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42)
평범한 회사원입니다-42화(42/180)
< 42화 >
내가 요구한 것은 딱 세 가지였다.
이안이라는 이름을 팔아서 길드 홍보를 하겠다는 거나 다름없으니 광고료 혹은 모델료를 이안, 즉 나에게 지급할 것.
던전 및 포탈 프리패스 신분증과 몬스터 공격 허가증을 발급받아줄 것.
솔직히 이건 형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다니는 게 부러워서 한번 찔러본 건데 정말 될지는 몰랐다.
태현오. 어디까지 발이 뻗어있는 거야.
사사로운 감정과는 별개로 상당히 써먹을 만한 사람이다.
마지막은,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할 플레이어를 연구소를 통해 선별할 것. 물론 담당자는 나.
큰 뜻이 있는 건 아니고, 다른 업무를 다 제치고 이 건만 담당하면 좀 더 편안하게 뭔가를 하는 척하며 아무것도 안 하는 회사생활을 보낼 수 있을 거 같았다.
영웅 길드랑 접점 하나 더 던져줬으니 위에서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무슨 승진을 몇 분 만에 휘리릭 결정해서 갖다 던져줄 정도로 좋아할 진 몰랐는데.
그 이유 또한 금방 알 수 있었다.
태현오는 이 프로젝트의 목표를 ‘플레이어들의 무력 상승’이라고 내세운 김에 서브 퀘스트만 퍼주지 말고 부수적인 이득도 챙기자 제안했다.
연구소에 정보가 부족하다는 건 플레이어뿐 아니라 지나가던 일반인과 그 일반인이 키우는 개도 공감할 정도.
가장 큰 이유는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내놓는 정보의 양이 적기 때문이다.
어차피 길드에서 필요한 정보는 다 얻을 수 있으니 연구소의 중요성을 못 느끼는 이들도 많고.
솔직히 말해서 라엘타닷컴은 플레이어들의 커뮤니티로 전락한 지 오래다.
태현오가 제안한 것은 바로.
서브 퀘스트에 대한 대가로, 정보를 내놓는 것.
그리고 그 정보의 가치나 양에 따라 좀 더 좋은 서브 퀘스트를 받을 수 있게 차별화를 두자는 것이었다.
물론 태현오가 갑자기 자선사업가의 마음이 되어 모두에게 이득이 되고자 이런 제안을 한 건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들어오는 모든 정보가 연구소뿐 아니라 영웅 길드 측에도 동시에 들어가게 되는 거니까.
프로젝트에 대한 관련 사항이 라엘타닷컴에 공지되자마자 커뮤니티는 또다시 난리가 났다.
-지금 내가 제대로 읽은 게 맞냐. 저거 영웅은 NPC를 통해서 원하는 서브 퀘스트를 뽑아낼 수 있다는 뜻임?
-영웅 길드에서 이안 섭외했다는 건 증명이 됐네.
-저거 하는 김에 겸사겸사 이안한테 자기소개 퀘스트도 깰 수 있는 건감
-남들은 NPC 보면 친해져서 서브 퀘스트를 받아낼 생각을 하는데 영웅은 NPC를 영입해서 퀘스트를 뽑아낼 생각을 다 하네. 이게 발상의 전환인가.
-내가 영웅 길마였으면 나 혼자 독점했을 텐데 이득 하나 없이 서브 퀘스트를 풀어준다고? 플레이어들의 전반적인 능력치 상향을 목표로? 성인군자냐
└이득이 없긴 왜 없냐. 저 많은 플레이어가 제공하는 정보 영웅이 먼저 먹을 거 아냐
└이미 지금도 영웅이 정보력으로는 탑인데 자투리 정보 더 모아서 뭐하냐
└연구소에 올라가는 정보도 곧 다른 플레이어들을 위한 거잖앙 대단하다진짜ㅠㅠ
너희들은 속고 있다, 플레이어들아.
태현오는 자기 이득 챙길 거 다 챙기고 있어.
이놈이 정말 플레이어들을 위한다면 아는 것도 없는 플레이어들 정보를 털어내는 대신 영웅 길드에서 독점하고 있는 것들을 풀었겠지.
서브 퀘스트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플레이어 신청을 받는 건 2주 후부터.
그전까지 나는 서브 퀘스트 제공을 완벽하게 컨트롤 하기 위한 연습을 하기로 했다.
우선 베라포드의 저택을 찾아가 지하 1층의 포션부터 살폈다.
수량은 넉넉하지만. 문제는 다양성이 없네.
보상이 포션 뿐이라면 굳이 플레이어들이 좋은 정보를 풀어 더 나은 보상을 받기 위해 노력을 할 필요조차 없다.
포션이 좋은 것은 맞지만, 어차피 각 플레이어가 필요로 하는 수량은 정해져 있고. 비상용으로 챙겨두기에는 좋지만, 대량으로 갖춰둘 필요도 없으니까.
다른 좋은 게 없을까.
보통 플레이어들이 퀘스트 보상으로 가장 희망하는 게 시스템 업그레이드.
이건 내가 해줄 수 있는 범위 외의 것이니까 패스.
다음은 능력치의 상승.
마찬가지로 할 수 없는 거니까 패스.
그다음이 무기나 방어구라고 했나?
확실히 포션보다는 나은 것 같다. 무기나 방어구는 원하는 사람도 많고.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보상으로 지급하는 무기의 성능에 차이를 주면 되기도 하고.
쉽게 구할 수 없는 수준의 무기를 얻기 위해 플레이어들은 주머니를 활짝 열게 분명하다.
그런데 무기와 방어구를 어디서 구한다.
구매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
이런 건 확실히 상단을 통해 구하는 것보다는 대장장이 개인이나 특정 대장간과 거래를 트는 쪽이 훨씬 좋은 무기를 구할 수 있는…
아.
그러고 보니 있었다. 무기와 방어구를 구할 방법.
그것도 후려친 금액으로 아주 쉽게 구하는 방법이 있었다.
형의 퀘스트에 진입했다가 만났던 두 귀족. 클리브 어윈과 레이나 마레트라고 했었나.
그 중 클리브 어윈의 헤르타 자작가가 대장장이 기술이 발달한 곳이라고 한 것을 분명 기억한다.
그때 여기까지 찾아와서 거래를 터 보라고 엠블럼까지 주고 갔는데.
바로 집사를 찾아가 물었다.
“혹시 최근에 내 인장 찍힌 엠블럼 들고 찾아온 사람 없었어?”
“아무도 없었습니다.”
“정말? 아무도 없었어?”
“예. 최근뿐 아니라 이 저택이 세워진 후로 쭉, 단 한 번도. 절대로. 그 누구도 엠블럼을 들고 찾아온 적이 없습니다.”
집사는 단호했다.
이건 명백하게 내 실수다.
사실 그들이 여기까지 올 가능성은 아주 낮았고, 그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곳이 베라포드에서 하루 이틀 거리도 아니고.
이미 오래전에 교역을 포함한 외부 출입이 끊겨 영지 밖으로 나오기도 어려울 텐데.
재정적으로 허덕이는 사람에게 그 먼 거리를 알아서 찾아오라고 한 건 사실 약 올리는 거나 다름없었지.
그때는 그냥 퀘스트 달성률을 확인하려고 준 거였지, 올 수 있으면 오고 못 오면 말라는 생각이었으니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없으니까 필요해질 줄은 몰랐다.
물론 이런 일로 초조해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오지 않았다면, 데리고 오면 되니까.
“찾으시는 분들이라도 계십니까? 사람을 보낼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사람보다 더 확실한 게 있지.”
그리고 라마를 불렀다.
형이 라 엘타로 들어온 건 아니고.
라마는 소환되지 않은 동안은 라 엘타에 있으니까, 그냥 베라포드의 저택으로 찾아오라고 말해둔 것으로 끝이었다.
물론 바로 오지 않으면 지구에서 형이 소환했을 때 다시 만나게 될 거고, 그때 나는 드래곤 꼬리 구이의 맛을 볼 수 있을 거라는 말해주었다.
라마는 소중한 꼬리를 지키기 위해 미친 듯이 날아와 베라포드에 도착했고.
내가 라 엘타에 들어온 것보다도 먼저 저택에 도착해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집사의 말을 들어보니 이전에 왔던 손님, 즉 우리 형과 비슷한 외형을 보고 그분의 동생인가 싶어 모셨다고.
그분의 동생은 저 도마뱀이 아니라 나라고.
가기 싫다는 라마를 억지로 헤르타 영지로 보내고 바로 다음 손님을 받았다.
“어……?”
저택 앞에 서서 눈을 있는 힘껏 뜨고 놀라서 말도 못 하고 있는 사람은 영웅 길드 소속의 플레이어, 덩치였다.
부른 이유는 서브 퀘스트 지급 연습에 써먹으려고.
퀘스트를 주는 연습을 하는데 받는 사람이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지.
형은 마침 바쁜 시기였고, 영웅 길드 내에서 그나마 안면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택된 덩치는 저택 안으로 들어온 순간까지 어벙한 표정이었다.
“궁금해할까 봐 미리 말해주는 건데요. 제가 이안 맞아요.”
“네?”
눈알 튀어나오겠네.
마치 사람이 못 될 거라도 됐다는 듯이 쳐다보는 게 불쾌해서 크게 뜬 눈을 콱 찔러줬다.
“아아악!”
데굴데굴 구르는 덩치를 살짝 차서 거실 한가운데까지 굴렸다.
“살살 찔렀어요. 그 정도로는 실명도 안 됩니다.”
“아으아악아- 실명이 무슨 장난인 줄 아나!”
덩치는 눈을 부여잡고 끙끙대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냥 맨손으로 갑옷 찢는 사람이 아니었어… 이안이란 사람이 차원 이동해서 지구에 떨어졌단 말이 사실인가. 하지만 나이대가 안 맞는데. 그전에 왜 이성현 님 동생인 거지? 헉. 설마. 영혼이 이성현 님 동생 몸으로 들어간 건가?”
속으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다 들린다.
“이성현 동생도 맞고 이안도 맞으니까 일단 앉아보시죠.”
덩치는 엄청나게 눈치를 보면서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자, 그럼 덩치 씨.”
“이석호입니다.”
“이석, 뭐요?”
“이석호. 제 이름인데요.”
그러고 보니 그런 이름이었던 거 같기도 하고.
“네, 이석호 씨. 앞구르기 세 번을 하면 아돌의 포션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그게 무슨 헛…!”
타이밍 좋게 뜬 시스템 창 덕분에 ‘헛!’하고 숨을 들이마신 건지, 무슨 헛소리냐고 하려고 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새로운 서브 퀘스트]“이, 이게 뭐, 뭡니까. 서브 퀘스트? 설마!”
“빨리 퀘스트 보드 다녀오세요.”
덩치는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스피드로 퀘스트 보드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앞구르기를 하며 저택으로 돌아왔다.
[서브 퀘스트: 이안 경의 부탁. 완료]이안 경은 당신이 앞구르기 세 번을 하기 원합니다.
보상: 아돌의 포션 한병
“세상에, 진짜 퀘스트다! 진짜 완료까지 됐어!”
“여기 포션 받으세요.”
덩치는 앞구르기 한 것만으로 포션을 받았다며 세상 제일 기뻐하며 날뛰었다.
물론 포션은 바로 다시 뺏었지만.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그럼 저랑 싸워서 이기면 돌려줄게요.”
“물론 포션은 돌려드려야죠. 제 것이 곧 이성한 님 것인걸요. 이번에 새로 뽑은 갑옷 드릴까요? 찢으실래요?”
이게 누굴 갑옷 찢는 취미 가진 사람으로 보나.
한동안 덩치를 놓고 퀘스트를 주는 방식에 대해 다양하게 연구했다.
물론 보상으로 준 것들은 바로 돌려받았지만.
***
[캬오오- 억울하다, 진짜. 언젠가 그 인간을 거침없이 물어뜯어 주겠다!]라마는 이성한이 눈앞에 있었으면 한 글자도 내뱉지 못할 말들을 신나게 외쳐대며 날아갔다.
중간에 오싹한 기분이 들어 저도 모르게 뒤쪽을 흘깃 쳐다보긴 했지만.
그놈이라면 어쩐지 저 멀리서도 듣고 있을 것만 같다.
입조심해야지. 생각만 해야지.
아오오 생각만 해도 아그작 씹어버리고 싶은 놈!
한참을 욕을 하며 날다 보니 목표까지 금방 도착해버렸다.
드래곤이 나타났다며 영주성은 난장판이 됐지만, 클리브 어윈을 찾으니 이성한 놈이 말해준 인상착의와 똑같은 놈이 나타났다.
그놈은 예상외로, 엄청나게 눈을 빛내며 달려왔다.
“이안 님! 이안 님 맞으시지요! 아아, 역시 이안 님이셨군요. 그때 함께 있던 남자와 똑같은 얼굴. 이안 님은 역시 인간이 아니라 드래곤이셨나요? 역시 인간이실 리 없다고 생각했어. 그때의 평범 그 자체였던 모습은 저희의 경계심을 허물어뜨리기 위한 것이었고 역시 이쪽의 신비로운 모습이 진짜였군요!”
이 남자는 누가 찾아온다는 걸 알고 연설을 준비해놓은 걸까. 쉬지도 않고 말을 하는 능력이 아주 탁월하다.
클리브는 이안이 드래곤이었기 때문에 원하는 모습으로 마음대로 폴리모프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다.
다른 얼굴이었다면 의심도 안 해봤겠지만, 눈앞의 드래곤 님의 외형은 분명 그때 이안 님과 함께 있던 남자의 모습.
이건 우연일 수 없다. 눈 앞의 드래곤 님은 이안 님이 확실했다.
클리브는 멋대로 이 사람. 아니, 드래곤이 이안 경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이안 님께서 저희를 불러주셨음에도 연락이 없어 여기까지 직접 찾아오신 건가요.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정말 가고 싶었지만… 여태 가지 못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이안 님. 큰일입니다!
라마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성한 놈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놈을 데려오라고 했다.
그런데 자신을 그 빌어먹을 놈과 착각하는 걸 보니 이놈은 미친 게 분명하다.
아무래도 맛이 간 거 같은 걸 데려가봤자 오히려 왜 데려왔냐고 한 대 맞을 거 같다.
그렇다면 이 사람의 부탁을 해결해주고 멀쩡하게 만든 다음 데려가야 하는가?
굳이? 내가 왜?
그냥 인간은 너무나도 나약하고 보잘것없어서 이미 죽어있었다고 하는 게 낫겠다.
“이안님, 도와주세요, 제발!”
“싫다!”
라마는 다시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힘차게 날아올라, 베라포드를 향해 사라져갔다.
저 멀리서 이안이라는 이름을 외치는 목소리가 메아리쳤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 42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