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66)
평범한 회사원입니다-66화(66/180)
< 66화 >
“진짜, 진짜, 진짜 대박 뉴스입니다! 미국의 라코프에서 합동연구를 희망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어느 부분이 어떻게 대박이라는 건지 모르겠다.
“라코프? 라 엘타 짝퉁이에요?”
“Laboratory America Corporation을 줄여서 LA Corp. 미국에서 가장 큰 라 엘타 실험 및 연구실 조합입니다.”
왜 이렇게 좋아하나 했더니.
미국 간다고 좋아하는 거였냐.
물론 일반 사람들처럼 미국으로 간다는 사실에 들뜨고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이 연구에 미친 사람들은 미국에서 연구다운 연구를 체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좋다고 팔짝 뛰고 있는 것일 거다.
미국이 라 엘타 관련 연구에 관해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던데.
돈, 시간, 노력을 제일 많이 쏟아붓고 있다고.
조사된 바로는 플레이어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라고 한다.
사실 중국이 몰래 모으던 플레이어까지 다 합치면 미국보다 많은 플레이어를 보유한 나라였을 텐데.
지금은 진짜로 미국이 가장 많은 플레이어를 보유한 나라가 맞을 거다.
“우리 한국은 정보와 자료가 부족해서 연구 진행이 더딘 거지만. 미국은 정보도, 자료도 많으면서 연구 내용을 외부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죠.”
대체 자기들끼리 꽁꽁 정보를 감춰놓을 거면 왜 연구를 하는 거야?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 하는 연구를 왜 몰래 하는 건데.
그 정도 규모의 기관에서 정보 공개를 안 하면 플레이어들도 등을 돌리고 자료를 제공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라에서 엄청난 금액을 지원하고 있어서 플레이어들이 너도나도 정보와 연구재료를 제공하려고 앞다투고 있다고.
“이번에 드디어 미국이 뭘 발견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폴짝폴짝 뛰시다가 천장까지 뚫고 날아가시겠습니다.
“미국에서 합동연구를 진행하자고 했다고 하셨죠? 어떤 연구에 대해 말하는 건지 아세요?”
“막 이야기가 오간 거라 아직 자세한 건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한국 연구소의 연구 성과가 대단하다는 게 그쪽까지 소문났나 보죠.”
바로 옆에 있는 나도 여태 무슨 성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지구 반대편에서 그걸 어떻게 압니까.
“그쪽에서 얻은 자료가 아무리 많아봤자 저희만큼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자료가 있는 곳은 없을 테니까요.”
연구원의 자부심이 하늘을 찔렀다.
심지어 이 연구원은 라 엘타에 갈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을 텐데.
이레귤러 던전 샘플 몇 개랑 오염된 동물 몇 마리에 이런 반응이라면, 라 엘타에 들리면 아주 기절하겠네.
좋아. 미국 가는 연구원들 다 라 엘타 체험시켜서 보내야지.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언제 출발합니까?”
“정확한 날짜도 아직 의논 중입니다. 회의 중에 이 기쁜 소식을 어서 알려드리기 위해 달려온 거라서요.”
회의 도중에 뛰쳐나오지 마.
“저는 천천히 알아도 괜찮으니 회의실로 돌아가세요.”
“빨리 알면 더 좋죠. 부장님도 같이 가는 건데요!”
“네?”
“네?”
같은 언어로 말하고 있지만 알아듣지 못한다는 게 이런 건가.
“제가 거길 왜 가요? 던전도 아니고 몬스터 처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연구를 하러 가는데!”
“총책임자이신데 당연히 같이 가야죠.”
“제가 총책임자였어요? 언제부터요?”
“어… 처음부터?”
서류상의 총책임자가 아니라 7층 연구원들 마음속의 총책임자겠지.
당사자도 모르고 회사에서 승인 해준 적도 없고 회의에도 참석 안 하는 총책임자가 어디 있냐.
“미국에서 반드시 함께 오라고 요청했습니다. 처음에는 동영상 유포를 한 플레이어에게 사과를 받으러 오라고 횡설수설하다가, 연구를 도와주셔야 한다고 하다가. 이제는 꼭 오셔야 한다고 우기고 있네요.”
“무슨 이유인지는 말 해줬나요?”
“극비라는데요. 오면 알려준대요.”
그놈의 극비.
미국 놈들, 왜 이렇게 비밀이 많냐.
참, 사람 귀찮게 하네.
그래도 연구에 참여하라고 부르는 건 아닌 거 같아 다행이다.
던전 공략 같은 이유로 가는 건 아무래도 좋지만, 연구에 참여하러 가는 건 좀…
봐도 모르겠는 건 둘째치고 연구에 미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고 싶지 않다.
정신건강에 해롭단 말이지.
“그럼 제가 연구에 참여할 일은 없는 거죠?”
“예. 초반에만 같이 다니고, 본격적으로 연구에 돌입한 후부터는 자유롭게 미국을 즐기다 오셔도 됩니다. 먼저 한국에 돌아오셔도 좋고요.”
미국 출장 가서 나 혼자 쉬고 놀고 먹을 수 있다는데 왜 먼저 한국에 들어옵니까.
마지막의 마지막 날까지 죽치고 있어야지.
“미국 가는 인원 확정되면 알려주세요. 그 전에 가볼 곳이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어디에 들리는 건데요?”
라 엘타라고. 지구로 돌아오고 싶지 않아지게 하는 곳에 데려갈 예정입니다.
그 후 선별된 연구원들의 반응은.
볼 것도 없었다.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미국 안 가고 라 엘타에 눌러앉겠다고 우는 걸 달래서 데려오는 게 힘들었다.
***
흑마법사 건은 덩치가 담당하고 있고.
라마 무기상점은 한 달 치 분의 물품을 미리 준비해놓고 판매는 마그웨이에게, 관리는 덩치에게 맡겼고.
라 엘타에 있는 연구원과 플레이어들 관리까지 덩치에게 떠넘겼다.
“자. 이제 제가 없어도 자유롭게 마법진 이용이 가능하십니다. 다른 사람을 이동시키는 건 불가능하고 혼자만 다닐 수 있는 거니까 참고해주세요.”
“……난 플레이어인데… 왜 직장생활을…”
“미국에 다녀온 후에는 라 엘타로 가서 연구하는 연구원 수를 늘려볼 예정입니다. 혹 추천할만한 분 있는지 살펴봐 주세요.”
“김천호도 있고… 다른 플레이어도 추가 고용했는데… 왜 나만…”
“그러면 다녀오겠습니다.”
드디어 미국으로 출발이다!
괴로워하는 덩치를 뒤로하고 7층 연구원 다섯 명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측에서 비행기 표를 제공하겠다고 나섰지만.
영웅 측의 지원이 조금 더 빨랐다. 그것도 무려 전용기를!
덤이 딸려오기는 했지만.
“왜 쳐다보나.”
덤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덤, 라마는 라마 무기상점이 열린 후로 계속 불평해대기는 했지만, 최근에는 유독 심했다.
무기상점에서 일 시키고, 연구소 일도 자잘하게 시키고, 라 엘타에서 무기 옮길 때 짐꾼으로도 사용했더니 꾹꾹 눌러왔던 게 펑 터진 것 같다.
어제는 형을 붙잡고 얌전히 있을 테니까 라 엘타로 보내 달라고 떼를 쓰던데.
형은 라마를 라 엘타로 보내는 대신 미국으로 보내버렸다.
결국, 라마는 10시간이 훌쩍 넘는 비행시간 내내 시위하듯 팔짱을 끼고 창밖만 보고 있었고.
슬프게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내가 살아생전 라 엘타에 다녀오는 일이 생길 줄이야!”
“그 마법진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아… 떼어내서 분석해보고 싶은데 무리겠죠. 플레이어가 아니어도 마법진 공부를 할 수 있을까.”
“미국 따위 때려치우고 저도 라 엘타 가서 연구하고 싶은데.”
“라 엘타가…”
“라 엘타에…”
“라 엘타를…”
연구원들은 이틀간 잠깐 다녀온 라 엘타에 대해 떠드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라마는 더더욱 서러워졌다.
“미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미국 LA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라코프 측 사람이 달려와 우리를 반겼다.
연구소. 라고 한국어로 적힌 플래카드까지 들고 있는 정성이란.
미국 처음 왔을 때 본 ENC길드 반응과 비교된다.
그쪽은 형이 하지 말라고 해서 못 한 거지만.
“연구원님들은 이쪽 차에 타서 호텔로 이동합니다. 이성한 님께서는 피곤하시겠지만 바로 라코프로 이동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도 더는 지체할 수가 없어서요. 자세한 건 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연구원들이 피곤해도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며 같이 가게 해달라고 아우성쳤지만 무시.
모두 호텔로 보내버리고 라마만 데리고 라코프로 향했다.
“저기 봐. 그 플레이어다. 한국에서 온 테이밍 마스터 이성한.”
“연구팀이랑 같이 온다고 들었는데 혼자 왔네.”
“나도 그 동영상 봤는데 엄청나게 강하던데. 옆에 있는 빨간 머리는 그때 그 드래곤일까?”
라코프 직원들은 귓속말할 생각도 안 하고 마음껏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차피 못 알아들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예전에 ENC길드가 준 통역기 끼고 있습니다만.
“안녕하십니까. 브라이언 조 입니다.”
“이성한입니다.”
이번 한미 합동연구의 책임자라는 사람을 만나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다.
미국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고 있었고. 이번 연구를 통해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있고.
어떤 발견을 희망하고.
나한텐 말해줘봤자 관심 없으니까 제발 연구원들에게 말해줬으면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라마는 미국 연구원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분이 진짜 살아있는 라 엘타 몬스터!”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위험하지 않은 몬스터는 처음이야.”
“드래곤이라니. 살아생전 드래곤을 볼 수 있다니, 최고야!”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던 라마가 옆에서 신난다고 소리쳐대는 연구원을 콱 패버리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
“드래곤 님, 혹시 원래 모습을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드래곤 님, 손 한 번만 잡아주세요!”
“브레스 쏘는 게 보고 싶습니다, 드래곤 님!”
갈수록 라마 팬클럽의 현장이 되어가고 있지만.
그리고 이 안에서 브레스 쏘면 나랑 라마 빼고 다 죽어!
“흥.”
라마는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지만 바로 폴리모프를 해제했다.
미국이 땅덩어리가 남아돌아서 이 건물도 어마어마하게 커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멀쩡한 건물 다 부술 뻔했잖아.
“우와아아, 진짜 드래곤이다.”
“멋집니다! 아주 굉장해요.”
라마는 인간들이 떠받들어주자 우쭐해졌는지 고개를 빳빳하게 세웠다.
“만지지 마라, 인간! 기분 나쁜 손 치워라!”
말투는 오만한 드래곤의 말투 그대로인데.
너 꼬리 흔들리고 있거든.
조만간 배 까고 쓰다듬어 달라고 하겠네.
“사진 촬영, 동영상 촬영 안 됩니다. 만지지 마세요. 거기, 그쪽. 비늘 떼어가는 것도 안 됩니다. 라마, 빨리 다시 폴리모프 해.”
인기 연예인의 매니저가 된 기분으로 상황을 빠르게 정리했다.
“역시 드래곤을 테이밍 했다는 말은 사실이군요.”
브라이언은 대단한 것을 봤다는 듯 눈을 빛내며 다시 인간의 모습이 된 라마를 쳐다봤다.
당장이라도 해부하고 싶다는 표정인데, 저건?
미국 쪽 연구원들도 연구에 미쳐있는 건가. 마치 우리 연구소 연구원들처럼…
아니, 역시 우리 쪽 연구원들이 열 배 이상 더 미쳐있는 거 같다.
“사실 이성한 님을 부른 것은 도움 요청할 것이 있어서입니다. 대외적으로 이 일이 노출되지 않길 희망해, 상세한 설명도 없이 부른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비밀이 한두 개가 아닌 거 같으시던데.
“이쪽으로 저를 따라오시죠.”
비밀투성이 책임자, 브라이언은 나와 라마를 라코프의 지하 맨 아래층까지 데리고 갔다.
복도라고 부르기엔 엄청나게 높은 천장과 넓은 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쇠사슬에 묶여 발버둥 치는.
거대 이무기가 있었다.
“웬 뱀?”
“혹시… 테이밍이 가능하시겠습니까?”
아까 라마 테이밍 이야기에 그렇게 관심을 보이더니.
그럴 줄 알았지.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브라이언에게 솔직하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사실 저는 테이밍 스킬이 없습니다.”
“예? 아니, 그럼 어떻게…”
브라이언은 당황했다.
이 사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거짓말을 한다.
테이밍이 아니라면 어떻게 드래곤을 저렇게 얌전하게 만들어 데리고 다닐 수 있다는 건가!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 그쪽으로 가시면 위험합니다! 잠깐…”
그리고 그날 브라이언은 결심했다.
지구에 위험이 닥치면 대한민국에 이민을 가기로.
< 66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