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180)
평범한 회사원입니다-180화 (에필로그)(180/180)
< 180화. 에필로그 >
“그래서 이성한을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럴 수가.”
라마의 말에 덩치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마신의 공격에 맞아 죽었을 것이다.”
“그러게 왜 신이랑 싸우겠다고 그 난리를 쳐서…”
“그렇게 혼자 희생하는 것처럼 사라지는 게 마왕들보다 더 하찮다. 지구식 표현으로 꼴값이다.”
“보통은 그렇게 세상을 구하면 멋있어 보여야 하는데 왜 하찮아 보이는 걸까. 이래서 사람은 평소 행실이 좋아야 하나 봅니다.”
“……”
“……”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점도 많았다.”
“그랬죠. 머리를 쥐어 짜내서 생각해보면 좋은 점이 나올 거 같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이성한은 정말 영웅이었다.”
“그러네요. 가끔 비약도 엄청 많이 주고, 무기도 챙겨주… 에이, 씨. 인제 와서 미화하려 해봤자 안 돼!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덩치가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뭘 원하는 거야. 바라는 게 뭡니까? 말도 안 되는 것 좀 말하게 하지 말아요! 솔직히 이것저것 많이 받은 건 사실인데, 내 노동력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NG, NG!”
카메라 감독이라도 된 것처럼 NG를 외치며 덩치 쪽으로 뛰어갔다.
“NG 같은 소리 하네.”
대놓고 큰소리로 투덜대는 덩치의 어깨를 두드렸다.
“거기선 제 찬양을 해야죠. 라마를 보세요. 얼마나 잘합니까?”
“무슨 찬양이요.”
“머리를 쥐어짜서 좋은 점을 생각해내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찬양.”
“그러니까 찬양할 게 없다니까요?”
아, 진짜 잘하고 있었는데 덩치 때문에 다 망쳤네.
“대체 이걸 왜 하는 겁니까?”
좋은 질문이다.
그러니까 왜 이러고 있냐면…
***
[신격을 얻었습니다.] [‘신’으로 전직하겠습니까? 예 / 아니오]“이게 무슨 개소, 으악!”
마신을 쫓아내기 위해 시드와 함께 하늘의 문 안쪽으로 들어오자마자 떠오른 상태창이다.
필요할 땐 없고 필요 없을 때만 나타나서 나를 물 먹이는 상태창.
그러니까 이 상황을 정리하자면 한마디로,
“시드, 위쪽으로!”
[캬아아!]신격인지 나발인지를 얻은 덕분에 마신이 나를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
‘쾅!’
마신의 공격이 열린 하늘의 문틈으로 쏟아져 나갔다.
저 아래에 있는 마족들한테는 대참사겠는데? 라마는 괜찮으려나.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의 강한 위력은 아니었다.
내가 아직 신이 아니라 신격을 얻은 정도여서 그리 강한 공격을 하지는 못하는 건가?
일단 이 상황에서 해결법은 하나지.
맞기 전에 먼저 때려주마.
“죽어라, 마시이인!”
‘콰아앙!’
‘콰과과과강!’
마기 공격 때문에 다가가는 건 까다로웠지만, 마신으로 추정되는 형체는 거대했기 때문에 가까이 가기만 하면 후려치는 것은 쉬웠다.
게다가 여기 올라오기 전부터 성수를 온몸에 뿌리고 왔단 말이지.
그냥 때리는 것보다 두 배로 아플 거다.
“이쯤 되면!”
‘콰아아앙!’
“포기하고!”
‘콰앙!’
“돌아가라고!”
‘콰과가가앙!’
마신은 하늘의 문을 잡고 있던 탓인지, 제대로 반격하지 못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마기를 계속해서 뿌려대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피할 수 있었다.
“이걸로 끝이다!”
‘콰과과과과과과아아아앙!’
그리고 마지막 한 방.
하늘을 잡고 있던 손같이 생긴 부분을 강하게 내려쳤다.
[고오오오오……]마신은 신이라기보다는 괴수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하늘에서 손을 떼어냈다.
신계가 아니라서 저런 덩어리 같은 모습에, 괴수 같은 말투인 건가?
아니면 원래 저런 꼴인 걸까.
사실 별로 궁금하지는 않았다.
마신이 손을 떼어냈으니 문이 닫힐 거고, 이제 지구로 돌아갈…
[콰아아아아아아아!]‘촤자자자작!’
“으악!”
마신이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문을 잡고 있어서라는 생각까지 했는데.
왜 미처 떠올리지 못했지?
문에서 손을 놓으면.
제대로 공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시드!”
방금까지의 공격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더 강력하고, 날카롭고, 피할 여지마저 주지 않을 정도로 거대해진 공격.
[카아아악!]시드가 몸을 틀어 막아주지 않았다면 나도 저 공격에 휩쓸려갔겠지.
마신의 힘을 담고 있다고는 해도 드래곤이 신의 힘에 맞고도 멀쩡할 리가 없었다.
시드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마신에게서 벗어나려고 날개를 펄럭였다.
주신은 뭐 하고 있냐!
문도 닫았는데 이쯤 되면 빨리 원래 세상으로 돌려보내 줘야 할 거 아니냐!
설마 약속해놓고 내 뒤통수를 치는 거라면 당장이라도 신이 되어서 신계까지 찾아가 두드려줄 거다!
……신?
그러고 보니 신격을 얻었다는 상태창이 떴었지.
설마… 내가 신격을 얻어서 주신이 나한테 간섭을 못 하는 건 아니겠지?
아, 그놈의 신격.
신 같은 거 필요 없다는 데 왜 나타나서 나를 방해하고 난리야.
마신을 상대하느라 정신없었던 탓에 잊고 있었던 상태창을 재소환했다.
[‘신’으로 전직하겠습니까? 예 / 아니오]전직은 개뿔.
신이 무슨 직업이냐? 전직을 하게.
NO!
망설임 없이 ‘아니오’를 눌렀다.
그러자 동시에 무언가가 몸을 두르는 것이 느껴졌다.
신성력? 아니면 그 비슷한 무언가인가.
확실하진 않았지만, 분명한 건 이제 곧 주신이 나를 밖으로 내보낼 거라는 거다.
이제 끝이다, 이 마신 놈!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끝이라고 생각한 지 0.5초도 지나지 않았는데 마신이 한 단계 더 강력한 공격을 터뜨렸다.
“안 돼! 시드!”
시드가 본능적으로 몸을 털어 나를 떨어뜨렸다.
레이저같이 터져 나온 마신의 공격이 시드의 머리를 향해 직선으로 쏘아졌다.
“작은 버전으로 변신해!”
[캬아악!]내 다급한 외침을 들은 시드가 새끼 드래곤으로 변했다.
‘콰아아아앙!’
마신의 공격이 작아진 시드를 지나쳐 애먼 허공을 강타했다.
나는 시드를 낚아채 안아 들었다.
그리고 몸이 붕 떠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마신의 앞에서 사라져갔다.
꼴좋다, 마신.
잘 있어라.
이쪽을 바라보며 ‘고오오오’하고 괴성을 지르는 마신 쪽을 향해 당당하게 오른손 중지를 들어 보였다.
아.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려나?
모르면 검색해봐라, 마신 놈아!
.
.
.
시드를 안은 채로 이동된 것은 마계도 라 엘타도 아닌 지구였다.
그것도 서울 한복판.
“무슨 축제라도 하는 건가?”
길거리에 대뜸 사람이 나타났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 사람 더 생겨난 것 정도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겠지만.
도로에는 차와 버스 대신에 화려하게 장식된 무언가가 옮겨지고 있었다.
그 주위로는 축제라도 하는 것처럼 악기 연주와 무용 공연이 한창이었다.
사람들은 우글우글 모여 그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저게 뭐지? 관?
아무리 봐도 관처럼 생겼는데?
대체 누가 죽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건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옆 사람을 붙들고 질문했다.
“저기요. 지금 이게 무슨 행사인가요?”
“모르고 오신 겁니까? 오늘은 플레이어 이성한 님을 기리는 날이지 않습니까.”
“예? 뭐요?”
플레이어 이성한을 뭐?
어이없어하는 나를 보고 친절한 시민1이 덧붙였다.
“말하자면 장례식 같은 겁니다.”
의미를 몰라서 되물어본 게 아닙니다만.
“장례식이요? 대체 뭔 장례식?”
여기까지 물어보자 시민1은 나를 수상한 사람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플레이어 이성한 님이 라 엘타와 지구의 평화를 위해 희생하신 일을 모르시는 겁니까?”
“네?”
“그의 형인 이성현 플레이어가 붙여준 드래곤 펫이 함께 따라갔다가 그의 죽음을 목격했다고 증언했죠.”
라마, 이 자식이?
“그러면 그 드래곤 펫이…”
“더 궁금하시면 검색해보세요.”
내가 마신한테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받을 줄이야.
시민1은 검색해보라는 말을 끝으로 내 관을 따라서 가버렸다.
살아생전 내 장례식을 지켜보게 될 줄이야?
장례식 준비가 하루 이틀 내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마신이랑 싸우던 그 짧은 시간 동안 지구에서는 몇 주씩이나 흐른 건가?
근데 제일 슬픈 게 뭔 줄 알아?
이쯤 되면,
‘오늘은 플레이어 이성한 님의 장례식… 어? 억! 헐! 이성한이다! 이성한이 살아있다!’
같은 반응이 하나쯤은 나와줘야 하는데.
단 한 명도 내 얼굴을 못 알아보고 있잖아.
내가 그렇게 평범하게 생겼어? 좀 알아봐 달라고.
어이가 없어서 장례식이고 뭐고 집에 가서 드러누웠다.
형도 부모님도 내 장례식에 간 건지 집은 텅 비어있었다.
6시간 동안 홀로 TV를 보고 라면을 끓여 먹고 시드랑 놀고 있으니 형이 떨거지들을 끌고 돌아왔다.
“여어, 형. 왔어?”
‘툭.’
형이 들고 있던 짐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컹!”
제일 먼저 나를 맞아준 건 까망이었다.
“…이성한?”
“어. 나야.”
“어디 있다가 이제 오는 거야?”
“나? 내 장례식 보고 왔는데?”
형은 내 대답에 허탈하게 서 있다가 이내 웃으며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돌아올 줄 알았다. 수고했어.”
그리곤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갔다.
뭐야. 반응은 저게 끝이야?
내가 죽었다는 데도 아무렇지 않았던 거야?
“인가아아아아안. 살아있었다면 왜 나타나지 않고 숨어있었던 건가아아.”
오히려 형보다 떨거지 1, 라마가 더 서글퍼했다.
“성현이는 네가 죽지 않았다고 끝까지 믿고 있었어. 하지만 정말로 살아있었을 줄이야.”
태현오라는 이름의 떨거지 2가 말했다.
그래서 형이 저렇게 덤덤한 반응인 건가?
이 앞에서만 덤덤한 척하고 방에 들어가서 혼자 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내가 죽지 않았다고 믿고 있었다면 장례식은 왜 한 거야?”
“아, 그건 내가 진행한 거야. 난 네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이백만 원 잃었네.”
전혀 슬퍼 보이지 않는 태현오가 환하게 웃었다.
내기까지 한 거냐?
사실 내가 죽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고?
“자, 그럼. 성한이도 돌아왔으니 장례식에 이어서 귀환 축하 파티라도 해볼까?”
“나가.”
“음?”
“우리 집에서 나가라고 떨거지 2야.”
“떨거지 2? 1은 누군데.”
그게 중요하냐?
태현오를 들어서 집 밖으로 던져버리고. 방에서 혼자 서러워하는 형에게 새로운 군식구, 시드도 소개해줬다.
***
라는 사건이 있었다.
[이성한 플레이어, 극적 생환.] [세상을 지킨 진짜 영웅. 살아있다?!] [이성한 플레이어는 어떻게 돌아올 수 있었나.]내가 살아있다는 소문은 반나절 만에 전 세계로 쫙 퍼졌다.
아무래도 태현오 놈 짓인 거 같다.
인터뷰 요청 같은 게 많이 들어오길래, 라마와 덩치가 내 죽음을 추모하며 나를 찬양하는 것을 녹화해서 내가 돌아오기 전에 촬영한 척하고 뿌리려고 했었는데.
“됐다. 포기하고 가자.”
“어디를 간단 말인가.”
“일하러 가야지”
“일? 무슨 일을 말하는 건가.”
“무슨 일이라니. 늘 하는 일 해야지.”
“연구소는 그만두지 않았나.”
라마의 말대로 지구로 돌아온 직후 연구소는 그만뒀다.
마신을 쫓아내고 나면 시스템도 없어질 줄 알고 연구소가 사라지기 전에 내가 먼저 그만두자, 라는 마음으로 사직서를 냈는데.
며칠이 흘렀는데도 시스템은 멀쩡하더라.
이러다가 갑자기 나한테 ‘마신을 쫓아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존재 자체를 소멸시켜주세요!’ 같은 퀘스트가 오는 건 아니겠지?
그러기만 해봐. 마신이랑 싸우기 전에 주신이랑 먼저 싸울 거다.
“어, 그만뒀지.”
“그런데 무슨 일을 말하는 건가.”
“늘 하는 일이라고 말했잖아.”
“그러니까 연구소는 그만뒀는데 무슨 일을 말하는 거냔 말이다!”
라마가 크게 소리 질렀다.
일하기 싫으면 말로 해. 왜 소리를 질러.
“내가 언제 연구소에서 연구소 일만 했나. 라무상도 있고. 마계 플레이어도 조사해야 하고. 하여튼 나 사업 시작할 거니까 따라와.”
“사어어업?”
라마는 턱이 빠질 정도로 놀라워했다.
“사업이라는 것은 준비가 되지 않은 인간들이 멋모르고 손을 댔다가 패가망신하고 길거리에 내앉게 되는 계기라고 들었다.”
어디서 무슨 정보를 주워오는 거냐.
“어… 여기서 저는 이만 빠져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어딜 가세요, 덩치 씨.”
은근슬쩍 도망치려고 하는 덩치까지 끌고 왔다.
“저 진짜 사업 같은 거에 엮이고 싶지 않은데요? 연구소… 아니, 아니지. 영웅 길드로 돌아갈래요!”
“가길 어딜 가요. 나랑 같이 일해야지.”
“아, 진짜! 어디 사는 마신은 뭐 하나, 이런 사람 안 잡아가고!”
라마, 덩치와 연구소에서 빼돌린 몇 명의 연구원들과 함께 회사 하나를 차렸다.
회사 이름은 ‘이안 컴퍼니’.
라마와 덩치가 질색했지만, 그러면 ‘라마 컴퍼니’나 ‘덩치 컴퍼니’로 할까요? 라고 물어보니 제발 이안 컴퍼니로 해달라고 빌더라.
기존에 하고 있던 일들은 계속해서 이어 하는 것은 물론.
플레이어들을 위해 도우미 NPC와 연결을 해주고 퀘스트를 유료 제공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사제 파견 서비스도 할 거고. 신전에서 털어낸 것들로 어떤 획기적인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아, 그리고 마계 관광사업도 기획하고 있다.
마신의 마지막 발악 때문에 산산조각이 난 마계를 복구하기 위한 것이랄까.
‘털실뭉치들의 즐거운 던전 가이드’ 같은 테마파크도 만들 예정이다.
“별 이상한 걸 다 한다. 제발 일 좀 그만 늘려라.”
라마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이안 컴퍼니’는 성공적으로 규모를 키워갔다.
나는 결국 퇴사를 했고.
대표가 되었다.
아, 물론 일은 덩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다.
나는 뭘 하냐고?
나야 물론, 언젠가 내 마지막 제스쳐의 의미를 알아내고 화를 내며 다시 나타날지도 모르는 마신과의 전투를 대비하고 있다.
즉, 놀고 먹으며 삶을 즐기고 있다는 뜻이다.
-끝-
< 180화. 에필로그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