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17
제1017화 자리싸움
항소운과 능자약이 나란히 걷는 모습은 연인처럼 아주 잘 어울려서 주변의 부러움을 자아냈다.
이때 한 쌍의 남녀가 항소운 쪽으로 다가왔다. 항소운과 능자약 못지않게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들은 우천황(虞天凰)과 우채접이었다.
두 사람 다 이곳에 있는 걸 보면 관문을 전부 통과한 모양이다.
우천황은 늠름한 사내였다.
미간에 떠오른 봉황의 불 문양은 심지어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의 고요한 눈빛이 항소운에게 향했다.
무언가를 묻고 평가하는 듯한 눈빛에서 선의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우채접은 항소운 곁으로 걸어가 자연스레 팔짱을 꼈다.
“패왕, 같이 가요.”
능자약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우채접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래, 마침 너한테 줄 게 있었어.”
이때 우천황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렸다.
“채접아, 이리 와.”
“말했었잖아. 난 패왕을 만나면 돌아갈 거라고. 설득할 생각 마.”
우채접의 태도는 강경했다.
“이제 너한테 가문은 안중에도 없구나. 두고 봐, 전부 제자리로 돌려놓고 말 테니까.”
우천황의 눈빛이 사납게 일렁였다.
“너, 내 여자를 어쩔 셈이냐?”
항소운이 우천황 앞으로 성큼 걸어갔다.
현생이든 전생이든 우채접은 영원한 자신의 여인이었다.
우가에서 훼방을 놓은 게 벌써 몇 번째던가. 이미 전생의 무공을 회복한 항소운은 우가의 어떤 이도 두렵지 않았다.
“채접을 네 여인으로 만들고 싶다면 당연히 우리 우가로 들어와야 할 거다. 그리고 내가 소회장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테지.”
우천황이 눈을 치켜올리며 낮게 목소리를 깔았다.
우천황의 경지는 능자약 못지않았다. 이 정도면 상위 10인에 드는 것은 문제없었다. 어쩐지 자신만만하다 싶었다.
“네가 소회장에 되든 말든 관심 없어. 다만 내 여자한테 다시 소리치면 그땐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항소운이 용과 범의 기세를 일으키자, 우천황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게 그만한 능력이 있을지 기대되는데.”
이어서 등 뒤로 봉황의 형상이 떠올랐다. 미간의 불꽃 문양에서 빛이 번뜩이더니 우가의 혈맥의 힘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우채접, 당장 이리 와!”
그는 강력한 혈맥의 힘으로 그녀를 압박했다.
물론 항소운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었다.
항소운이 나서려 하자, 우채접이 팔을 잡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미간 위로 불꽃 문양을 떠올리며 낮게 소리쳤다.
“네가 제일 강할 거라고 착각하지 마.”
곧 그녀의 등 뒤로 완벽한 봉황의 형상이 떠올랐다. 우천황의 봉황 따위 두렵지 않다는 듯 날개를 한껏 펼쳤다.
“이제 보니 너도 가장 완벽한 혈맥의 힘을 이루었군. 허나 마음이 남한테 가 있으니, 끝이 좋지는 못할 거다.”
우천황은 퉁명스레 말을 뱉고는 무리를 이끌고 사라졌다.
우채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쨌든 그녀도 우가 사람이었다. 태어나고 자란 곳인데 어찌 정이 없겠는가.
하지만 전생과 현생에 걸쳐 우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그녀에게 가문은 다시 정략혼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만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항소운과 함께 하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우가가 왜 이리 반대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 남자는 심지어 남들보다 조건도 뛰어났다.
항소운은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채접아, 너무 괴로워하지 마. 이번 일만 끝나면 함께 우가로 가서 이 일을 해결 짓자.”
“네.”
그녀는 품에 기대어 조용히 속삭였다.
“항 공자, 보는 눈이 많습니다. 빨리 가지 않으면 늦을 거예요.”
감정에 젖은 두 사람 사이로 능자약의 이성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알겠습니다.”
항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대전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 * *
대전은 거대한 신전이었다. 진법에 빼곡하게 둘러싸여 있어 설령 최상급 신급 강자라도 위해를 가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신급 범주를 넘어선 대전이었다.
365명의 후보는 신주성으로 향하는 커다란 통로로 접어들었다.
마치 무지개가 피어난 듯 오색찬란한 광채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길의 양편에는 81명의 기사가 늠름하게 서 있었다.
그들은 이번 환영 행사에서 질서 유지를 책임질 뿐이나, 무려 대성급 무인들이었다.
수호 공회의 저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처소에 갇혀 있다가 넓은 데로 나오자 후보들도 더는 자신의 기운을 감추지 않았다.
성스러운 신급 기운은 이들을 한층 비범하게 만들었다.
가장 앞서 걸어가는 사람은 진구와 공손삼양, 계비선, 능자약, 묵도 등이었다.
다른 자들은 그들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항소운은 능자약과 함께 가지 않고, 우채접과 무리의 중간쯤에서 걷고 있었다. 적당히 섞여 가니 눈길을 끌 일도 없었다.
얼마 후 이들은 대전에 도착했다.
대전 위 정중앙 자리에는 진홍연과 공손영웅의 진신이 앉아 있었다. 그 양쪽에는 신급 장로가 두 줄로 앉아 있었고, 수는 무려 49명에 달했다.
그들은 수호 공회를 대표하는 고위급이자, 최고의 무공을 지닌 고수들이었다. 심지어 7품 신급 아래는 여기에 끼지도 못했다.
“앉아라.”
진홍연이 입을 열었다.
때맞춰 옥 의자들이 허공에서 떨어졌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진구와 공손삼양이었다. 두 사람은 맨 앞줄의 중앙 자리로 향했다.
뒤늦게 다른 자들도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맨 앞줄에 앉아야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파악했다. 다들 비장의 수단을 펼치며 맨 앞줄로 돌진했다.
대전은 특별히 만들어진 공간이라 신력이 충돌해도 염려될 게 없었다.
상단의 두 부회장과 신급 장로들은 소회장 후보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다.
“패왕, 난 신경 쓰지 말고 어서 자리를 잡아요.”
우채접이 말했다.
항소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성큼 나아갔다.
스승님을 위해서라도 경쟁에서 물러설 순 없었다.
느린 듯해도 일보를 내딛자 수많은 사람을 제치고 순식간에 맨 앞줄에 도착했다.
그곳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이었다. 다들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능력을 마음껏 펼쳤다.
곧 항소운도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자, 용과 범의 기세를 최대로 펼쳐 그 자리를 선점하려 했다.
“감히 본 왕과 경쟁하겠단 거냐? 썩 꺼져라!”
같은 자리를 노리던 금색 옷의 소년이 호통을 내질렀다.
이 소년이 바로 두천왕이었다. 5품 신급 정점으로, 알려지지 않은 고대 세력 출신이었다.
곧 두천왕 주위로 금빛 힘이 떠오르더니 옛 기운까지 더해지면서 본래 경지보다 훨씬 강해졌다.
금의 힘은 거대한 몽둥이가 되어 덤벼들었다.
순간 항소운의 눈이 번뜩이더니 용과 범이 포효를 내지르며 거대한 금빛 몽둥이를 박살 냈다.
그 충격으로 두천왕은 밀려나고 말았다.
항소운은 이때를 틈타 미끄러지듯 옥 의자에 앉았다.
“빌어먹을!”
두천왕은 분노를 터뜨리며 손으로 무기를 잡았다.
하지만 그는 차마 이 많은 사람 앞에서 항소운을 공격할 수 없었다. 그렇게 했다가는 후보 자격이 박탈되고 말 것이다.
두천왕은 매섭게 노려보더니, 두 번째 줄로 서둘러 향했다. 어떻게 해서든 앞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맨 앞줄은 열 좌석뿐이었다. 항소운이 차지한 좌석은 그중 아홉 번째 자리다.
대열의 중간쯤에 섞여 오느라 출발이 늦었다. 앞쪽에서 걸어왔다면 더 좋은 자리를 차지했을 터였다.
그래도 그는 이 자리가 만족스러웠다. 맨 앞줄이면 적어도 스승의 명성에 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옆자리를 보니 여덟 번째 자리는 능자약이, 열 번째 자리는 하필 우천황이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하필 놈의 옆자리다.
바로 옆이라 그런지 우천황의 실력이 확연히 느껴졌다. 능자약 못지않게 강한 걸 보니 우가가 오늘을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했을지 짐작이 갔다.
얼마 후 맨 앞의 좌석이 전부 채워졌다.
진구, 공손삼양, 계비선, 묵도, 능자약, 항소운, 우천황, 종정, 고독구패, 십궁 등 열 사람이었다.
종정은 수호신 황천의 제자다. 항소운과는 일전에 흑암마종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대성 경지던 그는 몇 년 사이 실력이 진일보하여 지금은 6품 소생 경지였다.
황천이 지극정성으로 가르쳤고 또 종정이 분발한 덕에 현 경지에 오른 것이다.
한편, 고독구패는 혼돈전체를 타고난 걸로 유명했다. 항소운과 달리 선천적으로 타고난 몸이기에 융합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 성장 속도가 유달리 빨랐다.
현재는 5품 소생 경지다.
십궁은 구궁 학당 출신이었다.
그는 나이 지긋한 남자로, 올해 990세다.
다행히 아직 천 살은 되지 않아서 이번 성회에 아슬아슬하게 참가했다.
십궁은 900여 년 전 구궁 학당에 제자로 입문했다.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내던 그는 기연을 얻게 되면서 학당의 관리 속에 특별 제자로 길러졌다.
오직 오늘과 같은 성회에서 능력을 펼칠 날만을 기다린 것이다.
현재 그는 7품 소생 경지로, 5인 안에 충분히 들만한 실력이었다.
맨 앞줄 10인 가운데 가장 강한 자는 단연 진구와 공손삼양이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8품 소생 경지에 올라 동년배들을 월등히 앞섰다.
계비선과 묵도, 십궁이 7품, 다음으로 능자약, 우천황, 종정이 6품, 고독구패가 5품, 마지막으로 항소운이 4품이었다.
이 열 사람은 중원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 무인이었다.
물론 경지만으로 실제 전투력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경지가 높을수록 유리한 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4품인 항소운은 상대적으로 열세였다.
이들 외에도 눈에 띄는 강자는 더 있었다. 어쩌면 이들의 전투력은 앞선 10인만큼 강할지 모른다.
지금은 모든 걸 숨기고 있지만, 소회장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비로소 진짜 실력을 드러낼 터였다.
모두 자리에 앉자, 공손영웅이 발언을 시작했다.
“수호 공회는 설립 이래 중원과 인간족의 평화를 위해 힘써 왔다. 영역 밖 생령과 마족에 맞서 열심히 싸웠지. 이 점은 너희도 잘 알 거라 믿는다.
그러나 1대 회장께서 실종된 후 우리 공회는 무장지졸(無將之卒)의 상태가 되었다. 그리하여 나와 진 부회장 그리고 여러 장로가 상의한 결과, 소회장을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훗날 우리를 대신해 난세에 맞서 수호 공회를 이끌고, 인간족의 지속적인 번영과 발전을 위해 노력할 자를 뽑는 거지.
그리고 소회장은 너희들 가운데 탄생할 거다.”
다들 이런 내용을 대강 들어 알고 있지만, 직접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얼굴에 희색이 감돌았다.
수호 공회 소회장은 최고의 권력을 지닌 자리였다. 훗날 회장 자리에 오르면 중원의 모든 세력을 아우르는 최고 권력자가 될 터.
이런 영광을 마다할 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