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22
제1022화 구전(九轉) 경지의 세 강자
진구와 공손삼양은 막상 소용돌이에 접근하기는 했으나, 항소운 무리처럼 마냥 수월하지는 않았다. 하마터면 빨려들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최상급 강자들이 막강한 신력으로 자기력을 밀어낸 덕분에 가까스로 지나갔다.
“항소운, 두고 보자!”
진구는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의 실력이면 통과하는 게 아주 어렵지는 않지만, 이렇게 많은 전함을 보호하며 가자니 확실히 쉽지 않았다.
그나마 곁에 강한 조력자가 있어 통과할 수 있었다.
“보아하니 경쟁자가 또 한 명 늘었군.”
공손삼양은 조용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들이 통과하고 나자, 남은 자들도 뒤처질 수 없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뛰어들었다. 하지만 요령이 부족했던 걸까. 소용돌이에 빨려들어 생사를 알 수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눈앞에서 또 희생자가 발생하자, 다른 자들은 소용돌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전장으로 바삐 향하고 있을 무렵, 영역 밖 생령들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소용돌이를 통과한 항소운 일행은 공간 대도의 끝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이제 전속력으로 날아가도 되겠어.”
항소운이 말했다.
다시 조종권을 넘겨받은 자전신후는 신력을 최대로 펼쳐 전함의 속도를 상승시켰다.
능자약과 송천도의 전함 역시 속도를 높였다.
그들은 항소운과 함께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고집을 부리고 남았다면 선두에 설 기회는 영영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항소운, 정말 대단하네. 경지는 낮지만, 지금처럼만 성장하면 적수가 없겠어.’
능자약은 멀리서 그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모든 면에서 출중했기에 남자를 보는 눈이 굉장히 높았다. 진구나 공손삼양, 계비선, 묵도 정도는 되어야 눈에 찼는데, 오늘로 한 명이 더 늘었다.
항소운은 사람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누구든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달까.
그에게 빠진 건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곁의 사저, 사매들도 그를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와중에 월희의 마음은 한층 깊어졌다. 어쨌든 그는 자신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 아니던가.
이 시각, 다른 전함에선 송천도가 빙긋이 웃고 있었다.
“녀석, 해낼 줄 알았다니까.”
그는 젊은 무인 가운데 자신을 능가할 자는 없다고 자부해 왔다. 그런데 항소운과 서문설을 만난 뒤로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싶었다. 최근 몇 년간 수련에 더욱 열중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저자는 도련님의 벽입니다.”
옆에서 노인이 넌지시 말했다.
“하하, 아직 난 녀석의 상대가 못 돼.”
송천도는 껄껄 웃더니 표정을 고쳐잡았다.
“하지만 백 년 후엔 앞지를 수 있을 거야.”
“지당한 말씀입니다. 영역 밖 전장은 도련님의 천하가 될 겁니다.”
“내 칼도 피가 고프다는군.”
문득 머릿속으로 서문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이 녀석 지금 어딨는 거야. 이번 경쟁은 네가 없어서 적적하겠군.’
그와 서문설은 영원한 적수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정이 있었다.
그 후 며칠간, 일행은 별다른 위험 없이 아주 순조롭게 영역 밖 전장에 도착했다.
영역 밖 전장은 중원에서 멀리 떨어진 공간이었다.
개일이 해당 구역을 완전히 봉쇄해서 생령이 이곳을 뚫고 나가기란 매우 어려웠다.
개일 정도 되는 절세 강자가 아니고선 이곳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일전에 호되게 당했던 영역 밖 생령은 이번에 작심하고 쳐들어왔다.
군대의 통솔자는 신급 경지를 초월한 존재였다.
소생 경지 위는 윤회(輪回) 경지라 한다. 다만 이 경지는 전설에나 등장할 뿐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수호 공회의 1대 회장 원시 신존이 이 경지에 올라 영역 밖 생령을 물리쳤다고 전해진다.
구전(九轉)을 완성하여 아홉 개의 윤회 인장을 만들면 구전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신급 경지부터는 한 품급을 높이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 절세 고수 가운데서도 9품 소생 경지에 오른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9품 소생 경지를 뛰어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중원 대륙에서는 아홉 명의 거물과 은둔 고수 몇몇이 그 경지에 살짝 발을 들여놨을 뿐이다. 심지어 개일이나 황천, 진홍연, 공손영웅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만큼 윤회 경지에 오르기란 매우 어려웠다. 타고난 재능은 물론이고, 범인을 능가하는 뛰어난 통찰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역 밖 생령도 그만한 강자를 보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그들로서는 개일과 같은 급을 내보내는 게 최선이었다.
이른바 ‘구전 경지’다.
구전을 완성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한 윤회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이번에 영역 밖 생령이 파견한 대군은 무려 백만에 달했다.
규모가 대단한 만큼 전후 부대로 나누었는데, 앞선 부대는 선봉일 뿐 후방 부대가 진짜였다.
이 중 구전 경지의 생령 두 마리가 동시에 개일을 공격했다.
두 생령은 황족으로, 각각 천혼족(天魂族)과 환족이었다.
천혼족은 영혼을 집중적으로 수련하는 강한 종족이다.
외양은 난쟁이족과 비슷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머리가 굉장히 크다는 점이다.
영혼의 힘은 진신의 힘보다 월등히 강했으며, 영혼술에 능해서 보통 사람은 당해내질 못했다.
특히 구전 경지는 생각만으로도 어떤 생령의 영혼이든 통제가 가능해서 간단히 괴뢰를 만들어 버렸다.
환족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영역 밖 생령 가운데 가장 강한 황족 중 하나였다.
그들의 환술은 가히 독보적이어서 너무나 쉽게 사람을 홀렸다.
두 생령은 기필코 개일을 죽이고 말겠다는 듯 일제히 강공을 펼쳤다.
천혼족 강자의 영혼력은 수천수만 개의 예리한 칼날이 되어 개일의 머릿속을 공격해 들어갔다. 무형의 영혼력은 겹겹이 쌓인 공간을 뚫고 앞으로 돌진했다.
이 정도 능력이면 신급 강자도 단숨에 숨통을 끊어놓을 만했다.
한편, 환족 강자는 실제와 똑같은 환영을 만들어내 개일의 영혼과 심장으로 날려 보냈다.
설령 무도천안이 있다고 해도 이 정도 환영은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인간족 강자여, 내 노예가 되어라. 그리하면 중원 대륙은 네게 맡기마!”
천혼족 강자가 담담히 말을 뱉었다.
그는 개일 정도는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환족 강자가 피식 웃었다.
“녀석이 우리 둘의 통제를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지.”
혼낙천(魂落川)과 환천(幻夼). 백만 대군 중 가장 강한 생령들이었다.
개일은 허공에 앉아 텅 빈 눈동자에서 알 수 없는 빛을 내뿜었다. 마치 한눈에 은하수 너머를 꿰뚫고 부정한 생명체를 벌하는 것 같았다. 지금 그에게 영혼력이나 환영 따위는 얄팍한 술수에 지나지 않았다.
상대의 공격이 바로 앞에 들이닥친 순간, 그의 눈에서 무한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찰나의 순간 상대의 공격이 모조리 와해 됐다.
혼낙천과 환천은 깜짝 놀라서 더욱 강한 힘을 쉴 새 없이 날려 보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저 무시무시한 눈빛은 당해낼 수 없었다.
둘은 허겁지겁 몸을 피했다.
“영역 밖 생령아, 중원 대륙은 꿈도 꾸지 마라. 여기는 너희 땅이 아니야.”
개일은 몸을 일으키며 담담히 말을 뱉었다.
그러고는 두 생령을 향해 각기 주먹을 날렸다.
항소운 일행은 도착하자마자 이 대단한 장면을 목격했다.
개일은 머리카락마저 수만 개의 예리한 칼날처럼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지극히 간결해 보이는 권법이 성진을 끌어당기며 폭발을 일으켰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노쇠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한 노인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무엇이 절세 무공인지 깨닫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이에 맞선 혼낙천과 환천도 영역 밖 생령을 이끄는 대장답게 극강의 전투력을 선보였다.
두 생령의 공격에 공허 공간은 빛을 잃었다.
어찌나 위력이 대단하던지 멀리 떨어져 있던 항소운 일행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구전 경지의 절세 강자에 비해 자신들의 무공이 얼마나 비루한지 깨닫고 말았다.
“스승님!”
항소운이 떨리는 음성으로 외쳤다.
스승의 무공이 대단한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 자신의 그의 하나뿐인 제자란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주인님!”
뒤편에서 랑위와 삼괴가 감격한 목소리로 외쳤다. 주인님의 용맹한 모습과 다시 마주하자 감정이 벅차올랐다.
“과연 수호신이로다. 절로 고개가 숙어지는군.”
능자약 쪽에서 한 노인이 중얼거렸다.
노인은 최상급 소생 경지였다. 그런 자도 감탄할 만큼 구전 경지의 전투는 화려하고 치열했다.
능자약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전투 상황을 지켜보았다. 마음속 깊숙이 동요가 일었다.
‘저분이 바로 세속을 떠났다는 부회장인가? 실력이 가장 약해서 다른 두 부회장과 경쟁할 능력도 없다고 들었는데, 저 무공이 약한 거라면 누가 저분보다 강하단 말인가? 스승님도 어려우실 것 같은데.’
“저 경지야말로 내가 꿈꾸는 목표지. 언젠가는 저들을 반드시 앞지르고 말겠어.”
송천도의 눈빛이 뜨겁게 타올랐다.
누구나 마음속에 이런 꿈은 갖고 있었다.
유청신과 절망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원 대륙을 지키는 신적인 존재에 대해 모두가 깊은 경외심을 느꼈다.
단순히 무공이 강해서만은 아니다. 대의를 위한 헌신은 보통 사람은 행할 수 없는 숭고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는 모두의 존경를 받기에 충분했다.
개일과 두 생령의 전투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죽음의 성진이 잇달아 폭발하면서 거대한 공간이 차례로 무너져 내렸다.
충돌이 일어날 때마다 파급력이 굉장해서 만약 중원이었다면 대륙 전체가 폭삭 주저앉고 말았을 것이다.
중원을 무너뜨릴 정도의 무서운 실력이었다.
개일의 전투력은 끝을 알 수 없는 심연 같았다.
두 생령의 무차별 공격은 무형의 벽에 부딪혀 별다른 위협 없이 사라졌고, 오히려 개일이 압도적인 힘으로 둘을 압박하고 있었다.
두 생령의 몸이 터지면서 검붉은 피가 사방에 흩뿌려졌다.
천혼괴뢰!
십방환살(十方幻殺)!
혼낙천과 환천은 이대로 당할 수 없다는 듯 죽을힘을 다했다.
두 생령은 반드시 저 인간족을 붙잡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뒤이어 천혼 괴뢰가 거대한 몸뚱이를 흔들며 차례로 등장했다.
초점 없는 눈빛의 괴뢰들이 괴성을 지르며 힘을 방출했다.
누가 천혼족 아니랄까 봐 괴뢰조차 영혼을 공격하는 데 능했다.
이어서 예리한 칼날이 허공을 베며 나타났다.
눈부신 빛이 시야를 어지럽혀 수만 개의 칼날 중 어떤 것이 진짜인지 분간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개일은 이 같은 공격에도 물러섬이 없었다.
그가 앞으로 몸을 기울이자, 정체 모를 거대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더니 커다란 성진이 등 뒤로 떠올랐다. 그 성진은 기이하게도 어딘가 모르게 중원 대륙과 닮아 있었다.
성진에서 무한한 빛이 발산되는 가운데, 주먹 위로 은하수가 길게 뻗어나갔다.
신주구현(神州九現)!
이 초식에는 중원을 지키고자 하는 개일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무적의 권법은 모든 사람의 희망을 품은 채 찬란한 힘을 내뿜었다.
이 무공이야말로 개일의 진정한 힘이었다.
권의는 곧 중원을 뜻했다.
그는 자신의 권법으로 중원의 평화를 지켜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