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Just an Ordinary Office Worker RAW novel - Chapter (88)
평범한 회사원입니다-88화(88/180)
< 88화 >
마계가 있었단 말이지.
라 엘타를 그렇게 돌아다녔는데도 마계가 있는 줄은 몰랐네.
있을 수도 있지.
그런데 그 마계라는 곳. 아무래도 가본 적 있는 거 같다.
얼마 전에 형 퀘스트를 통해서 갔던 던전이랑, 털실뭉치가 있었던 거기.
분명 적이 형을 감지했다는 시스템 창도 떴었는데.
그 ‘적’이라는 게 마계 퀘스트인지 뭔지를 하는 마계 플레이어인가.
“지구 플레이어들이 베라포드에 퀘스트 받으러 가는 것처럼 마계 플레이어용 퀘스트 보드가 지구에 있어?”
“나는 처음부터 퀘스트 창이 있었지만, 다른 마계 플레이어들은 어떤지 모르지. 한 번도 다른 마계 플레이어를 만나본 적이 없거든.”
지구 플레이어들은 렙업을 해야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고?
이 정도면 시스템 관리자 불러다 놓고 멱살 잡고 따져야 할 수준 아닌가.
라 엘타 퀘스트는 라 엘타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퀘스트잖아.
그렇다면 마계 플레이어가 하는 지구 퀘스트는 지구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거라는 말이 되는데.
마계 플레이어라는 이름이 전혀 그럴 거 같지 않은 느낌을 준단 말이지.
“마계 쪽 퀘스트는 대부분 라 엘타와 지구를 오염시키거나 파괴하는 류의 퀘스트야.”
“아니, 무슨 그런 마계라는 이름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퀘스트가 다 있어?”
마계는 지구 플러스 라 엘타까지 파괴하려고 하고.
지구 플레이어들은 지구 놔두고 라 엘타까지 가서 남의 차원 수습하고 앉아있는 상황이라는 거잖아.
지구는 그냥 중간에 껴서 새우 등 터지고 있는 거였어?
지구의 플레이어는 라 엘타에 가는 것은 편하게 가능하지만. 돌아올 때는 귀환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
마찬가지로 마계 플레이어도 지구로 오는 건 자유롭지만 라 엘타로 돌아갈 때는 퀘스트를 깨야 하는 거 아냐?
그렇다면 태현오가 라 엘타에 방문할 때마다 지구나 라 엘타에 별로 좋지 못할 일을 했다는 건데…
이런 지구에 심히 해로운 놈을 봤나.
“예전에 라 엘타에서 발견한 수정 있지?”
태현오가 뜬금없이 수정을 언급했다.
그러고 보니 라마를 처음 만난 곳에서 수정을 발견했을 때 태현오도 같이 있었지.
기억 속에서 지워버려서 잊고 있었는데.
“그 수정 안에 맺힌 기운이 마기야.”
“그렇다면 그 수정이 마계에서 만들어졌다는 건가?”
“가능성은 높지.”
그래서 연구원들이 그 고생을 하며 흑마법이랑 비교했는데 아무것도 안 나왔던 거구나.
그렇다는 건 어둠의 창시자인지 뭔지가 흑마법사들을 부려서 마기가 담긴 수정을 퍼뜨리고 있었다는 게 되는데…
역시 그놈도 마계 플레이어인 건가.
“그 마계인지 뭔지 가는 법은 알아? 다른 사람도 데리고 갈 수 있어?”
“나도 그것까진 몰라. 가본 적도 없고.”
나도 가본 마계를 니가 못 가봤다니, 반마족 맞냐.
“이름만 마족이지 나는 지구인에 가까워.”
지구인은 보통 다른 모든 지구인을 보면서 짜증이 나고 분노가 솟고 없애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
“시스템이 멋대로 나를 지구 플레이어가 아니라 마계 플레이어로 지정해버렸을 뿐이야.”
“평소에 인간이 아니라 마족에 가까운 행동을 더 많이 해서 지구인보다는 마계인에 가깝다고 판정한 거겠지.”
“하하, 너무하네.”
일단 태현오의 처분은 보류다.
대신 마계 퀘스트에 대해서도 알아 오고 마계로 가는 방법도 찾아내라고 실컷 굴려야지.
아마 보류하지 않았더라도 태현오 처형 계획은 무산됐을 거다.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려는 순간 형이 들어왔으니까.
“이성한.”
당연히 내가 여기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찾아왔다는 목소리네.
“형이 여기는 무슨 일이야.”
“여긴 내가 일하는 곳이고 방문한 건 너다.”
형이 이 건물에서 부길마직을 맡고 있긴 하지.
근데 누가 봐도 일하러 온 게 아니라 내 문자 받고 나 쫓아 달려온 사람으로 보이는데.
“성현아, 나 아파. 네 동생 좀 쫓아내 줘.”
“말씀하신 겁니까?”
태현오의 끔찍한 투정이 시작됐지만, 형은 간단하게 무시해버렸다.
계약자에게도 무시당하는 노예 마족의 삶.
“말 안 하면 내 팔을 뽑아버리겠다고 협박하길래. 말할 수밖에 없었지.”
저 가증스러운 새끼.
비밀인 척 굴다가 협박하니까 냉큼 기다렸다는 듯이 털어놓은 게 누군데 남 탓을 해?
그런 식이니까 당당하게 마족으로 인정받고 지구 플레이어 대신 마계 플레이어가 된 거라고!
“하아…… 성한아, 일단 돌아가자.”
“잠깐만, 형. 아직 마계 퀘스트에 대한 설명을 다 못 들었어.”
“거기까지 말한 겁니까?”
“이쪽은 째려보지 않으면 안 될까? 머리 아프니까.”
태현오는 형의 정보를 털어놓을 때보다 지금이 더 아파 보였다.
그런데도 좋다고 실실 쪼개고 있네.
뭐가 그렇게 재밌냐.
“형. 왜 그렇게 나에게서 정보를 숨기려고 하는 거야. 내가 애도 아니고, 약한 것도 아니고. 이 정도 조금 안다고 해서 다치지 않아.”
“알아봐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정보다.”
그건 그래.
마계 퀘스트는 좋은 정보였지만, 태현오에 대해 시시콜콜 알고 싶진 않았어. 기분만 나빠지고.
그래도 이런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지 않나?
어쩌면 태현오 놈이 말 안 하고 숨긴 게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 이상의 정보를 발설하기 전에 형이 나를 쫓아내려고 하는 걸지도.
방 밖으로 나오기 전에 태현오를 향해 ‘다음에 다시 보자. 그때는 숨기는 게 있으면 죽는다.’라는 눈빛을 보냈다.
“내려가면 라마가 기다리고 있을 거다. 나는 일 좀 하고 돌아갈게.”
과연 형이 남아서 일을 할까, 태현오한테 화를 낼까.
형이 태현오를 두통 고문하는 게 조금 더 수월해지도록 돕기로 했다.
“형, 전에 포탈사용 가능 일반인이랑 아돌의 포션 거래자가 나라는 소문 퍼진 거 있잖아.”
“그래.”
“그거 태현오가 형 시선 돌리려고 일부러 퍼뜨려서 나 귀찮게 한 거래.”
“…뭐?”
“그럼 집에서 봐, 일 화이팅.”
잘 가라, 태현오.
어쩐지 닫힌 문 뒤로 태현오가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또 그런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면서 오는 건가.”
1층으로 내려가니 라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형 차 옆에서.
“아주 즐거운 일이 있었지.”
라마는 혀를 차며 운전석에 앉았다.
날아다니기만 할 줄 알았는데 운전하는 건 언제 배운 거지. 살다 살다 드래곤이 운전하는 차에 타는 날이 올 줄이야.
“면허는 언제 딴 거야?”
“딴 적 없다.”
“뭐야, 그럼 지금 무면허 운전이야?”
“면허는 있다. 네 형 꺼. 어차피 같은 얼굴이라 안 들킨다.”
“차 세워.”
물론 차가 빛의 속도로 달리다가 전복되는 사고가 나도 나와 라마는 죽지 않겠지만.
그 사고에 말려들게 될 사람들은 뭔 죄냐.
형 차는 두고 택시를 타고 갔다.
“라마. 라 엘타에 마계가 있다는데, 혹시 알고 있었냐?”
“당연하다. 모를 리가 없지 않나.”
하긴. 어지간한 마족보다 오래 사는 드래곤이 몰랐다는 것도 웃기지.
“그런데 왜 말 안 했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먼저 나서서 ‘아, 사실 라 엘타에는 마계가 있는데 알고 있었나?’ 하고 물어봐야 했다는 건가.”
먼저 나서서 물어볼 수도 있지!
“당연히 인간, 너라면 마계에 대해 알고 있을 줄 알았다.”
라마는 당당했다.
“마계에 가는 방법도 알고 있어?”
“그건 모른다. 아주 예전에는 마계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는데 닫힌 지 오래다. 새로운 통로를 만들거나 기존에 있던 걸 복원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거다.”
정말 있어 봐야 쓸모없는 드래곤 같으니라고.
결국 과학에 기댈 수밖에 없나. 택시기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목적지를 연구소로 돌렸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라엘타닷컴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제목: 이성한(?)목격담]-익명으로 작성된 게시글입니다.
내 목격담은 아니고 울아부지가 목격하심
울아부지가 택시 하시는데 영웅 길드 건물 앞에서 남자 두 명을 태웠다고 함
다른 한 명은 못 알아보고 한 명만 알아봤는데 그게 이성현이라는 거임
이성현 본 거 맞냐고 천 번 넘게 물어봤는데 TV에서 본 거랑 똑같이 생겼다고 하심
근데 머리가 빨간색이라고ㅋㅋㅋㅋㅋㅋ
이성현 말고 드래곤 펫 보신듯ㅠㅠㅠ
여기까지만 해도 대박인데 다른 한 명이 아무래도 이성한인 거 같음
이성한(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드래곤이랑 둘이서 마계가 어쩌고 하는 대화했다고 함
울아부지가 내가 플레이어여서 관심 갖는 거지 이쪽 세계에 대해 전혀 모르심
그래서 대화 내용을 거의 못 이해하셨는데 확실한 건 이성한(추측)이 곧 마계!!!!에 가려고 한다는 거야
대박대박쓰 좀 있으면 마계 콘텐츠 오픈되는 각?
택시 블박 떼다가 매일 돌려봐야지ㅠㅠ
덧글:
-개소리네. 아들이 플레이어인데 아버지가 왜 택시드라이버냐
└(작성자) 내가 난이도 1에 레벨 3이라서 글애…….
└ㅁㅊㅋㅋㅋ난이도 1에 렙3도 라엘타닷컴 접속 권한이 있냐?ㅋㅋㅋ
-이.쪽.세.계. 겁나 오글거리네ㅋㅋㅋ
-렙3이 마계가 열리든 말든ㅋㅋㅋ 마계 공기만 마셔도 디질듯. 왤케 좋아하냐?
└(작성자) ㅠㅠ
-블박이 모임?
└블랙박스
-ㄴㅇㅈ거름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대단한 정보이긴 한데. 애초에 이성한이 드래곤이랑 택시를 탔다는 게 말이 안 돼서 거름ㅎㅎ
└ㄹㅇㅋㅋㅋ 전용기 타고 다니는 애들이 노뜬금 택시ㅋㅋㅋ 차라리 카페에서 봤다고 해ㅋㅋㅋ거짓말도 창의력이 있어야 평타치는 거지 이건 무슨ㅋㅋㅋ
글은 잠시 논란이 되었지만.
금방 폭풍같이 올라오는 다른 주제의 글들에 묻혀버렸다.
***
“드디어 해냈다.”
연구원 하나가 비장한 표정으로 손에 쥔 막대기를 들어 올렸다.
수맥 탐지기처럼 생긴 봉을 신줏단지 다루듯 하고 있는데.
사실 저 막대기는 신줏단지보다 귀한 게 맞다.
“드디어 저희가 해냈다고요, 부장님! 일명 마기 탐지기입니다!”
수맥이 아니라 무려 마기를 탐지할 수 있는 연구소 최대의 역작이니까.
수정이 담긴 기운이 마기라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연구원들을 닦달해 만들어 낸 거다.
저 탐지기로 정말 마기를 찾아낼 수 있다면, 마계로 가는 길도 찾아낼 수 있겠지.
사용 방법도 간단했다.
정말 수맥 탐지기를 들고 수맥을 찾듯 한 손에 막대기 하나씩을 들고 돌아다니면 된다.
그럼 마계를 찾기 위해 저걸 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닐 거냐고?
물론 그럴 걱정은 없다.
나한테 막대기 두 개 쥐여주고 그러라고 했으면 내가 지금 연구원들에게 박수를 쳐주는 게 아니라. 시말서 양식 한 장씩을 손에 들려줬겠지.
연구원들은 마기의 위치를 광범위하게 잡아낼 수 있는 다른 장치도 만들어냈다.
마기가 느껴지는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는 없고, 비슷한 기운은 전부 감지해버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일단 대략적인 위치파악만 한 후, 그 장소에서 막대기를 들고 정밀한 탐사를 진행하면 된다.
드디어 연구소에서 처음으로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정말 보람찹니다. 아아… 드디어 저희가 플레이어들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어요!”
“와아아아아!”
“예에에에!”
엄청 좋아하네.
근데 이 장치, 딱히 나 말고 원하는 사람이 있을 거 같지는 않은데?
뭐. 저렇게 좋아하는데, 일단은 플레이어들의 발전에 도움이 된 거라고 치자.
“지구에 마기가 감지된 것이 있나요?”
지구에서 마기가 느껴져봤자 같은 종류의 수정 몇 개 더 찾아주는 정도겠지.
전혀 기대 없이 물어본 거였는데 연구원은 열정적으로 지도 위에 빨갛게 그려진 동그라미를 가리켰다.
“예, 일단 여기 지도를 보시면 이쪽이랑…”
“거기는 패스.”
우리 집 쪽이잖아.
저건 안 봐도 까망이나 집에 굴러다니는 수정 감지한 거다.
“그리고 여기…”
“거기도 패스.”
영웅 길드 있는 지역이네.
저건 그냥 태현오가 있는 위치 안내해 준 정도잖아.
정말 쓸모없는 결과이긴 하지만… 사실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기는 할지 걱정됐는데.
이로써 마기 탐지는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게 증명은 됐네.
“그리고 여기입니다. 찾아낸 세 군데 중에서 가장 강한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네? 여기서요?”
“네. 여기서요.”
마계에서 온 마수랑.
반쪽짜리 마족을 제치고.
가장 강한 마기를 뿜어내고 있는 게, 저곳이라고?
< 88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