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03
제1003화 신급 3품
소청과 소백을 떠나보내니 괜스레 마음이 적적해졌다. 함께 보낸 지난 몇 년간 셋은 친형제나 다름없이 지냈다. 무조건으로 자신을 믿어주는 아우이자, 가장 믿음직한 형제였다. 두 녀석이 도와준다면 소회장에 오르기도 한결 수월할 터였다.
하지만 그들은 가장 존귀한 요수족로서 각자에게 부여된 사명이 있었다. 그런 걸 뻔히 알면서 붙잡을 순 없다.
두 녀석이 떠났으니, 이젠 귀척과 은자가 나설 차례였다.
귀척은 항소운의 보살핌 속에 어느덧 3품 마신 경지가 되었다. 녀석의 영혼력이면 5품 신급 강자와 싸우는 것도 문제없다. 게다가 두 날개는 상대를 현혹하는 비범한 능력까지 있었다.
한편 은자는 줄곧 항소운의 몸속에 숨어 있었다. 녀석은 그곳에 꼼짝하지 않고 있으면서 항소운이 만들어내는 혼돈천뢰를 야금야금 집어삼켰다. 이윽고 밖으로 나온 녀석은 여러 층에 달하는 천둥의 겁을 넘어 대요성 경지로 훌쩍 뛰어올랐다.
아직 요신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많이 강해졌다.
사실 녀석은 소청에게서 용 뼈 한 조각과 용족의 정혈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갖고만 있을 뿐 흡수하지는 않았다. 언젠가 천각사와 관련된 물건을 찾고 나면 그때 한꺼번에 흡수해서 무림 최고의 천각사가 되고 싶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항소운은 이곳에 주둔한 수호 공회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았다.
무공이나 인품 어느 면에서나 나무랄 데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욱이 노강이 극진히 보살펴주고 있어서 소회장에 오르기 위한 기반은 이미 마련된 셈이었다.
지난 1년간 그의 무공은 2품 신급 정점으로 상승했다.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
물론 신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그는 영역 밖으로 나가 3품을 돌파하려 마음먹었다.
그는 바로 황백오를 데리고 영역 밖으로 향했다.
* * *
영역 밖 공간은 몹시 불안정한 공간이었다.
갑자기 세찬 힘이 불어와 휩쓸고 지나가거나 이름 모를 운석과 기이한 물체가 떨어져 내리기 일쑤였다.
이곳은 성급 무인도 자칫하면 목숨을 잃는 곳이라, 오로지 신급 무인만이 장기간 머무를 수 있다.
하지만 영역 밖 공간에서 엄청난 공간의 힘이 폭발하기라도 하면, 그땐 신급 무인도 무사하기 어려웠다.
영역 밖에 도착한 항소운은 사방에서 흘러나오는 방대한 성진의 힘을 느꼈다. 이곳에서 수련한다면 멀리 있는 성진의 힘까지 전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그가 바라던 바였다.
그는 그나마 안정된 장소를 찾아 공간을 만들어냈다. 황백오에게 호법을 부탁하고는 안으로 들어가 수련에 집중했다.
“천지의 영기는 성진의 힘이 모여 만들어지지. 그리고 이 광활한 영역 밖 공간은 수많은 성진의 힘으로 가득 차 있어. 이런 곳이라면 경지를 돌파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야.”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황결 경문을 천천히 운행하기 시작했다. 저 먼 곳의 성진의 힘을 흡수하는 것은 물론, 몸속 신원의 힘도 함께 흡수했다.
두 힘이 더해지자 신력도 가속도가 붙어서 3품 경지를 향해 힘차게 돌진했다.
밖에서 지키고 있던 황백오는 저 멀리서 세차게 몰려드는 성진의 힘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말 엄청난 양이다!”
성진의 힘들은 다양한 색을 띠고 있었다. 그 속에는 아홉 가지 성진의 힘과 영역 밖에 존재하는 사나운 힘이 속해 있었다. 그렇기에 깨끗이 걸러내지 못하면 오히려 본인의 성진만 훼손시킨다.
하지만 최강 전체인 항소운에게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본래 태초 전체는 어떤 힘이든 흡수가 가능하기에 두려울 건 없었다.
수많은 힘의 향연 속에 성해건곤 속 신력이 대폭 늘어났다. 신력은 경맥을 따라 힘차게 흘렀다. 마치 강물이 불어닥치고 성난 파도가 울부짖듯 거침이 없었다.
전신에서 아홉 광채가 뿜어져 나오더니 등 뒤로 거대한 성진의 형상이 나타났다. 순간 은하수를 가득 수놓은 별들이 차례로 빛을 뿌리며 눈부신 광경을 연출했다.
황백오는 제 눈을 의심했다.
이런 신비로운 광경은 난생처음이었다.
지금 항소운 몸속의 성진 역시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크기는 점점 늘어나 소주(小州) 서너 개는 너끈히 수용할 수 있는 면적이 되었다.
놀라운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성진의 힘이 모여 아홉 가지 성진의 힘의 흔적을 이루었는데 그들끼리 서로 뒤엉켜 찬란한 빛을 만들어냈다. 생명의 성진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증거다.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성진이 있지만, 생명의 성진을 탄생시키는 건 극히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성해건곤의 변화를 통해 성진들을 끌어당겨 수많은 별의 향연을 이뤄냈다.
지금 육신도 급격히 변하고 있었다. 체격이 계속 커지더니 어느새 집채만 해졌고, 곧 산만큼 커졌다. 심지어 성인 거인족보다 몇 배는 컸다.
이 모든 게 환술이라면 황백오도 이렇게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항소운은 실제로 몸이 커져 있었다.
황백오는 항소운의 몸속에서 어렴풋이 아홉 광채가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마치 하나의 성진이 광활한 빛을 내뿜는 것 같았다.
황백오는 화들짝 놀랐다. 남의 몸속 성진을 보다니, 지금 꿈을 꾸는 건가 싶었다.
바로 그때 항소운이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는 주변의 성진의 힘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휙-!
눈 깜짝할 사이 수많은 성진의 힘이 입속으로 빨려들었다. 찬란히 반짝이던 성진들은 이내 빛을 잃었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시 입을 벌려 더욱 먼 곳에 있는 성진의 힘까지 전부 빨아들였다.
그렇게 흡수된 성진의 힘은 성해건곤으로 들어가 더욱 방대한 힘을 키워냈다. 이로써 성진의 경지뿐 아니라 마주의 경지까지 돌파하면서 나란히 3품 신급 경지가 되었다.
이제 그는 마주와 성진의 힘을 서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달리 말하면 마기나 마핵을 흡수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마주의 힘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경지를 돌파하고 나자, 주변에 엄청난 파동이 일었다. 결국 심부에 잠들어 있던 괴생명체가 깨어나고 말았다.
영역 밖 공간에는 돌, 흙과 같은 무생물뿐 아니라 흉악한 생명체도 살고 있었다.
그들은 불안정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른 종족보다 월등히 강한 육신과 정신을 지녔다. 그중 열천주(裂天蛛)라 불리는 괴생명체는 이곳에서도 특히 유명했다.
열천주는 몸집이 아주 큰 녀석으로, 거미줄을 쳐서 거대한 그물을 만든다. 어찌나 거미줄이 촘촘하고 질긴지 운석도 걸려 버릴 정도다.
주로 이곳에 있는 광폭의 힘을 먹고 사는데, 지능은 없지만 광폭한 성격을 지녀서 적이 나타났다 하면 물불 안 가리고 싸웠다.
경지 돌파로 생겨난 거대한 파동을 열천주 역시 느꼈다.
녀석은 즉시 밖으로 뛰쳐나갔다.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은 무척 빠르고 민첩했다. 게다가 전투력은 6품 소생 경지 못지않았다.
성진의 힘을 빨아들이고 나자 항소운의 몸은 다시 원래대로 작아졌다. 그래도 전신에서 발산하는 힘만은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
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내 몸이 이렇게 커질 수 있다니, 역시 태초 전체의 잠재력은 대단해. 근데 시간이 짧은 게 좀 아쉽단 말이야. 시간을 더 늘릴 수 있다면 4품 돌파도 문제없을 텐데.”
신원 두 알은 완전히 흡수했고 성진의 힘까지 대량으로 흡수한 덕분에 경지는 3품 신급 후기로 껑충 뛰어올랐다. 여느 3품 경지와는 비교가 안 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두 차례에 걸쳐 성진의 힘을 대량 흡수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성진의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일까.
그 자신도 처음으로 태초 전체의 놀라운 부분을 직접 체감했다.
태초 전체는 어떤 힘이든 흡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힘으로 전환시켜 최강의 공격을 만들어낸다. 더욱이 진의까지 깨우친다면 아까 항소운이 그랬던 것처럼 육신을 자유자재로 키웠다가 줄일 수 있다. 이것은 ‘정천입지(頂天立地)’라는 천부적 능력이다.
이런 능력은 특별한 혈맥을 지닌 신급 강자나 혼돈 전체만이 가능하다. 다만 항소운은 혼돈 전체보다 높은 태초 전체이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정천입지’란 능력을 각성하자마자 너무 순식간에 커져 버리는 바람에 몸이 감당 못 하고 원래 상태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러니 육신을 조절해서 적당한 크기로 만들 수 있다면 지속 시간은 자연히 늘어날 것이다.
그는 몸의 크기가 늘어났을 때 전투력도 덩달아 강해진 것을 느꼈다. 평소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렇다면 훗날 수많은 신급 강자를 압도하고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도 어쩌면 가능할지 모른다.
바로 그때 거미줄 두 가닥이 공간을 뚫고 나타났다. 찰나의 순간이라 밖을 지키던 황백오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거미줄에 묶이고 말았다.
거미줄은 황백오를 어디론가 끌고 갔다. 항소운도 마찬가지로 공격받았으나, 바로 피한 덕에 잡히지는 않았다.
“저리 비켜!”
황백오는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며 용신검을 연신 휘둘렀다.
그런데 거미줄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질겨서 잘리지도 않았다.
이때 또 정체 모를 힘이 힘껏 잡아당겼다. 황백오는 보이지 않는 상대와 계속 힘겨루기를 하며 가까스로 버텼다.
숨 쉴 틈 없이 검을 열 차례 휘두르자 그제야 거미줄이 끊어졌다. 하지만 안도할 새도 없이 곧 허공을 가르며 십여 가닥의 거미줄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하지만 한 번은 당해도 두 번은 안 당했다. 이미 파악을 끝낸 황백오는 몸을 쉴 새 없이 놀리며 용신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검에 실린 신력은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어딘가에 숨어 있을 적을 찾기 시작했다.
항소운도 공격받는 처지는 같으나, 속도는 황백오보다 빨랐다.
그는 강렬한 눈빛을 번뜩이더니 공간을 뚫고 그 속에 숨어 있던 열천주를 찾아냈다.
“이제 보니 일개 거미였군. 자, 받아봐라!”
그는 공간 너머의 열천주를 향해 장법을 날렸다.
사공신장!
장법은 정확히 열천주에게로 날아가 거대한 몸통을 맞췄다.
펑-!
폭발음이 들렸으나 놀랍게도 녀석은 상처 하나 없이 공격을 막아냈다.
녀석은 괴성을 지르며 거미줄로 그물을 만들더니 항소운을 향해 내던졌다.
거대한 공간만 한 그물이라 어디로 피할 데도 없었다.
항소운은 혼돈의 불로 도광을 응집시켜 힘차게 베었다.
과연 혼돈의 불은 세상 만물을 태워버릴 수 있는 요물이었다. 경지가 높아짐에 따라 불의 위력도 거세진지라 거미줄 정도는 쉽게 태워버렸다.
하지만 열천주는 거미줄이 타는 데도 전혀 겁먹지 않았다. 영역 밖 공간에서 태어난 만큼 웬만한 상황에는 눈도 끔뻑하지 않았다.
어느새 녀석의 앞다리는 아주 기다란 낫이 되어 항소운과 황백오를 공격했다.
설령 6품 신급 강자라 해도 막아내기 힘든 공격이었다.
항소운은 즉시 태초전도를 꺼내 들었다. 태초전도는 그가 공을 들인 덕분에 등급이 많이 향상되었다.
그는 전도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네 앞다리가 강한지 아니면 내 칼이 더 강한지 어디 겨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