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85)
평범한 회사원입니다-85화(85/180)
< 85화 >
“여기서 나가기 전에 덩치를 찾아야 한다.”
“마지막 방까지 오는 동안 흔적도 못 봤는데 어디서 어떻게 찾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른 방들도 보면 되지 않나.”
확실히 우리가 지나온 방 외에도 다른 방들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
방금 뚫고 온 길은 형과 라마 쪽 방에서 연결된 루트였지.
내가 있던 방과 연결된 건 아니니까.
시스템이 형은 퀘스트 깨고 나가라고 제대로 된 방으로 안내하고. 나는 여기서 굶어 죽으라고 출구도 꿈도 미래도 없는 방에 가둬 놓은 건 아닐 거 아냐.
방이 더 있는 거라면 덩치가 아직 저기 어딘가에 갇혀있을 수도 있긴 하지.
혼자 퀘스트를 깨려다가 막혀서 우리를 기다린다고 앉아있을 수도 있고.
“할 수 없지. 소중한 일꾼이니까 구할 수밖에.”
그럼 덩치나 찾으러 가보실까.
그 전에 아까부터 몰려와서 내 다리 긁고 있는 몬스터 좀 정리하고.
“와아앙!”
울음소리도 괴상한 몬스터는, 생긴 건 납작하고 펑퍼짐한 고양이처럼 생겼는데 크기는 일반 고양이의 다섯 배만 했다.
간지럽지도 않은데 왜 자꾸 공격한답시고 나를 귀찮게 구는 거야.
그리고 왜 형만 공격하지 않는 거야.
나랑 라마는 열심히 깨물고 할퀴는데 왜 형한테만 애교 부리고 있어?
차별이야? 무슨 몬스터가 차별을 해.
“이놈의 몬스터들.”
가볍게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
그랬더니 마치 ‘쟤가 나를 발로 찼다옹’ 하고 고자질하듯 형한테 달려갔다.
“몬스터가 아니라 마수다. 퀘스트 창에도 마수라고 적혀있었어.”
“마수나 몬스터나. 다 똑같지.”
형은 울면서 달려온 고양이를 안아 들고 쓰다듬었다.
그거 보고 다른 놈들도 몰려가서 자기도 안아달라고 아우성치는 거 안 보여?
별생각 없이 형을 따라 한 마리를 집어서 들어 올려봤다.
“와아앙! 와앙!”
거침없이 내 얼굴을 향해 발톱 세운 솜방망이를 휘둘렀지만.
“그렇게 열심히 공격해봤자 하나도 안 아프거든?”
이 방의 미션은 마수들과 싸워 이기는 게 아니라.
나름 귀엽게 생긴 마수들을 보며 정녕 죽여야 하는 건지. 인간성과 퀘스트를 두고 고뇌하게 만드는 게 목적인 걸까.
“아프지 않은 건 너와 라마 정도일 거다. 다른 플레이어가 왔다면 분명 아팠겠지. 많이.”
“와와와앙!”
“와왕!”
“와아앙!”
정말 시끄럽네.
“굳이 이것들 다 죽일 필요는 없겠지? 벽 부수고 나가면 되는데.”
“벽 부수고 나갔다가 클리어 해버리면 덩치를 못 찾게 될지도 모른다.”
“예, 예. 덩치부터 찾으러 가시죠.”
우선 시작의 방으로 돌아갔다.
옆 방도 부숴보고 다른 방들도 부숴보고.
덩치를 만나면 당당하게 너를 찾느라 고생했다고 말할 정도로 열심히 찾았지만, 덩치 머리카락도 안 보였다.
대신 별 쓸모도 없는 퀘스트 창만 자꾸 나왔다.
[퀘스트: 탈출 ??]생존하?요. 당?은 여?? ?습??. 아? ?? 하?마?? ??은 ????.
???세?. ???
보상: ???
실? ??: ?망
“퀘스트 창이 맛이 갔는데?”
마지막 퀘스트까지 받아놓고 다른 방으로 가서 추가 퀘스트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겠지.
그렇다고 고작 이 정도에 과부하 걸리는 건 너무하지 않냐?
“와아앙.”
열 마리가 넘는 고양이들도 우리 뒤를 계속해서 쫓고 있었다.
나와 라마를 공격하는 건 포기한 거 같고.
그냥 형을 따라다니는 거 같은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머니에 캣닙이라도 넣어 온 걸까. 형은 왜 이렇게 좋아해.
“이렇게까지 찾았는데 안 나온 거면 덩치는 포기하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그러고도 동료인가.”
동료라니, 부하직원인데.
업무 중에 사라진 직원 하나를 이 정도나 열심히 애써서 찾아줬으면 칭찬을 받아야 하는 거 아냐?
막말로 덩치가 없어지면 내 피해가 더 크겠냐, 네 피해가 더 크겠냐.
“덩치도 덩치인데 이 시스템 창을 보라고, 라마야.”
“나는 시스템 같은 거 보이지 않는다.”
“퀘스트 창이 이 이상 바보가 되기 전에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라마에게는 안 보이겠지만.
나와 형에게는 보이는 퀘스트 창의 현재 상태는 처참했다.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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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모든 퀘스트 창이 물음표로 나오면 우리 형은 퀘스트 어떻게 하라고?
그 전에 시스템 창이 바보 되어버리는 바람에 이번 퀘스트가 안 깨진다면 진짜 큰일 아니야?
“일단은 형부터 보내서 퀘스트 클리어한 후에 우리끼리 덩치를 찾아보든가 하자.”
“…알겠다.”
형 빼고 나랑 둘만 여기 남아야 한다는 게 그렇게 불만이냐.
표정 풀어라.
마지막 방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고양이들은 끝까지 따라왔다.
“와아앙.”
“우와아앙.”
연구실에 던져놓으면 연구원들이랑 쿵짝이 잘 맞을 거 같은 고양이들이야.
“부순다.”
“그래.”
이제는 벽 부수기 전문가가 다 돼서 이 정도는 간단하지.
주먹 휘두르기 한 방에 마지막 벽은 흔적도 없이 조각났다.
“자, 탈…출?”
인 줄 알았는데 통로가 나왔다.
“마지막 방이라고 하지 않았어?”
뭐, 굳이 따지자면 마지막 방이긴 하네. 이건 방이 아니라 통로니까.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일단은 좁은 통로를 따라 쭉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언제 끝나? 그냥 부숴버릴까.”
“천장이 낮아서 우리가 갇혀버리는 수가 있다. 벽을 부수면 출구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고. 일단은 좀 더 가보자.”
그리고 계속 걸었다.
“와왕.”
“와아와앙.”
뒤에 고양이들도 주렁주렁 달고.
“저기 뭔가가 있다. 출구인가?”
앞장서서 걷고 있던 라마가 뭔가를 발견했다.
“뱀 같다. 그리고 뱀 사이에…”
뱀 사이에, 뭔데.
난 너한테 가려져서 안 보이니까 비키든지 빨리 말하든지 둘 중 하나는 해라.
“덩치다! 덩치가 몬스터들에게 먹히고 있다!”
뭐? 덩치가 왜 여기에 있어. 몬스터한테는 왜 먹히고 앉아있는 건데.
라마는 덩치를 향해 뛰어가며 마법을 준비했지만.
혹시라도 뱀한테 쏜 마법에 덩치의 시체가 훼손될까 봐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덩치의 시체와 눈이 마주쳤다.
덩치의 시체가 밝게 웃으며 말을 걸었… 다?
“어? 왜 이렇게 늦게 오신 겁니까! 엄청나게 기다렸잖아요.”
“덩치의 시체가 말을… 시체?”
라마는 당황했는지 어정쩡한 포즈로 멈춰 서서는 덩치와 나를 번갈아 바라봤다.
나더러 어쩌라고.
도움도 안 되는 라마를 치워버리고 덩치에게 다가가서 상태를 살폈다.
“뱀 사이에 파묻혀 있길래 공격당하고 있는 건 줄 알았는데 멀쩡하시네요.”
뱀들은 덩치에게 머리를 비비적대고 있었다.
그 짧은 사이에 몇 마리가 나를 공격하려고 하길래 발로 차버렸지만.
이 몬스터들.
왜 나랑 라마는 공격하면서 덩치랑 형은 공격 안 하는 거지.
플레이어들. 정확하게는 ‘시스템이 보이는 플레이어들’은 공격하지 않는 건가.
“와아앙!”
“샤아아!”
“고양이는 덩치를 공격하는데?”
“그러게.”
고양이 마수가 덩치를 공격하려고 달려들자 뱀이 그 앞을 막아섰다.
이 퀘스트의 원래 의도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둘 다 형을 공격하지는 않네.”
형은 그저 멋쩍게 미소지을 뿐이었다.
“아. 뱀들이 절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이거 때문인 거 같아요.”
덩치는 주머니에서 반짝이는 뭔가를 꺼냈다.
“그게 뭐길래 뱀들이 공격을 안 해요?”
“묵이 비늘이요.”
“묵이 비늘?”
덩치의 주 업무 중 하나가 라 엘타에 있는 이묵 밥 챙겨주는 거였지.
하도 시킨 게 많아서 잊고 있었다.
“한번은 묵이 밥 주고 있는데. 무슨 털갈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비늘이 막 떨어지더라고요.”
허물을 벗는 것도 아니고 이무기 몸에서 비늘이 떨어질 일이 뭐가 있지.
“그 비늘을 모아 클리브에게 갖다 줬는데 갑옷이나 검을 만들 때 사용할 거라고 엄청나게 좋아하더라고요.”
묵이는 형의 펫이니까 묵이 몸에서 나온 건 다 내… 꺼가 아니라 형 건데 그걸 멋대로 가져갔단 말인가.
“그때 감사의 인사라며 비늘 하나를 이렇게 보석처럼 만들어서 주길래 인벤토리에 넣어놨었는데 딱!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캬하.”
그래서 덩치한테 묵이 냄새라도 난다는 거야, 뭐야.
“여기 도착하자마자 뱀들이 쫓아오길래 진짜 죽는 줄 알았는데. 그냥 우두머리나 친구 같은 거로 인식하고 따라온 거였나 봐요. 으하하.”
도망치는 덩치를 보고 술래잡기라도 하자는 줄 알고 열심히 따라왔나 보지?
“다른 방에 있다가 미션을 깨고 여기까지 온 겁니까?”
“미션이요? 저는 처음부터 여기였는데요?”
마지막 통로에 있었으면 빨리빨리 나갈 생각을 해야지. 왜 뱀이랑 놀고 있어.
“여기 출구 아니고 막다른 길인데요.”
진짜네. 마지막 방 다 깨고 나왔는데 또 뭐가 문제야.
“뱀들 다 죽여야 나갈 수 있나?”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그 사이에 뱀들이랑 친구 먹었냐.
왜 그렇게 뱀을 감싸.
“그럼 어떻게 하지. 부술까?”
부술 필요는 없었다.
퀘스트 미션을 전부 깬 당사자는 출구를 열 수 있는 거였는지. 형이 손을 갖다 대니 바로 열렸으니까.
“다 부수고 갈 뻔했네.”
“어쩌면 원래는 안 열리는 문인데, 너가 여길 진짜로 다 부숴버릴까 봐 시스템인가 하는 게 급하게 업데이트한 걸지도 모른다.”
시스템 관리자가 협박이 먹히는 놈이라면 아주 감사하지.
통로 밖은 음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었다. 누가 봐도 라 엘타처럼 보이지는 않는 그런 곳.
그런데 여기, 어째 한번 와본 적이 있는 거 같다?
“여기 그때 왔었던 던전 아닙니까? 흑마법사 플레이어들이랑 같이 간 던전이 오류 일으켜서 갔던 거기.”
아, 거긴가. 털실뭉치들 만났던 이상한 던전.
[적이 당신을 감지했습니다.]타이밍 좋게 형 앞에 시스템 창 하나가 떠올랐다.
갑자기 왜 이런 알 수 없는 공간에 사람을 떨궈놓나 싶더라니.
역시 이유가 있었구나.
그럼 지금부터 저 ‘적’이라는 걸 찾아서 부숴주면 되는 건가.
“어!”
적을 찾아 부수겠다는 다짐한 지 3초도 안 지났는데. 갑자기 어디론가 이동되며 주변 풍경이 변했다.
베라포드로 돌아왔구나.
적이 우리를… 아니, 형을 감지했다는 그 안내창은 뭐야. 다음 퀘스트 예고편 같은 것도 아니고.
“제대로 돌아왔다는 건 형 퀘스트 창에 문제가 없다는 거네. 다른 시스템 창도 에러 없어? 물음표로 보이거나 그러진 않지?”
형은 몇 번 시스템 창을 조작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멀쩡해.”
형은 멀쩡했지만, 덩치는 좌절했다.
“우리 뱀들이… 한 마리도 같이 오지 않았어.”
당연하지만 고양이도 뱀도 베라포트로 함께 오지 않았다.
걔들은 거기가 집인데 같이 오겠냐.
“지구로 데려갈 생각이었어요?”
“그런 건 아니지만… 묵이에게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친구라도 만들어 줄 생각이었던 건가.
묵이 입장에서는 비슷한 종이어도 한 끼 식사로밖에 안 보일 텐데. 아마도.
“뱀이고 뭐고 일단 지구로 돌아갑시다.”
포탈 타고 들어왔으니 나갈 때도 귀환 포탈을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번거롭지만, 포탈은 사용하면 기록에 남으니까 돌아가는 발자국도 찍어줘야지.
형, 나, 라마 순서대로 나와서 덩치를 기다렸다.
덩치는 5분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이 사람은 왜 또 안 나와.”
“도망친 거 아닌가.”
라마는 진지했다.
도망은 무슨. 덩치가 도망쳐봐야 라 엘타 안이지.
다시 포탈을 타고 들어갔는데 덩치는 원래 있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안 나오고 왜 이러고 있어요?”
“어… 저.”
덩치는 뺨을 긁적였다.
“귀환 포탈이 안 생기는데요.”
“또 뭐야, 이번엔 왜 안 생겨.”
“제 메인퀘를 안 깨서 귀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게 아닐까요?”
무슨 소리야. 파티 맺으면 한 명만 퀘스트 깨도 모두 귀환 조건 충족되는데.
전에 분명 형이랑 태현오랑 왔을 때는 형 퀘스트만 깼는데 태현오도 귀환할 수 있었…는.
데. 그때는 됐는데 지금은 안 된다는 건 말도 안 되고.
시스템이 멋대로 업데이트한 것도 아닐 테고.
덩치가 되는 걸 가지고 안 된다고 거짓말하는 것도 아닐 거고.
그렇다면,
“확실하게 귀환 포탈 안 나와요?”
“확실하게 안 나옵니다.”
태현오, 너.
뭘 숨기고 있는 거냐.
< 85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