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6)
평범한 회사원입니다-6화(6/180)
< 6화 >
어영부영 연구소에 입사한 지 한 달이 지나갔다.
플레이어들이 몬스터를 잡거나 던전을 공략하면 보고서를 작성해 올린다.
어떤 몬스터들을 잡았고, 그 몬스터를 잡거나 던전을 공략하는데 어떤 플레이어들이 얼마간의 시간을 소모해서 잡았고.
몬스터의 외형은 어떻고 어떤 행동 패턴을 보였는지.
등등등.
그런 보고서가 올라오면 정리가 되어서 나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넘어온다.
그럼 그 자료들을 엑셀 파일로 정리하고, 검수를 받으면.
그다음 할 일은 해당 정보들을 LaElta.com에 올리는 것.
전 세계의 모든 플레이어가 접속 및 열람 가능한 LaElta.com.
각종 몬스터들과 던전, 그리고 라 엘타 퀘스트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플레이어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만 아이디를 생성할 수 있는데, 연구소에 근무 중인 사람들은 바로 그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이라 예외적으로 연구소 직원용 아이디가 지급된다.
일부 게시판은 접근 제한이 되어있지만.
그래도 플레이어들도 레벨이나 랭크에 따라 열람이 가능한 정보량이 차이 나는데 직원은 특정 게시판 제외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열람 가능한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니까 월급이 이렇게 적은데도 플레이어에 로망을 가진 일반인들이 연구소에 취직하려고 안달이지.
나는 퇴사하고 싶어서 안달인데.
원래대로라면 내 일은 자료 정리만 하는 것이 전부였다.
LaElta.com에 접근 권한이 생기는 것은 보통 최소 2년 차 직원부터라고 한다.
그런데 플레이어 각성을 하면서 갑자기 그만둔 직원 덕에 급하게 그 자리를 메울 사람이 필요했고.
영광스럽게도 선택되었다는 것.
다들 기회라면서 축하해주던데, 나는 일이 늘어나서 싫다고.
“뭐야, 이거.”
엑셀로 정리한 자료를 올리려고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등록된 정보들의 상태가 영.
좋게 말하면 어딘가 잘못되어 있고,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허접하다.
같은 몬스터에 대한 정보가 여러 건이 접수되면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통계를 내서 약점이나 공략 방법을 제안한다는데.
플레이어들이 무능해서 엉뚱한 보고서들이 제출된 건지, 연구소가 무능해서 자료 정리가 안 된 건지 모르겠네.
정말 이 정보력으로 플레이어를 돕겠다고 나선 거냐, 연구소.
“이성한 씨.”
“억, 깜짝이야. 네.”
“죄지었어? 왜 놀래.”
허가 없이 사이트 내의 정보를 수정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부르니까 놀랐잖아.
“오늘 오후에 외부 교육 있는 거 알지?”
“네. 포탈 구경 간다고요.”
“구경이 아니고 교육. 점심시간 끝나고 바로 1층 로비에서 모이니까 거기로 나오면 돼.”
마찬가지로 포탈이나 던전까지 직접 가는 외부 교육은 고작 입사한 지 한 달 된 직원한테 주어지는 혜택이 아니다.
하지만 라엘타닷컴에 정보를 기록하는 중요한 업무를 맡았는데 포탈이나 던전이 어떻게 관리되는지는 알아야 한다며 빠르게 교육이 잡혔다.
나 혼자 받는 교육은 아니고, 나보다 반년 이상 먼저 입사한 다른 1년 차 직원들이랑 같이 간다고.
다른 층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라 내가 아는 사람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대대적인 수정작업을 마치자 점심시간이 다 됐다.
멀리까지 나가는 게 귀찮기는 한데, 모니터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보다야 낫겠지.
놀러 나가는 기분도 낼 수 있고.
남들 다 들어간다는데 나는 못 들어가는 포탈 구경을 이렇게 하는구나.
어디 가는 길에 눈먼 몬스터 안 튀어나오나?
점심을 대충 챙겨 먹고 폰 게임을 하고 있으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시간에 맞춰 로비로 내려가니 인솔자와 몇 명이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
5분쯤 더 기다리니 모두 모여, 다 함께 미니버스에 올라탔다.
생각보다 인원이 많네. 조용히 묻혀갔다가 조용히 와야지.
“먼저 저희 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우선 경기도 수원에 있는 포탈로 이동합니다.”
수원까지 간다니.
그럴 거면 오후 일정으로 잡지 말고 출근하자마자 이동해서 퇴근 시간에 맞춰 돌아오는 일정으로 하면 좋았을 텐데.
“서울에도 포탈 많은데 왜 수원까지 가느냐. 수도권에 있는 포탈 중에서는 수원 포탈이 가장 사용 빈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그럼 더더욱 서울 포탈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다른 플레이어들을 보고 싶다는 의견. 모두 같은 생각인지 너도나도 동의한다.
플레이어랑 악수한다고 각성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플레이어를 보겠다고 이 난리지.
그렇다고 평소에 플레이어를 전혀 못 보는 것도 아니면서.
서울 한복판을 돌아다니다 보면 생각보다 더 많이 치이는 게 플레이어다.
저들이 보고 싶은 거는 ‘유명한’ ‘고 레벨, 고 랭크’의 플레이어들이겠지.
사진 찍어서 온갖 해시 태그와 함께 SNS에 자랑할 수 있는.
“저희는 수원 포탈로 갑니다.”
인솔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시겠지만 포탈 및 던전은 플레이어 연합에서 관리합니다. 플레이어 연합은 연구소와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둘은 하나의 단체라고도 할 수 있죠. 오늘은 포탈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실제로 포탈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겁니다.”
여기 있는 대부분은 이미 포탈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머리로만 아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차이가 많이 나는 법.
플레이어를 만나볼 수는 없겠지만 다들 꽤나 흥분한 것 같았다.
포탈이 그렇게 신기한가.
미니버스는 수원의 어느 산 중턱에 다다라 서야 멈췄다.
주변은 텅 비어있었고, 작은 부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주차장 같은 곳 들어갈 때 티켓 정산해 주는 관리원이 혼자 겨우 앉아있을 만큼 작은 그런 관리원 부스.
그 뒤로는 문이 달린 철조망이 허술하게 쳐 있었다.
플레이어가 마음만 먹으면 무력으로, 아니, 몰래 들어갈 수도 있어 보이는데 이걸 관리하고 통제한다고 이렇게 막아 놓은 건가.
그때 관리원 부스에서 사람이 나왔다.
플레이어의 출입도 적은 수원 포탈에서 긴 시간을 매일 작은 공간에 우겨 넣어져 있어야 하는 그는 이런 다수의 방문이 퍽 반가운가 보다.
“안녕하세요. 수원 포탈 관리를 맡은 박성중입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인사 후 박성중은 포탈과 그 관리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포탈마다 출입을 통제해 놓고 플레이어 자격증 확인 및 기록을 한 후에야 들어가고 나올 수 있고.
들어가는 포탈은 아무 포탈이나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지만, 나오는 것은 들어갈 때 사용한 포탈로만 나올 수 있어서 어떤 플레이어가 라 엘타에 박혀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등의 설명.
포탈을 관리함으로써 등록을 하지 않은 플레이어가 있더라도 레벨업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한다.
당연하지만 법적으로 의무인 플레이어 검사를 받지 않고 몰래 행동하려는 사람은 크고 작은 범죄를 일으킬 확률이 높으니까.
“물론 모든 포탈과 던전이 관리하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생겨나기도 하고, 포탈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리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열심히 설명하든 말든 모두 ‘됐고, 빨리 포탈이나 보여줘.’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내 표정도 별반 다를 바 없겠지.
“자,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박성중이 철조망 문을 열어주자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들어가기 바쁘다.
기대와는 달리 내부는···
‘상당히 허접한걸.’
그냥 텅 빈 공터에 검은색 포탈 하나 덩그러니.
뭐 빛이 뿜어져 나온다거나 화려한 것도 아니고.
그냥 짙은 그림자처럼 까맣고 동그란.
사람 세 명 정도는 넉넉하게 서 있을 수 있을 거 같은 크기의 동그라미가 바닥에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도 기대보다 못 미치는 포탈의 모습에 매우 차분해졌다.
“포탈은 플레이어라면 들어갈 수 있지만, 일반인은 불가능합니다. 이렇게요.”
박성중이 포탈 위에 올라가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그 앞에서 막히고 말았다.
마치 동그란 원 주위로 막이 있는 것처럼.
“들어가려고 하면 이렇게 막힙니다. 투명한 막에 걸린 것처럼요.”
시도해보겠냐는 박성중의 제안에 너도나도 다가가 포탈을 둘러싼 막을 만지고 눌러대기 시작했다.
그걸 신기해하는 사람도 있고, 포탈에 들어가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고.
혼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더니 박성중이 손짓을 하며 불렀다.
“거기 계신 분. 여기 와서 시도해보세요.”
네? 저요?
얼떨결에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까 포탈은 생각보다 더 크고··· 볼품없어 보였다.
그냥 검정 페인트 뿌려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이게 라 엘타랑 연결되었다고 하니 어이없기도 하고.
라 엘타에 있었을 때 텔레포트 게이트도 여럿 봤고 사용도 종종 했었는데 상당히 웅장하고 멋있는 모습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역과 지역을 오갈 수 있는 텔레포트 게이트도 그 정도인데, 차원을 연결하는 포탈이면 더 화려해야 하는 거 아냐?
물론 항의해 봤자 개선되는 건 없겠지만.
어서 포탈로 들어가 보라는 재촉 아닌 재촉에 아무 생각 없이 포탈을 향해 발을 뻗었다.
그러면 이제 턱, 하고 막히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눈앞이 화악 어두워졌다.
뭐지? 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다시 밝아졌지만.
그리고 밝아진 후 보이는 풍경은 명백하게.
방금까지 서 있던 수원 어딘가의 산속이 아니었다.
나는 다른 세계에 와 있었다.
지구보다도 더 오랜 시간 몸을 담았던, 익숙한 세계에.
라 엘타.
베라포드였다.
***
“일반인이··· 일반인이 포탈 안으로 들어갔어!”
“말이 돼? 일반인이 어떻게 포탈로 이동을 해?”
“각성한 거 아냐?”
“진짜? 본인도 각성한 거 몰랐던 거야? 와아, 우리 신입 각성이다!”
“아니, 좋아할 때가 아니야. 신입 잃잖아!”
이성한이 라 엘타로 이동한 직후 수원 포탈에서는 난리가 났다.
처음에는 갑자기 사람이 사라지자 당황했지만, 포탈 이동을 제 눈으로 목격했다는 사실에 감격하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물론 제일 당황한 건 외부 교육 인솔자와 포탈 관리자인 박성중이었다.
인솔자는 보고를 위해 급하게 전화하기 바빴고, 박성중은 허둥지둥 기록지를 찾아왔다.
“아니, 오늘 외부 교육받고 있는데 교육생 중 하나가 포탈을 타고 이동을…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래도 각성을… 아니, 아니요. 그게…”
“세상에, 이럴 수가. 잠깐만, 놀라기 전에 기록부터 해야 해. 기록··· 15시 42분. 어··· 저기, 방금 포탈 이동하신 분 이름이 어떻게 되지요?”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었다.
다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며 웅성웅성 소음 소리만 커져갈 때, 갑자기 포탈 위로 사람 형태의 무언가가 나타났다.
포탈 위에는 이성한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당황한 것 같은 표정으로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세상에! 벌써 돌아온 겁니까? 아무리 레벨 0 퀘스트라지만 그렇게 빨리··· 난이도 1을 선택하셨나 봅니다.”
박성중이 호들갑을 떨며 다가갔다.
하지만 미처 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이성한은 포탈 밖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다시 포탈 안으로 들어섰다.
“아니, 다시 들어가면 퀘스트를 또···!”
이성한의 등장으로 잠시 조용해 졌던 곳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방금 전보다도 더 소란이 일었다.
한번 포탈을 타고 라 엘타로 이동을 하면 무조건 한 번 이상의 라 엘타 퀘스트를 깨야만 귀환이 가능하다.
그런데 지구로 귀환하자마자 다시 라 엘타로 돌아가 버린다?
상황 수습도 안 하고?
“퀘스트를 또 깨야 하잖아!!”
박성중의 목소리가 고래고래 울려 퍼졌지만 이미 가버린 이성한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 6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