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62)
평범한 회사원입니다-62화(62/180)
< 62화 >
현 마그웨이 공작을 따라 라 엘타로 갔더니 전 마그웨이 공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고, 서류 작업하다가 우리 둘이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거지만.
“아니, 설마…!”
“아버지, 이쪽은 이안 님의…”
“오랜만이야, 엔릭.”
“이안 아닌가!”
이름만 친구는 아니었는지 이쪽은 나를 바로 알아보네.
“무슨 말씀들 하시는 겁니까, 이분은 이안 님의 아들 이한…”
이 맞나?
마그웨이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이안의 아들 이한이 아니라 이안 본인이라고 했던 거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단번에 믿어버리기에는 기억하는 얼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데.
아니지, 이안 님이라면 가능할 거 같기도 하고…
“거짓말이시죠!”
“거짓말 아니래도.”
“내가 이안 님께 그동안 대체 무슨 말을…”
충격으로 의자에 털썩 걸터앉아 망연자실하게 땅만 바라보는 마그웨이를 뒤로하고 옛 친구와 인사를 나눴다.
“어디서 또 뭘 주워 먹고 이렇게 얼굴이 젊어졌나. 부럽네.”
“나는 네가 더 부러운데. 죽었다 살아나는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하하,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찾아오지 않은 건 많이 서운했네.”
“나도 얼마 전에 알게 된 거라.”
서류 작업을 하는 책상과 의자. 작은 테이블, 침대, 책장이 한 방에 몰아 넣어진 것이 공작이 쓸법한 방은 아니었다.
무슨 이유로 죽은 척을 하고 숨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공작이라는 아들 쪽 마그웨이가 일도 안 하고 지구에 죽치고 있어도 이곳이 잘 돌아가고 있었는지 이해가 됐다.
선대 쪽이 일을 다 하고 있었네.
미안하지만 아들 쪽이 너무 아무것도 안 해서 공작가는 곧 망할 거라고 생각했다.
“최근에 드러나기 시작한 흑마법사 단체가 있네.”
“알아, ‘어둠’이라는 그 단체 말하는 거지?”
“역시 알고 있었군. 그들이 세상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소 20년 전부터 활동을 시작한 단체인 것으로 파악됐어.”
“목적이 뭔데?”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뻔하지 않겠나.”
흑마법사 단체라니까 뻔하긴 하지.
그동안 핍박을 받았다며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겠다고 설치는 것이거나.
햇볕 아래로 돌아가겠다고 발버둥 치는 것.
그것도 아니면 자신들이 어둠 속에 숨어 살게 된 현실이 다 다른 사람들의 탓이라며 분노를 돌려 전부 퍼버벙 터뜨리려는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셋 다 일지도 모르고.
시간도 많은데 이참에 흑마법도 수련할 겸 마왕이나 소환해보자, 라거나 그냥 심심해서 같은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으니 일단 보류.
“그래서 흑마법에 당한 거야?”
“3년쯤 전에 당했지. 하지만 나를 죽이려고 한 건 아니었네.”
“저주라도 건 건가?”
“비슷해. 사람을 리치로 만드는 마법이었어.”
리치? 뼈만 남았는데 살아 움직이고 라이프 베슬을 부수지 않으면 죽지 않는 그 리치?
아무리 생각해도 흑마법사 입장에서 좋을 게 없는데?
기껏 힘들게 공격해놓은 사람이 대대손손 죽지도 않고 오래 살면 ‘어둠’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거지.
그것도 살아있는 사람을 리치화 할 정도면 상당한 노력과 정성을 들였겠는데.
“그들은 나를 앞세워 마그웨이 공작가는 흑마법으로 힘을 모아 성공했고, 공작 본인은 강대한 힘과 불사의 몸을 갖기 위해 리치가 되었다는 말을 퍼트리려 한 거겠지.”
자학개그도 아니고, 자신들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 하나 안 되는 일을 굳이 했다고?
마그웨이 공작가 하나 무너뜨리려고?
하는 행동이 너무나도 뻔한 루트를 타고 있어서 당장이라도 찾아가 이제 그만하라는 의미에서 무너뜨려 주고 싶어진다.
“그럼 지금은 리치가 된 건가? 그런 거치곤 멀쩡해 보이는데.”
“다행히 마법에 당했다는 사실을 일찍 알아서 도움을 받아 리치화는 멈춘 상태네. 굳이 말하자면 반리치 정도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어둠’에서 일을 벌일 수 있을 것 같아 죽은 척을 하고 아들에게 작위를 물려줬지.”
아들 마그도 그동안 쌓인 게 좀 있었겠네.
준비도 안 됐는데 갑자기 공작이 되어서 부담감만 커지고. 그렇다고 진짜 공작이 된 거라면 책임감도 함께 커져서 노력이라도 했을 텐데 일은 여전히 선대 공작이 하고 있으니 무늬만 공작인 허수아비라는 느낌이 강했을 거고.
“제이스에게 딱 한 가지 맡긴 일이라곤 자네의 흔적을 찾는 것이었어.”
어쩐지 함께 성에 가자, 지구로 돌아가지 말아라. 끈질기다 싶더라니.
이안 본인은 못 찾았지만, 그 실마리인 아들이라도 어떻게든 데려가려고 했던 거였구나.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전혀 행방을 알 수 없었지. 대체 어디 있었던 건가.”
“지구라고. 사실 내가 다른 차원에서 왔는데, 잘 있다가 자고 일어나 보니까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어.”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군.”
농담 아니니까 그만 웃어.
해골 되기 직전인 사람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고 지구까지 데려갈 수도 없고.
사실 이제 나를 찾은 김에 도와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 후로도 쭉 소소한 잡담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고 지구로 돌아왔다.
당연히 아들 마그도 떨구고 올 생각이었는데. 얼떨결에 ‘그럼 제이스를 잘 부탁하네.’ 같은 말이나 듣고 같이 돌아와 버렸네.
아니, 그래도 이름뿐이지만 명색이 공작인데 이렇게 자리를 비워도 돼?
된단다.
평소에도 외출이 거의 없고 사교계에도 얼굴을 안 내밀어서 공작성에 박혀있으나 지구에 박혀있으나 거기서 거기라고.
대외적인 활동을 해야 할 때만 돌아오면 된다는데, 가끔 이럴 때 보면 공작이라는 거 진짜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같아.
“죄송합니다. 제가 이안 님께… 함부로 말을…”
마그웨이는 아직도 땅 파고 라 엘타 반대편까지 들어갈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언제는 친구 하자더니 왜 또 이안 님이야. 편하게 대해.”
“제가… 감히… 어떻게…”
너무 귀찮은 걸 나한테 떠맡긴 거 아닌가.
일단 이건 나중에 처리하기로 하고 지구에 돌아오자마자 잠이나 자라고 방에 넣어놨다.
그리고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라엘타닷컴에 채용 공고를 하나 더 올렸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흑마법사 단체랑 연관이 있는데, 이런 경우 전개는 뻔하거든.
당연하지만 라 엘타에서 이미지가 안 좋으니 지구에서도 흑마법사 관련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는 기피 대상일 것이다.
라 엘타 쪽이랑은 달리, 제물이 있어야 스킬 시전이 가능하거나 남한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통해 힘을 얻는 게 아니지만.
이미지라는 게 괜히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렇게 흑마법사 플레이어도 핍박을 받다가 우연히 ‘어둠’에서 찾아오겠지?
그리고 너의 한을 풀어주겠다며 플레이어들을 꼬셔 데려갈 거다.
어둠은 결국 라 엘타 뿐 아니라 지구 쪽에서 활동하며 지구를 공격할 좋은 수단을 습득!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런데 말이다, 어둠아.
원래 이런 건 선점하는 게 이기는 거다.
[연구소 소속 ‘흑마법사’ 플레이어 채용공고]경력: 무관
나이/성별: 무관
연구소에서 미래를 함께할 인재를 찾습니다.
인원: 00명
응시자격: 흑마법 스킬 보유 플레이어
업무 내용:
-흑마법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흑마법사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다양한 것
난이도, 퀘스트 레벨, 스탯과 무관하게 흑마법과 관련된 스킬을 지닌 플레이어를 모집합니다.
흑마법 스킬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길드에도 들어가기 힘든 플레이어님.
흑마법 스킬을 숨기느라 본인의 능력치에 맞지 않는 대우를 받고 계신 플레이어님.
연구소에서 흑마법을 바르고 안전하게 쓸 수 있게 인도해드립니다.
혜택: 라 엘타 출신 흑마법사의 올바른 흑마법 레슨
1.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바르게 흑마법을 쓰는 방법.
2. 일반적인 흑마법사처럼 신체가 썩어가거나 자신의 힘에 이기지 못하고 강한 저주에 걸려 고통스럽게 죽지 않게 힘을 조절하는 방법.
3. 사람에게 이롭고 몬스터에게 해로운 흑마법을 운용하는 방법 등등
이지혜의 도움을 받아 정리한 채용 공고를 올려놓자 벌써 ‘어둠’ 뒤통수 한번 제대로 쳐준 거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연구소 소속 흑마법사’라는 이미지를 제대로 잡아놓으면 대외적으로도 연구소에 소속된 흑마법사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심어지겠지.
이렇게 해두면 ‘어둠’이 흑마법사 플레이어에게도 손을 뻗더라도 바로 알 수 있을 거다.
어디 한번 와봐라!
지난번에 잡아놓은 흑마법사 열 놈을 데리고 한번 잘 가르쳐보라고 해야겠다.
사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람에게 이로운 흑마법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없으면 만들면 된다.
물론 내가 아니라 흑마법사들이.
***
초월 길드의 회의실.
오랜만에 길드 마스터인 윤승연이 참석한 회의여서인지 평소보다 긴장감이 맴돌았다.
“최근에 제일 관심이 쏠리는 이슈 두 가지는 ‘라마의 무기상점’ 그리고 연구소의 흑마법사 모집 건입니다.”
“둘 다 이성한이랑 관련 있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무기상점 대표가 이성한으로 등록되어있고, 흑마법사 모집을 하는 연구소 플레이어 길드라는 것도 이성한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게 이성한을 영입해야 한다고 진작, 여러 번, 누누이, 몇 번이고 말하지 않았나요?”
아무도 입을 열 수 없었다.
특히 이성한 영입을 담당했었던 5조는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어서 바른 자세로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반응은 어떤가요?”
“반응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입니다.”
“아니, 대체 무기는 어디서 난 거고, 라 엘타 출신 흑마법사들은 어떻게 영입한 거지?”
흑마법 보유 플레이어들이 모두 연구소로 몰리고 있다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까지 많은 플레이어가 흑마법 관련 스킬을 갖고 있었을지 누가 알았을까.
“그리고 새로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이성현네 앞마당에 양이 하나 들어왔다고 합니다. 신종타입의 몬스터로 예상되어 확인 중에 있습니다.”
“양이라… 또 어떤 대단한 몬스터를 펫으로 삼은 건지. 확인되는 대로 보고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그리고 이성한이 정식적으로 플레이어로 등록이 되면서 <위클리 플레이어>에 사진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플레이어>의 이번 달 플레이어 인기투표 1위가 이성한이던데요.”
“뭐? 이성현이 밀렸다고?”
“예. 이성현은 2위… 형제가 나란히 1, 2위에 올랐네요.”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윤승연은 3위로 밀렸다는 말이 된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윤승연을 쳐다봤다.
막상 본인은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였지만.
“길마님께서는 최근에 쭉 퀘스트 중이셔서 이성한의 얼굴을 모르실 텐데, 알고 있으신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플레이어는 이성한의 사진이 실린 페이지를 펼쳐 윤승연에게 내밀었다.
물론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하고 찍은 사진은 아니고. 평범한 파파라치 컷이지만.
“어…?”
윤승연은 잡지를 받자마자 당황하며 몇 번이고 사진을 다시 확인했다.
“이 사람이 이성한이 맞습니까? 정말입니까? 언제부터?”
“어… 처음부터인데요?”
잡지, <위클리 플레이어>에 실린 이성한의 얼굴은.
윤승연이 이안으로 알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 62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