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13
제1013화 삼괴(三怪)와의 대결
“얘야, 날 뽑아라. 내 적당히 때리다 이겨주마.”
붉은 옷의 괴인이 먼저 말을 붙였다.
그러자 녹색 옷의 괴인이 다급히 소리쳤다.
“저놈 말 믿지 마. 저 녀석은 적당히란 걸 몰라서 그냥 쥐어팰걸.”
“아냐, 저 두 녀석이 제일 세고 내가 제일 약해. 얘야, 어서 날 골라라. 잘만 하면 날 이길 수도 있어.”
남색 옷의 괴인이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항소운을 데려온 신급 무인은 차마 끼어들 수 없었다. 삼괴의 성격을 잘 알아서다. 말만 저럴 뿐이지, 실제 저들은 똑같이 강했고 가학적인 걸 좋아해서 누굴 고르든 쉽지 않았다.
항소운도 삼괴의 무공이 겉보기보단 강할 거라고 짐작했다.
그는 연무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럼 세 분이 전부 싸우시는 건 어떻습니까?”
“저 녀석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홍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모양인데. 저대로 뒀다간 큰일 나겠네. 얘야, 내가 머리 좀 주물러주랴?”
녹괴가 말을 받았다.
“허세 부리는 놈들은 꼭 끝이 안 좋던데.”
남괴가 혀를 끌끌 찼다.
“세 분 모두 무공이 뛰어나시지만, 저도 약한 편은 아니라서요.
한 분만 꼽자니 제 상대가 안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세 분이 협공해서 이기면 저도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이길 경우 절 따르시는 건 어떻습니까?”
항소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가 기세를 끌어올리자 용과 범이 전신을 휘감으며 신급 강자의 위엄을 드러냈다.
그걸 지켜본 삼괴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젊은 나이에 신급이 된 자가 얼마나 비범한지는 삼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년간의 수련은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고작 천 살도 안 된 애송이를 이길 자신은 충분했다.
“으아, 못 참겠다.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정말 네가 이기면 까짓거 따르마.”
홍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쳤다.
녹괴도 슬슬 열이 받는 모양이었다.
“우리 셋이 힘을 합치면 5품 소생 경지도 너끈히 해치우는데, 고작 3품이야.
이기기 싫다는데 소원대로 해주지 뭐.”
“잠깐. 이 녀석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은데 신중히 생각하자고.”
남괴가 황급히 끼어들었다.
“저 정도는 충분히 이긴다면서요? 왜, 갑자기 자신이 없으세요?”
항소운이 은근히 자극하고 나섰다.
“항 공자, 규정에 따라 한 명만 선택하시면 됩니다!”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신급 무인은 다급해졌다.
그는 삼괴의 실력을 잘 알았다. 때문에, 항소운의 자신감이 지나쳐 보였다.
이건 단순한 싸움이 아닌 소회장 후보의 당락을 결정짓는 시험이었다.
“자넨 입 다물고 있어. 좋다, 우리 셋 다 싸우마.”
홍괴가 눈을 부릅뜨며 신급 무인을 윽박질렀다.
“그래, 싸우자.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지 한번 보자고.”
녹괴가 주먹을 문지르며 비릿하게 웃었다.
“알았어, 그럼 나부터 시작한다!”
남괴는 기합을 넣더니 한 마리 표범처럼 달려들었다. 단단한 주먹이 항소운의 얼굴을 향해 뻗어져 나갔다.
주먹은 바람처럼 쏜살같이 날아가 순식간에 들이닥쳤다.
생각지 못한 기습이었지만, 항소운은 기민하게 움직여 공격을 피하고는 팔꿈치로 내리찍었다.
남괴는 눈을 움찔거리며 장법을 잇달아 날리더니 표범처럼 껑충 뛰어올랐다.
“이 녀석 예사 실력이 아니야. 어서 안 돕고 뭐 해? 나 혼자는 힘들다니까!”
남괴는 있는 힘을 다해 쌍장을 내뻗었다. 눈이 어지러울 만큼 현란한 공격이 이어지며, 장법에 실린 신력이 강한 힘을 내뿜었다.
번쩍 정신이 든 홍괴와 녹괴는 서둘러 싸움에 가담했다.
한 사람은 시뻘건 주먹을 내뻗고, 또 한 사람은 갈퀴손으로 녹색 조공을 날렸다.
확연히 다른 두 힘이 사자와 호랑이의 형체가 되어 달려 나갔다. 그리고 남색 장법은 표범으로 변해 덤벼들었다.
사자와 호랑이, 표범은 밀림의 최강 포식자였다. 삼괴는 맹수의 움직임을 모방해 각자 초식을 펼쳤다. 사화신권(獅火神拳), 호폭열조(虎暴裂爪), 표복첩장(豹扑疊掌)은 권법, 조공, 장법으로 구현되었다.
삼괴의 협공에 위력은 급상승했다.
항소운은 침착하게 그들의 공격을 관찰하더니 삼괴의 힘을 고스란히 역이용해 태극음양수에 실어 날렸다.
쿵-!
네 사람은 찰나 동안 백여 합을 겨루었다.
3대 1로 싸우고 있건만 삼괴는 우세하기는커녕 오히려 밀리는 형세였다. 동급 싸움에선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고얀 녀석, 이대로 질 것 같으냐!”
홍괴는 입을 쩍 벌리며 사자후를 내질렀다. 이어서 양 주먹을 미친 듯이 날리자, 이글대는 불의 힘이 신력과 뒤섞여 뻗어져 나갔다.
사화신권에는 극강의 권의가 실려 있고, 상상을 초월한 상급 화력이 권법에 힘을 더해주어 4품 신급 경지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난 놈의 불알을 터뜨릴게!”
이번에는 녹괴가 바짓가랑이를 향해 갈퀴손을 거침없이 내뻗었다. 신급 경지라 믿을 수 없는 야비한 공격이었다.
마지막으로 남괴는 포위 형태의 공격을 펼쳤다. 남색빛 두 줄기가 강한 속박의 힘으로 변하더니 항소운을 꼼짝 못 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남괴는 홍괴와 녹괴가 편히 공격하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확실히 삼괴가 힘을 합치자, 5품 소생 경지도 죽일 만한 능력이 생겼다. 신급 경지부터는 품급을 뛰어넘어 싸우는 것이 굉장히 어렵기에 승부를 뒤집기는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항소운은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랐다.
침착하게 양손으로 수인을 맺자, 용과 범의 기세가 즉시 전신을 휘감았다. 용과 범은 이내 세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천왕인!
황실의 웅장한 기운이 자욱하게 퍼지면서 거대한 인장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갔다.
인장이 지나간 순간, 공기가 좌우로 나뉘면서 진공 상태가 되었고 압도적인 힘이 신급 진을 흔들었다.
천왕인은 세 맹수의 힘과 거세게 충돌했다.
콰광-!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세찬 힘이 파도가 되어 주변을 뒤덮었다. 혼란을 압도한 것은 천왕인의 힘이었다.
세 맹수의 힘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삼괴는 신급 진에 부딪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몸속 신력도 크게 줄어들었다.
항소운이 태연한 얼굴로 물었다.
“이제 승복하겠느냐?”
“어림없는 소리. 방금은 우리가 방심한 거야. 이제부턴 네가 당할 차례다.”
남괴가 몸을 일으키며 악을 썼다.
“그렇지. 우리가 제대로 싸웠다 하면 네놈 정도는 우습지.”
녹괴가 맞장구를 쳤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우리가 지면 결국 놈한테 복종해야 하는 거야!”
홍괴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하지만 이어서 세 사람은 작정한 듯 변신을 시작했다.
‘맹수로 변하다니!’
밖에서 지켜보던 신급 무인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과연 세 사람은 기이하게 변하고 있었다.
홍괴의 옷이 갈라지더니 짐승의 털이 마구 자라나면서 체격이 거대해졌다. 얼굴도 흡사 사자처럼 변해서 전반적인 기세가 확연히 강해졌다.
녹괴는 온몸에 녹색 털이 자라더니 양팔이 범의 단단한 다리로 변했다. 이마에는 범 무늬가 떠올라 한층 위풍당당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남괴는 얼룩무늬가 생기고 귀는 뾰족하게 위로 솟았으며, 부드러운 털이 빽빽이 자라나 영락없는 표범이었다.
삼괴의 몸속에는 맹수의 피가 흘러 변신을 하면 무력이 대폭 상승했다. 지금 상태면 6품 소생 경지와 싸우는 것도 문제없었다.
3품 신급 경지가 어찌 6품에 맞서 싸울 능력이 있겠는가.
“애송아, 네 운은 여기까지다. 자, 다 같이 덤비자!”
홍괴의 쉰 목소리와 함께 녹괴, 남괴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사화신권!
호폭열조!
표복첩장!
삼괴는 맹수로 변하자 전투력이 급상승했다.
연무대 밖 신급 무인은 항소운이 대체 어떤 방법으로 맞설지 지켜보았다.
그러다 삼괴의 공격이 무방비로 떨어지자, 신급 무인은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역시 무모했던 걸까.”
그는 항소운이 이번 공격을 막아내긴 힘들 거라고 내다봤다. 그렇게 되면 소회장 후보가 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바로 그때 바람이 불며 하늘색이 변했다. 뒤이어 허공을 뚫고 무시무시한 주먹이 뻗어져 나갔다.
주먹은 삼괴의 힘을 단숨에 박살 냈다.
건곤멸도권!
항소운은 스승이 전수해준 권법으로 수호 공회에서의 첫 비무를 승리로 장식하고 싶었다.
삼괴는 항소운의 전투력이 이토록 강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즉시 방어력을 최대로 높여 어떻게든 막고자 했으나, 맹수의 힘으로도 권법의 위력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결국 삼괴는 다시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겨우 일격에 진법 끝까지 밀려나고 만 것이다. 진법이 없었다면 연무대 밖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너희는 졌어.”
항소운은 지친 기색도 없이 차분했다.
만약 3품 소생 경지를 돌파하지 못했더라면 삼괴를 이기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삼괴의 협공은 족히 6품에 다다를 정도며, 그중 한 녀석은 심지어 5품과 맞서 싸울 능력이 있었다.
이 정도 실력이면 3품에서도 아주 강한 편에 속했다.
근처에 있던 신급 무인은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항소운이 이리 강할 줄 상상도 못했단 얼굴이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두 소회장 후보와 항소운의 실력을 비교하게 되었다.
‘역시 개일 부회장님의 후계자는 다르네. 결코 다른 두 후보에 밀리지 않아.’
삼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동급끼리 싸움에서 패한 적도 드물뿐더러 이렇게 빨리 패한 적은 아예 전무 했다. 일찍이 두 소회장 후보를 모시고 대련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동급이라는 가정하에 항소운의 전투력이 두 후보를 월등히 넘어선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지가 같을 때의 얘기다. 이미 두 후보는 신급 후기까지 성장해 있었다.
“그래, 네 실력은 인정하마. 허나 소회장 자리는 힘들 거다.”
홍괴는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맞는 말이야. 그러니 우리가 졌어도 널 따를 순 없지. 그랬다간 우리도 죽게 될 테니까.”
녹괴는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인데, 졌으면 승복해야지. 내가 볼 땐 저 녀석 힘을 아낀 것 같은데.”
남괴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항소운은 그저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신급 무인에게 물었다.
“통과한 거죠?”
“통과하고 말고요. 항 도련님, 소회장 후보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신급 무인은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천 명이 도전했지만, 최종적으로 남은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말이 쉬워 인품 평가지, 실제로 세 관문을 통과하기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뭘 하면 되죠?”
“며칠 푹 쉬고 기다리시면 두 부회장님과 신로께서 여러분을 부르셔서 최종 단계에 대해 말씀해 주실 겁니다.”
신급 무인이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가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머무실 곳을 마련해 두었거든요. 최종 선발이 있을 때까지 저희가 안전하게 지켜드리겠습니다.”
“뭐 그것도 좋죠.”
항소운은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어 승낙했다.
수호 공회는 어렵사리 세 관문을 통과해 소회장 후보가 된 젊은이들을 지키고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