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8)
평범한 회사원입니다-8화(8/180)
< 8화 >
서브 퀘스트.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고 클리어를 하면 레벨업이 가능한 라 엘타 퀘스트랑은 달리, 클리어해도 레벨업을 하지 않는 부류의 퀘스트.
대신 레벨업 없이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무기나 아이템, 운이 좋다면 스탯까지.
스탯 및 능력치가 좋으면 다음 라 엘타 퀘스트에서 보다 높은 난이도를 선택할 수도 있으니, 서브 퀘스트는 라 엘타 퀘스트만큼이나 중요했다.
서브 퀘스트만 찾아다니는 플레이어도 있을 정도로.
물론 아무나 서브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서브 퀘스트는 NPC들, 즉 라 엘타의 주민들을 통해 받을 수 있는데 어지간한 친분으로는 퀘스트를 주진 않는다.
게임으로 치자면 신뢰도나 명성, 호감도 같은 것을 쌓아야 받을 수 있는 거라고나 할까.
오늘같이.
아무것도 안 하고 퀘스트 보드 앞에 서 있었는데 서브 퀘스트가 생성된 적은, 단언컨대 없었다.
그것도 한두 명도 아니고 모든 플레이어에게 일괄적으로 생긴 퀘스트다.
마치 무슨 이벤트처럼.
“어? 새로운 퀘스트다.”
“이게 뭐지?”
“멀리 안 나가고 베라포드 내에서도 할 수 있는 퀘스트 같은데?”
“일단 난 수락.”
“나도 수락. 실패 페널티 없는 서브퀘는 무조건 수락이지.”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너도나도 퀘스트 보드 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퀘스트 보드 끄트머리에 서 있던 정예준도 늦기 전에 급하게 퀘스트를 수락하고 상세 사항을 읽어보았다.
[서브 퀘스트: 이안 경을 찾아서]이안 경이 긴 여정을 마치고 베라포드로 돌아왔습니다.
이안 경을 찾아서 자기소개하고 몬스터 토벌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세요.
운이 좋다면 다음 몬스터 토벌에는 당신을 데려갈지도 모릅니다.
보상: 근력 +2
근력 2면 나쁘지 않은 보상이다.
고작 사람 찾아가서 자기소개하는데 이 정도 보상이라니.
더군다나 운이 좋으면 연계 퀘스트로 이어질 수도 있을 거 같다.
이안이라는 사람을 만나서 호감도를 높이면 연계퀘를 받을 수 있는 식인 걸까?
“이안 경이 누구야. 들어본 사람 있어?”
“난 잘 모르겠는데.”
“엄청나게 흔한 이름이잖아, 이거. 어떻게 찾으라는 거야.”
“누구 라엘타닷컴 보고 온 사람? 거기도 아직 공략 업뎃 안 됨?”
몇십 초 전에 뜬 퀘스트에 공략이 벌써 나왔겠냐.
“아는 사람 있을걸. 커뮤니티 보고 올래.”
“아씨, 나 아직 귀환 조건 충족 못 했는데.”
“그러게 퀘는 미리미리 깨 놔야지.”
이안이라는 사람과 퀘스트 공략에 대한 정보가 이미 공개됐을지 모른다고 우르르 포탈을 타고 나가버리는 꼴이 상당히 우습다.
아무리 진짜 게임이 아니고 현실이라지만 공략 좀 그만 보고 직접 풀어볼 생각은 안 하는 건가?
심지어 아직 퀘스트를 안 깨서 귀환 조건 충족이 안 됐다고 라 엘타 퀘스트를 깨러 가는 사람도 있었다.
라 엘타 퀘스트를 깰 시간에 직접 이안이라는 사람을 찾아볼 생각을 하라고!
‘그 이안 이라는 이름.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흔한 이름인 만큼 어디서 들어보기야 했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찜찜함……
‘혹시 도서관에서 읽은 책에 나온 적이 있었나?’
정예준은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일반 문학책이나 판타지 소설까지.
가리지 않고 책을 읽었다.
플레이어가 된 후로도 베라포드의 도서관에 출입해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책들을 보느라 시간을 많이 보낼 정도로.
그래서 레벨은 많이 낮았지만, 도서관에서 본 정보를 라엘타닷컴에 제보해 정보 열람 권한도 고 랭크만큼이나 오픈된 상태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게, 준. 오늘은 무슨 책을 볼 예정인가?”
베라포드의 유일한 도서관에 들어가자 도서관장인 폴머 씨가 반겨주었다.
다른 직원이나 사서는 없었다. 큰 규모의 도서관은 아니니까.
“잠깐만. 그러고 보니까 그 이안이라는 사람, 베라포드로 ‘돌아왔다’ 고 했지.”
그렇다는 건 원래 베라포드에 살던 사람이었다는 뜻 아닐까?
어쩌면 베라포드의 주민들은 그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폴머 씨. 혹시 이안 경에 대해 아시나요?”
“그럼, 알지. 저어기 제일 큰 저택 있지 않은가? 그 저택의 주인이라네.”
“네? 저 저택의 주인이 이안 경이라고요?”
저 거대한 집이 그 이안이라는 사람의 집이라고?
주인이란 사람이 집 밖으로 나오는 꼴을 못 봐서 아파서 침실에만 박혀 있는 줄 알았는데.
근데 그럼 그냥 저 저택에 가서 인사하고 오면 되는 거 아닌가?
“찾아가도 만나볼 수는 없을 거야. 십수 년 째 자리를 비우고 계시거든.”
“아니에요. 돌아왔다고 들었어요.”
“뭣? 정말인가?”
“네, 정말이요. 베라포드로 돌아왔대요. 틀릴 수 없는 정보예요.”
시스템 창에 그렇게 적혀 있었으니 100퍼센트다.
폴머 씨의 반응이 생각보다 더 격해 보이는데 이안 경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영향력이 높은 건가.
퀘스트 안내에는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설명밖에 없었는데.
“준. 혹시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겠는가?”
“부탁이요?”
퀘스트다.
이거 절대로 서브 퀘스트다. 무조건 받아야 한다.
“이안 경을 찾고 있는 듯한데, 혹 그를 만나게 되면 그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고 와 내게 알려줄 수 있겠나?”
“여정이요?”
“몬스터 토벌 말일세.”
몬스터 토벌.
퀘스트 창에도 언급되긴 했었는데 이 서브 퀘스트는 몬스터 토벌과 큰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그의 여정을 글로 엮어 책자로 만들걸세. 어쩌면 그 책이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르지.”
“자신의 경험담이 책으로 만들어지면 그분은 좋겠네요.”
몬스터 토벌에 관한 이야기가 역사에 남는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폴머 씨는 허풍쟁이는 아니지만, 가끔 과장되게 말을 하실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듣기 좋은 말을 해주며 호감도도 높이고, 서브퀘를 받을 수 있는 확률도 높이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폴머 씨가 껄껄 웃으며 답했다.
“그의 업적이 책에 기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 좋아하실지는 모르겠는걸.”
“네?”
“읽어보겠나?”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에 폴머 씨가 책 한 권을 찾아와 건네주었다.
얼떨결에 책을 펼쳤다.
대체 몬스터 토벌에 관한 이야기가 뭐가 재미있다고 책으로 나온…
“아?”
***
뭐가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시스템인지 퀘스트 보드인지 나발인지가 내 뒤통수를 상당히 세게 후려쳤다는 것은 잘 알겠다.
아니, 나한테 퀘스트를 주기 싫으면 그냥 안 주면 되는 것을 뭔 업데이트를 시키고 앉아있어.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퀘스트 보드 쪽으로 몰리길래 귀환 포탈을 타고 돌아와 버렸다.
물론 그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우르르 몰려오는 사람들을 피해 나왔더니.
와글와글 이미 몰려 있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네?
“왔다, 돌아왔다!”
“이성한 씨. 퀘스트는 잘 깨셨습니까? 더 늦어지기 전에 플레이어 각성 테스트부터 받으러 가시지요.”
“저기, 이성한 씨? 포탈 이용 기록에 서명해주셔야 합니다. 두 차례 이용하셨으니까 여기, 두 번 사인해 주세요.”
“상태창 보여요? 능력은 어때요? 라 엘타는 어떤가요? 퀘스트는 재미있었어요?”
아주 그냥 시장 바닥이 따로 없다.
앗, 하기도 전에 박성중이 내민 종이에 사인하고 미니버스에 태워졌고.
호들갑 떠는 연구소 직원 1, 2, 3 등등등에게 시달리다 정신 차리니 플레이어 연합-각성 검사소 수원 지부였다.
“이성한 님께서는 일반인이십니다.”
“그럴 줄 알았···”
“예? 설마요!”
···다. 그럴 줄 알았다.
사람이 말을 하던 건 끝을 맺게 해줘야지!
벌써 세 번째 검사에 세 번째 일반인 판정.
이젠 나도 그러려니 하는데 옆에서 검사까지 쭉 지켜보고 있었던 교육 인솔자가 더 호들갑이다.
댁이 내 형이라도 된답니까?
“분명히 포탈을 타고 이동을 했습니다. 라 엘타로 가는 걸 여럿이 목격했다고요!”
“하지만 상태창 기본 정보가 보이지 않습니다. 기본 정보가 뜨지 않는 건 상태창이 없는 경우뿐인데, 모든 플레이어는 상태창이 기본적으로 존재합니다. 상태창이 없다면 일반인이십니다.”
“아니, 퀘스트도 깨고 나왔는데 상태창이 어떻게 없어요? 성한 씨, 성한 씨도 뭐라고 말 좀 해 보세요.”
“아. 제가 그게, 퀘스트를 깨고 나온 게 아니어서요.”
“이것 보세요! 상태창이 있다고 하시잖… 네?”
이건 또 무슨 신선한 헛소리냐, 라는 듯한 시선 두 개가 나를 향한다.
거 참, 너무 그렇게 쳐다보면 쑥스러운데.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마저 이었다.
“포탈 이동이 된 건 맞는데 퀘스트 보드에 손을 대도 활성화가 안 되더라고요. 퀘스트 안 깨고 그냥 나와졌어요. 상태창 없는 것도 맞고요.”
“······”
“그럼 제 자격증은 언제 나오나요?”
미친놈 취급당하고 쫓겨날 뻔했다.
***
딱히 비밀로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지만 순식간에 기사가 나버렸다.
덧글들 구경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
-상태창도 안 뜨는 일반인 라 엘타 자유 출입 가능 실화냐
-얘만 특별한 거임 아님 다른 일반인들도 라 엘타 출입 가능해짐?
└얘만 특별한 거. 확인결과 다른 사람들은 출입 안 된 댔음. 그래서 지금 플레이어 자격증 주네 마네 상황이래
-플레이어랑 일반인이 상태창 있고없고랑 포탈 이동 가능하냐 마냐로 구분 됐는데 얘는 상태창은 없는데 포탈 이동은 가능한 상황ㅇㅇ
└둘 중 하나라도 없음 걍 일반인인 거 아니냐
└플레이어연합에서정하겠지
-와 라 엘타 갈 때마다 퀘 깨야 하는 거 렙 높아질수록 부담인데 개꿀이다
└나도 렙 101 찍은 후로 퀘 못 깨서 지구 못 돌아올까봐 무서워서 라 엘타 못감 ㅠㅠ
└렙 101 지랄
└진짠데ㅠㅠ
└ㅇ니가 렙101이면 난 이성현이고 레벨 87823521임
-근데 이 사람 데려다가 연구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일반인들도 라 엘타 갈 수 있는 방법 찾아내던가 플레이어들도 퀘 안 깨고 돌아오는 방법 찾아내라 그래
└연구소노쓸모갑오브갑 제대로 뭘 알아내는 걸 본적이 없음
└그래도 요즘 라엘타닷컴 몬스터 도감 쫌 정확해졌던데
└ㅇㅈ 옛날엔 온갖 플레이어들 잡소리 조합한다고 헛소리 작렬했는데 최근엔 쓸만해짐
└살아있는 사람을 데리고 어떻게 연구를 합니까
└누가 해부하래? 검사를 하라는거지
내가 플레이어인가 일반인인가 하는 논란 같은 거로 조금 시끄러운 듯한데.
안타깝게도 플레이어 연합 쪽에선 일반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직 언론 보도는 안 하고 나한테만 슬쩍 알려준 거긴 하지만.
라 엘타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은 플레이어의 고유 능력인 것은 맞으나.
상태창을 통한 개인의 역량 확인, 퀘스트를 통한 능력 상승이 불가능함으로 몬스터 퇴치나 던전 공략이 불가능하기에 일반인으로 결론을 내렸다나.
연구소에도 소문 쫙 퍼졌을 텐데 벌써 귀찮다.
출근하면 아무도 나한테 일도 안 주고 말도 안 걸었으면 좋겠다.
자다 오게.
아, 퇴사하고 싶다.
퇴사!
< 8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