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49)
평범한 회사원입니다-49화(49/180)
< 49화 >
진행 중이던 서브 퀘스트 지급을 일시 중지하고 지구로 귀환했다.
집으로 돌아가니 형이 기다리고 있었다.
형이 바로 소환한 건지 라마도 곁에 있었고.
“무슨 일이야?”
“중국에서 이번 테러 사건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테러 사건?”
지난 금요일 오전 11시경에 일어난 테러 사건은, 갑자기 허공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중국 일부가 터져나가듯 소멸한 사건이라고 한다.
라마를 쳐다봤다.
무슨 짓을 하고 온 거냐.
“나는 왜 보는 건가.”
라마는 뻔뻔하게도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중국 쪽은 너무 빨라서 확인할 수 없지만, 테러 직전 무언가가 그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확인하기 힘들겠지. 드래곤이 비행기보다도 빠른 거 같던데.
형은 갖고 있던 종이를 하나 내밀었다.
사진?
“이번 사건에 유일한 생존자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찍었다는 사진이다.”
심각한 수전증이 있는 사람이 찍은 건지, 아니면 너무나도 공포에 질려있던 나머지 손이 덜덜덜 떨리고 있었던 건지.
사진은 처참하다고 할 정도로 흔들려있었다.
어두운 곳에서 찍어서 색상도 구별이 안 되고.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흔들림 속에서도 모두가 알아볼 수 있을 이 얼굴은 확실하게 형의 얼굴이었다.
당연하게도 형이 아니고 라마겠지만.
“지난번에 우리를 공격했던 그 무리, 어떻게 처리했어?”
“바로 흔적을 쫓아서 날아갔다. 그런데 연관된 인간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까지 인간이 포화상태로 몰려있는 건 처음 봤다. 한 놈씩 상대해주기도 귀찮고 그냥 브레스로 날려버렸다.”
금요일엔 종일 연구소에서 밀린 업무 처리하고 그 후로는 라 엘타에 있어서 여태 몰랐네.
그러고 보니 공기가 엄청나게 좋아진 거 같기도 하고.
“혹시 거기 있던 사람 중 한 명만 살려줬어?”
“그랬다. 유일하게 우리를 공격했던 무리와 연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문제 있나?”
문제는 많았지만 내 문제가 아니니까 아무래도 좋았다.
“그 사람이 이 일과 관련이 없는 건 어떻게 알아?”
“나는 드래곤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맞고 다니는 드래곤이지.
대충 정신계 마법의 일종으로 알아낼 수 있었던 거 같다.
“살려줬다는 그 한 명이 수상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어?”
“인간을 내려놓고 기억을 지우려고 잠깐 폴리모프를 했었는데 그때 이상한 네모난 걸 보여주기는 했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아서 위험한 건 아닌 게 확실하다. 아, 그러고 보니 네가 가지고 있는 거랑 비슷하게 생겼다!”
그 사람은 네게 네모난 걸 보여준 게 아니라 사진을 찍은 거야.
그 네모난 건 스마트폰이라고 해.
왜 증거를 남기고 그러냐.
“라마가 기억을 지워서 중국 쪽이 자세한 것을 알아내지 못했던 거 같네.”
라마를 만났을 때의 기억은 싹 사라졌지만, 사건이 일어난 직후의 시간에 사진이 기록으로 남아서 형이 벌인 짓이라고 추측하는 거구나.
물론 제 발 저리는 것도 있겠지만.
“아직 정황파악 중이지만 라마가 날려버린 곳은 불법으로 플레이어들을 모으고 있던 곳인 거 같다.”
“불법으로?”
“중국에 등록된 플레이어의 수가 인구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몰래 뒤로 빼돌리고 있었던 모양이야. 이번에 너를 납치하려고 했던 거처럼 불법적인 일을 하기 위해 모은 것이겠지.”
처음에는 중국 쪽에서 자기네들은 그런 건 모르겠고 사망한 사람은 모두 민간인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상대가 누군가. 이성현을 지목한 이상 영웅 길드 전체를 적으로 돌리겠다고 외치고 있는 것과 같은 것.
영웅 길드의 정보력 하나로, 폭발 사건 피해자의 대부분은 플레이어고 그곳의 사람들은 모두 불법적인 일에 연루되어 있다는 게 금방 드러났다.
중국은 바로 말을 홀라당 바꿔서 지금은 피해자 대부분이 플레이어가 맞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중국의 전력이 크게 줄어들었으니 더 큰 피해보상을 요구한다며 씨알도 안 먹힐 헛소리를 같이하고 있지만.
“유일한 생존자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길래 거기서 혼자만 연관이 없었던 거야?”
“일주일에 한 번씩 쓰레기가 쌓이면 대형 트럭을 몰고 와 수거를 해가는 일을 하던 사람이라고 들었다.”
하필 날을 잘못 잡은 사람이었구나.
“중국에서 원하는 게 뭔데?”
“그쪽에서 요청하는 피해보상은 이 일의 원흉인 나와 너.”
중국을 터뜨린 건 라마고 터뜨릴 이유를 제시한 건 중국인데.
제일 관련 없는 우리 둘이 원흉으로 지목되는 건 억울하다.
“나는 왜? 사실상 나는 피해자 아니야?”
“이참에 자기들이 원하는 목록 나열하는 거지. 말로는 중국으로 우리를 데려가 처형시킨다고 하지만 말만 그렇게 하고 몰래 자국의 플레이어로 둔갑시키려는 게 분명하다.”
몰래 모으던 플레이어들도 모두 죽었으니 이성현이라도 있어야겠다 싶겠지.
나 같은 경우에는 소문대로 몬스터를 테이밍 하는 능력이 있으면 대박인 거고.
없더라도 형을 협박하는 데 쓰기 딱 좋다고 생각할 거다.
동생을 살리고 싶다면 우리 말을 잘 들어라, 같은?
“나는 우선 가서 길드 마스터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너무 신경 쓰지는 말고.”
“어. 나도 연구소 들러야 해. 퀘스트 지급 도중에 나온 거라 오늘 방문 예정된 플레이어들 시간 다시 잡아야 하거든.”
“둘 다 바빠 보이는군. 걱정하지 마라. 이 문제는 내가 해결하겠다.”
대화 내용을 들으면서 중국이라는 게 사람 이름이 아니라 자신이 터뜨리고 온 나라 이름이라는 걸 파악한 라마가 당당하게 말했다.
해결할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얌전히 앉아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그렇다고 말을 들을 라마가 아니지만.
연구소에 들러 담당 팀과 함께 간단한 회의를 하고 일정 재배치를 한 후 잠시 3층에 들렀는데.
딱 들어서자마자 우연히 이지혜와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중국 건 때문에 나오신 거에요?”
지난주 금요일에는 일이 많아 3층에 들르지 못했더니 이지혜를 만나는 건 오랜만이다.
“네, 그거 때문에 잠시 나왔어요.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으세요?”
“아, 티가 많이 나나요?”
전보다 일이 많은 건지 초췌한 얼굴을 한 이지혜는 머쓱하게 웃었다.
“최근에 라엘타닷컴 이용자가 급격하게 늘었거든요. 그랬더니 커뮤니티에서 생기는 문제도 같이 늘더라고요. 엄청나게.”
이지혜는 짧게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
“커뮤니티 관리 업무가 3층으로 들어왔어요. 그중 일부가 저한테 넘어왔더니 일이 조금 늘었네요. 다른 일이 줄어드는 건 또 아니니까.”
“고생이 많으시겠네요. 그런데 그러면 이제 연구소 직원도 커뮤니티랑 거래 게시판 볼 수 있는 거예요?”
“모두는 아니고 저를 포함해 관리를 맡게 된 몇 명만요. 방금까지도 보고 있었는데, 지금 또 난리가 났네요.”
“아. 우리 형 때문에요?”
“그것도 있는데… 한번 보실래요?”
“보여줘도 괜찮은 거예요?”
“그럼요. 3층 식구잖아요.”
커뮤니티는 확실히 형의 아이디로 몰래 봤을 때보다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댓글도 상당히 많고.
이번 중국 사건에 관해 언급하는 게시글 중 댓글이 가장 많은 것을 클릭해봤다.
-이성현이 왜 중국을 공격하겠냐. 솔직히 사진 한 장 딸랑 올려놓고 이 사람이 주범이라고 우기면 증거가 되기는 해?
└미세먼지 때문에 빡쳤나보지
-솔직히 중국이 이상한 실험 하다 나라 터뜨려놓고 괜히 남 탓하면서 이득 보려고 한다에 내 전 재산 오백 원 건다
-사진 너무 흔들려서 잘 안 보이지만 얼굴은 이성현 맞던데. 머리색이 빨간색 아니야? 빨간머리 버전 이성현 최근에 목격담 많이 뜨지 않음? 동생이라던데.
└저거 이성현도, 동생도 아니고 이성현이 부리는 드래곤 펫이라는 말이 있음
└뭔 펫이 주인하고 똑같이 생겼냐 그게 말이 됨?
└뭔 펫이 슬라임도 아니고 드래곤이냐 그게 말이 됨?
“이 중국 테러 건에 대한 반응은 플레이어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반응과 거의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아직 플레이어 사이에서만 퍼진 소문이 하나 있어요.”
이지혜는 클릭 몇 번으로 글을 하나 찾아내 보여줬다.
제목은 ‘이성현이 중국을 공격한 이유’.
중국 길드가 이성현의 동생인 납치하기 위해 출근길에 습격했고.
납치에 실패할 것 같자 동생을 살해하려는 시도까지 했다는 글이 증거와 함께 올라와 있었다.
다행히도 지나가던 초월 길드원에 의해 구해졌다는 허위사실이 은근슬쩍 끼어있었지만.
초월 길드에서 쓴 글인가?
-와 동생 잡아가려고 한 거 복수한 거네
-그냥 막무가내로 터뜨린 것도 아니고 불법 단체 정리한 거라고 함. 잘했네 잘했어 중국은 좀 더 없어져도 됨
-복수하려고 중국 터뜨릴만 했네 ㅋㅋㅋ
-그 정도면 많이 봐준 거 아니냐 세계 1위 동생을 납치하겠다는데 지도에서 사라졌어도 인정
“출근길에 중국 플레이어들에게 습격받은 거 사실이에요?”
“그랬죠. 별로 강한 놈은 없어서 괜찮았어요.”
“하하, 수가 엄청 많았다고 들었는데. 다친 곳 없으시다면 다행이에요. 이 글이 방금 올라왔거든요. 마침 딱 보고 걱정돼서 연락드릴까 했는데 오셨길래 여쭤보고 싶었어요.”
이지혜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글은 몇십 개씩 쌓이고 있었다.
그사이에 중국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흐름으로 바뀌었지만.
-이성현 개인이 저런 힘이 있다는 건 둘째치고, 중국은 왜 이성현한테 개기는 거야???
-개인한테 저런 힘이 있다는 걸 안 믿는 거지
└이거맞음. 아마 이성현에 대한 소문은 부풀려진 거고 지들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난리 치는 거 백퍼
-사실 나도 안 믿음. 혼자 부수는 건 가능하다고 보는데 한 번에 폭발시켜버린다? 말도 안 되지. 중국에서 지들끼리 핵실험 같은 거 하다가 문제 생긴걸 어디서 이성현 사진 주워와서 떠넘기려고 하는 듯
나도 중국이 왜 이렇게 막 나가나 궁금했는데 그냥 안 믿는 거였구나.
“저도 처음에는 플레이어분들 반응 보는 게 재미있었는데. 계속 보다 보니까 일반인이나 플레이어나 다를 게 없더라고요.”
“진짜 중상위권 플레이어들은 이런 데서 이러고 있지 않겠죠. 저희 형도 라엘타닷컴 구경도 안 하는걸요.”
“역시 그렇죠?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문도 엄청나게 퍼져요. 익명제를 없애자고 계속 건의하는데도 승인이 안 나네요.”
“어? 어! 이 동영상 좀 보세요!”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
나와 이지혜도 대화를 멈추고 그쪽을 쳐다봤다.
3층 직원 하나가 서서 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
“무슨 동영상인데요?”
근처에 있던 두 사람이 다가가 함께 영상을 보더니.
어느 순간 동시에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뭐야, 뭔데?
궁금한데 소리를 무음으로 해둬서 들어볼 수도 없네.
다른 사람들도 궁금했는지 달려가, 다닥다닥 붙어 서서 영상을 시청했다.
그리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얼음처럼 굳어버리며 나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뭐냐고.
궁금함을 해결하기 위해 일어서서 다가가는데 파도가 갈라지듯 양옆으로 사람들이 촤르륵 물러났다.
대체 무슨 동영상이길래 이러는 거야.
중국에서 뭐라도 찾아낸 건가.
동영상은 업로드 된지 10분밖에 되지 않은 것이었다.
웬 백인 남자 하나가 나와서 눈물의 하소연을 하는 것으로 영상은 시작됐다.
자신이 미국의 ENC 길드 소속 플레이어인데. 자신에게 저주를 건 이성현의 동생을 다시 만나게 해달라 요청했지만, 거절을 당해 이 영상을 공개한다며.
이성현은 애초에 동생이 없었고, 드래곤을 포함한 몬스터를 부릴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 ‘동생’이라는 것은 분명 인간형 몬스터이거나 인간으로 둔갑한 몬스터가 분명하다고.
그리고 화면이 바뀌었다.
미국 던전에 방문했을 때 찍은 듯한 영상.
라마와 내가 날뛰는 영상이다.
그 와중에 이걸 찍고 있었단 말이야?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영상이 끝나고 고개를 들자. 3층의 모든 사람이 바보 같은 얼굴이 돼서 내 쪽을 보고 있었다.
하하. 이참에 퇴사할까.
동영상이 공개되고 약 삼십 분 후.
이성현, 이성한 그리고 라마까지. 세 사람과 국가 단위로 붙어봤자 뼈도 못 추리겠다는 것을 드디어 파악한 중국은.
사실 이 모든 것이 중국의 탓이고, 거짓으로 이성현 플레이어와 그 일가를 몰아가려고 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하겠다며 빠르게 꼬리를 내리고 꺼졌다.
그런데 어떡하지.
라마가 벌써 그쪽으로 갔는데.
< 49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