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01
제1001화 수회 공회 신로 노강
항소운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주변을 훑어보던 그는 가장 강한 사룡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도적을 잡을 때도 우두머리를 먼저 잡으라 했어. 저 사룡한테 중상을 입히면 적군의 기세도 꺾일 거야.”
그는 분신을 불러내 상황과 싸우는 사룡 쪽으로 조용히 접근했다.
당대 최고라 할 만한 두 신급 강자의 싸움에 누가 감히 끼어든단 말인가.
보통 사람 같으면 더 멀리 달아나려 애쓸 테지만, 재주가 많으면 대담하다는 옛말처럼 항소운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기운을 숨기고 기회를 엿보았다.
상황과 사룡의 전투는 극도로 치열했다.
낙일신간은 밝은 태양처럼 떠올랐다가 내려오기를 반복하고, 신광(神光)은 수십수백 마리의 용이 되어 앞다퉈 돌진했다. 거대한 공간은 풍비박산이 나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사룡은 본 모습으로 변해 수백 리에 달하는 거대한 몸통을 흔들었다.
녀석이 움직일 때마다 끔찍한 사살(邪煞)의 기운이 회오리쳤다. 발과 몸통, 꼬리 모든 것이 무기가 되어 수비를 하고 반격에 나섰다.
“빌어먹을 망국의 인간, 정말 화나게 하는군. 이번에는 기필코 숨통을 끊어주마!”
긴 포효와 함께 사룡이 위로 솟구쳤다. 방대한 양의 사기(邪氣)가 순식간에 구름 형태의 사운(邪雲)으로 뭉치더니 사룡이 입을 쩍 벌리자 밖으로 퍼져나갔다.
사운식공(邪雲蝕空)!
사운은 주변을 닥치는 대로 부식시키며 빠르게 세력을 확장했다. 상황의 불 공격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운은 거대한 기세를 펼치며 상황에게 달려들었다. 일단 저 구름에 뒤덮이면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바로 그때 항소운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혼란시공!
항소운은 처음부터 가차 없이 공격에 나섰다. 손에 쥔 음양신검을 휘두르자 갑자기 시간이 뒤엉킨 듯한 착각이 일었다.
사룡은 이미 전력을 다해 상황과 싸우고 있었다. 다른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지만, 눈앞의 상대를 막기에도 급급했다.
잠시 후 휙, 하고 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일순 눈앞이 이지러지면서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8품 마신이라도 시간의 힘을 거스를 순 없었다.
검광은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 사룡을 베었다. 두터운 비늘이 갈라지며 그 사이로 검기가 파고들었다.
사룡은 비명을 지르며 극도로 고통스러워했다. 그 순간 사운의 힘도 뿔뿔이 흩어졌다.
상황은 영문을 알 수 없었으나, 어쨌든 지금은 반격할 절호의 기회인 것만은 분명했다.
낙일윤회(落日輪回)!
상황은 이번 공격에 사활을 걸었다. 낙일신간을 중심에 놓고 계속 수인을 맺자 작열하는 태양이 하늘로 떠오르더니 사룡 위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낙일의 위력은 가히 놀라워서 9품 신급 강자도 쉽게 받아내기 어려웠다. 불의 힘은 이글거리며 사운을 몽땅 태워버리더니 이젠 사룡까지 압박해 들어갔다.
사룡은 이대로 질 수 없다는 듯 몸부림을 치며 사룡주의 힘을 내뱉었다. 사룡주가 낙일의 힘에 맞서는 사이 꼬리는 은신한 항소운을 노렸다.
사룡의 반격은 상당히 매서웠다. 항소운은 감히 용 꼬리에 직접 맞서지 못하고 속도를 높여 슬쩍 몸을 피하고는 검을 휘둘러 계속해서 시간의 도를 이어갔다. 검기는 쉬지 않고 적을 압박했다.
그사이 상황은 적을 더욱 몰아붙였다. 사룡은 부상 때문에 사룡주의 힘이 이전만 못 했다. 결국 낙일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내리더니 순식간에 잡아먹히고 말았다.
사룡은 오직 생존 본능에 따라 전후 방어를 최대로 높였다.
공격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게다가 범위까지 점점 확장되자, 더는 위험하다는 판단이 섰다.
결국 사룡은 죽을힘을 다해 포위를 뚫고 도망쳤다.
“기다려라. 이 원수는 반드시 갚아주마!”
사룡은 분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사룡이 도망치기로 작정한 이상, 상황도 막긴 힘들었다. 그렇다고 아무 수확도 없는 건 아니다. 적어도 사룡에게 단기간에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을 남겼으니 말이다.
그제야 항소운의 분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황은 그를 보더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그 젊은이였군. 이거 참 부끄럽구먼.”
그의 기습이 없었다면, 상황 혼자서 사룡을 쫓아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과찬이십니다. 전 그저 작은 재주를 부려 운 좋게 성공한 것뿐입니다. 만일 제가 여러분과 정식으로 싸웠다면 목숨도 부지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가 겸손히 말을 받았다.
“얘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지금은 마족을 무찌르세.”
상황은 인자하게 웃더니 다시 낙일신간을 들고 마족에게 달려갔다.
이 시각, 항소운의 진신은 누구보다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명혼공간으로 마신 둘을 가둬버리고는 목을 비틀어 죽여버렸다.
명황족이 4대 마족이 된 것은 다른 마족에 비해 능력이 월등히 강해서다. 그러니 웬만한 마족은 상대가 될 리 만무했다.
더군다나 항소운은 명황족 가운데 최강의 혈맥을 타고난 자였다.
사룡이 달아나 버리자, 다른 마신들도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상황과 황백오는 그 뒤를 쫓아가 마신 두 놈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사람들은 곧바로 낙일 황궁으로 돌아가 그곳을 장악 중이던 마족을 남김없이 죽였다.
마신의 보호가 사라진 지금, 남은 마족은 한낱 파리 목숨에 불과했다.
이렇게 해서 상황과 황백오는 다시 낙일 황궁을 되찾았다.
다만 폐허로 변해 버려서 당장은 사람이 살 수 없었다.
“마족을 완전히 몰아내지 않는 한, 황궁을 재건하기도 어렵겠구나.”
상황은 한숨을 깊이 몰아쉬었다.
“상황 전하, 걱정 마십시오. 황실의 혈통은 아직 건재하니, 그 아이들이 하루빨리 강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옆에서 황백오가 말했다.
“이미 난세가 시작됐는데, 우리 낙일 황조는 이제야 첫걸음을 떼는구나. 아무래도 결단을 내려야겠다. 그래야 훗날 다시 시작할 기회라도 있지.”
상황은 한숨을 푹 쉬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운을 뗐다.
“백오야, 넌 우리 황조의 만 년 역사 속에 가장 뛰어난 인물이다. 그런 만큼 황조 재건은 당연히 너에게 일임하려 했거늘, 마족의 세력이 너무 강해서 우리 힘만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만약 네 앞길을 바꾼다면, 우리 황가가 다시 살아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지.”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황백오가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상황은 낙일 황조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이였다. 낙일 황조가 가장 찬란했던 시기는 그의 활약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걸 알기에 황백오는 상황을 깊이 신뢰하고 존경했다.
“수호 공회가 곧 소회장을 선출할 것이다. 넌 후보가 될 자격이 없으니, 이번에 당선될 만한 자를 따르도록 해라. 네가 그자의 심복이 된다면 장차 우리 후손들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게야.”
상황은 말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신급 경지까지 오른 자가 남의 밑에 들어가 수하가 되는 게 어디 쉽겠는가. 특히 황백오 같은 절세 천재는 더더욱 그러했다.
황백오는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소회장은 앞으로 3년 후면 선출할 겁니다. 제게 뜻이 있다 해도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
“허허, 지금 중원 각지에선 젊은 인재들이 하루가 멀다고 나오고 있지. 넌 그중 누가 가장 유력한 것 같으냐?”
상황이 잔잔히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우선 수호 공회 부회장 두 분이 직접 가르치신 제자들이 있지요. 워낙 실력이 뛰어나서 제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니까요. 그리고 3대 세력의 후계자들 역시 아주 출중하다고 들었습니다. 거기다 새롭게 등장한 천재도 여럿 있으니, 아주 험난한 싸움이 될 겁니다. 근데 굳이 꼽으시라면 두 부회장의 후계자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황백오는 한숨을 푹 쉬며 말을 이었다.
“허나 전 그자들과 관계를 맺을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성에 안 찰 수도 있으니까요.”
“백오야, 넌 무공은 뛰어난데 판세를 읽는 눈은 부족하구나. 소회장이 될 사람은 말이다, 멀리서 찾을 것 없이 바로 우리 앞에 있단다.”
* * *
낙일 황궁에서 신원을 얻은 항소운은 성림원에서 보름간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그는 그 시간 동안 본격적으로 신원의 힘을 정제시켰다. 과연 신원은 예사롭지 않았다. 단 보름 만에 무공이 급격히 성장했는데, 신급 수정을 흡수할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이 속도면 얼마 안 있어 2품 신급 정점도 문제없었다.
폐관을 끝낸 그는 다시 소청, 소백과 함께 마신 사냥에 나섰다.
그래도 마신은 되어야 전투 욕구가 들끓었다. 나머지 마족은 다른 사람들에게 훈련용으로 남겨놓는 것이 더 실속 있다.
* * *
사룡족은 낙일 황조에게 패한 후 더욱 미쳐 날뛰었다. 놈들은 인간족을 죽이는 데 혈안이 돼서 마신들을 끊임없이 내보냈다. 이 때문에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압박감은 한층 심해졌다.
이곳의 주력군은 수호 공회가 파견한 군대였다.
그 가운데 유명한 신로(神老)가 한 명 있었는데, 수호 공회에서 꽤 지위가 높은 사람이었다.
이름은 노강(路江), 흙과 물의 힘을 연마한 8품 신급 정점의 고수다. 이 사람이 있기에 사룡의 침공을 지금 선에서 저지할 수 있었다.
노강은 무림에서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입문은 늦었지만, 노력의 끝을 보여준 대기만성형이다.
두 성진의 힘을 수련하는 어려운 길을 택해 한 걸음씩 착실히 나아가 결국 현 경지에 이르렀다. 그동안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기며 악조건 속에서 수련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지금의 성과를 이룬 것이다.
노강은 수호 공회 신로 가운데 서열 20위 안에 들 만큼 영향력이 상당했다.
그는 줄곧 공회 내에서 중도적 입장을 표했다. 두 부회장의 정치 싸움에 한 번도 발을 들인 적이 없을 만큼 신념이 확고했다.
오히려 두 부회장이 서로 자기 편으로 만들고 싶어 했지만, 노강은 지금껏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소회장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더는 입장을 고수할 수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마족을 소탕하겠단 핑계로 수호 공회를 떠나 지긋지긋한 당파 싸움으로부터 멀어졌다. 그나마 직접 보질 않으니 마음은 편했다.
앞으로 누가 소회장이 되든 그는 아무 상관 없었다.
* * *
수호 공회 주둔지.
노강은 커다란 바위 위에 서서 저 멀리 용솟음치는 마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한숨을 푹 쉬었다.
“공회는 당파 싸움 때문에 신로를 보내지도 않는군. 이대로 가다가는 마족의 점령지만 더 늘어나겠어.”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린 백발과 주름이 깊게 패인 얼굴에서 짙은 근심이 느껴졌다.
그의 경지면 젊은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쯤 문제도 아니건만, 그는 노인의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 버렸다. 웅대한 이상과 포부가 사라진 지금, 겉모습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