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21)
평범한 회사원입니다-21화(21/180)
< 21화 >
“불은 어디서···”
“밖에서 나뭇가지 주워 왔지.”
“대체 어떻게 나간 거냐.”
“저 문 그냥 열리던데?”
정확하게는 힘을 주어 미니까 자물쇠가 부서진 거지만.
“그 고기는 어디서 났어.”
“이 근처에 몬스터가 많더라고.”
형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괜찮아, 형. 어차피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까. 낮에만 얌전히 있으면 저들도 우리가 자유롭게 출입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를 거야.”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뱉어.”
“엉?”
“아니지. 토해. 방금 먹은 거 빨리 다 토해내.”
NPC 무리에게 철창 밖을 나간 걸 들켰을까 봐 놀란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하긴 그렇지. 보통 몬스터 고기라고 하면 독이니까.
형은 안절부절못하며 내 등을 퍽퍽 두드리기 시작했다.
일반인을 내리치는 것 치고는 상당히 힘이 들어가 있는데.
감정 실어서 치는 건 아니지, 형?
“해독제도 안 통할 텐데. 오염된 몬스터는 극독이라고 했잖아. 그걸 왜 먹어!”
형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아까 몰래 나가면서 소리 차단 마법진을 그려 놔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진작 형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모두가 깨어났을 거다.
내 등을 치는 힘도 세지고 있는데.
그만해, 형··· 내가 진짜 일반인이었으면 독 감염 이전에 형한테 맞아 죽었겠어.
“형, 진짜 괜찮아. 형도 먹어봐.”
“닥쳐.”
“아니, 진짜라고! 나 거짓말한 적 없잖아. 포션 일도 사실이었고.”
“···..”
대답 없이 등만 두드려대는 형의 팔을 밀쳐냈다.
그런다고 토 안 합니다. 멍만 들 뿐이죠.
“나 오염된 거 정화할 수 있어.”
“···.뭐?”
좋아. 자세한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정화능력이 있는 컨셉으로 밀고 가자.
사실은 넘쳐나는 성수에 푹 담가서 정화한 거지만.
성수는 라 엘타 전 지역에 수량이 관리되고 모든 사용이 보고되어야 하는데.
이걸 왜 내가. 그것도 대량으로 가지고 있는지 설명할 방법이 없네.
포션 거래한다고 들고 다녔던 아공간 주머니에 성수가 그렇게 많이 들어있을 건 또 뭐람.
온갖 야영 용품도 함께 들어있어서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 것 또한 일사천리였다.
과거의 나 정말 준비성이 철저했구나.
“어서 먹어봐.”
“···”
“편식은 옳지 않아.”
“···”
몬스터 고기를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형의 입에 고기를 우겨 넣어줬다.
떨떠름하게 고기를 씹던 형도, 이건 그저 맛 좋은 고기일 뿐. 독이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포션부터 시작해서 퀘스트 난입. 파티 등등. 이해할 수 없는 이상 상황을 몇 번 겪다 보니 이젠 해탈한 건지 이제는 질문도 않는다.
그저 내가 신나게 고기를 구우면 묵묵히 옆에서 그걸 먹을 뿐.
사실 그냥 배가 고팠어서 입 다물고 먹고만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우리는 갇혀서.
우릴 가둔 귀족들과 기사, 병사들보다도 배부르고 등 따스운 밤을 보냈다.
다음날 이른 새벽.
동이 트고 시야가 확보되기 시작하자 무리는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날이 밝으면 이동하고, 어두워지면 바로 야영.
해가 완전히 지면 모든 활동이 차단된다.
비효율적이지만 불을 피울 수 없는 이상 별다른 선택지가 없겠지.
식사에도 제한이 생기고 야영 중 온기는 기대할 수도 없다.
정말 불편하게 사는구나.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병사들이 이동 준비를 하며 아침 식사를 챙길 때.
그들이 이쪽을 보며 속닥거리는 것이 보여 귀를 기울였다.
“대체 저놈들은 왜 살려 두시는 건지.”
“우리 식량도 부족한데 마차까지 써가면서··· 몬스터를 생포하면 같이 가둬 둘 예정이신 건가.”
왜 토벌대에 감옥으로 개조된 빈 마차가 있나 했더니.
몬스터를 생포하려고 했던 건가 보다.
마법 생체 실험 대상?
연금술 재료?
몬스터들을 해부해 오염의 원인을 알아보려고?
혹은 그 힘을 취하려고?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다만.
이런 허술한 철창으로 몬스터를 가두려 했다면 아주 크게 후회할 일만 생겼을 텐데.
애초에 이런 거로 몬스터를 구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이 토벌은 망한 토벌이다!
“저기 키 큰 남자를 봐. 저런 외모에 옷차림. 귀티가 줄줄 흐르는데 누가 봐도 귀족이겠지.”
“맞아. 나도 두 사람이 귀족과 시종일 거라고 생각해.”
“혹시라도 진짜 귀족이었다가 죽여선 곤란해진다고. 그러니 일단 가둬 두고 상황을 보려는 마레트 님의 현명한 판단인 거지.”
“하지만 귀족이 시종 하나만 달랑 데리고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거냐고.”
“역시 우리를 노리고 온 게 분명해. 그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훗, 나는 귀족으로, 형은 시종으로 보이나 보군.
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가슴이 시리다.
라 엘타에 돌아오고 한동안은 좋은 옷을 입고 다녔었는데.
포션 거래할 때는 플레이어를 만나는 거니까, 혹 나중에라도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마주칠까 봐 옷을 갈아입었다.
아주 싸게 구할 수 있는 기본 여행자 복으로.
우연히 다시 만난 거래자가 ‘정식 플레이어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좋은 옷을 입고 있었어요?’ 같은 질문을 하면 할 말이 없는걸.
근데 아무리 싼 옷을 입고 있다고 해도 그렇지.
형은 귀족인데 왜 나는 시종이야?
옷으로 사람 차별하지 마라!
“몬스터만으로도 벅찬데 같은 인간에게도 노려지다니…”
“섣불리 인간이라고 단언하지 마라. 인간형 몬스터일지도 몰라.”
“그런가? 하긴, 저건 평범한 인간의 외모가 아니야. 몬스터라서 저렇게 생길 수 있는 걸까?”
“그럼 옆에 있는 애는 왜 저렇게 생겼는데. 몬스터면 같은 종일 거 아냐.”
“어허. 사람도 다 다르게 생긴 것처럼 몬스터도 다 다르게 생길 수 있지.”
이 자식들이… 나가서 다 쓸어버릴까.
나 정도면 엄청나게 괜찮은 비쥬얼이거든?
한때 나랑 결혼하고 싶다던 귀족 영애들이 줄을 서다 라 엘타 한 바퀴를 돌았거든?
“진짜 몬스터일지도 몰라. 영웅 이안 경께서 사라지신 후로 몬스터들의 광폭화가 심해지고 그 수도 급증했지. 인간과 똑같이 생긴 몬스터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다.”
방금까지 ‘그’ 이안 경의 외모를 돌려 까던 놈들이 ‘그’ 이안 경을 그리워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그분은 언제 돌아오시는 걸까. 그분이 계실 땐 세상이 평화로웠는데.”
“분명 죽었을 거다. 아니면 은퇴했거나.”
여러분이 가둬 놨는데요?
“하긴 은퇴하실 나이가 됐겠지. 올해 몇 세이신 거지? 80? 90?”
아직 청! 춘! 입니다만!
“그의 정확한 나이를 아는 이는 없지. 마지막에 목격했다는 사람의 말에 의하면 그는 여전히 젊음을 유지한 채였다고 해.”
“사실 이안 경이 몬스터인 거 아냐?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강하고 늙지도 않아.”
“등신아. 몬스터가 같은 몬스터들을 토벌하고 다니겠냐?”
“변종일 수도 있지!”
병사들은 헛소리를 재미있다는 듯 지껄여대며 이동 준비를 마쳤다.
몇십 년 바쳐 세상 구하면 뭐 하냐.
시종. 몬스터. 잘생긴 애 옆에 그냥 존재하는 애 취급을 받고 있는데.
억울하다, 억울해.
병사들이 또다시 다가와 음식 나부랭이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곧이어 바로 행렬이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물론 받은 식량은 먹지 않았다.
당연히 버릴 생각이었는데 형이 그걸 모아 인벤토리에 넣어버렸다.
“그건 왜 보관해. 아껴 먹게?”
“이런 류의 음식은 보존 기간이 기니까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지.”
“인벤토리에 넣으면 안 상하는 거 아냐? 그냥 늘 맛있는 음식을 잔뜩 넣어놓고 다니면 되잖아.”
“인벤토리에 있어도 음식은 상한다. 그 속도가 느려질 뿐.”
“아하. 냉장고 같은 개념이구만.”
“……”
인벤토리는 제한도 많고 넣을 수 있는 용량도 생각보다 작다고 들었다.
확장하고 싶어도 퀘스트 보상으로만 가능하다고.
열 인벤토리보다 아공간 주머니 하나가 낫네!
형도 나중에 주머니 하나 챙겨줘야겠다.
“형. 근데 이러고만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물론 안 되지.”
“퀘스트 달성하려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지!”
“섣불리 그랬다간 네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어.”
“내 걱정 같은 건 하지 말고. 자, 선택해봐.”
형 눈앞에 손을 들이밀고 손가락을 하나씩 꼽아가며 선택지를 제시했다.
“1번. 문 열려 있으니까 그냥 문 열고 나가서 자연스럽게 일행인 척 무리에 합류한다.”
“자연스러운 합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2번. 일단 도망친 후에 우리가 먼저 몬스터를 쓸어버린다. 그럼 저 사람들을 공격할 몬스터도 없으니 마레…어쩌고들이 죽을 확률도 줄어들겠지.”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게···”
“3번. 쟤네 전부 제압해 못 움직이게 묶거나 가둬 놓고 우리끼리 몬스터를 학살한다. 난 3번 추천. 2번은 우리가 안 보는 사이에 죽어버릴지도 모르니까.”
“··· 성한아. 배고프냐?”
형의 목소리가 드물게 상냥해졌다.
배고파서 헛소리하는 사람 취급하지 마!
형이 어제 먹고 남은 고기를 주섬주섬 인벤토리에서 꺼내 내게 내밀었다.
아니, 저건 대체 언제 챙겼대.
나 고기 엄청 많은데. 그걸 모르고 비상용으로 챙겼나 보다.
“형, 나···”
“그래. 세다고. 알았어. 여태 거짓말한 게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믿어줄게.”
“그럼 역시 3번?”
“아니.”
형은 단호하게 말하고 진지함 그 자체인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손에 고기를 들고 있어서 강아지에게 앉아, 일어서를 가르치려는 것처럼 보여 영 집중이 안 되지만.
“이건 레벨 90대의 난이도 10 퀘스트다. 그리고 넌 퀘스트를 처음 해보잖아.”
형 레벨이 90이나 됐어?
그동안 레벨 3, 40대라며 연구소에서 으스대고 난리 났던 애들은 사실 찌그래기들 이였던 거야?
“무슨 변수가 갑자기 생길지 몰라.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
“알았어.”
형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들어주지 뭐.
고기나 먹자.
아공간 주머니에서 발화 도구와 조리기구, 먹고 남은 고기를 꺼내 더 구웠다.
“마레트 님! 이놈들이 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앗, 들켰다.
역시 훤히 보이는 대낮에 완전 범죄란 없는 건가.
“고기를? 어디서 난거지?”
“크흐, 먹고 싶다!”
“어젯밤에도 고기 굽는 냄새가 난다 했더니만!”
“너도? 나도 맡았어! 너무 배가 고파서 꿈을 꾸는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서 “나도, 나도 냄새 맡았어.”와 “고기 먹고 싶다”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물론 대부분이 고기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져 있을 때도, 정신줄을 놓고 있지 않은 사람이 몇 있었지만.
“저 새끼가! 고기 냄새를 풍기면···!”
“크와아아아아!!”
“왔다. 몬스터다!”
“락커스가··· 열 마리나 넘게···”
“젠장, 저 새끼 역시 우리를 몰살시키려고!”
“고기! 고기로 몬스터들을 유인했다!”
오해입니다.
실제로 어젯밤에도 고기를 구웠지만 사상자는 없잖아.
몰려오는 몬스터들 내가 다 잡아 죽일 동안 잘만 자느라 몬스터 오는지도 몰랐으면서.
그래서 지금 내 아공간 주머니에 락커스 고기가 산더미야.
락커스는 늑대처럼 생긴 사족 보행 몬스터다.
특징은, 아주 맛있다.
갑작스럽게 몬스터가 몰려온 탓에 난리도 아니었다.
크와와 괴성을 지르며 락커스가 무리를 덮치려는 순간.
형이 망가진 철창문을 열고 빠르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나는···
형이 얌전히 있으랬으니까!
잘한다, 우리 형! 더 해라, 우리 형!
철창 안쪽에서 고기를 마저 구워 먹으며 응원해줬다.
< 21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