망토인간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망토인간이 정화된 땅을 맨손으로 파냈다.
성수가 스며든 땅속까지 깔끔하게 정화된 것을 보고 경악했다.
“허, 허억… 컥, 이건…”
저러다 숨넘어가겠네.
“이, 이건 대체 무엇입니까!”
“바로 성수라는 겁니다.”
“성수, 성수라.”
망토인간은 ‘성수’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성녀는 싫은데 성수는 좋냐?
“그것을 저희에게 내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러죠, 뭐. 몇 개 필요한데요?”
“몇 개씩이나!”
망토인간은 감격에 차 기뻐했다.
저러다 울겠네.
성수에 목매는 건 오리지널 성녀나 닮은꼴이나 똑같구나.
핏줄이란 게 이렇게 무섭다.
망토인간의 선조가 그때 그 성녀라고 혼자 확정 지으며 성수 다섯 병을 꺼냈다.
“이 정도면 되나?”
“세상에! 감사합…”
그리고 그것을 망토인간이 아닌 형에게 넘겼다.
“…줬다 뺏으시는 것?”
그런 거 아니니까 실망, 슬픔, 울적을 전부 갖다 놓은 거 같은 표정 치워라.
마음 같아서는 이걸 주는 대가로 비밀단체의 마지막 동전 한 닢까지 탈탈 털어가고 싶지만.
시간도 없고, 성수도 모르는 단체에 뽑아먹을 게 없을 거 같아서 그냥 주는 거니까.
“내가 줬다가 퀘스트 완료 안 될 수도 있잖아.”
형은 순순히 성수 다섯 병을 망토인간에게 넘겼다.
“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퀘스트 완료 창이 떠올랐다.
달성도는 500%.
한 병당 100%인 건가? 성수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나 보군.
퀘스트 한번 엄청 간단하네.
“감사합니다. 그대들은 저희를 싹 잊어버렸지만, 저희는 이 일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아닐걸.
내가 다시 과거를 돌려놓으면 이 기억도 싹 사라질걸.
“그럼, 마기 없는 세상에서 다시 만나길.”
고작 성수 다섯 병으로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진심으로?
망토인간은 다시 후드를 뒤집어쓰고 가버렸다.
성수 5병 갖고는 아무것도 못 할 텐데.
저렇게 좋아하니 괜히 미안해지네.
뭐. 내가 다시 라 엘타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거니까 괜찮다.
“자. 이제 지구로 돌아가자, 형.”
형을 찾아서 퀘스트 끝내기, 완료.
< 157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