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46)
평범한 회사원입니다-46화(46/180)
< 46화 >
퇴근하고 집에 가니 라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쩐지 굉장히 개운해 보이는 얼굴인데.
어디서 스트레스 해소라도 팍팍 하고 온 건가.
“일이 생겼다.”
“형한테 무슨 일이 있어?”
“아니, 광산 쪽 일이다.”
“광산? 광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알아. 쭉 여기 있었던 거 아니야?”
“잠깐 다녀왔다.”
아침에 우릴 공격했던 단체를 쫓으러 간 줄 알았는데, 라 엘타에 다녀왔단 말이야?
“형이 역소환 한 거야? 그런데 어떻게 다시 온 거지.”
“내가 저쪽에 있을 때 너희 형과 소통을 희망하면 전달이 되는 거 같다. 나도 몰랐는데. 지구에 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더니 소환해줬다.”
펫 시스템의 기능이 이렇게까지 다양할 줄이야.
나도 갖고 싶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나랑 같이 일하는 인간이 광산 지하 3층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뭔데? 보석 광산? 희귀 몬스터? 드래곤 레어?”
“아니. 인간이다.”
“인간?”
광산의 숨겨진 통로에서 인간이 발견된 건 대체 어떤 경우인가.
도굴꾼? 그 전에 살아있는 인간이 맞아?
사실은 리치였다거나. 인간형 몬스터 같은 거 아니야?
하지만 그랬다면 라마가 모를 리 없었다.
대체 왜 살아 숨 쉬는 인간이 그런 곳에?
너무나도 궁금한 나머지 바로 라 엘타로 향했다.
그리고 베라포드에서 라마를 만나 마법진을 이용해서 광산까지 이동.
물론 남의 성 한복판으로 이동하는 좌표는 지우고 광산으로 바로 갈 수 있게 다른 좌표를 덧씌운 마법진이었다.
광산 1층 안쪽,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에서 덩치가 엄청나게 심각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흉흉한 기운을 팍팍 풍기며 철광석을 캐고 있는 광부들을 겁에 질리게 하는 효과는 덤이었다.
“왜 여기 계신 분들 일을 방해하고 있어요?”
“예? 저는 걱정하고 있었을 뿐인데요.”
그게 걱정하는 얼굴이면 두 번 걱정했다간 누구 하나 죽였겠네.
“그래서. 정확하게 무슨 일입니까.”
“그게, 오늘 오후에 지하 2층까지 정리를 끝내고 지하 3층에 내려갔는데…”
덩치는 지하 2층까지는 어떻게 노력해보았으나 지하 3층은 손도 댈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지하 1, 2층과는 비교되지 않게 강한 몬스터들이 무더기로 있었다고 하니까.
그래서 덩치는 혼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라마가 와서 몬스터를 정리해준 후에야 지하 3층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덩치. 생긴 거에 비해 상당히 약한데.
계속 써먹으려면 나중에 한 번쯤 업그레이드 해야겠다.
“그런데 안쪽 끝에 광산 일부가 무너져있더라고요.”
내 광산이 뭐 어쨌다고?
“그 안을 파보니 사람 한 명이 쓰러져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다친 후에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려고 일부러 벽을 무너뜨려 공간을 확보하고 그 안에 숨어 있던 거 같아요.”
“살아는 있고요?”
“응급처치는 해두었습니다. 아직 깨어나지 않았는데… 그런데, 그게…”
덩치는 뺨을 긁적이더니 떨떠름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너무나도 잘 아는 얼굴이어서…”
“아는 얼굴? 아는 사람이라는 거에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아는 사람입니다. 다만 그 사람이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어서 어쩌면 가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쯤 깨어났을지도 모르고. 우선은 직접 가서 두 눈으로 확인해보기로 했다.
당연히 나는 모르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아는 얼굴이었다.
윤승연.
초월 길드의 길드 마스터.
아까 낮에 초월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털어낼 때 분명 마스터는 지금 퀘스트 중이라고 그랬던 거 같은데.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것도 다 죽어가면서.
상당히 피를 많이 흘렸던 건지 바닥이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었고.
입고 있던 갑옷은 상당히 훼손되어 몬스터 손톱자국이 남은 옆구리가 드러나 있었다.
이 상태로 안 죽고 버티고 있는 것도 용하네.
상태를 보아선 아마 광산에 들어온 건 사흘 전. 그리고 약 12시간 전부터 중상을 입고 죽어가고 있었던 거 같다.
라고 멋지게 눈대중만으로 추리하고 싶었지만 그런 능력은 없었다.
내가 의사도 아니고.
원래 이런 건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정확한 거다.
“아직 상처가 심해 보이는데. 응급처치를 어떻게 한 거에요.”
“그냥 갖고 있던 포션을 두 병 정도…”
두 병이나 썼는데 고작 지혈하고 목숨 붙여놓는 정도의 포션이라면 얼마나 싸구련지 알만하다.
포션은 여벌의 목숨값이라는데 좀 좋은 것 좀 갖고 다니지.
“치유 마법을 썼다면 상처 자국 하나 남지 않고 깔끔했을 텐데 왜 안 했어?”
“내가 나서서 인간을 도와줄 이유는 없다.”
라마는 당당했다.
맞는 말이긴 하지. 만약 이 사람이 죽었대도 찝찝하긴 하겠지만 우리에게 피해가 오는 일은 없을 거고.
하지만 그랬다면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었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잖아.
라마 자식은 드래곤이어서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하는 게 인간에게 얼마나 해로운지 결코 알 수 없을 거다.
영화를 보면 기절한 사람을 깨울 때 얼굴에 물을 끼얹던데.
아쉽게도 여긴 물이 없었다.
대신 상시로 들고 다니는 아돌의 포션을 상처 부위에 뿌려주었다.
외상의 경우, 포션을 마시지 않고 상처에 직접 뿌리는 건 효과적이지만 그만큼 고통스럽다고 들었는데.
아돌의 포션은 성능도 좋으니 고통이 더 심할지도.
“아아악-!”
아니나 다를까.
윤승연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보통은 이런 경우 정신을 못 차리고 허우적댈 텐데.
놀랍게도 윤승연은 정신력이 상당한지 괴로워하면서도 바로 입을 다물고 주위를 경계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비명이 몬스터를 끌어들인 건 아닌가 잠시 두려워하는 기색이었지만.
지긋지긋한 몬스터 대신 사람 셋이 눈앞에 있어 상당히 당황한 거 같았다.
사실 그 셋 중 하나는 몬스터가 맞지만.
윤승연은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이미 시체까지 치워버려 몬스터라곤 라마밖에 없는 깨끗한 지하 3층.
그리고 깔끔하게 나아있는 상처.
“그렇습니다. 저희가 여기 있는 몬스터를 처리하고 당신을 치료해준 생명의 은인이 맞습니다.”
예상 질문인 ‘설마 당신들이..?’가 날아오기 전에 대답부터 던져줬다.
“여기 어떻게 다른 사람이… NPC들인가.”
윤승연은 숨을 고르며 우리 셋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어두워서 잘 안 보이겠지만.
이 안쪽의 불빛이라곤 라마가 들고 있는 횃불이 비추는 게 전부. 나나 라마야 시력에 제한을 받지 않으니 상관없지만 허약한 덩치를 위해 예의상 들고 다니는 횃불이다.
“…이성현?”
윤승연은 라마의 얼굴을 보자마자 경계했다.
“아니야. 닮았지만, 분위기도 완전히 다르고… 설마 환상? 역시 함정 던전이었나. 내 마음속의 나약함을 시험하는 장치인 게 분명해! 질 수 없다!”
당신 마음속의 나약함이랑 우리 형이랑 무슨 관곕니까.
다 죽어가던 사람이 어디서 힘이 솟아난 건지.
윤승연은 스프링처럼 빠르게 뛰어올라서 라마를 공격했다.
물론 빠르다는 것은 덩치의 기준에서였고.
라마나 내 입장에선 그사이에 하품 한번 찍 하고 등까지 긁고 있을 만큼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라마는 윤승연의 공격에 가소로워하며 바로 주먹을 날렸다.
내가 막지 않았다면 아마 초월 길드는 오늘 길드 마스터를 잃었을 거다.
대체 왜 남의 광산 지하에 쓰러져 있었는지 물어봐야 하는데 죽이면 곤란하잖아.
그 순간 윤승연과 눈이 마주쳤다.
정확하게는 그쪽이 나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어서 시선을 맞춰준 거지만.
왜 쳐다봐.
죽을 뻔한 거 두 번이나 구해준 사람 처음 보나.
윤승연은 무어라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았던 건지 휘청하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렇게 피를 많이 흘렸는데 조금 괜찮아졌다고 바로 움직이니까 그렇게 된 거 아니냐.
포션이 만능은 아니라고.
“괜찮으세요?”
덩치가 쓰러진 윤승연을 도와주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무시당했다.
윤승연은 덩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대신 내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죄송하지만 조금만 잡아주시겠습니까.”
덩치가 조금 못 미더워 보이기는 하지.
괜히 도와준답시고 손 내밀었다가 같이 우당탕 미끄러질 것처럼 생겼으니까.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지 바로 파악할 만큼 판단력이 탁월한 윤승연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었다.
덩치는 기껏 구해놓은 왕자가 다른 여자 손 잡고 가버리는 걸 지켜보는 인어공주의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봤다.
“꽤 큰 상처를 입으셨던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윤승연은 대답하는 대신 덩치와 라마를 한 번씩 흘긋 쳐다보았다.
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할 수는 없다는 건가.
그래도 생명의 은인인데 세상 참 팍팍하게 사시네.
덩치도 분위기를 읽었는지 순진하게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저는 영우, 악-!”
시작은 했지만, 끝은 맺지 못했다.
영웅 길드의 덩치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기 전에 내가 정강이를 발로 차버렸으니까.
초월이랑 영웅 사이 안 좋은 거 일반 회사원인 나도 아는데 당당하게 영웅 길드라고 소개하고 내 광산에서 싸움판이라도 벌이려고 하나.
싸울 거면 나중에 나가서 싸워.
우선 내 궁금증부터 해결하고.
“으아아악- 내 다리..! 아아악!”
아. 너무 세게 찼나.
덩치는 맞은 다리를 부여잡고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윤승연은 무심한 표정으로 덩치를 0.5초간 바라보더니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는 이 광산의 주인입니다.”
“광산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광산입니다, 모르셨나요?”
“내 다리가아!”
“예. 저는… 자세한 설명은 힘들지만 어떤 임무를 위해 이곳의 맨 아래층에서 깨어났습니다. 던전이라고 생각했는데 광산이었군요.”
예상대로 퀘스트 중이었구나.
“아래층에서 상처를 입고 와 아무래도 이 층을 돌파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우선 숨을 공간을 만들고 쉬고 있었습니다.”
윤승연은 우리를 라 엘타 주민이라고 생각했는지 NPC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설명하려 애썼다.
이렇게까지 쉽게 모든 걸 털어놓을 줄은 몰랐지만.
생명의 은인이어서 그런가. 윤승연은 예상외로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임무가 어떤 건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몬스터를 피해 출구를 찾아 맨 위층까지 가는 것입니다.”
정황상 이곳은 강한 마법으로 봉인되어 있어서 위에서는 아래로 가는 길을 뚫을 수 없지만.
아래에서는 쉽게 위로 갈 수 있는 구조였다.
아마도 윤승연의 퀘스트는 형이 했던 클리브와 마레트 구출 퀘스트와 연계되는 것.
형의 퀘스트 성공이 살길 팍팍하던 두 사람의 숨통을 트여준 거라면.
이쪽의 퀘스트는 클리브 소유의 광산을 마지막 층까지 완전히 뚫어서 앞으로의 살길을 열어주는 전개가 아닐까.
아쉽게도 이미 클리브와 마레트는 배부르게 잘살고 있어서 이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끝내봤자 헛수고가 될 뻔했지만.
심지어 광산은 내 소유다.
즉, 이성현의 라이벌로 유명한 윤승연이 그 동생 배불려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
“그런데 저분은 괜찮으신 겁니까?”
윤승연이 가리키는 곳에는 여전히 고통 속에서 굴러다니는 덩치가 있었다.
아까부터 다리 타령하던 사람이 어째 조용하다 했더니.
입은 크게 뻐끔거리는데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사일런트 마법.
“너무 시끄러웠다.”
라마는 당당하게 변명했다.
사일런트 마법을 해제하자 덩치는 다신 못 걷게 될 거라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별로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어서 다시 사일런트를 걸어버릴까 잠시 고민했지만.
일손이 부족해지는 건 곤란하니 라마의 마법으로 치료해줬다.
마법 한방에 나을 걸 가지고 엄살 피우기는.
“마법… 정말 이성현이 아니네.”
아직 의심하고 있었던 건지 윤승연이 중얼거렸다.
“나는 이성현이 아니라 라리오…”
“이쪽은 라마입니다.”
“아, 네. 개성 있는 이름이네요.”
“나는 라마가 아니-”
“저는 윤승연이라고 합니다.”
윤승연이 늦은 자기소개를 했다.
자기소개라고 하니까 뭔가 생각나는 게 있는데.
그 순간 윤승연의 앞에 시스템 창 하나가 팟, 떠올랐다.
[서브 퀘스트: 이안 경을 찾아서. 완료]이안 경이 당신의 이름을 기억했습니다.
그가 당신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호감을 살 것입니다.
보상: 근력 +2
아. 역시 이런 전개인가.
< 46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