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37)
평범한 회사원입니다-37화(37/180)
< 37화 >
전날 아침부터 라엘타닷컴의 자유게시판은 한 가지 주제로 떠들썩했다.
얼마 전에 경매로 거래된 아돌의 포션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품.
그것의 구매자가 구매한 내역 인증과 함께 올린 글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제목: 아돌의 포션 구매 후기]-익명으로 작성된 게시글입니다.
장난치다가 실수로 구매해버림
(인증 사진)
5개에 2만 원에 구매
사기꾼 놈 얼굴이나 볼 생각으로 거래했는데
포션 색이 보라색
사기당한게 좀 빡쳤는데 귀환하고 얼마 안 있어서 사기꾼이 사기쳐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환불해줌
포션…인지 뭔지는 버려달라고 했는데 그냥 갖고있었음
근데 어제 어쩌다 친구놈이 마시게됐는데
사기 아니고 진짜 포션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좋은 포션이라고함
5개 한 묶음이라서 4개 남았는데 땡잡은부분?
질문 안 받는다
덧글:
-요즘 왜이렇게 어그로가많냐
-거짓말도 그럴듯해야지ㅠㅠ 포션이 보라색이 뭐냐
-판매자(사기꾼) 동료 아님?ㅋㅋ 거래한척 구매조작하고 밑밥 까는게 분명하다. 조만간 아돌의 포션인지 뭔지 물량 풀어서 대량사기 치려고 하는거 백퍼
-그냥 관종 어그로 같은데
-근데 팁게시판에도 그런 말 있지 않았나? 포션 색 원래 고정된거 아니고 빨파 외에도 다양할 수 있다고
└너어는 일반인이 하는 개소리를 믿냐
└연구소 정보력 개허접인거 다 아는데 그걸 믿는 사람이 여기있었네ㅋㅋㅋㅋ
당연하지만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약 십 분 후, [아돌의 포션 판매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게시글은 제목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지만, 내용은 별로 특별한 게 없었다.
현재 논란이 되는 보라색 포션의 출처는 자신이며, 가짜나 사기가 아닌 진짜 생명력 포션이 맞다. 딱 그 정도의 내용만 담고 있었으니까.
제목만 본 사람들은 판매자를 사기꾼이라 비웃고 매장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조용히 뒤로 가기를 누르고 나왔다.
그 글이 올라온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모든 이들이 포션이 보라색일 수도 있다며 긍정하기 시작했다.
판매자라며 글을 올린 사람이.
이성현이였으니까.
심지어 자신의 거래 내역까지 스크린샷 찍어 아돌의 포션 판매자가 맞다는 것을 증명까지 했다.
중국에서 해킹한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영웅 길드 측에서 반박 글을 올리거나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사람들은 확신했다.
이성현이 또 뭔가를 발견했구나.
그것을 유통하려다가 무언가 문제가 생겨 중단된 상태구나.
영웅 길드는 좋겠다.
나도 영웅 길드에 들어가고 싶다.
[제목: 포션의 색에 관하여.]작성자: JUNE
현재 모든 이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포션의 색상에 대해 정리해드립니다.
얼마 전에 팁 게시판의 글에 ‘포션의 색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라는 언급이 있었죠.
그 후로 관련 정보에 대해 제가 알아보았답니다.
*굉장히 힘들게 얻은 정보입니다.*
빨간색 생명의 포션이나 파란색 마나 포션이 아닌, 다른 색상의 포션을 제가 직접 본 게 아니어서 아직까지 공개하고 있지 않던 정보인데요.
영웅 길드의 이성현 님께서 증언을 해주셨으니 그에 관해 조금 덧붙이려 합니다.
원래 포션의 색은 다양하다고 합니다.
다만 저희가 흔히 볼 수 있(지만 값은 비싸서 어차피 살 수 없)는 상점표 포션은 모두 빨간색(생명력) 혹은 파란색(마나) 인데요.
이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염료가 값이 가장 싸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상점에서 구할 수 있는 양산형이 아닌. 연금술사나 성직자가 만드는 수제 포션의 경우 색상이 아주 다양하다고 합니다.
그중 보라색은 비싼 색에 속한다고 하니, 아돌이라는 포션 제작자는 상당히 부유한 사람으로 추측될 수 있네요.
+포션 제조에 능숙한 사람은 무지개색 포션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별로 마시고 싶지 않을 거 같지만요.)
덧글:
-구매자 대박 났네 보라색 비싼 색이래
-근데 판매자가 이성현이면 구매자가 얼굴 보고 알아봤어야 하는 거 아님?
└이성현이 중고거래하러 다니겠냐ㅋㅋㅋ 아무 길드원 보낸거겠지
-팁글에 그 글이 맞았네. 개소리인줄 알았는데
-근데 라엘타닷컴의 팁글 작성자. 일반인 아님? 어케 플레이어들도 모르는 사실 알고 있음?
오랜만에 발견된 새로운 사실에 반응이 떠들썩했다.
플레이어 대부분은 퀘스트 깨는 것도 급급한데 이성현은 대체 뭘 하고 다니기에 저런 것도 발견하는 거냐며.
그렇게 포션 사건이 해프닝 정도로 마무리가 되어갈 때.
모두의 시선을 끄는 글이 하나 더 올라왔다.
[제목: 포션판매자=팁글작성자=이성현동생]-익명으로 작성된 게시글입니다.
얼마 전에 포탈 사용 가능 일반인으로 논란이 났던 일반인.
(관련 기사 링크)
그거 이성현 동생임
영웅에서 현재 밀어주고 있음
연구소 직원 & 팁게시판 관리인
팁글에 나온 내용 다 이성현이 한 말 동생 쪽이 옮겨적은 거
아돌의 포션 영웅길드에서 지원한 거 맞음
동생쪽은 제한 없이 라 엘타 왔다갔다 할 수 있으니까 판매를 담당하기로 함
근데 시범판매 해본건데 결과가 안 좋아서 엎은 것
덧글:
-개구라네ㅋㅋㅋ
-어디서 약을 팔아
-이게 왜 개구라야? 가능성 있는 말 아닌가. 갑자기 라엘타닷컴 정보력 좋아진 것도 그렇고 진짜일 수도 있지
-이성현 동생이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것은 영웅 길드의 음모입니다. 제가 봤습니다. 대형몬스터도 갖고 놉니다. 이성현의 동생은 최소 이성현 이상의 무력을 가지고 있고….. (중략)….. 이는 분명 영웅 길드에서 플레이어 로봇같은걸 만들어서 이성현 형제라는 살상병기를 만들어낸게 분명합니다. 영웅 길드는…. (후략)
└미친놈. 덧글이 본문보다 길어
-당연히 거짓말이지. 이 게시글 작성자가 영웅 길드원이나 관계자인 거 인증하면 그때부터 믿음
-근데 태현오가 연구소 직원 하나 만나러 연합 설명회까지 갔단 말 있지 않았음? 이성현 동생 보러 간 거라고 하면 앞뒤가 딱 맞네.
└연구소 직원 영웅 길드로 스카우트하려고 했다던 그거? 루머인 줄 알았는데 진짜면 소오름ㅋㅋㅋ
-이거 거짓말 아니에요ㅠㅠㅠ부길마님 동생 연구소 직원 맞구요ㅠㅠㅠ 제 갑옷 찢어버림GAE시키ㅠㅠㅠㅠ
-온갖 어그로가 판을 치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조회수만 높았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글이었다.
그때, 게시글 작성자가 인증이라며 사진을 업데이트했다.
영웅 길드 소속이라고 또렷하게 적혀있는 신분증 사진을.
그리고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짧은 시간 동안.
이 소문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플레이어 사이에서 퍼져나갔고. 이른 아침부터는 일반 기사나 뉴스로도 퍼질 정도였다.
한번 정보가 터지자 다른 관련 정보까지 탈탈 털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지혜가 찾아서 보여준 어떤 기사에는, 내가 영웅 길드의 지원으로 던전을 방문했다가 갇혔던 그 직원 둘 중 하나라고까지 적혀있었다.
이 정도면 나를 아는 사람은 이 기사에서 말하는 게 누군지 고민하지 않고 바로 알 수 있겠네.
거의 이름 빼고 다 말한 거나 다름없잖아.
영웅 길드에서 내 개인정보 유출 막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뭐냐, 태현오.
“정말이에요? 성한 씨가 그…”
이지혜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성현 플레이어님 동생이에요?”
속삭여서 물어보면 뭐하나.
방금까지 3층 직원들 모두 모여 이 기사 보고 있던 거 다 아는데.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지혜와 나를 둘러싸고 엄청나게 눈을 빛내며 대화를 경청하고 있는데.
일 안 하세요?
“네, 맞아요. 제가 전에 말했잖아요, 이성현이 제 형이라고. 그때 엄청 웃으셨는데.”
“그, 그건, 농담하신 줄 알고…”
뒤쪽에서 누군가가 헉, 하고 숨을 들이켜며 ‘형이 맞대..!’라고 중얼거리자 모두가 제각각 떠들어댔다.
갑자기 누군가가 커피를 내 책상 위에 올려주는 것을 시작으로 ‘이성한 책상 위에 먹을 거 쌓아 올리기’ 시합이 시작됐다. 아니, 이런 거 필요 없거든.
아예 이지혜를 밀어내고 내 주위를 둘러싸 말을 걸어대기까지 했다.
이성한 씨, 형이랑 친해요?
성한 씨, 영웅 길드 가봤어요?
성한 씨, 영웅 길드가 어쩌고, 영웅길드가 저쩌고. 성한 씨, 이성한 씨, 성한 씨, 성한 씨 성한씨 성한씨성한씨성한씨!!!
집에 가면 환청처럼 계속 들리는 거 아니야?
사람 이름을 왜 이렇게 불러대.
평소에 잘하라고.
이제 와서 귀찮게 굴지 말고.
지난번에 모여서 내 욕하던 무리가 없는 꼬리까지 흔들며 알랑방귀를 뀌고 있는 걸 보면 코웃음이 나올 정도다.
성한씨성한씨성한씨성한씨!
돌림노래냐.
3층 직원들이 말을 거는 걸 싹 무시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시작했다.
***
같은 시간, 초월 길드 5조는 지구 건너편까지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회의하고 있었다.
“김한비는 왜 안 와. 어디 갔어?”
“얼마 전에 연구소 인터뷰 하러 갔다가 맛이 가서 돌아왔던데요. 울고불고 난리를 치면서 이성현 동생이 최종 보스다. 영웅 길드에서 만든 인간 병기다. 대형 몬스터를 잡은 건 이성현이 아니라 동생 쪽이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길래 며칠 휴가 줬어요.”
5조의 조장 한겨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동안 한비에게 좀 소홀하긴 했지. 하기 싫은 업무 억지로 떠맡기고. 못했다고 잔소리하고.”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이 그 정도로 맛이 갈까.
휴가를 받은 건 잘된 일이었다.
위에서 이성현 동생 영입 건을 5조에 통으로 떠넘겨버렸으니까. 이 사실을 김한비가 들었다면 드러누웠을지도 모른다.
“시간 없으니까 회의나 빨리하자. 우리가 지금 상황이 좋지 않지?”
“저희가 정보나 스카우트 담당도 아닌데 왜 이런 업무까지 맡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원들이 투덜대기 시작했다.
이미 영웅 길드 쪽에 선점을 빼앗긴 사람을 데려오라니.
그냥 5조를 버리는 패로 쓰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윤승연이 내린 결정이었다면 체념이라도 할 텐데, 길드 마스터가 없는 틈을 타 윗선에서 냉큼 내린 결정이라 불만이 많이 터져 나왔다.
“이 건은 이미 늦었어요. 영웅이 데려간 사람을 무슨 수로 초월로 끌고 와요.”
“아니야. 아직 늦지 않았어. 초월을 어필할 기회는 아직 없었잖아,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거야.”
한겨레의 말에 바로 반박이 날아왔다.
“안 대봐도 아는데요? 이번 주 <위클리 플레이어> 보셨어요?”
“아니, 안 봤는데.”
“거기에 올해의 길드 평판. 선호도. 인기투표가 있었는데 세 분야 모두 영웅이 압도적 1위에요.”
“왜 자꾸 영웅 타령이야! 너는 영웅이 스카우트하면 갈 거냐? 갈 거냐고!”
“당연히 가야죠! 설마 영웅을 거절하시려고요?”
“아니. 나도 영입 제안 들어오면 가야지.”
회의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숙연해졌다.
‘띠링’
“누구야. 회의 시작했는데 무음은 기본이잖아.”
“죄송합니다.”
조원은 무음으로 바꾸기 위해 빠르게 핸드폰을 들어 확인했다.
“어?”
“뭔데?”
“2조의 박이슬한테서 연락 왔는데요. 이성현 다음 주에 미국 간다는데요?”
“뭐? 왜? 역시 태현오랑 싸운 거래? 영웅에서 나와서 미국 길드로 간대?”
“아뇨. 이번에 미국에서 나온 던전 때문에 간다는 거 같은데, 자세한 건 모르겠네요.”
영웅 길드가 해외 길드에까지 관여하게 되는 건 초월 길드 입장에선 좋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5조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기회가 생긴 거니까.
“잘됐네! 이성현 없을 때 동생 쪽이랑 접촉해보자.”
“그 동생도 같이 간다는데요?”
그리고 다시 숙연해졌다.
< 37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