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5)
평범한 회사원입니다-5화(5/180)
< 5화 >
집에서 쫓겨났지만 까망이는 포기할 수 없었다.
“일반인이 몬스터를 공격하면 안 되지만, 몬스터를 키우지 말라는 법은 없지.”
“컹!”
“몬스터가 몬스터를 공격하면 안 된다는 법은 더더욱 없고 말이야. 이해했니, 까망아?”
“컹!”
이해한 거 같지 않았다.
“너를 어떻게 잘 키워서 몬스터 사냥용으로 쓴다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제일 좋은 방법은 형한테 빌붙어 사는거지만.”
엄마한테 등짝을 맞겠지.
사실은 몬스터 사냥용으로 몬스터를 키운다는 것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다.
테이밍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라면 또 몰라.
일반인이 키웠다고 하면 바로 규제가 생기겠지.
그래도 까망이를 밖에 내보내면 언젠가는 플레이어에게 걸려 죽게 될 것이다.
우리 집에도 플레이어가 하나 살긴 하지만 형한테 걸리지 않게 할 자신은 있다.
지난 몇 년간 형이 뒷마당으로 가는 걸 본 적이 없고.
아주 작게 결계를 쳐 놓으면 바로 코앞에 있어도 까망이의 기척은 느끼지 못할 거다.
까망이를 마당 뒤쪽에 숨겨두고 집 안으로 돌아갔다.
까망이가 얌전히 있으라는 말을 듣지 않고 집을 나가버린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혹시라도 가족이 공격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벼운 조치 정도는 취해 놓았다.
까망이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거다.
개 없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서야 어머니는 문을 열어주셨다.
서럽다.
***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하는 날.
출근하기 싫다.
퇴사하고 싶다, 퇴사.
페달도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지고.
“그냥 저 길로 갈까.”
통제구역.
형한테 물어보니 이 전에 몬스터가 나타났던 구역이라 통제해 둔 거라고 했는데.
워낙 그런 골목들이 많다 보니 나라에서 다 관리를 못 하고 대부분은 길드에서 관리한다고 들었다.
그마저도 유동인구가 적은 곳은 이렇게 출입금지 사인만 해놓는 게 전부라나.
“딱히 위험할 거 같지도 않고, 괜찮겠지.”
10분 일찍 도착하면 커피나 한잔 사서 올라가야겠다.
보통 공포영화 같은 데서는 하지 말라는 걸 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죽지만.
나는 몬스터가 나타나던 갑자기 땅이 무너져 내리던 살아남을 자신이 있으니까 괜찮겠지.
시답잖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기척이 느껴졌다.
사람?
“젠장!”
이랑 몬스터.
플레이어로 보이는 사람이 2층 건물만 한 몬스터와 대치 중이었다.
대치 중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 쪽은 욕을 하면서 도망치려고 하고 있을 뿐이지만.
저러다 죽겠는데, 저 사람?
도와줘야 하나?
일에 말려드는 건 싫은데. 지각할지도 모르고.
혹시라도 얼굴이 보이면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될 텐데.
잠시 고민하다 보니 자전거 핸들에 걸어놓은 검은색 비닐봉지가 보였다.
점심으로 먹으려고 산 편의점 샌드위치와 바나나 맛 우유가 담긴 비닐봉지.
***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급의 플레이어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당연히 전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길드들도 한국 소속이다.
영웅 길드와 초월 길드.
사실 말만 1, 2위를 다투고 있지 영웅 길드가 압도적으로 최상위에 올라가 있다는 건 플레이어라면 다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2위인 초월 길드가 어디 가서 꿀린다는 의미는 아니고.
김한비는 C급 플레이어였지만 평범한 C급은 아니었다.
바로 그, 초월 길드의 길드원이니까.
B급 플레이어인 친구도 초월 길드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C급인 자신을 부러워할 정도니 말 다 했지.
물론 영웅 길드 길드원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겠지만.
“이 근처에 영웅 길드 부길마가 산다는 소문이 있던데, 진짜일까?”
통제구역 순찰을 하고 있자니 문득 떠오른다.
일전에 이 근처에서 영웅 길드 길마랑 부길마가 지나가는 걸 본 사람이 있다나.
“으, 영웅 길드고 뭐고. 빨리 둘러보고 가야지.”
혼자 순찰을 하려니 안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걱정되기 마련이다.
보통은 2인 1조로 순찰을 돌아야 하는데, 멍청한 파트너 놈이 얼마 전에 이 근처에서 하운드 형의 몬스터에게 공격을 당했다고 한다.
다행히 크게 다친 곳 없이 사지 멀쩡했는데.
고작 개랑 똑같이 생긴 몬스터한테 물어 뜯겼다는 건 체면이 안 사니까 길드 측에 비밀로 하고 오늘 몰래 병원 다녀오겠다며 가버렸다.
이 자식. 그 말대로라면 이 근처에 개 같이 생긴 몬스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데 사람을 혼자 두고 가버리다니.
개 같이 생긴 몬스터가.
“그르르르···”
갑자기 후방에서 들려오는 낯선 소리에 쭈뼛하고 소름이 끼쳤다.
설마, 설마 하다가 진짜 개 몬스터가 나타난 건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에 뒤를 돌아본 순간.
차라리 개 몬스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형 몬스터.
대형 몬스터라니.
“젠장!”
허겁지겁 몸을 틀었다.
도망 가야 해!
길드에 먼저 지원 요청을 해야 하나?
아니지, 지원 요청해서 오면 뭐 해. 그때 이미 난 시체가 되어있을 텐데.
대형 몬스터가 갑자기? 이런 골목길에?
대형 몬스터는 연구소 측에서 만든 최첨단 레이더로 출몰 예상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형 몬스터는 포탈 주변에 나타난다고 하는데.
지금 이곳은 포탈 주변도 아니고 대형 몬스터는 최소 몇 달간은 나올 예정이 없다고 발표됐었다.
근데 왜, 갑자기! 오늘! 내가 있는 장소에! 이레귤러가 나타나냐고!!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이건 절대로 죽는다.
“으, 아아악···!”
흘긋 뒤돌아본 순간, 자신을 발견한 대형 몬스터가 주먹을 크게 휘두르는 것을 보며 질끈 눈을 감았다.
죽는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땅이 울리는 것이 느껴진다.
나, 죽은 건가?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너무 순식간에 맞아 죽어서 아무것도 못 느낀 건가.
근데 왜 나 생각을 하고 있지? 설마 유령이 된 거야?
감았던 눈을 슬쩍 떠보았다.
그리고 눈앞의 상황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산산조각이 난 대형 몬스터.
그 앞에 서서 손을 탁탁 털고 있는, 정장을 입은 남자.
“이게, 대체······”
남자가 몬스터를 공격한 건가? 아무 무기도 들고 있지 않은데?
퍽, 하고 뭔가가 무언가에 맞은 소리가 들리고 이 초도 안 돼서 눈을 떴다.
조합하자면, 남자는 맨손으로 몬스터를 한 대만 쳐 쓰러뜨렸다는 것이 된다.
말도 안 돼.
한국에. 아니, 전 세계 어디에서도.
대형 몬스터를 주먹 한 방에 산산조각낼 수 있다는 플레이어는 본 적이 없다.
그런 플레이어가 한둘이라도 존재했다면 존재하는 몬스터 개체 수는 지금의 반절이었겠지.
김한비는 이 사달을 만들어낸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째서인지 검은 비닐봉지를 머리에 뒤집어쓴 남자는, 정장을 툭툭 털고 자전거에 올라타고 있었다.
“아, 피 튀었잖아. 핏자국은 잘 안 지워지는데.”
“저기…”
누가 쳐다보든 말든 자전거에 묻은 피를 검지로 빡빡 문질러 대던 남자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물론 김한비가 마주한 것은 눈코입이 달린 얼굴이 아닌 검은 비닐봉지였을 뿐이지만.
어떻게 몬스터를 처치한 거죠? 몬스터가 나타날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방금 사용하신 것은 기술인가요? 비닐봉지는 왜 쓰고 계신 거죠?
온갖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결국 튀어나온 질문은 하나였다.
“누구세요?!”
절규 섞인 김한비의 질문에 비닐봉지의 남자는 상큼하게 대답했다.
“회사원입니다.”
“네?”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자전거를 타고 멀어지는 비닐봉지의 남자를, 그저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도대체 말이야.
몬스터가 처음 나타나고 3년하고도 반이 지났는데도 몬스터나 플레이어 관련 규정이 아직 이상하단 말이지.
일반인은 몬스터를 공격하면 안 된다.
설령 몬스터가 자신을 공격하거나,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목격한 상황에서도.
몬스터가 나타나기 시작한 초반에, 이렇게 하면 자기도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 거라며 몬스터를 공격하다 맞아 죽거나.
다른 사람이 공격받는 것을 보고 도망치는 대신 도와주기 위해 달려들다가 사망자가 한 명에서 두 명, 혹은 그 이상이 되는 상황이 종종 생기면서 만든 법이라나.
공격해 봤자 개죽음당할 테니까 상대하지 말고 도망을 우선순위에 두라는 뜻이겠지만.
“나처럼 코마 상태에서 이세계로 가 몇십 년 같은 몇 년간 힘을 쌓고 돌아왔는데 시스템이 반응하지 않아 일반인 판정이 난 사람들 배려는 전혀 하지 않는다니까?”
그런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나 같은 사람 배려 좀 해줬으면 좋겠다. 몬스터도 좀 잡게 해주고. 괜히 내 비닐봉지만 구멍 났잖아.”
비닐봉지를 뒤집어쓰는 와중에도 눈구멍을 뚫느라 비닐봉지에는 숭숭 두 개의 구멍이 나 있다.
그 틈으로 샌드위치나 우유가 빠져나오진 않겠지만 괜히 신경 쓰인단 말이야.
아, 자전거 바꾸고 싶다.
피도 튀었고. 바꿔 달라고 할 변명으로 충분하지 않나?
근데 형이 피는 어디서 튀었냐고 물어보면 어떡하지.
연구소 말단 월급은 왜 이렇게 짠 거야.
조금 전의 몬스터 부산물이라도 팔면 자전거 한 대는 살 수 있을 텐데.
그러려면 처리반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플레이어 신분증도 제시해야 하는데 그게 없어서 도망치듯 나와버렸다.
아까 그 플레이어 좋은 일만 해줬네.
투덜거리면서 회사로 향했다.
얼굴까지 가리고 명백하게 ‘나는 내가 누구인지 밝히기 싫소’라고 외치는 듯한 모습의 사람은 찾지 않겠지.
목숨도 살려주고 이득도 보게 해줬는데 은혜를 안다면야, 설마.
***
“반드시 찾아내야 합니다!”
김한비는 책상까지 탕탕 내리치며 큰 목소리로 주장했다.
“찾아서, 뭐. 어떻게 하려고. 이미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겠지.”
“그런 사람 본 적도 없다고요!”
“얼굴 가리고 있었다며. 어떻게 알아.”
“아니, 뭐… 아니! 얼굴 가리고 있었던 것도 수상하지 않습니까?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은둔 고수 같은 거.”
그런 은둔 고수라면 그 어느 길드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어서 찾아와서 영입하자.
김한비는 열심히 주장했다.
“얼굴 가린 건··· 어, 그래. 화장 안 해서 그런 거 아냐?”
“남자였다니까요?”
“그럼 얼굴에 눈알만 한 여드름이 났었나 보지. 그냥 신경 꺼.”
자신이 있는 조의 조장, 한겨레가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자 답답해서 가슴을 두드렸다.
있는 상황 그대로 설명을 했지만 돌아온 거라곤 자신과 파트너가 허락 없이 단독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받게 된 징계뿐이었다.
“신경 쓰지 말래도? 솔직히 말해서 내 의견은 그래. 너는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제대로 상황 파악이 안 됐고, 실제로는 한방이 아니라 몇 분 정도의 싸움이었을 거야.”
“진짜 아닙니다!”
“아, 됐고. 너가 봤다는 그 남자. 영웅 길드 부길마 아냐?”
“이성현 플레이어님이요?”
“어. 소문 못 들었어? 이 근처에 사는 거 같다는 소문. 그거 소문 아니거든. 진짜야. 거기서 오 분도 안 되는 거리에 살아.”
“네? 정말요?”
듣다 보니까 말이 되는 거 같다.
대형 몬스터와 일대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플레이어가 있단 말은 들어본 적도 없지만.
하지만 그게 이성현 이라면…
“그래도… 아무리 이성현 플레이어님이라도 대형 몬스터를 혼자 쓰러뜨리는 건…”
“세계 랭킹 1위 실력을 우리가 얼마나 잘 알겠냐. 그 사이에 또 혼자 다 해 먹는 스킬이라도 배워 왔나 보지.”
“그런가…”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말이 되는 것 같긴 한데.
뭐가 이렇게 찜찜하지.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그 사람이 이성현이건 아니건 간에, 그 어떤 스킬도 없이 몬스터를 쓰러뜨린 건 확실합니다.”
“그래, 그래. 그렇다고 쳐. 가서 쉬어라. 놀랐나 보다.”
안 믿는 분위기다.
당연히 안 믿겠지. 스킬 없이 이겼다는 건 순수 스탯 수치에 기반한 능력으로 싸워서 이겼다는 건데.
일반 몬스터도 아니고 대형 몬스터라니.
계속해서 고민하다 보니 자신이 보고 느낀 게 정말 사실인가 의심하는 지경까지 왔다.
어쩌면 진짜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기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이 기회에 며칠 쉬자.”
별거 아니겠지.
김한비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 5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