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55)
평범한 회사원입니다-55화(55/180)
< 55화 >
“메에에-”
“……”
한동안 발악을 하던 덩치는 포기한 건지 바닥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양만 쓰다듬었다.
양이 울고 있잖아. 그만 만져.
“그러고 있는 사이에 라 엘타 퀘스트나 깨보는 게 낫지 않나. 귀환 조건을 충족하면 포탈이 열리겠지요.”
“귀환 조건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어서 뭘 잘 모르시나 본데. 기본적으로 귀환 포탈로 이동하면 라 엘타에 들어올 때 이용한 포탈로 돌아간다고!”
어째 말이 짧아졌다?
“퀘스트 깨면 포탈이 생긴다고 쳐! 그 포탈을 사용하면 어디로 이동될 줄 알고 함부로 사용해요!”
“그러면 역시 우리 먼저 돌아가 볼게요. 여기 잘 앉아 계세요.”
“아니, 잘못했어요. 퀘스트라도 시도하게 해주세요. 부탁이에요, 가지 마세요.”
덩치의 반항은 3초 만에 끝이 났다.
“우선 베라포드로 이동해서 퀘스트라도 해보자고요.”
“퀘스트를 했는데도 돌아갈 수 없으면 어떡합니까.”
“그러면 어쩔 수 없죠.”
“……”
“메에에-”
우울해하는 덩치와, 너무 많이 쓰다듬어져 털이 납작하게 눌린 양.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김천호, 까망이 그리고 라마까지 모두 함께 베라포드로 이동했다.
원래는 라마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라마가 격하게 반대하기도 했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던전 통로가 이쪽에 있었던 만큼, 나중에 다시 올 일이 생길 거 같아서 편한 재방문을 위해 던전이 있던 위치 바로 옆에 마법진을 그려 넣었다.
마법진을 통해 서브 퀘스트 지급용으로 샀던 건물로 이동해 바로 퀘스트 보드로 향했다.
“어, 이성현이!…아니네.”
“그거 아냐? 왜, 그. 이성현 펫이라는 드래곤.”
“그러면 옆에는 동생 쪽 아니야?”
“사실은 최종 보스라는 그 사람? 잘 모르겠는데. 영상에선 뒷모습만 나와서.”
“혹시 나 말고 이안 서브퀘 받은 사람 없어? 저 사람 이안 그 사람이랑 닮지 않았나? 왜 이렇게 얼굴 기억이 잘 안 나지. 검은 머리였던 건 확실한데.”
“그런데 왜 양을 들고 있을까.”
퀘스트 보드는 언제 와도 시끄러웠다.
“기억하십니까, 성한 님. 저희가 바로 이 퀘스트 보드 앞에서 처음 만나지 않았습니까. 그때 분명 아, 이 사람은 될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미 다 되고도 남아서 영웅이라고 불리고 있는 정도라고는 눈곱만큼도 상상을 못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제일 시끄러웠지만.
김천호의 말을 싹 무시하고 덩치가 퀘스트 보드를 활성화하자마자 난이도 10에 손을 갖다 댔다.
황급한 덩치의 인터셉트로 인해 누르지는 못했지만.
“아니, 뭐 하시는 겁니까! 남의 퀘스트를 왜… 제 퀘스트 리스트가 보여요?”
“빨리합시다, 난이도 10.”
“드디어 저를 죽이려고 결심하신 겁니까! 광산에 가둬 놓고, 이번에는 라 엘타에 가둔 거로도 모자라서!”
“인원이 이렇게 많은데 난이도 10 정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난이도 10을 해보겠어요.”
덩치는 파티 퀘스트를 할 수 있다는 설득에도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고 반박할 뿐이었다.
사람들 많은데 아주 그냥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녀라.
우선 덩치를 붙잡고 파티부터 맺었다.
[파티 인원 5/10플레이어 이석호
NPC 이성한
NPC 라리오스 마커스
NPC 까망이
플레이어 김천호]
“이게 진짜 되네.”
“와, 살면서 파티창은 또 처음 보네요. 심지어 까망이도 있어요.”
“양은 파티원이 아니네.”
“메에에-”
“그런데 라리오스 마커스는 누굽니까?”
“나다.”
“라마 아니었어요?”
라마는 울지도 못하고 그저 슬퍼 보였다.
덩치는 아무리 드래곤과, 드래곤도 맨손으로 잡는 인간이 함께하는 파티 퀘스트여도 자신의 목숨이 달려있으니 용기 낼 수 없다며 머뭇거리다가.
모두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기 직전에 겨우 난이도 10 퀘스트를 수락했다.
[퀘스트: 브랜든 올렛 호위]브랜든 올렛 백작을 7일간 호위하세요.
남은 시간: 167시간 59분
실패 조건: 브랜든 올렛의 사망
별로 어려워 보이는 퀘스트도 아니네.
“그런데 저희 왜 이동되지 않았을까요.”
그러게. 보통 퀘스트를 시작하면 퀘스트 시작 장소로 이동되던데. 설마 이 브랜든 올렛이라는 백작이 퀘스트 보드 근처에 있을 리는 없고.
“우선은 저택으로 이동해서 알아보죠.”
퀘스트 보드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개와 양을 포함한 무리 하나가 우르르 퀘스트 보드까지 왔다가, 다시 그대로 우르르 돌아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지켜봤다.
알아본 결과, 브랜든 올렛의 영지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난이도 10이라고 해서 쫄았는데 무지 간단하네!”
덩치는 퀘스트 내용을 본 순간부터 완벽하게 기운을 되찾았다.
난이도 10이면 오염된 몬스터들과 대 난투극을 벌이거나 황제 암살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고 고민하더니.
호위라면 자신 있다며 멋대로 백작가까지 찾아갔다.
너무 당당하게 할 수 있다고 외치길래 마차까지 불러줬다.
“호위를 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덩치는 호위를 위해 왔다고 우기며 백작가 성안까지 들어가려고 하다가 경비원에게 붙들려 쫓겨났다.
“아니 대체 왜!”
“그건 이쪽이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대체 왜 무작정 쳐들어간 겁니까?”
“호위 퀘스트는 호위가 필요할 때 발생하는 거라서 이렇게 접근해도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 말하는 ‘보통’의 호위 퀘스트가 난이도 10은 아니었겠죠.”
“…아.”
맨날 낮은 난이도만 하다가 뇌도 낮은 난이도에 맞춰 굳어버렸네.
덩치를 끌고 다시 베라포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사람을 보내 백작에 대해 알아보게 했다.
백작에 대한 모든 정보는 저녁 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도착했다.
백작의 개인사부터 다른 귀족들 사이에 퍼진 소문까지.
세세한 것들까지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백작의 가족관계부터 원한 관계까지 쭉 살피고, 이 사람을 공격할 만한 개인이나 단체가 있는지. 혹은 누군가로부터 노려질 만한 이유가 있을지 살펴보세요.”
이 정도는 설명 안 해줘도 먼저 파악하고 있었어야지.
애 걸음마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와, 이거 부러운데요.”
“뭐 중요한 정보라도 있습니까?”
“아뇨, 중요한 건 아니고요. 백작이 파티를 주최한대요. 귀족들의 파티라니 화려하지만 먹을 것은 없고, 그마저도 서로 눈치 봐가느라 손도 대기 힘들겠죠? 삼 일 내내 춤추고 가짜 미소 짓느라 얼굴 근육이 굳어버릴지도 모르겠네요, 하하하.”
김천호가 쓸모없는 정보라며 옆으로 치우려던 서류를 낚아채 읽어보았다.
4일 후에 파티를 연다고?
그것도 삼 일간.
이 파티, 무조건 퀘스트랑 연관되어 있다.
파티 도중에 무슨 일이 벌어질 거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백작을 지키는 것이 진짜 임무.
그래서 퀘스트 기간이 6일도, 8일도 아니고 7일인 거다.
지금부터 나흘 동안은 무의미한 기간이고 진짜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삼 일간.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서류를 검토하면 이런 게 쓸모없는 정보로 보일 수가 있지?
걸음마가 아니라 숨 쉬는 법부터 가르쳐야 할 판이다.
“이 파티에 가야겠네요.”
“지금 제 퀘스트 도중에 파티를 가시겠다고요? 당신만 믿고 난이도 10을 골랐는데!”
“좀 생각을 하고 말을 하세요. 7일 동안 백작을 지켜야 하는데 파티 기간이 딱 호위 기간이랑 겹쳐있잖아요. 이 파티에 가야 백작도 지키는 거라고요.”
“……아. 그런데 저희가 파티에 어떻게 갑니까. 그냥 근처에 몰래 숨어서 호위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덩치의 말대로 원래는 그렇게 진행하는 퀘스트였을 거다.
보안이 철저한 귀족의 파티에 잘 숨어들어서 어디 한번 몰래 사람 한 명 지켜보든가.
그게 싫으면 힘내서 파티에 참석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어보든가.
“왜 못가요. 갈 수 있지.”
“헉, 설마! 드디어 그 유명한 영웅 이안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나요! 최근에 이안 경이 다시 베라포드에 돌아왔다는 소문은 암암리에 퍼져나가고 있었지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서 다른 귀족들이 큰 관심을…”
“대체 그런 정보는 어디서 난 겁니까.”
“클리브 님이 알려주셨습니다.”
두 사람 결국 만났었나.
주변 사람들은 시끄러워서 다 도망갔겠네
“이안으로 참석하지 않습니다.”
“제일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왜죠?”
“너무 시끄러워져서 오히려 백작을 지켜야 할 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제가 끼어들었다는 소식이 퍼지면 습격자 쪽에서도 계획을 변경할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방금 언급하신 클리브를 이용할 겁니다.”
“클리브 님을요?”
“클리브도 일단은 귀족.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같은 나라인 만큼 초대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지요. 클리브랑 같이 입장하면 되겠죠.”
바로 라마를 보내서 클리브를 불러왔다.
“올렛 백작님의 파티 초대장이요? 물론 받았습니다.”
원래라면 초대는커녕, 초대할까 말까 고민하는 과정에도 언급조차 안 됐겠지만.
최근에 무기를 대량 생산하여 외부로 거래를 트기 시작했고. 특히 주 거래 대상이 ‘그’ 이안 경이라는 말이 돌면서 헤르타 가문도 당당히 이런 곳에 초대될 정도가 되었다고.
“저희를 이 파티에 데려가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함께 해주시면 오히려 저야 영광이죠. 그런데…”
클리브는 답지 않게 어색하게 만들어낸 가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물었다.
“저 개랑 양도 가는 겁니까?”
“컹!”
까망이는 데려가 달라고 애교를 부리며 꼬리를 파닥였다.
“개랑 양은 안 갑니다.”
***
“그러면 전 파티 전까지 지구에 돌아가 있겠습니다. 시간 맞춰 돌아올 테니 파티 당일 아침에 클리브네 성에서 만나죠.”
형이 걱정하지 않게 상황 전달도 해야 하고.
다시 직장인이 된 이상 무단결근을 할 수도 없으니 출근도 해야 하고.
잠시 덩치들을 두고 지구에 다녀오기로 했다.
“저희를 두고 가면 어떡합니까! 그 사이에 백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라고요!”
“그 사이에 무슨 일 안 생깁니다. 퀘스트는 그냥 파티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 예정이라서 기간이 7일로 지정되었을 뿐이라니까요?”
“안 돼, 가지 마!!”
“괜찮아요. 혹시라도 퀘스트 실패하면 다음 거 깨드릴게요.”
“아니, 퀘스트 실패하면 그냥 죽는데 뭐가 괜찮아요! 다음이 없다고요!”
덩치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매달렸지만 떨쳐내고 나왔다.
진짜 그 5일 사이에 아무 일 안 생긴다니까 그러네.
만약을 대비해서 라마가 백작을 주시하고 있다. 갑자기 몬스터 떼가 몰려와도 백작은 안전할 거다.
포탈을 타고 지구로 돌아오니 중국이 아니라 집 근처에 있는 숨겨진 포탈로 나왔다.
이번 포탈 이동의 기준이 뭐지?
가장 마지막에 사용한 포탈? 아니면 자주 사용하는 포탈?
지금으로선 알 수 없었다.
제일 먼저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은 분명 중국 던전으로 들어간 동생이 한국에서 국제전화를 걸어오자 당황한 거 같았다.
그 이유를 들은 후엔 오히려 침착하게 반응해서 내가 더 당황스러웠지만.
보통은 던전인 줄 알고 들어간 곳이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통로여서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그곳에 갇혀버렸다는 말을 하면 놀라야 하는 거 아니야?
[이쪽에서도 비슷한 통로를 발견하거나 두 사람을 지구로 불러올 방법이 없는지 알아볼게.]“나는 집에서 좀 쉬다가 며칠 있다 다시 라 엘타로 들어가 볼 거야. 퀘스트 도와줘야 하거든.”
[그래. 들어가서 무슨 일 있으면 라마를 통해 알려라.]그걸로 통화는 끝이었다.
며칠간 지구에서 할 일 하고 쉴 만큼 쉬다가, 시간에 맞춰 파티 당일 오전. 다시 라 엘타로 들어갔다.
저택에서 별도로 준비를 마치고 클리브의 성에 도착하니 모두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덩치 눈 밑의 다크서클이 까망이 털 색만큼 진한 거지.
“컹!”
노란색 나비넥타이를 목에 두른 까망이가 내 주위를 맴돌았다.
“까망이는 안 간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여기 세 분이 준비하고 계시는데 저 나비넥타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가져가려고 해서요. 목에 둘러줬어요, 귀엽잖아요.”
“컹!”
귀엽긴 하네.
“자, 그럼 서둘러 마차에 타 주세요. 출발하겠습니다!”
그렇게 헤르타 자작가의 가문 인장이 그려진 마차가 모두를 태우고 올렛 백작가를 향해 출발했다.
< 55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