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79)
평범한 회사원입니다-79화(79/180)
< 79화 >
덩치는 연구소 7층 사무실에 홀로 앉아 서류 정리를 하고 있었다.
차라리 라 엘타에서 메인 퀘스트 10연속 클리어를 하고 싶다.
영웅 길드로 돌아가서 던전 뺑뺑이 도는 게 낫겠다.
자신을 분명 플레이어인데 왜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가.
이력서를 넣은 적도 없고 면접을 본 적도 없는데.
연구소 다른 층의 직원들도 이제 자신을 연구소 직원으로 여기고 있다.
처음 봤을 때는 ‘우와 영웅 길드의 이석호다!’, ‘플레이어다, 멋져!’ 같은 걸 외쳤던 사람들이…
이제 ‘덩치씨, 또 야근이네요.’로 인사가 바뀌었다.
덩치 아니라고……
차라리 납치당해있을 때가 더 마음 편했던 거 같은 건 왜일까.
“어? 이게 뭐야.”
서러워하며 분노의 엑셀 작업을 하고 있는데 눈앞에 네모난 창이 떠올랐다.
이게 뭐야. 시스템 창? 퀘스트?
“무, 뭐야. 진짜 퀘스트 창이잖아.”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만 있는데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그것도 라 엘타도 아닌 지구에서.
심지어 퀘스트라고.
이안 놈에게 인사나 시키는 서브 퀘스트같이 모든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퀘스트도 이런 식으로 예고 없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퀘스트 보드 확인을 하면 업데이트가 되어있을 뿐이지.
이러면 마치… 이 퀘스트를 꼭 확인해야 한다는 거 같잖아.
[퀘스트: 반란]라 엘타의 영웅, 이안 경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세운 황제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계획입니다.
당신은 그의 편에 서서 황제를 향해 검을 겨누는 반란군이 될 수도.
황제의 앞을 지키고 이안 경에게 대적하는 황제의 기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어느 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반란군 / 황제군
이 인간이 미쳤나.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 거야.
어둠을 정리하러 간다더니 갑자기 웬 반라…안……아. 설마 황제가 어둠인 건 아니겠지.
얼떨결에 정답을 맞혀버린 덩치는 머리를 쥐어 싸맸다.
황제와 척을 친 이성한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왠지 자신에게 일이 더 몰릴 거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엄청나게 들어서.
심지어 이 퀘스트, 다른 퀘스트랑은 달리 예, 아니오 선택지도 없어.
퀘스트 보상도 안 나와 있고.
이런 퀘스트는 처음 봤네. 필수 참가인 건가.
덩치는 이성한 욕을 1초에 365번씩 하면서도 ‘반란군’을 선택했다.
이성한을 위해 싸우겠다는 다짐이나, 황제가 어둠이라면 물리쳐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건 아니고.
상대가 누구든 어차피 이성한이 승리할 테니까.
이왕이면 이기는 편에서 싸워야지 보상도 좋아질 거고.
[당신은 반란군입니다.반란군을 이끄는 이안 경의 명령에 따라 반란군을 승리로 이끌어주시기 바랍니다.]
시스템 창은 그렇게 바뀌더니 이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덩치는 이 퀘스트가 자신에게만 뜬 건지, 아니면 다른 플레이어에게도 뜬 건지 확인하기 위해 라엘타닷컴에 접속했다.
이미 게시판은 반란 퀘스트 관련으로 도배되어있었다.
[제목: 반란퀘 받은 사람?]-익명으로 작성된 게시글입니다.
산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시스템 창 뜨고 ‘반란’이라는 퀘 받음.
뭔지 몰라서 아직 선택 안 했는데 이거 뭐야??
원래 이런 거 있어? 플레이어 각성한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름
덧글:
-나도 떴음. 난 밥 먹는데 떴다
-뜬금없이 뭔 반란이야
-초창기 플레이어인데 이런 거 원래 없음. 퀘스트는 업데이트돼도 무조건 퀘스트 보드나 퀘스트 창 확인해야 볼 수 있음. 이렇게 눈앞에 짠-하고 뜨는 건 처음 봄
-이거 아니어도 시스템 창 자체가 갑자기 뜨는 경우 첨 보는뎅. 지구에 있으면 일반 시스템 창 소환하는 것도 일부 제한되자낭
-나 방금까지 자다 깼는데 눈 떴더니 시스템 창 떠 있더라.
└이 시간까지 쳐자고있었냐
-퀘스트 거절 버튼도 없고 무조건 선택해야 하는 거야? 창 끌 수도 없어서 불편한데
-반란군 선택하면 반란군이라고 끌려갈 거 같고. 황제군 선택하면 반란 성공 후에 황제군이라고 끌려갈까 봐 못 고르겠다.
└반란을 어떻게 성공하냐ㅋㅋㅋ 그냥 황제군ㄱ
└등시나 눈 크게 뜨고 다시 봐라. 반란 주동자가 이안이다.
└? ㅁㅊ? 진짜네 몰랐는데 아니 이안형, 형이 왜 여기서 나와
[제목: 반란퀘 분석]-익명으로 작성된 게시글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이안 이란 사람이 왜 갑자기 반란을 일으켰는지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세 가지 중 하나다.
첫 번째.
기록상 현 황제는 이안이 직접 자리에 올려준 거나 다름없다고 기록되어있다.
우리야 최근에 이 사실을 안 거지, NPC들은 다 저렇게 믿고 있더라.
그러면 상식적으로 황제가 빡치겠냐, 안 빡치겠냐.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자길 칭송해야 하는데 다른 놈 찬양하고 있으니 배알 꼴릴 거 아냐.
나였어도 이안한테 개빡쳤을듯.
그래서 황제가 20년에 걸쳐서 이안한테 시비를 건 거지.
이안이 그 활약을 하고 왜 그렇게 오랫동안 숨어 살았겠냐. 다 황제 놈이 괴롭히니까 그런 거 아니겠냐.
결국, 이안이 참다 참다 터져서! 반란을 일으키기로 한 거다.
두 번째.
다들 알다시피 영웅의 이성현 플레이어가 숨어있던 이안을 찾아내 동맹을 맺었다.
이안은 NPC지만 영웅 소속이나 다름없지.
계속 조용하던 이안이 움직임을 보인 게 언제냐.
영웅 길드가 시켰을 때잖아. (서브 퀘스트 지급 프로젝트)
그렇다면 그 후에 또 잠잠하던 이안이 다시 한번 움직였다?
말할 것도 없이 이번에도 영웅 길드가 시킨 거다.
즉, 이 반란은 영웅 길드 쪽에서 시작한 거다.
세 번째.
첫 번째, 두 번째가 합쳐짐.
(황제가 괴롭혀서 빡쳐있는데 영웅에서 바람 넣어서 반란 일으킴)
결론: 누가 이기겠냐. 빨리 반란군에 붙어라.
반박은 라무상 최고급 무기 세트로만 받음.
덧글:
-이게맞음
-이안시키 평화롭던 라엘타 다 망쳐놓네
-황제 자리 줬다뺐기 대유잼
-영웅이 시켜서 하는 건 맞는 거 같다. 그런데 궁금한 건 왜 퀘스트 창이 그렇게 뜬 거냐는 거지. 이런 식으로 강제 선택하게 되는 경우는 없었는데.
-나도 아직 안 선택함. 두고 보다가 나중에 선택해도 될 거 같더라
└선택 안 하면 창이 눈앞 가리고 있어서 불편하지 않음? 선택 안 하고 라엘타닷컴 하는 놈들은 어떻게 하는 거임?
└의지로
다른 플레이어들은 대체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이벤트라며 좋아하는 사람들도 보일 정도.
덩치는 혀를 찼다.
다들 단단히 속고 있었다.
이성한은 시간 날 때 아무나 붙잡고 황제 자리에 올려놓고, 잊고 있다가 심심해서 반란을 일으켰으면 일으켰지.
옆에서 누가 시킨다고 할 놈이 아니라고.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은 안 하고 라엘타닷컴이나 구경하고 있을 때였을까.
갑자기 시스템 창 하나가 더 떠올랐다.
“어…?”
[퀘스트: 반란. 완료]축하드립니다. 당신이 속해있는 반란군은 전쟁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승리 보상: 생명력 +50, 마나 +50, 모든 스탯+5, <타이틀- 전장의 승리자>, 축복(30일), 공적치에 따른 추가보상
추가보상은 황궁에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었는데 퀘스트를 주더니. 이젠 가만히 있었는데 알아서 완료되는 거야?
반란군이 이길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데.
라엘타닷컴에도 미친 듯이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반란 퀘 생긴 지 10분 만에 자동 클리어 된 거 실화냐
-머임ㅋㅋ 이안 반란 일으키고 10분 후에 황제군 처리 끝남?ㅋㅋㅋ 뭔데
-황제군 선택한 사람 어떻게 됐냐 나와봐라.
[제목: 황제군의 최후]-익명으로 작성된 게시글입니다.
이안 뒤지라는 마음으로 황제군 선택했다.
뭣도 아니면서 영웅인 척하고 다니는 놈 이참에 엿먹여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음.
황제군에 합류해서 짱짱하게 지원받고 영웅 길드 놈들 다 쓸어버리려고 했는데
지금 어떻게 됐는지 암?
타이틀 전장의 패배자랑 저주 30일, 지명수배 30일 먹음.
저주랑 지명수배 30일 저거는 오늘부터 30일도 아니더라.
라 엘타 들어가는 순간부터 30일이고 지구에 있는 시간은 포함 안 된대.
라 엘타에 있는 기간만 다 합쳐서 30일임.
미친 거 아니냐?
이거 이안한테 가서 무릎 꿇고 빌면 지명수배 풀어줌?
덧글:
-이거 진짜임?
-저주, 지명수배 30일이 말이 되나. 플레이어 접으라는 거지
-와. 그 정도면 상위권 플레이어도 한 방에 보낼 수 있겠는데
-이거 진짜 맞음. 나도 황제군 선택했고. 지금 플레이어 그만두러 간다.
-ㅇㅇ나도 황제군. 지금 길드 탈퇴하러 간다.
-나도 황제군2. 요즘 일반 직장 취직하기 어렵냐?
└진짜인갑네… 심했다
-이안시키 그게 뭔데 내 인생을 망쳐놓냐ㅠㅠ 반란을 왜 해서 개눔시키
└그러게 누가 황제군 선택하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세는 반란이지
-상식적으로 말이다. 반란이라는 것은 전쟁 아니냐. 애들 장난도 아니고 반란 시작하고 10분 후에 끝나는 게 어딨냐고. 반란군 황제군 모집은 왜 하는데. 모집해서 서로 싸우게 하려고 한 거 아니냐고. 아니 왜애애
-이렇게 끝난 게 다행이지. 생각해봐라 이게 진짜 게임도 아니고 정말로 전쟁 났다간 플레이어 몇백몇천은 우습게 죽었어. 오히려 이안이 10분 만에 끝내준 거 찬양 ^^7 충성충성
└넌 반란군 선택했으니까 그 말이 나오게찌???
└ㅇㅇ
-니들은 선택이라도 했지. 나는 분위기 보고 선택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냥 끝났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끝났어. 반란군 하려고 했는데ㅠㅠㅠ
-반란군 보상 진짜 좋음. 반란군 대박 이안님 살앙해요
***
“전쟁이라도 벌일 셈인가.”
“전쟁? 전쟁을 왜 해.”
“황제를 갈아엎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냥 황제만 적당히 처리하면 알아서 정리되겠지.”
라마와 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황제는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목이 뎅강 잘려나가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게 뻔히 보이네.
“내, 내가 없으면 백성들은…!”
“잘 먹고 잘살 거야. 땅 오염될 걱정도 없어, 몬스터들한테 잡아먹힐 걱정도 없어. 아마 떵떵거리고 살걸.”
“그, 그건 그렇겠지만…”
백성들이야 누가 황제든 제 집안에 풍족하면 아무도 상관 안 할 거다.
“저기다! 폐하를 납치한 반역자가 저기에 있다, 잡아라!”
슬슬 자리를 벗어날까 생각하는데, 저 멀리서부터 무장한 기사들이 땅을 울리며 달려왔다.
황제가 없어진 걸 이제야 눈치챈 거냐.
진짜 느려 터졌구나, 황실 기사단.
“황실 기사단! 어서 나를 구해다오!”
“폐하께서 저기 계시다! 적은 둘 뿐이다, 폐하를 구하라!”
“와아아-!”
황제만 신난다고 기사단을 향해 구해달라며 소란을 피웠다.
전쟁할 생각 없다니까 꼭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요.
전쟁보다는 패싸움에 가까워 보이지만.
저기 저놈들은 황제가 뒤에서 몰래 흑마법사 단체나 먹여 살리고 있었다는 걸 알까.
“라마야.”
“너는 손이 없는가, 발이 없는가.”
라마는 투덜거리면서도 기사단을 향해 손을 뻗었다.
흑마법사들을 위한다고 지하에서 마법 사용이 가능하게 해둔 덕분에 라마만 편해졌네.
반역자를 처단하고 폐하를 구해야 한다며 쏟아지듯 몰려오던 기사들은.
5분도 안에 라마 선에서 정리가 끝났다.
“하, 항복! 내가 졌네!”
황제는 외침과 함께 시작도 한 적 없는 전쟁이 끝났고.
졸지에 나는 반란에 성공했다.
< 79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