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04
제1004화 랑위의 진짜 실력
항소운이 태초전도에 신력을 불어넣자 오색찬란한 빛이 반짝였다. 날카로운 칼날은 열천주의 다리와 세게 충돌했다.
깡-!
쇠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일었다.
그런데 오히려 항소운이 힘에서 밀려 몇 보 밀려나고 말았다. 칼을 쥐었던 팔이 저리고 욱신거렸다.
“뭐야, 왜 이리 강해!”
열천주는 6품 신급 경지나, 실제로는 7품과도 충분히 겨룰 실력이었다.
어쨌든 영역 밖 공간에서 살아남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온갖 악조건과 적에 맞서 싸우면서 녀석의 체질과 전투력은 동급을 월등히 넘어섰다.
녀석이 다리를 휘두를 때마다 수천 개의 낫이 공간을 사정없이 베었다.
항소운은 오히려 흥분한 얼굴로 소리쳤다.
“지금부터 제대로 싸워보자. 넌 절대 날 못 이겨!”
이제야 그도 진짜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즉시 혼돈천뢰를 일으켜 열천주와 치열하게 맞붙었다.
황백오는 멀리서 그 광경을 보며 내심 탄복했다.
“항 공자의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구나. 이젠 나도 상대가 안 되겠어.”
열천주는 강했지만, 이제 막 경지를 돌파한 항소운은 훨씬 강력했다. 결국 녀석은 처참히 패했다.
열천주는 온몸이 귀한 보물이라서 고스란히 거둬들였다.
“실력이 꽤 많이 늘었는걸. 최상급 마신도 충분히 싸워볼 만하겠어.”
항소운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때 황백오가 놀란 얼굴로 다가왔다.
“항 공자, 무공이 또 느셨군요. 축하드립니다.”
황백오도 무예에 있어선 자부심이 컸지만, 항소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 같았다.
“낙일 황조의 신원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늘지도 못했을 거야.”
항소운은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백오, 내가 혼자 잇속을 차린 것 같나?”
황백오는 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공자께서 낙일신간을 가져다주신 것만으로도 저희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 나도 섭섭지 않게 챙겨주겠네. 이건 은하신천이란 건데, 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야.”
항소운은 품에서 은하신천을 꺼내 건넸다.
지난 몇 년간 황백오는 쉴 틈 없이 마족과 싸우며 전투력을 5품 신급 정점으로 높였다. 이제 6품을 바로 목전에 둔 상태다.
평소 속도대로라면 짧으면 수년, 길면 십 년은 걸려야 6품을 돌파할 테지만, 은하신천이 있으면 돌파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황백오는 크게 기뻐했다.
“항 공자, 정말 감사합니다.”
이미 항소운의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은 마당에 체면 차릴 필요는 없었다.
“바로 폐관을 하고 경지를 돌파하게. 난 여기서 호법을 해주겠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패왕.”
황백오는 ‘항 공자’란 호칭을 ‘패왕’으로 바꿔 불렀다. 항소운을 진정한 주군으로 인정한 것이다.
황백오는 공간을 따로 만든 뒤 은하신천을 삼키고 경지 돌파에 들어갔다.
항소운은 진신과 분신을 분리해 서로 겨루게 했다.
분신은 줄곧 머릿속에 머물며 진의의 힘을 깨우치고 있었다. 그런 덕에 태초의 진의는 한층 깊어지고, 아홉 가지 성진의 힘은 상호 전환이 가능해졌으며 진의의 전개는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 되었다.
분신이 무언가를 깨우치면 진신도 자연스레 같은 것을 깨우쳤다.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특별한 재능이었다.
분신의 경지는 진신보다 높아서 둘의 맞대결은 꽤나 치열했다. 분신은 혼돈의 진의를, 진신은 음양의 진의를 이용해 특별한 비무를 펼쳤다.
혼돈의 창조력과 파괴력은 실로 대단했다. 반면 음양의 진의는 시간의 도를 만들어내는 점에서 저마다 뚜렷한 장점이 있다.
“이걸로는 부족해. 분신을 더 만들어야겠어.”
한동안 대련을 하던 그가 잠자코 중얼거렸다. 이어서 마주의 힘을 불러일으키자 마주의 힘이 사람 형태로 단단히 뭉치더니 잠시 후 짙은 마기를 풍기는 분신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것은 실체가 없는 분신이었다. 아무리 실제처럼 만들어낸다 해도 기존의 분신처럼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몸은 될 수 없다.
기존의 분신이 무구의 혼을 응집해 만든 데 비해, 지금 만든 분신은 마주의 힘만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했다.
허상의 분신은 전투력도 본체의 1, 2할에 불과해서 기껏해야 1품 신급 강자와 대적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분신은 의념 분신과 별 차이가 없잖아. 이걸로는 안 되겠어.”
고민 끝에 그는 미간의 마주를 뽑아 분신과 결합시켰다. 그러자 분신이 한층 견고해지면서 진신과 같은 3품 신급 정점이 되었다.
항소운의 마주는 마족의 마핵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마족은 몸에서 함부로 마핵을 떼지 않는다. 공격 목표가 되기 쉬울뿐더러 자칫하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그는 성진의 힘이 있기 때문에 마족을 떼어냈다고 해서 무공에 큰 영향을 받진 않았다.
“이 분신은 기존의 분신보다 약하군. 그래도 마도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고, 마력을 흡수해 실력을 높일 수 있으니 이만하면 충분해.”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어서 그는 진신과 마주 분신이 한 편이 되어 영혼 분신과 겨루도록 했다.
그는 진신과 분신의 단련을 통해 각종 초식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마주 분신이 가진 특별한 점도 알게 되었다.
큰 의미를 지닌 분신인 만큼 앞으로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항소운은 귀척을 불러내 마주 분신을 데리고 자릉종에 다녀오도록 했다.
마주 분신의 감응을 통해 자릉종의 상황을 알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 위해서다.
귀척은 마신이 된 후로도 경지가 급상승하여 비행 속도가 유독 빨랐다.
얼마 안 있어 둘은 자릉종에 도착했다.
항소운이 대전 안으로 들어섰으나, 아무도 분신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진신은 영역 밖에서 분신을 통해 모든 상황을 보고 들었다. 대단히 먼 거리지만 감응이 끊기지는 않았다.
대전에 있던 서귀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패왕, 이제 소회장 경쟁까지 1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수호 총공회에 가지 않으시고 어찌 돌아오셨습니까?”
“하하. 서귀, 어디 달라진 점 없어 보여?”
항소운이 껄껄 웃었다.
서귀와 적화행군, 청귀는 그의 말뜻을 선뜻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다 자세히 살펴보니 놀랍게도 눈앞의 그는 분신이었다. 세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에게 실체화를 이룬 분신이 있다는 것은 그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눈앞의 분신은 그때 그 분신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도 실력은 자신들보다 한 수 위라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혹시 분신을 또 만드신 겁니까?”
적화행군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하하, 그렇네. 이건 다른 분신이지. 진신은 아직 낙일 황조에 있어.”
항소운은 기분 좋게 웃더니 세 사람을 보며 물었다.
“참, 아버지와 자전은 돌아오셨나?”
“아직입니다.”
적화행군은 곧 진중한 얼굴이 되었다.
“패왕, 지금 천하는 소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패왕만 괜찮으시다면 저도 돕고 싶습니다.”
“맞습니다. 저도 패왕을 돕고 싶습니다.”
옆에서 서귀가 맞장구를 쳤다.
“패왕만 허락하신다면 저도 이번 성회는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청귀가 기대 섞인 얼굴로 말했다.
일찍이 항정천은 5대 전천장을 거느리고 전장을 누볐다. 당시 그들은 얼마나 용맹했던가. 설령 전장에서 싸우다 죽는다 해도 그 자체를 영광으로 여겼다.
그간 그들의 실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중원은 대혼란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게다가 현생의 패왕은 능력이 더욱 출중해서 곁에 조력자들도 하나같이 대단했다. 이렇다 보니 적화행군과 서귀는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생각에 괜스레 자격지심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패왕과 전장을 누비고 싶다는 생각만은 변함이 없었다. 싸우다 죽는다 해도 상관없다. 가슴속 활활 타오르는 투지는 자신들이 무얼 원하는지 말해주고 있으니까.
청귀 역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야심이 있었다. 그런 만큼 이번 패권 다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좋네. 자네들이 힘을 보태고 싶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자릉종 내부 일이 처리되는 대로 출발하세.”
항소운은 그들의 눈빛에서 간절한 염원과 굳은 의지를 느꼈다.
소회장 경쟁은 개인 간의 경쟁이 아니기에 많은 조력자를 필요로 했다. 돕는 이가 많을수록 영향력은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중원 각지에서는 천 살 이하의 신급 무인들이 각자 병력을 모아 자신의 기반을 확충하고 있었다. 그렇게 세력을 확장하며 명성과 인망을 다져 두어야 장차 소회장 경쟁에서 유리한 고점을 차지할 수 있다.
개일이 항소운에게 낙일 황조를 3년간 지키라고 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그 뜻을 알기에 항소운도 지금껏 군말 없이 이곳을 지키며 마족과 수없이 싸웠다.
어느새 그의 명성은 낙일 황조를 중심으로 중원 각지에 퍼졌다.
물론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개인의 역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해 큰 업적을 세우지 않고서 어찌 인간족의 통솔자가 될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이 들자, 적화행군과 서귀, 청귀가 선뜻 나서준 것이 더 고맙게 느껴졌다.
이젠 세 사람과 함께 낙일 황조로 돌아가 진신과 합일을 할 차례였다.
떠날 채비를 하는데, 갑자기 랑위가 찾아뵙길 청했다.
“소주를 뵈옵니다.”
“랑전(狼戰), 무슨 일인가?”
랑전은 3품 신급 경지로, 랑인족을 통솔하는 통령 중 한 명이나 가장 강한 자는 아니었다.
“각지에 흩어져 있던 랑위가 전부 모였습니다. 소주님, 명을 내려주십시오.”
랑전이 공손히 대답했다.
개일은 항소운에게 랑위를 전부 넘겨주었으나, 당시만 해도 랑위는 소수에 불과했다. 그 후 각지에 흩어져 있던 랑위가 이곳으로 속속 모여들면서 이제야 완전체가 된 것이다.
“잘됐네. 그럼 랑위를 전부 불러오게. 얼마나 강해졌는지 직접 봐야겠네.”
항소운은 몹시 기뻤다.
그렇지 않아도 조력자가 필요한 시기인데 때맞춰 랑위가 전부 모였다고 하니, 큰 힘이 되었다.
잠시 후, 랑전이 랑위를 전부 불러왔다.
과거 항소운은 랑위를 일부 거느리고 마족과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당시 랑위 중 몇몇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번에 보충이 되면서 랑위의 규모는 365명에 달했다.
모두 늑대 머리에 인간의 몸을 했는데, 이글거리는 눈빛과 기세를 보니 거친 전투로 단련된 일당백의 용사임을 알 수 있었다.
“소주께 인사 올립니다.”
랑위는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절도 있는 동작과 한 몸과도 같은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서들 일어나게.”
항소운은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
놀랍게도 랑위 가운데는 그 실력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존재가 있었다. 노강이나 상황 정도로 무공이 깊은 인물로, 랑위의 수장인 랑아(狼牙)였다.
랑아는 다른 랑위에 비해 체구가 컸다. 왕성한 혈기와 단단한 근육질의 몸만 봐도 범상치 않았다.
그를 제외하고도 5품 신급 이상이 무려 아홉 명에 달했다.
항소운은 내심 놀랐다.
‘이것이 바로 랑위의 진짜 실력인가?’
랑위가 비범한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