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40)
평범한 회사원입니다-40화(40/180)
< 40화 >
생에 두 번째로 들어간 던전은 지난번 던전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한국의 이레귤러 던전은 딱 봐도 동굴처럼 생긴 던전이었는데. 이번 던전의 경우 밖에서 내부를 볼 수가 없었다.
입구가 페인트로 덧칠된 것처럼 새카맣게 되어있다고 해야 하나. 솔직히 크게 들어가고 싶게 생긴 모양은 아니었다.
던전 안으로 들어가자 까만 막을 통과하는 순간 풍경이 싹 바뀌었다.
아예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온 거 같은데.
필드 던전인가.
던전은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그때 덩치랑 들어갔었던 던전은 기본 던전.
대부분 동굴 형태로, 무조건 앞으로 나가면서 마지막 방의 보스 몬스터를 해치우거나 던전의 모든 몬스터를 잡으면 출구가 생기는 식.
두 번째는 미로 던전.
말 그대로 미로 형태의 던전이다. 그냥 무작정 출구만 찾으면 되는 식의 미로가 아니라, 온갖 함정과 몬스터들이 있는 던전.
그리고 마지막은 필드 던전.
플레이어들이 연구소 측에 공개하는 정보 중에는 필드 던전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다.
애초에 필드 던전 자체가 수가 많지 않기도 하고.
연구소에 정보를 제공하는 플레이어들은 99%가 중하위권 길드에 소속된 플레이어들인데. 모든 필드 던전은 상위권 길드에서 꽉 잡고 있어서 애초에 그 플레이어들도 아는 게 없기도 하고.
가끔 보면 연구소가 하는 게 있나 싶을 정도로 진짜 쓸모없네.
맨날 같은 정보만 중복적으로 들어오고 정작 필요한 정보는 들어오지도 않고.
하지만 나는 정보가 부족하다고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바로 옆에 걸어 다니는 플레이어 백과사전이 있으니까.
“형, 필드 던전에 대해 설명 좀.”
“필드 던전은 보다시피 필드형이다. 대부분의 필드 던전이 이곳처럼 숲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꼭 모든 필드 던전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야. 숲일 수도. 평원일 수도. 혹은 바닷가일 수도 있다.”
형이 설명하는 동안 뒤쪽으로 미국 플레이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던전에 들어온 미국 플레이어의 수는 총 50명.
형은 5명을 제안했는데 너무 적다며 협상을 한 거 같다.
저들 딴에는 50 같은 적은 수로 어떻게 필드 던전을 공략하냐며 속으로 울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보통 필드 던전은 특정 퀘스트를 깨야 출구가 생성된다. 몬스터를 잡으라는 퀘스트가 대부분인데, 모든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기본 던전과는 조금 달라. 특정 몬스터를 잡거나, 일정 수의 몬스터를 잡으면 되는 식. 그 외에 미션 퀘스트가 존재하는 던전도 있지만 드문 편이야.”
“그래? 퀘스트 창 좀 보여줘.”
“던전 퀘스트는 라 엘타 퀘스트처럼 퀘스트 창으로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지 않는다. 보통은 직접 알아내야 하지.”
몸으로 부딪쳐야 하는 건가.
마구잡이로 몬스터를 죽이고 다녔는데 우연히 공략된 경우도 많겠네.
“일반인이 여기까지 들어와서, 무슨 생각이야!”
형이랑 잘 대화하고 있는데 얼굴에 주근깨가 자글자글한 미국인 플레이어 하나가 씩씩대며 다가와 어깨를 움켜쥐었다.
“한국에서는 무슨 짓을 하면서 설쳐댔는지 모르겠지만 여긴 미국이다. 필드 던전은 기본 던전과는 달리 한번 들어오면 공략될 때까지 나가지 못한다는 걸 모르는 거야?”
몰랐는데, 이제 알게 됐다.
주근깨는 그 후로도 이곳은 수백 명이 희생된 던전이고, 굉장히 위험한데 알고 들어온 거냐며.
이곳에 들어온 모두가 죽을 수도 있고 너의 목숨은 아무도 책임져줄 수 없다고 화를 냈다.
세 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라마가 굉장히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어깨에 얹어진 주근깨의 팔을 꺾어버리고 그대로 인간을 종이처럼 구깃구깃 구겨버린 후 땅에 묻어버리길 기대하고 있는 거 같은데.
일단 주근깨는 우리를 걱정하는 의미에서 화를 내는 거니까 보류.
하지만 저쪽에 대놓고 불평하면서 우리 욕 하고 있는 미국 놈들은 나중에 두고 보자.
어깨에 올려진 손을 대충 털어내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라마 녀석은 엄청나게 아쉬워했다.
“우선은 던전 공략법을 찾아봐야겠네.”
왜 기존의 파티들이 던전 공략에 실패했는지도 알아보고.
얼마나 강한 몬스터가 있길래 우르르 전멸한 걸까.
드래곤보다 강한 몬스터가 있었으면 좋겠네. 라마 친구 하나 만들어주게.
그런 생각을 하며 둘러보던 차에, 무언가가 눈에 밟혔다.
“공략 방법을 일반인이 무슨 수로 알아낼 거야.”
“필드 던전의 공략법을 찾는데 얼마나 어려운지, 플레이어가 아니니까 모르지.”
“저렇게 무방비하게 걸어가다니. 몬스터들에게 빨리 와서 죽여주쇼, 하는 꼴이네.”
“몬스터들은 좋겠다. 싱싱한 먹잇감이 직접 뱃속까지 기어들어 가네. 이래서 빌어먹을 동양인 놈들한테 일 맡기지 말자니까!”
“저게 공략법을 알아내면 내가 오늘부터 저걸 형님으로 모신다, 크하하.”
“제한 시간 내에 모든 몬스터를 잡아라.”
공략 방법을 큰소리로 외쳐주자, 실컷 내 욕을 하며 떠들고 난리 치던 미국인들이 순식간에 합죽이가 되었다.
“뭐?”
“제한 시간은 세 시간.”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우리도 모른다는 걸 알고 아무 말이나 해대기는. 일반인이 하는 말을 믿어줄 거 같냐!”
“저 새끼, 진짜 묻어버릴까.”
“여기 쓰여있는데.”
“뭐?”
“와서 직접 보거라, 아우야.”
오늘부터 나를 형님으로 모시게 된 미국인이 꽥꽥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그리고 내 말이 사실이란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던전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커다란 바위.
그 위에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
라 엘타 공용어로.
[제한 시간 내에 모든 몬스터를 잡아라.]제한 시간 : 입장 후 세 시간
“근데 모든 몬스터를 잡을 필요는 없다고 하지 않았어?”
“…보통은 그렇다는 거지.”
형은 어색하게 웃더니, 미국 플레이어들이 웅성거리며 바위를 보고 있는 틈을 타 질문을 던졌다.
“혹시 저 공략 조건. 라 엘타의 언어로 적혀있는 거야?”
“어. 라 엘타 공용어로 적혀있는데? 다들 읽을 수 있는 거 아니야?”
“플레이어들은 라 엘타의 모든 언어가 시스템적으로 번역, 통역이 돼서 자신에게 가장 편한 언어로 보인다. 내 경우에는 한국어. 다른 플레이어들은 영어로 보이겠지.”
아. 그래서 저 미국인들이 일반인인 내가 라 엘타 공용어를 읽을 수 있다는데 의심조차 안 하는 거구나.
저들 눈에는 이게 영어로 보이니까 라 엘타 언어로 적혀있는지, 실제로도 영어로 적혀있는지 알 방법이 없을 테고.
내가 당연히 영어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 라 엘타 공용어로 적혀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조차 하지 않는 거다.
지극히 미국인다운 자기중심적 사고방식.
아쉽게도 난 영어는 헬로우랑 아이돈노우 밖에 모르거든?
“말도 안 되는 제한 시간이야. 세 시간 안에 모든 몬스터라니!”
“딱 봐도 제한 시간 안에 필드조차 전부 둘러볼 수도 없을 규모다. 애초에 클리어를 할 수 없는 던전이었어!”
“젠장, 이게 다 이성현 저 새끼 때문이야! 모든 인원이 들어왔어도 깰 수 있을까 말까 한 던전을… 고작 이 인원으로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일반인 동생 같은 거 하기 싫어!”
미국인들은 엄청난 패닉 상태에 빠져 괴성을 지르고 울부짖었다.
아까 나 혼자 걸어간다고 몬스터가 어쩌고 하지 않았나?
지금 너네들이 몬스터 어그로 죄다 끌어모으고 있는 수준인데.
하긴. 저렇게 괴성 질러서 몬스터를 한데 모아놓고 한꺼번에 죽이면 세 시간 정도는 껌이겠다.
“여기 봐! 이상한 게 있어.”
“마법진 인가? 이게 뭐지?”
미국인들이 자기들끼리 아우성치고 괴로워하며 날뛰다 우연히 바위 뒤쪽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마법진이라는 말에 냉큼 가서 확인했는데. 바위 맞은편에 추가 안내사항이 있었다.
[제물을 바치면 제한 시간이 길어진다.마법진 위에 인간의 심장을 바쳐라.]
이런 식인가.
“제물… 제물을 바치면 제한 시간이 길어진다고.”
“역시 던전을 공략할 방법은 있었어!”
“한 명당 몇 시간씩 길어지는 거지?”
“그건 시도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우선 저 일반인 놈들부터 제물로 바치는 거야.”
“그래도 이성현 동생이라는데…”
“이성현 동생이고 나발이고 우리 다 죽게 생겼는데 그게 중요해? 어차피 저 자식들 다 여기서 죽을 확률 100%라고!”
미국놈들. 저런 대화를 숨길 생각도 없는지 아주 우렁찬 목소리로 외쳐대고 있다.
대놓고 들으라는 거야, 뭐야.
“그냥 저놈들을 다 제물로 바쳐버릴까.”
라마는 상당히 불쾌하단 표정으로 말했다.
“안 하는 게 좋을걸? 제물을 바치면 던전의 몬스터들을 더 강해지게 만드는 마법진이야.”
“뭐?”
지구상에서 마법진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다.
실제로 심장을 마법진 위에 올리면 제한 시간을 늘려주기는 할 거다.
대략 심장 한 개당 3분에서 5분 정도?
그 대신 던전 내의 몬스터들이 더 강한 힘을 얻게 되고.
이전에 들어왔던 플레이어들이 제한 시간 좀 늘려보겠다고 서로 죽이고 제물로 바쳤다가 던전 난이도가 높아지는 바람에 공략하지 못한 건 확실한 거 같다.
마법진에 바쳐진 심장의 수는 상당할 거다.
B급 던전을 S급으로 올려버릴 정도니까.
“너는 드래곤씩이나 돼서 마법진 공부 안 하고 뭐 했냐.”
“드래곤은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대마법사 그 이상이다! 마법진을 고, 공부할 필요가 없어서 그랬을 뿐이다!”
라마는 씩씩대며 발을 굴렀다.
그래봤자 덜떨어진 드래곤이지.
“제한 시간을 늘리는 건 관심 없지만.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저놈들을 제물로 바치는 건 좋은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형?”
“하지 마라.”
아쉽긴 하지만. 고작 50명의 심장을 바쳐봤자 간에 기별도 안 간다고 던전이 화를 내며 받은 심장 집어 던질 판이다.
벌써 몇백이나 먹어치운 게 몇십 명에 만족할 리가.
일단 미국놈들은 던전부터 해결하고 손보기로 할까.
“우리를 탓하지 마라! 다 너희가 자초한 일이니까!”
“고작 일반인 두 명이라도 던전 공략에 도움이… 앗!”
“도망친다, 잡아!”
타이밍도 더럽게 못 맞추는 미국놈들이, 나와 라마를 제물로 바치러 다가온 순간.
나는 이미 자리를 박차고 던전 중심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새로 생긴 아우를 포함해 미국놈 몇 명은 나를 쫓아왔고, 몇은 라마를 붙잡으려 다가갔다.
그래. 그렇게 고함치고 뛰어다니면서 몹몰이라도 해라.
“안 돼! 몬스터들이 몰려온다. 다들 조심해!”
“일반인 놈이 자살하려고 한다, 붙잡아!”
“몬스터에게 맞았다가 심장까지 터져버리면 곤란하다. 제물로 바쳐야 해, 잡아!”
“저 새끼, 일반인 주제에 왜 이렇게 빠른 거야?”
맞은 편에서 몬스터들이 소란을 느끼고 전투적으로 달려오고 있었고.
뒤에선 미국놈들이 내 심장의 안부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앞뒤가 시끄럽든 말든 몬스터 무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몇 분 후, 미국놈들은 계속해서 나불거리던 입을 드디어 다물게 되었다.
내가 던전을 박살 내기 시작했으니까.
[캬오오-!]라마도 폴리모프를 해제하고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가 몬스터들을 향해 브레스를 쏘아댔다.
이것이 우리 집 라마의 침 뱉기다!
“아, 아니. 대체.. 저, 저분들은 뭡니까!”
거의 모든 미국인이 헛소리할 동안. 말리지는 않았지만 동조하지도 않고 있던 애쉬 가렛이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제 동생과 펫입니다.”
이성현도 그 말을 끝으로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40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