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81)
평범한 회사원입니다-81화(81/180)
< 81화 >
엔릭의 부활 이벤트를 무사히 끝내고 지구로 돌아가기 전.
잠깐 엔릭과 단둘이 대화를 나누었다.
“알고 있는가, 이안. 사실 제이스는 공작이 되는 걸 원치 않아 하네.”
“잘됐네. 이제 공작 안 하고 황태자 할 수 있잖아.”
“…그런 말이 아니었다만. 제이스는 황태자도, 황제도 관심 없을 거야.”
공작이 되었을 때도 하는 거 없이 성에만 박혀있었다니. 그런 거 같기는 했다.
지금도 지구에 눌러앉아서 알바 인생에 만족하고 있는 거 같고.
“제이스는. 내 아들은 최고의 검사가 되어 라 엘타의 균형을 파괴하는 몬스터를 퇴치하는 영웅이 되고 싶어 하네.”
뭐? 그런 거치고는 검 휘두르는 연습 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알겠나? 자네에게 영향을 받은 걸세. 제이스는 어렸을 때부터 이안, 자네를 보면서 영웅의 꿈을 키웠어.”
굉장히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감동이라도 받아야 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데.
엔릭 이거, 자기 아들에 대해 잘 모르나 보네.
걔 지금 매일 하는 일이라곤 한국어도 모르면서 컴퓨터 게임 하고. 까망이나 쓰다듬다가 일주일에 한 번 알바 하고 집에 드러누워 있는 게 다라고.
엔릭이 아들 마그를 잘못 판단하고 있는 거야?
아니면 대한민국의 우수한 인터넷 속도와 집에 앉아서 모든 걸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편의시설이 영웅을 꿈꾸던 순수한 청년 하나를 나태하게 바꿔놓은 거야?
“제이스는 지난 사건 때문에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치도 않는 공작이 되어야 했네. 그래서 한동안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두려고 해.”
“어, 어… 그래.”
“최근에 제이스가 자네 곁에서 머물며 폐를 끼치고 있었다는 건 잘 알고 있네. 앞으로도 부탁해도 괜찮겠나.”
“어, 어… 그래.”
“고맙네. 그런 이유로, 제국의 공작자리 하나가 공석이 되어버렸는데 자네에게 주겠네.”
“어, 어… 그… 건 싫어.”
“아깝군.”
무슨 공작위를 끼워팔기로 넘기려고 하냐.
그거 준다고 하면 갖고 싶다는 사람 많을 테니까 허공에 뿌려봐라.
“아들은 잘 부탁하네. 자네 곁에 있으면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
“……”
미안하다.
이미 좋은 알바생으로 성장하고 있어. 이번 생에 네 아들이 영웅 되는 건 그른 거 같아.
그래도 하루 세끼 밥은 잘 챙겨줄게.
엔릭과 헤어지고 연구소로 돌아오니 분위기는 처참했다.
7층 연구원들이 답지 않게 넋을 잃고 다들 널브러져 있었으니까.
그럴 만도 하지.
그동안 하던 모든 연구가 의미 없는 종이 쪼가리가 됐는데.
연구원들이 연구하던 대부분은 오염을 정화하거나 지구의 던전, 몬스터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거였다.
연구원들이 지구와 라 엘타의 안전과 평화에 엄청난 기여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어둠을 다 정리해버렸더니 더는 땅이 오염될 걱정도 없고 지구의 문제도 확 줄어들었다.
라 엘타에서 하던 오염된 땅 연구도 개털.
연구소에서 하던 오염된 몬스터 연구도 개털.
라코프에서 하던 수정 연구도 개털.
모든 건 어둠 때문이었다는 결말 덕분에 연구실에는 개털만 날리게 되었다.
“그동안의 연구가 전부 헛수고였다니.”
“우리는 이제 뭐를 해야……”
왜 이러고 있는지는 알겠는데.
이렇게까지 넋이 나갈 정도인가.
어차피 연구에 진전 하나 없던 거 온 세상 사람 다 아는데.
애초에 흑마법이라는 과학도 아닌 걸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정체를 알아내려고 하니까 백 년 연구해 봐야 결과가 안 나오지.
냉정하게 말하자면 처음부터 맨땅에 헤딩하고 있었다는 거다.
“앞으로는 그냥 몬스터 사체로 지구를 더 풍요롭게 만들거나 에너지 자원을 대체하는 그런 연구나 해보시죠.”
“……헛수고… 우리의 연구가 헛수고…”
주머니에서 비장의 아이템을 꺼냈다.
“제가 라 엘타에서 흥미로운 걸 가져왔는데요.”
“헉, 이것은! 처음 보는 광물이다! 모두 모여!”
“우와아아, 대단해! 당장 연구해야겠어.”
“이리 주세요, 제가 먼저 볼 겁니다!”
“와아아아아!”
대단하다, 진짜.
뭔가를 던져주니까 또 힘이 생기는지 연구원들은 다시 우르르 몰려가서 연구를 시작했다.
***
“분명 부장님은 수정이 흑마법사들의 짓이라고 하셨죠.”
“그랬죠.”
“수정에 있는 기운. 이건 그 흑마법이란 것과는 다릅니다. 흑마법사 플레이어님들께 몇 번이고 마법을 부탁하여 확인했습니다. 아예 다른 종류의 것이 확실합니다!”
연구원들은 수정의 기운을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을 거 같다며 좋아했다.
괜찮네. 이참에 수정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연구해보라고 해야지.
그동안 흑마법사들을 털어봤지만, 그들도 잘 모르는 거 같던데.
정확하게는, 수정을 땅에 묻거나 어딘가에 가져다 놓는 일은 했지만, 뭔지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그러니까 그 시켰다는 어둠의 창시자가 누구냐고 물어도 그분에 대해 감히 캐묻는 건 실례라고 답하던데.
그냥 자기들이 모르니까 아무 말 하는 거 같다.
“그 에너지 전환은 얼마나 걸릴까요?”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 걸릴 거 같습니다!”
해맑은 표정으로 말한 거치고는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닌가.
“왜 그렇게 오래 걸려요?”
“이게 샘플이 충분하면 모르겠는데, 수정이 두 개밖에 없어서요. 그것도 하나는 라코프의 소유니 저희 마음대로 쓸 수도 없고… 하나. 딱 하나만이라도 더 있었다면…!”
“여기요.”
“어?”
안 그래도 필요할까 봐 집에서 굴러다니던 거 챙겨왔다.
나중에 덩치랑 형 인벤토리에 넣어놨던 것도 갖다 줘야지.
“세상에… 세상에, 부장님…… 부장님은 저희의 구원…”
“그럼 연구 열심히 하시고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연구원이 감동의 물결 속에 빠지기 전에 빠르게 사무실로 도망쳤다.
오랜만에 출근한 기분이네.
그동안 계속 출장, 외근…
덩치를 데리러 간 것도 납치된 직원 찾아간 거니까 외근으로 처리해도 되겠지.
“덩치 씨.”
“뭐, 뭡니까. 방금까지 이묵이 밥 주고 방금 온 겁니다. 앉아서 쉬고 있는 거 아니라고요!”
아. 이묵. 솔직히 잊고 있었다.
밥 잘 먹고 잘살아있나 보구나. 그건 됐고.
“미국 ENC 길드에 연락해서 라마 무기 상점 미국 지점 진행해주세요.”
“……르므글 으승흔…”
“뭐라고요?”
“아뇨. 열심히 하겠다고요.”
내 욕한 거 다 안다.
“미국 지점은 왜 내시게요. 진짜 최종 보스 소환을 그쪽으로 유도하려고요? 그, 어둠의 창시자 인가 뭔가.”
최종 보스가 고작 그런 허접한 조직 만든 사람이면 정말 실망할 거다.
“그건 아니고, 미국 말고도 다른 주요국가 몇 군데에 무기 상점 열어서 해외 유통 시작할 겁니다. 한국 쪽엔 수량 더 풀고요.”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요? 저를 말려 죽이려는 계획이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여전히 덩치 있으니 말라 죽을 건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은데.
“라 엘타 퀘스트가 라 엘타의 평화를 위해서 진행되는 거잖아요.”
“여태까지만 보면 그렇다고 추리할 수 있죠.”
“라 엘타의 가장 큰 문제는 땅의 오염. 너무 많고 강한 몬스터들. 세상을 위협하는 흑마법사들 정도이지 않습니까.”
아직 숨겨진 뭔가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연구소에 다니면서 들어본 모든 퀘스트 내용을 조합해봐도.
성수나 사제를 확보하여 오염된 땅 정화.
몬스터 퇴치.
그리고 우리 형이나 윤승연처럼 높은 레벨과 난이도의 플레이어의 경우 어둠과 관련된 음모를 파헤치는 퀘스트가 주였단 말이지.
퀘스트가 저 세 가지 위주인 건 그 외에는 별다른 위험이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즉, 라 엘타의 모든 문제는 어둠. 정확하게는 어둠의 창시자 탓이라는 말이 되죠.”
“그렇…죠.”
“그러면 어둠의 창시자를 찾아서 제거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라 엘타가 평화로워지겠네요.”
“바로 그겁니다! 라 엘타가 평화로워 지면 어떻게 될까요. 라 엘타 퀘스트 존재 이유가 사라지겠죠?”
덩치는 깨달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라 엘타 퀘스트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건가요!”
“가능성은 있죠. 지구로 던전이랑 몬스터 보내고 있던 것도 어둠인 거 알죠?”
라 엘타가 안전해져서 라 엘타 퀘스트도 사라지고.
지구에 던전과 몬스터도 생겨나지 않아서 플레이어도 필요가 없어지고.
곧 그런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 이 말이다.
“그러면 큰일 아닌가요? 무기 상점을 늘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 노후 준비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당연히 무기 상점을 늘리고 있을 때죠.”
“몬스터가 없어지면 무기를 사용할 일도 없을 텐데 무기 상점이 대체 왜 필요하다는 겁니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창시자 잡고 평화로워지면 무기가 쓸모없어질 거 아닙니까.”
“제가 방금 한 말이잖아요.”
“무기가 필요 없어지면 무기를 안 사겠죠.”
“바보가 아닌 이상 장식용 외에는 안 사겠죠.”
“그러면 무기는 언제 팔릴까! 바로 다른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지금! 지금, 이 순간 팔 수 있을 때 팔아놔야죠.”
“…헉. 부족한 것도 없는 사람이 전 세계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등쳐먹으려고 하고 있네.”
덩치 씨. 속마음 다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마그웨이도 공식적으로 부모 허락 맡고 지구에 머물게 됐겠다.
겸사겸사 국내 라무상의 판매 수량과 요일을 늘리면서 마그의 근무 시간도 확 늘려버렸다.
수출 또한 순조롭게 진행됐다.
미국을 시작으로 7개국에 라마 무기 상점 진출!
한국보다 플레이어의 수준도 떨어지고 환경도 열약한 외국 플레이어들은 거의 눈물의 찬양을 하는 지경이었다.
해외 반응 기사를 본 거라 진짜 저런 반응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신 라엘타닷컴에서 한국 플레이어들의 생생한 라이브 반응은 실컷 구경했다.
-이성한 돈독이 올랐다는 게 학계의 정설
└그 집은 형동생이 나란히 돈 쓸어모으고 있을 텐데 돈독이 오르긴 뭐가 오르냐
└응, 다음 볍신. 원래 있는 놈들이 더한 거 모르냐.
└라무상 상품 가격 원가도 안 나올 정도로 싸던데 뭘 모르고 하는 소리네.
오랜만에 생각난다.
예전에 500원에서 2천 원 하던 장난감 액세서리 사서 마법진만 새겨넣고 몇만 배로 팔았는데.
무기도 철광석 광산이 내 거라서 대장장이 인건비 밖에 안 드는데.
-한국에서 좀 잘 나간다고 좋다고 바로 해외로 발 돌리는 거 봐라. 그럴 거면 미국인하지 왜 한국인 하냐?
└가서 발닦고 자라
└저건 이성한 플레이어님이 다른 나라도 생각해서 배려해주신 거고요. 라무상 한국 본점은 오히려 더 좋게 바뀐 거 못 보셨나요? 수량은 거의 4~5배로 늘어나고 상시 판매에, 모든 플레이어에게 골고루…… (후략)
└라엘타닷컴에서 이SUNG한 이SUNG현 욕하면 밴 먹고 연구소, 연합, 영웅 길드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거 모르냐
오랜만에 라엘타닷컴 구경했더니 시간이 쑥쑥 간다.
아, 역시 시간을 낭비하는 건 정말 재밌네.
“누구는 일하는데 누구는 놀고 있네… 사직서 쓰게 해줘…”
BGM이 덩치의 투덜거림이라는 게 조금 아쉽지만.
그렇게 라 엘타는 평화를 되찾았고. 지구도 덩달아 평화롭고 안전했던 옛 모습을 되찾았다.
고 생각했다.
“부장님, 큰일입니다! 지금 난리 났는데요!”
아, 또 뭐냐 진짜.
< 81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