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21
제1021화 나한테 방법이 있어
항소운의 전함은 자전신후가 운행하고 있었다.
자전신후는 항소운을 소회장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승부욕이 들끓었다.
7품 소생 경지인 만큼 다른 전함에 비해 월등히 빨랐다.
항소운이 말했다.
“자전, 서두를 거 없어. 다른 사람들부터 보내주자.”
“패왕, 염려 마십시오. 이 정도는 문제 없습니다. 절대 저들에게 질 수 없습니다.”
“아니, 영역 밖 공간은 잘 모르니 저들을 먼저 목적지로 보내자는 거야. 남들이 어떻게 적응하는지 알고 나면 한결 쉽게 대응할 수 있을 테니까.”
자전신후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곧 자전신후는 속도를 늦추었다.
근처에 있던 능자약과 송천도의 전함도 따라서 속도를 늦추었다. 두 사람은 전음을 보내 무슨 일인지 물어왔다.
항소운이 간단히 설명하자, 그제야 상황을 이해하고는 속도를 맞추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전함이 가장 느린 건 아니었다.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우선 이곳의 환경에 적응하려 애썼다.
얼마 안 있어 선두의 전함이 위험과 맞닥뜨렸다.
쉬이익-!
어디선가 기분 나쁜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곧 눈앞에 시커먼 메뚜기 떼가 나타났다.
누군가 놀라 소리쳤다.
“뭐야, 메뚜기 떼가 왜 여깄어!
“저런 건 원래 공허 공간에 사는데. 아마도 공간 대도의 장벽을 뚫고 우릴 쫓아온 모양이야.”
“다들 침착해. 놈들의 수가 많긴 하지만, 경지는 낮아. 그냥 힘으로 제압해버리면 돼.”
“아냐, 저길 좀 봐. 저기 황급 메뚜기가 있어. 몸집도 커서 절대 약한 놈이 아냐. 다들 방심하면 안 돼!”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곳까지 온 무인들답게 메뚜기 떼가 나타났다고 해서 대열이 흐트러지지는 않았다. 그들은 신력을 이용해 공격에 들어갔다.
그러나 적의 숫자는 압도적으로 많았다.
놈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공간을 헤집고 다녔다. 사람들의 공격에 일부만 당했을 뿐 대부분은 쏜살같이 피하더니 곧 반격에 나섰다.
무수한 공간의 힘이 공격을 퍼붓자 선두의 전함은 심각한 위험에 직면했다.
“흥, 한낱 메뚜기 주제에 설치다니. 썩 비켜라!”
한 전함에서 신급 후기 강자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그러자 맹렬한 불길이 전방을 휩쓸며 메뚜기 떼를 닥치는 대로 죽이기 시작했다.
메뚜기들은 위험을 느끼자 힘을 모아 그 신급 강자가 있는 전함을 공격했다.
휙-!
메뚜기 떼의 공격은 상공을 가득 뒤덮으며 거대한 감옥을 형성했다. 이들의 협공은 신급 무인도 죽일 수 있을 만큼 급상승했다.
이 밖에도 신급 메뚜기 여러 마리가 입을 쩍 벌리고 전함을 통째로 집어삼키려 했다. 기이하게 벌어진 입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이쯤 되자 그 전함은 골치가 아파졌다.
다른 신급 무인들이 황급히 공격에 가담했다.
그러나 다른 전함들은 무관심한 태도로 포위를 뚫고 지나갔다. 시간이 좀 지체될 뿐이지, 그 전함에 별일 없을 거란 걸 알아서다.
항소운의 전함도 도움 없이 지나쳤다. 분명 앞으로도 저런 흉물은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이튿날, 예상대로 또 다른 흉물이 나타났다.
다행히 이번에는 무리가 아니라 한두 마리 정도였다. 신급이긴 해도 곧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설마 수호 공회가 우릴 시험하는 건가?’
항소운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호 공회의 능력이면 공간 대도를 만들 때 이런 괴생명체가 끼어들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셋째 날, 또다시 공간 대도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정신없이 흔들렸다. 사람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이때 진구와 공손삼양이 힘을 불어넣어 공간을 안정시켰다. 덕분에 전함들은 별다른 피해 없이 위기를 벗어났다.
“다들 조심하십시오. 우리는 보름 정도 공간 대도를 비행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위험한 상황은 계속될 테니, 다 함께 협력합시다. 지금으로선 영역 밖 전장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구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공간 대도에서는 제아무리 신급 강자라도 소리를 멀리 퍼뜨릴 수 없건만 진구의 음성은 모든 사람의 귀에 선명히 들렸다. 그만큼 내공이 대단한 자였다.
“맞습니다. 누구든 위험에 빠지면 저 공손삼양을 찾아주십시오. 제가 바로 가서 여러분을 돕겠습니다.”
공손삼양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순간에도 두 사람은 인심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이어서 계비선과 묵도도 차례로 발언했다. 진구와 공손삼양에게 뒤처지고 싶지는 않았다.
“다들 표를 얻으려고 좋은 사람인 척하네요. 항 공자도 한마디 하시지 그래요?”
능자약이 말했다.
“좋은 사람 되기가 어디 쉽나요? 뭐든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죠.”
항소운은 저들이 뭐라 떠들든 상관없었다.
사람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저들의 의중을 모를 리 없다. 위험에 닥쳤을 때 기꺼이 나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도움이었다.
시간이 흘러 항소운 무리도 위험과 맞닥뜨렸다. 그래도 다들 워낙 능력이 출중해서 부상자 하나 없이 위험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일부 성급 무인은 영역 밖 공간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칠 일째 되던 날, 모든 전함이 심각한 위험에 봉착했다.
그것은 공간을 뒤덮은 거대한 소용돌이였다.
공간 소용돌이.
그것은 영역 밖 공간에서 가장 위험한 힘이었다.
인간 세상에 발생하는 재난급이라 할까.
그런데 영역 밖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소용돌이에 더 큰 힘을 실어주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켜, 신력으로도 막아낼 수 없었다.
소용돌이가 나타나자, 제일 선두에 있던 전함 몇 척이 그대로 빨려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뒤쪽의 전함들은 깜짝 놀랐다. 워낙 갑작스러운데다 위력도 강력해서 많은 신급 무인들이 무방비 상태로 쓸려갔다. 그들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남은 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다들 멈춰! 소용돌이가 지나가고 나면 전진하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
“잠깐. 지금 우리를 향해 오고 있잖아. 빨리 후퇴해야 해!”
“다들 침착해. 힘을 합치면 박살 낼 수 있을 거야.”
소용돌이의 출몰에 사람들은 정신없이 전함의 진법을 펼쳤다. 이렇게 해서라도 빨려 들어가는 것은 막아야 했다.
항소운과 능자약, 송천도의 전함은 다행히 맨 앞은 아니라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하지만 그들도 전진과 후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이러다간 늦겠어요. 저 먼저 후퇴할게요!”
능자약이 소리쳤다.
눈앞의 소용돌이는 그들 힘으로 막아낼 수 없었다. 적어도 최상급 소생 경지는 되어야 뚫고 나아갈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이어서 송천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힘들겠어. 우리도 후퇴한다!”
능자약과 송천도의 전함이 후퇴하려 하자, 항소운이 다급히 소리쳤다.
“나한테 방법이 있어. 우리 전함에 바짝 붙어서 따라와!”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무 무모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사이 항소운은 전함의 조종대를 건네받고, 모든 신력을 전함에 불어넣으며 전방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능자약이 주저하는 사이 송천도가 소리쳤다.
“미친놈. 너만 믿는다!”
곧 송천도의 전함이 항소운의 전함을 바짝 따라붙었다. 두 전함 사이에 가교가 생겨나면서 하나로 연결된 채 빠르게 전진했다.
급기야 능자약도 이를 악물었다.
“좋아요, 나도 믿어볼게요.”
그러고는 자신의 전함을 항소운, 송천도의 전함과 하나로 이어 소용돌이를 향해 돌진했다.
다른 전함들은 모두 후퇴하고 있었다.
진구와 공손삼양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항소운 등이 전진하는 것을 보자 어안이 벙벙했다.
“뭐야, 죽고 싶어 환장한 건가?”
진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렸다.
“미친 새끼, 정녕 신력만으로 뚫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 소용돌이 때문에 공간이 박살 나게 생겼는데 말이야.
저기로 들어갔다간 어디로 갈지도 모르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는데. 윤회 경지가 아니고서 어떻게 버틴단 말이야!”
공손삼양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항소운과 같이 다니더니 능자약도 돌았나 보군. 안타까워.”
계비선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죽어라! 전부 죽어버려!”
두천왕은 고개를 젖히며 큰소리로 웃었다.
그런데 정말 그들의 말대로 항소운이 무모했던 걸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충분한 자신이 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지금 항소운의 두 눈은 강한 빛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두 줄기 빛은 겹겹의 장애물을 뚫고 소용돌이를 면밀히 관찰했다.
‘소용돌이는 이 공간에서 가장 불안정한 난류야. 하지만 소용돌이가 생긴 진짜 원인은 공간의 자기력 때문이지. 자기력만 벗어나면 뚫고 나갈 수 있을 거야.’
그는 자신이 무얼 해야 할지 판단이 섰다.
전함이 소용돌이와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전함이 격하게 흔들리면서 세찬 바람이 휘몰아쳤다.
참다못해 항양전이 소리쳤다.
“아들아, 사람들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
별의별 위험을 다 겪어봤지만, 신력으로도 막을 수 없는 공간의 힘 앞에선 그들도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다들 꽉 잡고 있어요!”
항소운의 외침이 들려왔다.
별안간 그의 몸에서 강력한 힘이 뿜어져 나오더니 어지러운 자기장이 전함 세 척을 온전히 감싸는 것이었다.
그 힘은 마침 소용돌이와 반대되는 성질이라 세 척의 전함은 자연스레 소용돌이 바깥으로 밀려났다. 전함들은 빠르게 소용돌이 곁을 지나쳤다.
사실 전함 위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대부분이 성급 무인인지라 소용돌이에 맞설 힘은 애초에 없었다. 저 속에 빠지면 죽음뿐이었다.
그런데 기적이 발생했다.
항소운이 혼자 힘으로 세 척의 전함을 안전하게 지킨 것이다.
멀리서 보고 있던 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야. 내가 잘못 본 건가?”
“아니, 나도 봤어. 이번 건 항소운이 주도한 모양인데. 대체 무슨 수로 해낸 거지?”
“변변치 못한 놈인 줄 알았는데 의외네.”
“혹시 저 소용돌이에 우리가 모르는 약점이 있는 건가? 녀석은 그걸 알아서 지나간 거 아냐?”
“그럼 자세히 살펴보자. 이대로 후퇴하는 게 능사는 아냐.”
남은 사람들은 항소운의 능력에 크게 놀란 듯했다. 아울러 자신들도 소용돌이를 지날 방도를 강구 했다.
“저 녀석 어떻게 한 거지?”
진구는 눈썹을 찡그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공간 자기력입니다, 소주님.”
곁의 노인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럼 자기력을 역이용해 지나갔단 거야? 너무 위험한 행동인데.”
진구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마도 자신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해보자. 뒤처져선 안 돼.”
진구는 바로 수 척의 전함을 불러 모아 함께 돌파에 나섰다.
다른 전함들은 모두 그와 동맹 관계에 있었다. 하여 그들을 두고 떠날 순 없었다.
공손삼양 쪽에도 고견을 지닌 자가 있어 곧 상황을 파악했다. 그는 맹우들을 불러 모아 소용돌이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