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25)
평범한 회사원입니다-25화(25/180)
< 25화 >
생각해보니까 NPC들 주고 온 엠블럼.
그 당시에는 아무도 못 읽을 거라 생각하고 한글로 해 놓은 건데.
이제 지구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했으니까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려나.
귀족은 아니지만, 귀족이 될 뻔했을 적에 만들었던 가문 인장.
이안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몇십 년간, 내 이름을 잊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했을 뿐이다.
라고 포장한 말을 멋지게 말해보지만, 사실은 아무 생각 없었다.
집사가 와서 ‘이안 님을 상징하는 것을 표현해 달라’기에 별 고민 없이 내 이름 적었던 건데.
그걸 인장이랍시고 뽑아와서 내밀 줄이야.
일반적인 귀족들은 무슨 가문 인장을 자랑하듯 여기저기 도배해놓는다.
어디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저택에도, 마차에도.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크게.
하지만 난 귀족이 아니니까 그런 거 없다.
귀족이었어도 여기저기 ‘성한’, ‘성한’ 하고 써 있으면 웃기니까 안 했겠지만.
덕분에 내 인장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황제나 고위 귀족 몇. 그리고 집사를 포함해 집안사람 몇 명뿐으로 아주 극소수.
누가 알아볼 것을 걱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근데 우연이라도 저걸 플레이어가 본다면?
이안=한국인 공식 성립이다!
전국의 모든 성한이들이 아주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저 엠블럼을 누가 발견할 확률은 아주 낮으니 괜찮겠지만.
그 마리트랑 클레브였나. 이름도 벌써 희미해져 가는 그 둘이 엠블럼을 알아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의지를 갖고 알아본다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다.
라 엘타인 입장에서는 외계어로 보일 글자를 인장으로 쓰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정확한 이미지를 아는 수가 적은 거지 소문은 알음알음 퍼져있기도 하고.
또 정보 길드는 괜히 있는 게 아니지.
내가 준 엠블럼을 갖고 베라포드의 저택으로 가져가 도움을 청하라는 의미로 준 것이다.
아니, 굳이 가져갈 필요도 없이 엠블럼을 동봉해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도 충분할 거다.
그 후는 집사가 알아서 할 거고.
물론 무조건적인 후원은 내 사전은 없다. 집사라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들에게서 무기들과 연금술 제작물들을 뜯어내겠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정말로 사업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 말고. 우리 집사가.
수익은 전부 내꺼지만.
하지만 베라포드에 재산이 넘쳐나던.
사업을 해서 수익을 혼자 다 쓸어 담던.
나는 오늘도 회사 출근을 해야 한다.
대체 내 퇴사는 어디쯤에…
***
“안녕하세요, 지혜 씨.”
“안녕하세요. 주말 잘 쉬셨어요?”
“그럼요.”
형 이름으로 중고 거래하다가 사기꾼 취급당하고, 형한테 걸려서 혼나고, 그걸 해명한다고 이세계까지 갔다가 감옥에도 갇혀 보고 몬스터까지 잡으면서 잘 쉬었죠.
“다행이에요. 지난주 플레이어 보고서 정리 자료 책상 위에 올려놨어요.”
“들고 가시는 파일은 뭐에요?”
“아, 이거요?”
서류 한 묶음을 들고 가고 있길래 나한테 주는 일거리인 줄 알았는데.
“지난 석 달간 플레이어 판정받은 분 중 길드 미가입자 리스트예요. 이거 보고 분류해서 적합한 길드에 영입 제안서를 넣으려고요.”
“연구소에서 그런 것도 했어요?”
“원래는 안 했는데… 반년 전까지만 해도 길드 가입이 쉬웠거든요. 그런데 플레이어 관련 법도 까다로워지고 길드 수가 줄어들면서 많은 플레이어분이 갈 곳을 잃었어요.”
길드가 예전에는 우후죽순 생겨났었는데 몇 년 지나고 보니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며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플레이어라면 무조건 돈 많이 번다고 아무 생각 없이 일 벌인 사람들이 한 무더기였다고.
“그렇게까지 해주는 이유가 뭐예요?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길드 가입하고 싶은 곳에 지원하면 되잖아요.”
“아시잖아요. 길드 가입 없이 신규 플레이어가 홀로서기 힘든 세상인 거. 길드들은 잠재력 결과가 좋은 플레이어만 영입하고 싶어 하고.”
알다마다. 플레이어가 자력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제한되어 있다.
연구소는 플레이어들에게 의지해서 정보를 모으는데.
그 플레이어들도 결국은 어딘가의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니.
길드들이 단합해서 대놓고 특정 정보를 숨기면 길드 소속이 되지 않은 이들은 절대 알아낼 수 없는 거다.
스스로의 힘으로 발로 뛰고, 노력해서 알아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남들은 다 쉽게 얻어낼 수 있는 것을 혼자 힘들게 찾아내야 한다면 있던 의지도 사라질걸.
그래서 예전과 비교해서 혼자의 힘으로 노력하려는 플레이어가 없는 거고.
“연합 측에서도 별도로 양성소를 만들려고 하나 봐요. 길드에 들어가지 않은 플레이어들을 교육하는 목적으로요.”
하지만 그곳에 소속되어 일하고 싶어 하는 플레이어는 없겠지.
현장에서 뛰는 게 몇십, 몇백 배의 돈이 될 텐데. 그렇다고 연합에서 엄청난 혜택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혹 은퇴한 플레이어가 있다면 몰라. 아직 플레이어라는 존재 자체가 나타난 지 몇 년 안 된 시점에서 모든 플레이어는 건강한 현역이다.
자잘한 부상이면 몰라도 은퇴해야 할 정도의 부상을 입은 플레이어들은 이미 현장에서 사망했고.
“지혜 씨. 사실 제가 주말 동안 관련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요.”
“어, 정말요?”
“네. 어쩌면 좋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건 누구에게 말하면 될까요?”
“기획서를 작성해보시는 건 어때요?”
“기획서요?”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건 아닌데.
“네. 아이디어 잘 꾸려서 대리님께 제출해보세요. 요즘 그 문제로 연구소도, 연합도 고민이 많으니까 좋은 의견 내면 좋아하실 거에요.”
아니, 진짜.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오늘 성한 씨가 받은 일, 제가 좀 덜어갈 테니까 기획서 작성해보실래요? 대신 결과 잘 나와서 보너스라도 받으면 한턱 쏘세요.”
갑자기 기획서가 엄청나게 쓰고 싶어졌다.
“아, 물론. 당연하죠. 그럼 그 기획서를 좀 쓰러 가봐야겠네요.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연기 톤이 티 났나.
이지혜가 웃으면서 먼저 자리로 돌아갔고, 나도 내 자리로 와 앉았다.
그럼 지금부터 기획서나 써볼까!
물론 대충 쓰는 척하면서 월급 루팡을 할 계획이다.
내가 갓 각성한 플레이어라면 알고 싶은 정보. 궁금한 것들이 뭘까.
사실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내가 이번에 퀘스트에 들어가면서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던 점들만 설명이 되어도 좋을 거 같다.
퀘스트 레벨 10단위마다 추가 보상이 있다는 거.
플레이어가 정착한 마을에는 퀘스트 보드가 생기니까 굳이 베라포드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
퀘스트 진행 시 히든 피스가 있을 수 있다는 점. 그러니 시스템에 적힌 설명을 문자 그대로만 믿지 말고 그 안에 숨겨진 진짜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진짜 중요한데, 퀘스트 시작할 때 뜬금없이 이동되어 허허벌판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
솔직히 아무런 준비도 안 되어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환경이 바뀌면 당황해서 실수할 확률이 높아질 거 같다.
감옥에 갇히거나 적대적인 NPC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겠지.
생각나는 것들을 대충 끄적여보았다.
이 정도면 괜찮은데?
대리한테 말해서 팁 게시판이나 내 전용 카테고리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그 페이지 관리한다는 핑계로 다른 일감을 대폭 줄이고.
나는 주기적으로 형을 닦달해서 정보 알아 와서 공개하고.
길드 없는 플레이어들은 내가 올린 팁 보고 자력으로 쑥쑥 커가고.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어쩌면 내 게시판이 너무 흥한 나머지 연합 쪽에서 제발 우리가 만들려는 양성소에 와서 일해주세요! 라며 부탁해올지도 모른다.
좋아. 당장 승인받아야지.
“어? 안녕하세요.”
김 대리 사무실로 달려들어 갔는데 웬일로 3층 부장님이 앉아계셨다.
대체 평소에 뭘 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바쁜 부장님.
첫 출근 했던 주에도 출장으로 안 계셨고. 그 후로도 늘 바빠 두어 번 스쳐 지나간 것을 말곤 본 적이 없다.
제대로 인사하는 것도 면접 봤을 때 이후로 두 번째.
맨날 뭔 해외며 지방에 출장이래.
정말 일하는 거 맞아? 사실 아래 사원들이 뼈 빠지게 벌어오는 돈으로 여행 다니는 거 아냐?
“무슨 일입니까, 이성한 씨.”
“제가 길드 무소속 플레이어분들을 위한 팁 게시판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에 대해 기획해봤는데요.”
“팁 게시판? 그런 팁은 어디서 가져오려고.”
“저희 형이 플레이어인데 형한테 들은 정보들이 있어서요.”
김 대리 놈은 흥, 코웃음을 쳤다.
내가 내민 서류 파일을 읽어보지도 않고 대충 책상에 던져놓았다.
형한테 들어봐야, 뭔. 이라고 중얼거리는 거 다 들었거든. 내 청력을 얕보지 마.
평소에는 좋은 상사인 척 온갖 쇼를 다 하더니 부장님 앞이라고 괜히 있어 보이는 척 쿨하고 멋진 척하는 거 봐라.
속으로 김 대리 욕을 실컷 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부장이 서류 파일을 다시 집어 내게 돌려줬다.
“성한 씨 하고 싶은 대로 진행해봐.”
“네?”
“네에?”
나보다 김 대리 놈이 더 놀란 거 같다.
“4층에 말해서 바로 게시판 만들어 줄 테니까. 일단 한번 해봐.”
저 사람. 우리 형이 누군지 아는구나.
그렇지 않다면 서류 첫 페이지도 읽지 않고 ‘니 맘대로 해라’를 시전할 리가 없다.
김 대리가 뭐라 하며 만류하려고 했지만, 부장은 일단 한 달 정도는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제안했다.
부장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빠르게 인사하고 나와버렸다.
등 뒤로 김 대리의 불평불만이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앞으로 한 달은 이 일에 몰두하는 척하면서 다른 일들을 전부 미뤄둬도 되겠군!
자리로 돌아오고 10분도 안 돼서 게시판이 생성됐다.
게시판 관리자 이성한.
그냥 성공적인 월급 루팡러가 되기 위해 시작한 거였는데. 막상 또 시작하려니까 생각보다 기대된다.
있는 정보를 받아 적는 게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쓴 걸 올리는 건 또 처음이네.
기획서와 함께 제출했던 샘플 팁을 조금 더 손본 후에 바로 업로드 했다.
다들 연구소가 새로운 정보로 풍부해진 것에 기뻐할 것이다.
분명.
***
제목: 신규 플레이어들을 위한 퀘스트 팁.
연합에서 각성 테스트 하고 플레이어 됐는데, 길드에 들어갈 마음은 없는데 플레이어는 되고 싶어서 어떻게 해보려는데 방법은 모르는 신규 플레이어들을 위한 라 엘타 퀘스트 팁입니다.
TIP 1 – 시작하면 아무 데서 시작할 수 있음.
납치되거나 같일 수도 있습니다.
자길 싫어하는 NPC를 만날수도 있는데 잘못하고 있는거 아니니까 그대로 잘하면 됩니다.
몬스터 앞에 떨어지지 않게 주의.
언제나 아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TIP 2 – 히든 피스 있을 수 있음.
퀘스트창에 설명된거 말고도 뭐가 더 있을수 있으니 잘 찾아볼 것. 보상이 더 좋아집니다. 시스템 의도 파악이 중요합니다. 시스템만 믿지 마세요.
TIP 3 – 베라포드에 집착하지 말 것.
베라포드 아니여도 됩니다. 다른 마을 정착시 퀘스트 보드가 생긴다고 합니다. 정확한 정착기준 아직 모릅니다. 거주자 등록이나 그런게 잇지 않을까합니다.
확실해지는 대로 추가될 예정.
TIP 4 – 퀘스트 레벨 10달성마다 추가 보상.
레벨 10, 20, 30처럼 10단위 별로 추가 보상이 있습니다. 시스템적 보상.
차후 레벨 90까지 받을 수 있는 추가보상 리스트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Bonus Tip! 모든 포션은 빨강, 파랑이 아님.
덧글:
-마지막 개소리ㅋㅋ 포션은 빨강과 파랑일 수 없DA
└빨파가 아닐 수도 있다고 쓰고 싶었던 듯ㅋㅋ
-글씨체 좀… 가독성이 꽝이네요
-글씨체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
-같일 수도 있는게 뭐야?
└갇힐 수도 있다는 거 아닌가
-한문단 이상 못 읽겠다.
└한문단이나 읽음? 대단
-사실 암호 아냐? 해석하면 연구소에 갇혀 있어요. 살려주세요. 그런 거 적혀있는 거 아님?
-뭔 말이냐 대체
-시스템을 믿지 말래ㅠㅠ 시스템 안 믿으면 뭘 믿어ㅠㅠ
-길드 서폿없이 신규 플레이어들이 홀로서기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나 했는데. 이걸 보고 길드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고 갑니다.
< 25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