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Heiress of the Villain Family RAW novel - Chapter (65)
65화
“첸 블라스코를 포함해서, 의심 가는 관리자들을 전부 이 안쪽으로 들여보내 주세요, 루시스 경.”
[알겠습니다, 아기씨.]자고로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치워야 하는 법.
나는 점차 미친 듯이 따끔거려 오는 살갗을 문지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르닌의 오러와 뒤섞인 변이종 특유의 마기가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지면의 진동이 점차 거세지는 동시에, 마법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동진 위로 하나둘씩 나타나는 인영들을 바라보며 영상구를 들어 올렸다. 입가에 씨익 미소를 건 채.
자, 이제 소탕의 시간이다.
소리 없이 허공을 가르고 다가온 무언가가 머리 위에 그늘을 드리웠다. 누군가의 쨍한 경고가 귀청을 찢었다.
“거기, 당장 피해!”
베르너가 재빠르게 나를 들어 올려 뒤쪽으로 훌쩍 물러났다. 썩은 내가 진동을 했다.
철퍼덕. 하늘에서 집채만 한 대왕 문어가 떨어졌다. 변이종 어구스트였다.
‘으악, 웬 문어……!’
심지어 한 마리가 아니었다. 두 마리가 무수히 많은 다리를 꿈틀거리며 쫓겨 왔다. 호수에서부터 추격전을 벌인 모양이었다.
나는 달리는 내내 왼손에 꼭 쥐고 있었던 미니 창의 마법 수식을 발동했다. 3서클짜리 방어 마법이 넓게 펼쳐졌다.
“……!”
안전을 확보하니 그제야 보였다. 족히 3미터는 될 법한 괴수의 머리 위에, 아르닌이 서 있었다.
아르닌이 냅다 대검을 문어의 정수리에 찍어 눌렀다. 급소를 정통으로 공격당한 변이종이 숨이 넘어갈 듯 울부짖었다.
키에에엑!
나는 크게 휘젓는 문어 다리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언니, 어깨 조심해요!”
오른쪽!
마물을 쫓는 내내 거칠 것 없던 아르닌의 눈빛이 순간 크게 흔들렸다.
“……제기랄!”
결국 아르닌이 변이종을 처치하지 못하고 훌쩍 물러났다.
베르너가 그 모습을 보며 인상을 팍 찡그렸다.
“쟤 지금 뭐 하는 거지?”
나는 바동거리며 베르너의 품에서 벗어났다.
“공자님, 언니에게 가요!”
“뭐?”
“그리고 변이종들을 한곳에 묶어 놓은 다음에 물러나세요. 바로 처리하지 마시고요.”
나는 우다다 말을 쏟아 낸 뒤, 경악한 베르너에게 손을 붕붕 휘저어 주었다.
“전 관리자 아저씨들에게 가 있을게요!”
그렇게 외치고 아이칼을 안고서 장초를 밟으며 마구 달렸다. 갑자기 사바나 안으로 끌려와 어리둥절한 표정의 관리자들에게로.
당혹감에 휩싸인 관리자들 틈에 섞여 있던 루시스가 나를 발견하고 대경했다.
“아기씨, 괜찮으십니까?”
“루시스 경……!”
내가 겁에 질린 것처럼 그에게 쪼르르 달려가자, 루시스 경이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시고요?”
“네에…… 훌쩍.”
나는 코를 부비는 척하며 들고 있던 창을 이동진 쪽으로 휙 던졌다. 창끝이 마법 수식을 정확히 찔렸다. 수식이 망가진 이동진이 천천히 와해하기 시작했다.
‘오케이, 도주로 차단.’
마법사들이니 텔레포트 진을 다시 그려 넣는 건 쉬울 터. 그렇다면 틈을 주지 말고 몰아쳐야 한다.
“루시스 경, 초원을 관리하는 건 관리자님들의 임무죠? 이젠 시험도 끝났는데…….”
“맞습니다, 아기씨.”
루시스가 옴짝달싹 못 하고 떨고 있는 관리자들을 쏘아보았다.
“감히 귀한 직계들께 당신들의 임무를 떠맡길 셈입니까? 어서 가서 처리하십시오.”
“아, 그…… 예, 알겠습니다.”
눈에 띄게 당황하던 마법사들이 하나둘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껄끄러운 기색은 보일지언정 빼지는 않는 걸 보니, 걸리지 않으리라는 확신이라도 있는 모양인데.’
“그, 그래. 어서 나서게. 이런 일을 해결하라고 가주께서 매년 거하게 챙겨 주시는 게 아닌가!”
반면 첸 블라스코는 은근슬쩍 뒤로 물러섰다.
‘어딜 도망가려고.’
나는 영상석을 더욱 세게 움켜쥐고 각도를 면밀히 조절했다. 뒤로 물러나는 첸, 그리고 재빠르게 변이종을 둘러싸는 마법사들을 영상석에 생생히 담았다.
어느새 베르너와 아르닌은 네 마리의 변이종을 완벽히 한곳에 고립시키고 있었다. 그들의 검 끝에서 검기의 형태로 서슬 퍼렇게 정제된 오러가 채도 다른 푸른빛을 내뿜으며 사방에 번쩍였다.
나는 베르너가 볼 수 있도록 영상석을 들지 않은 다른 손을 마구 흔들었다.
‘걔 죽이면 안 돼요, 공자님!’
다행히 베르너는 내가 강렬하게 쏘아 보낸 텔레파시를 받은 모양이었다.
언뜻 그가 이쪽을 내려다보며 짧게 한숨을 쉬는 듯했다. 그러더니 막 검을 휘둘러 어구스트의 머리를 베려는 아르닌을 막아섰다.
‘좋아. 준비 끝.’
나는 비장하게 입술을 말아 올렸다. 이제 적절한 연기력을 발휘해야 할 때였다.
* * *
베르너는 아르닌의 허리를 낚아채 어구스트의 머리를 박차고 공중으로 도약했다.
아르닌이 눈을 치켜뜨고 으르렁댔다.
“뭐 하는 짓이야, 멍청아!”
“가만있어, 아르닌.”
허공에 검을 휘둘러 검기를 날려 보낸 베르너가 그 반동을 이용해 변이종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솔직히 그도 반신반의했다. 고작 열 살짜리 꼬맹이의 말만 믿고 다 잡은 변이종을 놓아주는 건 분명 상식적인 짓은 아니다.
‘하지만, 특약을 미리 추가해 둔 것도 그렇고.’
“공자님, 녹화해요, 녹화! 당장!”
소환당한 자신을 보자마자 그렇게 바락 외친 것도 그렇고…….
이상하리만큼 초원에 급속도로 적응한 것도 그렇고.
지금도, 보라. 루시스 경의 목을 꼭 끌어안고 매달린 카티샤는 한 손에 주먹만 한 영상석을 들고 있었다.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전부 다 찍고 있는 것이다.
“와악, 빨리 잡아 주세요, 관리자 아저씨!”
나 지금 겁먹었소! 라고 피력이라도 하듯이 작게 꺅꺅거리고는 있었지만, 베르너의 눈에 저건 비명이 아니었다. 콩닥콩닥 설레는 표정인데 무슨…….
‘대체 어떤 순간을 노리고 있길래?’
아르닌의 검에 몸통을 비스듬히 베인 변이종이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었다.
다섯 명의 관리자들이 각각 한 꼭짓점씩을 맡아 수식을 엮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은 그다음 순간 일어났다. 채 마법 수식을 완성하기도 전에, 변이종들이 거짓말처럼 반항을 멈춘 것이다.
“어?”
여기저기서 의문 어린 소리들이 튀어나왔다.
가장 덩치가 크고 위협적이던 어구스트가 고개를 아래로 쑤욱 내렸다. 짐승의 머리가 향하는 곳은 동쪽 지점을 맡은 마법사였다.
“뭐야, 왜 이쪽으로 와……?”
수식을 엮던 마법사가 동작을 멈췄다. 그러곤 눈을 부릅떴다.
어구스트가 얌전히 그 앞에 머리를 내려놓고 몸을 굽혔기 때문이다.
스산한 침묵이 균열처럼 내려앉았다. 누구도 섣불리 할 말을 찾지 못하는 사이, 다른 세 마리의 어구스트들이 잇따라 움직임을 멈췄다.
기이하게 고요한 가운데, 카티샤가 갸웃 고개를 기울였다.
“어어, 이상하다?”
혼잣말치곤 목소리가 많이 컸다.
카티샤가 루시스의 옷깃을 흔들며 얌전해진 세 마리의 어구스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루시스 경, 쟤네 왜 공격을 안 해요?”
“글쎄요, 아기씨…….”
루시스 역시 미간을 좁혔다. 황당해진 건 그들과 반대 방향으로 물러난 베르너와 아르닌도 마찬가지였다.
“저것들, 지금 뭐 하는 거야?”
“냄새를…… 맡는 것 같은데.”
남매가 얼결에 서로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그러다 동시에 홱 서로를 돌아보았다.
“페로몬.”
“페로몬을 맡는 거지, 그렇지?”
환상종이 내뿜는 각양각색의 페로몬은 인간이 감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로지 같은 페로몬을 가진 동족만이 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변이한 어구스트들이 마법사들에게 달라붙어 킁킁 냄새를 맡고 있었다. 살기등등하던 공격성은 이미 한풀 꺾인 지 오래다.
그 뜻은 곧.
“동족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거지. 그건 달리 말하면…….”
아르닌이 홱 검을 횡으로 치켜들며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그때, 저 반대편에서 루시스에게 안긴 카티샤가 끼야옥 비명을 질렀다.
“힉, 설마, 관리자님들이 키운 거예요, 이 변이종들?”
그러더니 다시 천지가 떠나가라 호들갑을 떨었다.
“우와악, 쟤들 이제는 이쪽으로 온다!”
정확히 말하면, 관리자들에게서 페로몬을 맡은 어구스트 중 두 마리가 카티샤와 루시스 뒤에 선 첸 블라스코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루시스가 재빠르게 자리를 피하자, 첸 블라스코는 변이종들 앞에 훤히 노출되었다.
그가 욕설을 내뱉으며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아니. 왜 이쪽으로 와? 썩 꺼져, 이 지저분한…….”
그러나 그가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어구스트가 빨판이 가득 달린 다리로 그를 검째 칭칭 포박하는 것이 더 빨랐다. 그러고는 다시 머리를 들이밀고, 킁킁 냄새를 맡는다.
이번에도 역시 공격은 없었다.
카티샤가 눈을 크게 뜨며 빈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설마, 첸 님이!”
“아, 아니다!”
희게 질린 첸 블라스코가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입조심해, 꼬마!”
“하지만, 동물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걸요.”
카티샤가 또박또박 말하며 첸에게 달라붙은 어구스트를 가리켰다.
“저 친구는 첸 님을 엄마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어구스트가 누런 점액이 뚝뚝 떨어지는 주둥이로 첸의 뺨을 비볐다.
충격받은 얼굴의 카티샤가 우다다 외쳤다.
“첸 님, 언제 변이종을 길들이신 거예요? 공작님의 사바나에는 변이종 같은 거 없다고 했는데!”
“아니, 난……”
“그런 거 분명히 금지라고 했는데! 공작님이 아끼시는 아가들이랬는데……!”
“닥쳐, 꼬마! 어디서 같잖은 수를 써서 내게 누명을 씌우려고……!”
첸 블라스코가 이를 악물고 검을 비틀어 어구스트의 다리를 잘라 냈다. 어구스트가 마구 몸부림치며 첸을 공중으로 휘익 날려 보냈다.
“크윽……!”
아슬아슬하게 착지한 첸이 고개를 홱 든 순간, 그는 어느새 제 앞에 버티고 선 커다란 인영을 발견했다.
“……공자님?”
그의 목을 겨누고 선 베르너의 눈에 파란 불길이 일고 있었다. 어느새 발검한 그가 검을 첸 블라스코의 턱 밑에 똑바로 겨누었다.
“당백부님, 대체 왜 이 사바나에 갑작스레 나타난 변이종들이 당신을 동족으로 인지하는 것입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