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70)
평범한 회사원입니다-70화(70/180)
< 70화 >
“부장님, 그거 아세요?”
“뭘요?”
“던전이 터진 건 주로 아시아 쪽이래요. 그것도 한국이 제일 많고. 미국은 던전 아웃브레이크가 거의 없는 나라 중 하나라고 하네요.”
“그래요? 좋겠네요.”
“한국이야 좁은 땅덩어리에 비해서 체계도 잘 잡혀있고. 플레이어 수도 워낙 많아서 금방 정리가 됐는데, 미국 던전이 터지면 지원이 오는 데 한참 걸려서 큰일일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군요. 저희가 미국에 있는 동안은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아웃브레이크 시기도 다 지났는데 인제 와서 던전이 터질 일은 없겠죠. 하하하.”
라는 대화를 미국 오는 비행기 안에서 했는데.
내가 오자마자 던전이 터지다니 너무하잖아.
대체 갑자기 왜 그런 거지?
플레이어의 능력에 맞춰 난이도가 올라간다는 가설대로라면 말이 되기는 한다.
나랑 라마까지 미국에 와서 이곳 플레이어의 평균 능력치가 높아진 거로 판정이 난 것일지도.
그렇다고 하기엔 지난번에 왔을 땐 멀쩡했잖아.
시스템 이거, 기준이란 게 없어요.
하필 내가 있는 해변 근방의 던전이 터져서 내 탓 같고 찝찝하잖아.
바지에 묻은 모래를 털고 일어섰다.
우선 눈앞에 보이는 몬스터부터 처리하고 생각해볼까.
사체를 연구원들에게 가져가서 같이 연구하라고 주면 좋아할 거 같다.
이참에 미국 연구원들 기를 눌러버리라고!
아웃브레이크를 일으킨 던전의 규모가 작은 건지, 몬스터의 수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더 많아서 몬스터를 잡는데 더 어려울 지경.
도망치는 사람들 속에 슬쩍 섞여 한 마리씩 몬스터를 낚아채기 시작했다.
두더지 잡기 하는 거 같기도 하고 재미있네, 이거.
5분도 지나지 않아 도망치는 것은 민간인이 아니라 몬스터 쪽이 되었다.
“진정하세요, 시민 여러분! 이제 괜찮습니다! 저희 ENC 길드가…”
ENC의 길드 마스터 애쉬 가렛은 길드 차량에서 뛰어내리며 크게 외치다 말았다.
분명 던전이 터졌단 말을 듣고 바로 출동했는데.
어째 상황이 종료되어 있다?
“오랜만이네요. 세상 참 좁죠?”
“이, 이성한 님?”
거 참 빨리도 오신다.
너무 빨리 와서 내가 해변에 있는 몬스터들 다 잡고 던전까지 찾아내 근방의 몬스터 씨를 말린 후에야 오셨네.
“이성한 플레이어님! 미국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제가 그렇게 연락했는데 왜 받지 않으셨습니까.”
“아, 연락하셨어요? 몰랐는데.”
그 전에 내가 미국에 왔다는 건 어디의 누구한테서 들은 거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이 주변에 있는 던전만 세 개가 터져서요.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합니다, 끝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하필 터져도 이 주변 던전만 터지고 그러냐.
“저도 돕겠습니다.”
황급하게 다시 차량에 올라타는 ENC 길드원들을 따라 슬쩍 합류하자 다들 표정이 밝아졌다.
모두 반겨줘서 정말 고마운데.
아마도 내가 이 사건의 원흉이야.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길드 차량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갔다.
차가 막히고 밀리는 건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모두 우리가 가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도주하고 있어서 몬스터 소굴로 가는 길은 뻥뻥 뚫려 있거든.
“꺄아악, 살려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비켜! 길 막지마, 저리 꺼지라고!”
“으아아아아악-!”
그곳에는 해변과 비교도 안 되는 아비규환이 펼쳐져 있었다.
다행히 멀리 떨어진 장소에 격리된 던전이라 몬스터들이 내려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도망치려 하다 보니 난리도 그냥 난리가 아니었다.
한국은 던전이 터져도 회사원은 출근하고 학생들은 학교에 가던데.
물론 그쪽은 무슨 일이 생기면 상시 대기 중인 플레이어들이 빠른 속도로 해결을 하긴 한다만.
“젠장, 다른 길드의 지원은 아직인가. 어서 내려! A 팀은 시민들의 대피를 돕고 B 팀은 몬스터를 대비해 길목을 막는다!”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ENC 길드원들이 우르르 차에서 내려 뛰어갔다.
비장한 표정을 하곤 사람들을 구출하고, 몬스터의 공격을 대비해 전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시야에 들어오는 몬스터 떼.
어마어마한 그 숫자에 시민들은 좌절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도망칠 수 없어.
도망쳐도 분명 바로 잡히고 말 거야.
몬스터에게 잡혀, 산 채로 먹히고 말 거야!
그때. 절망에 빠져 주저앉아있던 시민 하나가 한순간에 밝아진 표정으로 외쳤다.
“살았다! 플레이어가 온다!”
“그렇습니다, 저희 ENC길드가…”
시민은 벌떡 일어나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성현! 이성현 플레이어가 미국에 왔다!”
“……”
좌절하고 있던 시민들이 희망을 되찾기 시작했다.
ENC 길드는 슬퍼하고 있지만.
“뭐? 영웅 길드의 이성현 플레이어?”
“세계 1위라는 그 플레이어가 확실한가? 우린 살 수 있는 것인가!”
“와아아아! 살았다, 살 수 있다!”
“드디어 살았다!”
뭐야, 형. 왜 이렇게 미국에 인기가 많아.
아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형이 왔다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형 비슷하게 생긴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성현 플레이어가 여기 왔다’가 아니라 ‘미국에 왔다’라고 했었나?
잽싸게 핸드폰을 꺼내 최신 뉴스를 확인했다.
‘이성현 플레이어. 던전 아웃브레이크 해결하러 미국에?’
‘이성현, LAX 입국. 미국, 지금 구하러 갑니다.’
‘영웅 길드의 이성현, 국제 영웅 되나.’
기사 제목만 봐도 형이 LA 온 거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겠네.
일주일 후에 온다더니 이틀 만에 왔잖아.
그나저나 누가 봐도 타이밍 좋게 얻어걸린 건데 뭔 국제 영웅이야.
상식적으로 여기 던전이 터지기 시작하는데 4시간 전부터인데 그사이에 어떻게 한국에서 미국까지 와.
아니, 근데 이성현 플레이어가 미국에 왔다고 소리친 사람.
그 사이에 인터넷 기사 보고 외친 거야?
이런 재난 상황에서도 폰 보고 있으면 그거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저, 저기! 저기 봐! 이성한 플레이어 아니야?”
형한테 연락하려고 핸드폰을 들었는데 내 이름이 들려서 고개를 돌렸다.
누가 나를 보고 이성한이라고 단번에 알아보는 건 또 처음이네.
“그 이성현 플레이어 동생? 드래곤 테이머라는?”
“리 형제다! 리 형제가 미국에 왔다!”
“와호오-! 이제 우리는 안전하다!”
사람들은 그렇게 외치며.
도망가지 않고 자리 잡고 서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아니, 사람들아. 도망을 가시라고요.
형은 몬스터들이 도시까지 내려오기 전에 내가 있는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미국을 구하러 온 영웅이라고 환호성을 받고 당황했다고.
내 전화를 받고서야 허둥지둥 이쪽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몬스터, 어마어마하게 많네.”
“터진 던전이 상당히 큰 던전이었나 보군.”
“여기까지 침입한 후에 해치우려면 건물이 많아서 더 힘들 거 같고. 도착하기 전에 날려버리는 게 낫겠네.”
“혼자 할 수 있지 않아?”
지금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걸 왜 굳이 사람을 불렀냐고 한소리 하는 건가.
“혼자 하라고 하면 못할 것도 없지만. 쓸어버리기 전문가가 있는데 내가 힘 뺄 이유가 있나.”
브레스 제조기가 있으면 이용을 해 줘야지.
마침 아직 이무기와 놀고 있을 테니 드래곤의 모습 그대로일 테고.
폴리모프 해제하느라 시간 낭비할 필요도 없이 깔끔하게 해결되겠네.
저쪽은 허허벌판이라 브레스 쏘기도 딱 좋고.
형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동의를 하고 라마를 소환했다.
아니, 잠깐.
그런데 라마가 건물 위로 소환되면 어떡하지?
건물 부수지 않으려고 신경 쓰다가 오히려 더 부수게 되어버리는 거 아냐?
“형, 잠시마…”
하지만 소환이 한발 빨랐다.
라마는 예상대로 드래곤인 채로 소환됐다.
다행히 하늘 높은 곳에 소환된 덕에,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대신 한 손에 이무기를 들고 있었다.
뭐야, 저게 왜 같이 소환되는 건데.
“꺄아아아아아악!”
“으아악, 저게 뭐야! 대형 몬스터다!”
“대형 몬스터가 두 마리나!”
주위에 서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괴성을 지르며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 번에 수많은 사람이 이동하려다 보니 서로 밀고 당기고 욕하고 고함을 지르고.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었다.
***
[속보입니다. 지난 오후 2시, LA 다운타운에 제일 밀접해 있는 던전, EF1450을 포함한 세 개의 던전이 아웃브레이크를 일으키며 큰 피해가 있었는데요.세계 1위 길드로 유명한 영웅 길드는. 얼마 전 한국에서 일어난 아웃브레이크와 비슷한 현상을 감지하고 미리 길드원을 미국에 대기시켜 놓았다고 합니다.
한국의 이성현 플레이어와 이성한 플레이어.
통칭 리 형제는, 아웃브레이크가 터진 시점에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일반인 생존자를 만나보시겠습니다.]
TV에서 나오고 있는 뉴스에 제대로 된 내용은 하나도 없어 보이지만 나한테 불리할 건 없으니 반박하지 말자.
[도망치는 와중에 넘어져 버려서, 이대로는 죽겠구나 싶었는데.이성한 플레이어님이 마치 영웅처럼 등장해 저를 공격하려던 몬스터를 잡아주셨어요.] [갑자기 거대한 이무기가 나와서 사람들을 공격했어요. 단 한 번의 공격에 모두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거의 동시에 이성현 플레이어가 펫 드래곤을 소환했어요. 드래곤은 이무기의 목을 물고 날아올라 단번에 해치워버렸습니다.]
생존자 인터뷰도 뉴스처럼 제대로 된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이 정도면 생존자들이 아예 새로운 스토리를 쓰고 있는 정돈데.
[어… 제가 본 건 조금 달랐어요. 드래곤이 소환됐을 때 이미 이무기를 손에 들고 있었어요. 마치 함께 소환된 거 같이요.결국, 이무기를 끌어들인 건 이성현이 아니었을까요?]
제대로 상황을 파악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게 말이 되냐며 헛소리 취급을 당했다.
당시 핸드폰으로 동영상 촬영을 하고 있던 사람도 물론 있었지만.
대부분 형이나 나를 찍고 있었고, 하늘에서 등장한 라마와 이무기를 제대로 찍은 사람은 없었던 모양이다.
진실은 나와 형. 그리고 라코프의 연구원들만 알겠지.
괜히 라마가 이무기를 물고 온 게 맞다 인정해서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
몬스터 피해자보다 이무기 보고 놀라서 도망가다 인파에 깔려 다친 사람들이 더 많던데.
펫 소환할 때 다른 몬스터를 쥐고 있으면 같이 소환된다는 걸 누가 알았나.
“여기 계셨군요.”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고 도망쳐 나와 호텔에서 휴식하던 중.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던 ENC 길드 마스터 가렛이 직접 찾아왔다.
“아. 저한테 연락하셨었다고 그랬죠. 무슨 일이신가요? 역시 저주 걸린 길드원들 때문인가요?”
“그거, 진짜 저주였습니까?”
정확하게는 저주가 아니라 마법진이지만.
“이성한 님을 불러 달라고 난리를 친 길드원들은 모두 퇴출 시켰습니다. 이성한 님을 공격하려고 했던 길드원들 아닙니까. 저희 ENC 길드는 영웅 길드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저는 영웅 길드 소속이 아니고 연구소 소속입니다만.
그리고 저거 그냥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니까 일을 못 해서 쫓아낸 걸 포장해서 갖다 내밀고 있는 거 아냐?
“피곤하실 테니 다음에 제대로 이야기하죠. 지금은 저희 미국을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러 왔습니다.”
“자세한 건 다음에 이야기해도 무슨 용건인지 힌트만 주시죠. 궁금하니까.”
가렛은 이런 상황에 이런 말을 꺼내도 되나 멋쩍어하며 목덜미를 긁적였다.
이대로 가면 궁금해서 잠도 못 잘 거라는 말에 결국 입을 열긴 했지만.
“그게…”
< 70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