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65)
평범한 회사원입니다-65화(65/180)
< 65화 >
털실뭉치, 돌무더기에 깔린 줄 알았는데 왜 여기 있나 싶더니.
다른 놈이었나보다. 분명 아까 깔린 건 분홍색이었는데 이건 주황색이다.
믿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출구로 안내한다는 털실을 따라갔다.
다른 방법이라고 해봐야 던전을 다 부수는 것뿐인데.
일단은 안전하게 털실을 따라가 보고 우릴 속인 거라면 던전은 그때 가서 부숴도 된다.
덩치는 눈 달린 털실이랑 대화하는 게 이상하지도 않은지 말도 잘 걸면서 좋다고 대화하고 있었다.
“이곳은 던전이라기 보다는 함정 퀘스트 같은 거양.”
“퀘스트? 이게 퀘스트라고? 그러면 설마 여긴 라 엘타?”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공. 아니라고 할 수도 있공.”
맞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함정 퀘스트라는 건 뭔데?”
“말 그대로 깰 수 없는 퀘스트양. 들어오면 100%의 확률로 죽게 되는!”
“우리는 사실상 클리어한 거 아니야?”
“들어오면 99%의 확률로 죽게 되는! 극악의 던전이양!”
털실뭉치는 공중에서 퐁퐁 뛰면서 설명했다.
원래대로라면 퀘스트를 통해 다음 방으로 이동하는 식인데. 연속되는 극악 난이도의 퀘스트 속에서 점점 파티 인원수가 줄어들고, 줄어들고.
서로 희생하며 괴로워하다 결국엔 모두 파멸로 향하는.
그런 끝이 없는 던전이라고 한다.
그런 것 치곤 너무 시시해 보이지만.
“끝이 없는 던전에 출구는 왜 있는 건데?”
“세상엥. 그게 무슨 말이냥. 출구는 당연히 있어야징! 우리는 뭐 평생 여기 사는 줄 아냥? 우리도 집에 가야징.”
아, 그래. 집이 있구나.
“침입자는 나가지 못하지만 우리는 나갈 수 있당. 너희도 나갈 수 있당. 첫 번째 성공자당!”
“우리가 몇 번째 방문자인데?”
“첫 번째당!”
“응?”
들어오면 0%의 확률로 죽게 되는 극악의 던전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계속, 계속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는뎅. 사람들이 너무 안 온당. 나가면 좀 빨리 와달라고 해주랑. 아, 아니지! 지금은 안 된당! 보수해야 하니까 20년만 있다가 오라고 해주랑.”
20년이나 보수해야 하는 거냐.
“여기가 출구당.”
던전의 구석 어딘가의 장치를 조작하자 벽이 움직이며 문처럼 열렸다.
털실뭉치만한 크기의 문이면 어떡할까 고민했는데 사람도 충분히 나갈 수 있는 크기였다.
다행이었다. 나 말고 던전이.
20년 보수하면 될 걸 200년 보수해도 안 끝나게 만들어버릴 뻔했는데 무사할 수 있어서.
흑마법사들과 플레이어들은 우르르 발 빠르게 빠져나갔다.
“바이바잉.”
“바이바잉.”
지금 인사하는 목소리, 두 개 아니었나?
출구로 나가면서 슬쩍 뒤를 돌아보자 털실뭉치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주황색 털실뭉치와, 분홍색 털실뭉치.
분홍뭉치. 살아있었구나.
아니, 그 전에 저 녀석들. 손이 있었네?
세상은 넓고. 이상한 것은 많다.
다음번에 다시 보게 되면 그땐 털실들을 붙잡고 뭉친 털실을 풀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은 딸린 짐이 너무 많아서 안 되고.
그런데…
여기는 또 어디?
어쩐지 어둡고 습하고 기분 나빠 보이는 곳이다.
라 엘타를 돌아다니면서도 이런 곳은 본 적 없는데.
설마 이게 진짜 함정인가?
만약 그렇다면 저 털실뭉치들은 마지막 한 가닥 까지 풀어헤쳐 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다음 행동을 하기도 전에 시스템 창이 먼저 반응했다.
플레이어들의 눈앞에 상태창이 와르르 열리기 시작한 것.
물론 나를 제외한 플레이어들이다.
플레이어 신분증은 받았지만 상태창은 여전히 나와는 먼 세상 이야기…
제일 가까이 서 있던 덩치의 상태창을 대신 확인했다.
[잘못된 접근입니다. 마지막 포인트로 이동합니다.]“마지막 포인트?”
그리고 우르르 사라져버렸다.
심지어 플레이어도 아닌 다크 소로우 흑마법사들까지.
나만 빼고.
나는! 나는 왜?
NPC도 보내줄 정도면 나도 보내주면 안 되는 건가?
시스템을 이해할 수가 없네?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털실뭉치의 말로는 이곳은 라 엘타이지만 라 엘타가 아닌 곳. 말만 그렇지 라 엘타일 확률이 높다.
지구에 이런 음침한 곳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거든.
심지어 나무가 보라색에 가시가 달려있다.
마계도 아니고 뭐 이런 곳이 다 있냐.
“이럴 줄 알았어. 라 엘타 맞네.”
귀환 포탈을 소환하니 당연하다는 듯이 소환되는 포탈.
다시 던전으로 돌아가 털실뭉치들을 풀어헤칠 수고를 안 해도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포탈 위로 올라섰다.
그 순간 아주 잠깐, 어쩐지 익숙한 무언가가 느껴져 뒤를 돌아봤지만.
시선을 등 뒤로 향했을 땐 이미 지구로 돌아와 있었다.
여기까지가 일주일 전의 이야기.
돌아온 후에 넋이 나간 흑마법사들에게 수련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주고 전부 덩치에게 떠넘겼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도 신경 쓰이는 일이다.
흑마법사 플레이어 건은 잠시 미뤄두고 무기상점에 집중하기로 했다.
돌아오자마자 제일 먼저 판매방식을 추첨으로 바꿨다.
아직도 줄을 서 있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말이 많았지만. 싫으면 추첨 참여에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온갖 불평이 싹 사라졌다.
추첨 방법은 간단했다.
미리 판매 물품의 정보를 올리면 플레이어들은 원하는 물품을 딱 하나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물품에만 이름을 올릴 수 있으니 무작위 전체 추첨보다는 확률도 높고.
인기 없는 품목을 선택해 당첨 가능성을 올릴 수도 있다.
추첨식으로 하면 구매한 사람이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일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의 말도 있었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구매한 사람도, 판매한 사람도 이성현, 성한 형제, 영웅 길드, 연구소, 연합 모두에게 찍힌다는 소문이 돌면서 잠잠해졌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자기들끼리 걱정하고, 해결하고. 아주 즐거워 보이네.
라마 무기상점의 두 번째 물품판매이자 첫 번째 추첨식 판매. 이번에도 50가지의 다양한 물품이 리스트에 올라왔다.
그중 딱 한 가지는 상세 정보가 없는 랜덤 아이템이었지만.
이번에는 시간 없다고 마지막에 급하게 만들어서 상세 정보가 없는 건 아니고.
그냥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넣어봤다.
사실 치열한 경쟁을 피해 소소함을 택한 플레이어를 위한 특별 서비스 같은 거였는데. 의외로 랜덤 아이템에 구매권이 몰렸다.
지난번 보석 반지 구매 후기 때문이겠지.
최근의 라엘타닷컴은 조용한 날이 없었지만. 라마 무기상점 판매 종료 직후 올라온 한 익명 게시글 덕에 더욱 타올랐다.
[제목: 라마 무기상점 50번째 손님입니다]-익명으로 작성된 게시글입니다.
오늘 오픈한 라마 무기상점의 50번째 손님입니다.
지금 라마 무기상점 성공 인증 계속 올라오는데 탑승해봅니다.
다들 제가 부러우시겠죠? 저는 제가 별로 부럽지 않아요.
다른 플레이어들은 멋진 검, 효율 좋은 팔찌, 튼튼한 방어구 구매했을 때 전………
(보석반지 사진)
꽝을 구매했습니다.
진짜 너무한 거 아닌가요?ㅠㅠ
대체 한정수량 판매에 왜 꽝을 넣어요?
50번째로 입장하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에게 감사하고 찬양했는데
신은 제게 똥을 줬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무교입니다.
신 따위 없다.
ㅇㅅㅎ 진짜 너무 하다ㅠㅠㅠ 반성해라
덧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지에 보석 크기 실화냐ㅋㅋ
-보석 팔면 집 한 채 나오겠네~ 주먹만 하다~ 좋겠다~
-와 어떻게 수량 제한을 하면서 꽝을 넣냐
-저거 아무리 싸다고 해도 몇백은 했을 거 아냐. 몇백 주고 저거 사 온 거?ㅋㅋㅋ그냥 구매 포기하지
└(작성자) 그래도 능력치 조금이라도 올려주겠지 싶어서.. 없는 것보단 낫겠죠.. 지금 감정받으러 가요..
└감정받아오면 후기 좀
-성능 아무리 좋아도 저거 끼고 다니고 싶지 않을 거 같은데ㅋㅋㅋ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은 게 맞지ㅇㅇ
그 후로도 쭉 왕 보석 반지의 구매자를 비웃거나 안쓰러워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간간이 진짜 너무했다며 나를 탓한 글들도 보이고.
그리고 첫 번째 글이 올라온 지 두 시간쯤 후에 다음 글이 올라왔다.
[제목: 라마 무기상점 보석 반지 감정표]-익명으로 작성된 게시글입니다.
감정받고 왔습니다.
(보석 반지와 감정표 같이 있는 사진)
이성한 선생님 사랑합니다.
덧글:
-???????
-????????
-주작?
-합성? 포샵? 두 시간 동안 저거 만들고 온 거?
-(작성자) (추가 인증사진)
└???
└???
└!!!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다.
플레이어들은 랜덤 아이템을 ‘조금 낯부끄럽지만, 당신을 상위플레이어로 만들어줄 치트키 아이템’으로 인식한듯하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별 재미도 감동도 없는 던전 다녀오느라 반응 확인을 하나도 못 했는데 이참에 후기나 검색해서 볼까.
플레이어 등록도 됐겠다.
이제 형의 아이디를 빌리거나 이지혜를 통하지 않고도 라엘타닷컴의 커뮤니티와 거래 게시판을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시간 날 때 보는 게 커뮤니티지.
한정수량 판매가 끝난 직후에는 아이템 인증 글에 대한 반응이나 부러워하는 내용으로 가득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라마와 마그웨이에 대한 언급이 상당히 많아졌다.
라마를 마스코트처럼 무기상점 한쪽에 세워뒀더니 플레이어들이 상당히 흥미로워했던 거 같다.
마그웨이에 대한 반응이 더 뜨거웠지만.
[제목: 라마 무기상점 후기]-익명으로 작성된 게시글입니다.
플레이어한테만 판매한다고 해서 들어가자마자 신분증 내밀었는데 알바생 반응.txt
나: 여기 신분증요
알바생: 필요 없네.
나: 플레이어 인증 안 해요?
알: 내 말을 알아듣고 있지 않나.
나: (뭔 소리람?)
알바생으로 약간 맛 간 애를 데려다 놓은 듯
덧글:
-라무상 알바생 멀쩡하게 생겨서 좀 맛이 간 거 같긴 했어
└라무상이 뭐임?
└라마 무기 상점. 줄여서 라무상
-라마는 드래곤이니까 이해하겠는데 알바생도 같이 말투 이상하게 하는 건 또 뭐냐ㅋㅋㅋ 라무상 컨셉임?ㅋㅋㅋ
└컨셉에 충실하네
└사실 또 다른 드래곤인 거 아냐?
└가능성 있음
-저 알바생 라 엘타 NPC인 듯 ㅋㅋㅋㅋ
└?
└너무 아무말이네
-윗댓 일리 있음.플레이어 인증 안 해요? -> 내 말을 알아듣고 있으니 ㄱㅊ = 내 말을 알아들으면 플레이어 인증 안 해도 됨 = 내 말 알아들으면 플레이어.
플레이어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 뭐다? 라 엘타 공용어임. 즉 라 엘타 공용어 쓸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인데, 라엘타NPC말고 누가 공용어 사용하냐ㅋㅋ 통역 스킬 때문에 공부하고 싶어도 못함
└? 맞말이네
└맞네. 통역시스템 OFF도 안 돼서 공부하고 싶어도 다 한글로 보이니까 공부 자체를 못 함
└한글로 보이는 게 아니라 가장 익숙한 언어로 보이는 거
└나한테 한글로 보인다고
-사실 저 무기도 전부 라 엘타에서 가져온 거라고 함
-흑마법사 모집 때 라 엘타 흑마법사들을 스승으로 붙여주겠다고 한 것도 ㅇㅅㅎ이 NPC들 지구로 데려온 거래
└아님. 그거 그냥 흑법사들 꼬시려고 거짓말한 거라고 함
└ㄴㄴ거짓말까지는 아닌데 라 엘타에 흑법사들 두고 플레이어들을 라 엘타로 데려간거임
-영웅에 이안도 있고, 흑마법사들도 있고, 아예 NPC로 전쟁을 일으켜도 되겠네
└이안은 영웅 쪽이고 흑마법사들은 이성한 쪽인데 왜 같이 묶냐
└따로라고 해봤자 이성한이 영웅 소속이나 다름 없는 거 다 아는데 무슨
-라마 무기상점 알바생 잘생겼어
└잘생겼다기보단 기품있게 생김
└나 얼마 전에 공작한테 뭐 전해주는 퀘스트 한 적 있는데 그 공작이랑 알바생이랑 닮아씀
└웃기네ㅋㅋㅋ 뭔 공작한테 전달해주는 퀘스트 같은 소리ㅋㅋㅋ 공작새한테 전해 준거겠지
└공작새 노잼
마그웨이가 생각보다 판매 아르바이트를 재미있어하던데.
지구에 잘 적응하고 있는 거 같아 다행이다.
…아니지.
지구에 적응 그만하고 라 엘타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냐?
그래도 공작인데.
그 후로도 이런저런 반응을 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물론 사무실에 출근한 후 일은 전부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버리고 당당하게 월급루팡 중인 거지만.
누가 보면 라엘타닷컴 모니터링하는 거라고 우기면 그만이다.
그때 연구원 하나가 사무실로 뛰쳐 들어왔다.
“부장님! 빅뉴스입니다!”
엄청나게 해맑아 보이는 미소를 보니 나한테는 썩 달갑지 않은 소식인 거 같은데.
그냥 못 들은 척 무시해도 되나?
< 65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