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25
제1025화 달라진 마음가짐
은형족은 인간족 근처에 계속 숨어 있었다.
공간의 틈새에 숨어 있어서 최상급 소생 경지라 해도 발견할 수 없거늘 어째 항소운의 눈은 피하지 못했다.
그들은 몸집은 크지 않고 투명한 몸 위로 오장이 들여다보였다. 태생적으로 은신 능력을 타고나서 매복이나 기습에 최적화된 종족이다.
이들 가운데는 신급 존재도 있으나 경지가 높지는 않았다.
게다가 명혼공간에 갇힌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항소운은 그들을 바로 죽이지 않고 명룡혼주를 통해 전부 통제했다.
“너희가 있으니 이제 생령을 상대하기도 한결 쉽겠군.”
항소운은 다시 은형족을 풀어주었다.
능자약과 송천도는 항소운의 능력을 직접 보고 나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일행은 적당한 곳을 찾아 정착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았다. 우선 기습 공격으로 일부를 제거한 뒤 전면적인 매복 공격에 나서는 것이다.
이 방법에 사람들이 의견을 보태서 보완되자, 제법 그럴듯해졌다.
일행은 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인간족과 영역 밖 생령은 각기 다른 죽은 성진에 주둔하고 있었다.
양측의 거리는 굉장히 멀지만, 신급 무인은 두 시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성급 무인은 적어도 며칠은 걸리는 거리였다.
항소운 일행은 상의를 마친 후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그는 어려운 일일수록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생령 무리를 유인하면 아군이 매복 공격에 나서기로 말이다. 그리고 은형족은 일종의 미끼였다.
은형족에게는 생령 연합군에게 자신들의 행적이 노출됐다고 거짓 보고를 시켰다.
영역 밖 생령은 은형족이 항소운에게 통제당한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부대를 보내 항소운 무리를 뒤쫓게 했다.
생령은 인간족에 내부 분열이 일어난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여 항소운 무리도 전체에서 배척당해 떨어져 나온 무리일 거라 짐작했다.
그들은 이것이 함정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생령 부대의 우두머리는 8품 신급 경지인 묵익족(墨翼族)으로 제법 강했다.
묵익족은 아주 강한 이족으로, 생김새는 야차(夜叉)와 비슷하나 묵처럼 검은 날개가 있다는 점에서 극명한 차이가 났다. 검은 날개를 살짝 흔들기만 해도 강풍이 휘몰아쳤다.
우두머리는 신급 8마리와 성급 5천 마리를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전진했다.
이 정도면 인간족 무리를 소탕하는 것쯤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생령의 전함이 나는 듯한 속도로 뒤쫓았다.
“인간족은 참 어리석어. 그렇게 약한데도 단결을 꺼린단 말이야. 그래봤자 더 빨리 죽을 뿐인데.”
우두머리는 입을 비죽이며 냉소를 지었다.
한편, 항소운은 전함을 조종해가며 생령 부대를 담담히 기다렸다.
“소주님, 제가 놈들을 전부 잡아 오겠습니다.”
랑아가 정중히 말을 건넸다.
“급할 것 없어. 놈들도 적은 수는 아니니, 근방에서 데리고 돌다가 전장에서 멀어진 후에 해치우자.”
얼마 후 일행은 어느 텅 빈 공간에 도착했다.
생령 부대는 그 뒤를 전속력으로 쫓았다.
“인간족, 도망쳐 봤자 소용없다. 이제 죽음을 받아들여라!”
생령 우두머리는 괴성을 지르며 전함에서 돌진해 왔다. 녀석은 검은 번개가 되어 미친 듯이 날아왔다.
녀석이 양 날개를 휘두르자 새까만 폭풍이 항소운의 전함을 향해 달려들었다.
두 개의 거대한 폭풍은 허공을 마구 할퀴기 시작했다. 어중간한 신급 무인은 절대 막아낼 수 없는 힘이었다.
“랑아, 지금!”
항소운이 소리쳤다.
랑아는 랑위의 수장으로, 현재 7품 신급 경지였다. 하지만 실제 전투력은 그것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 점을 알기에 항소운도 믿고 그를 출전시킨 것이다.
“소주님, 다녀오겠습니다.”
랑아는 피에 주린 송곳니를 드러내며 전함 밖으로 돌진했다. 일순 그의 양손이 날카로운 갈퀴로 변해 두 개의 폭풍을 닥치는 대로 베기 시작했다.
폭풍은 종이짝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랑아의 공격은 생령 우두머리에게 직접적인 위해는 가하지 못했다.
“제법이군. 하지만 그래봤자 내 전투력의 7할일 뿐이다. 어디 이것도 받아봐라!”
우두머리는 차갑게 웃으며 재차 공격을 펼쳤다.
랑아는 아무 말 없이 입을 쩍 벌려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고막을 찢을 듯한 늑대 울음소리가 매섭게 돌진했다.
이 음공은 파괴력이 강한 건 아니지만 가슴속 깊이 파고들어 끝 모를 두려움을 자아냈다. 이 때문에 생령 우두머리의 힘이 2할이나 줄어들었다.
동시에,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이 폭발하더니 랑아의 몸집이 몇 배는 커졌다.
랑아의 양팔 위로 금강의 힘이 떠올랐다. 그가 갈퀴손을 휘젓자 허공이 사정없이 베이면서 거대한 흔적을 남겼다.
갈퀴손은 곧장 적을 향했다. 빠르면서도 강한 공격이었다.
7품의 범주를 넘어 8품 정점을 찍더니 9품에 육박한 위력이 터져 나왔다.
이것이 바로 랑위의 무서운 점이었다. 이들은 변신 후 바로 경지를 높일 수 있었다.
일행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굉장한 힘이다. 랑아가 이기겠어.”
항소운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랑아 대장은 주인님이 특별히 아끼시던 분입니다. 대장 덕분에 저희 랑위도 훨씬 강해진 겁니다.”
한 랑위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항소운은 공감한다는 듯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 랑위의 말을 믿었다. 스승님께 주목받을 정도면 분명 예사 인물은 아닐 터였다.
랑아의 공격은 간결하지만 정확했다. 오히려 단순명료하기에 위력이 배가되는 느낌이랄까. 스승님이 알려주신 무공들과 판에 박은 듯 똑같았다.
랑아 역시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자, 일말의 걱정도 사라졌다.
단 몇 합 만에 승부는 판가름이 났다.
생령 우두머리는 결국 한쪽 날개를 잃고 말았다. 끔찍한 비명 소리에 생령 부대가 황급히 달려왔다.
“됐다. 우린 바로 퇴각한다.”
항소운이 랑아에게 손짓했다.
항소운 일행이 갑자기 달아나자 생령 우두머리는 이를 부득 갈았다.
비록 자신은 패했지만, 부대 전체가 싸운다면 이길지도 모른다.
우두머리는 전속력을 다해 뒤쫓으라 명령했다.
그렇게 한참을 쫓아가는데, 갑자기 좌우 양쪽에서 인간족 부대가 공격해 왔다.
“생령을 모조리 죽여라!”
능자약의 외침이 들려왔다.
송천도는 쌍도를 휘두르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제야 제대로 싸워보겠군!”
두 부대는 오랜 시간 이곳에 매복한 채 생령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아뿔싸. 함정이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생령 부대는 황급히 구조를 요청하고 전력을 다해 반격에 나섰으나, 이미 늦고 말았다.
이곳은 이미 여러 최상급 소생 경지에 의해 봉쇄당해서 한동안은 안쪽 상황을 바깥에서 알 수 없었다.
물론 구전 경지는 예외지만, 설령 안다고 해도 약조한 것 때문에 이들의 싸움에 끼어들 수 없었다.
“첫 번째 전투는 여기다.”
놀라 허둥대는 생령들을 보며 항소운이 차갑게 말을 뱉었다.
영역 밖 생령은 역시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아무리 매복에 당했다 하지만, 단시간에 전부 죽이는 건 어려웠다.
게다가 신급 생령은 80마리나 되었다. 어디를 가든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규모였다.
항소운과 능자약, 송천도 쪽에도 신급 강자가 많긴 하지만 방심하지 않았다.
이들은 협공을 통해 전방위로 압박했다.
이번 전투에 항소운은 참여하지 않고, 전적으로 수하들에게 맡겼다. 영역 밖 생령과의 전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깨달아야 백 년간 지속될 긴 전쟁을 버텨낼 수 있을 터였다.
수천 마리에 달하던 생령 부대는 결국 항소운의 연합군에 의해 처참히 무너졌다.
연합군 쪽에서는 성급 무인이 소수 목숨을 잃었지만, 생령에 비하면 이 정도는 미미했다.
사람들은 죽은 생령이 가지고 있던 무기를 모조리 챙겼다. 제법 좋은 물건이 많아서 아군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터였다.
그리고 죽이지 않은 생령은 전부 항소운 앞으로 끌려갔다. 이들은 괴뢰가 될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수천 마리 중 삼 분의 일이 포로로 잡히고, 나머지는 전부 죽임을 당했다.
달리 말하면 삼 분의 일에 달하는 생령이 모조리 그의 괴뢰가 됐다는 뜻이다.
능자약과 송천도는 항소운이 괴뢰술을 쓴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놀랐다. 이 상태로 가면 항소운에게는 더 많은 괴뢰가 생길 테고, 언젠가는 다른 자들의 실력을 넘어설 것이다. 심지어 영역 밖 생령에 극심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와 동맹 맺은 걸 다행으로 여겼다.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생령 부대를 지금처럼 쉽게 해치우지도 못했을 것이다.
첫 전투가 끝난 후, 항소운 일행은 다시 근처에 매복했다. 그는 생령 괴뢰를 보내 영역 밖 대군에 지원군을 요청하도록 명령했다. 이렇게 하면 또 쉽게 한바탕할 수 있을 것이다.
항소운은 생령 괴뢰로부터 많은 수확을 얻었다.
그리고 성급 물건은 수하들에게 주어 하루빨리 실력을 높이도록 했다.
“항 공자, 이러다가 생령이 더 강하고 많은 수를 보낼 수도 있는데 겁 안 나요?”
능자약이 곁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은은한 향기에 생각지 않게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뒷짐을 지고 섰다.
“영역 밖 전장에 오면서 생사는 잊은 지 오래인데, 뭐가 겁나겠어요? 까짓거 여기서 싸우다 죽는 거죠.”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의 마음가짐은 달라져 있었다. 특히 스승님이 중원 대륙을 성진의 형태로 만들어 거대한 기세를 일으킨 것을 보고선 깊이 느끼는 바가 있었다. 그 일로 영역 밖 전쟁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소회장 자리에 오르겠다고 장담했지만, 지금으로선 생령을 멸망시키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컸다. 종국에 소회장이 될 수 있을지는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
오직 중원 대륙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
능자약은 그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녀는 슬며시 곁눈질로 그의 강인하고 의연한 옆얼굴을 보았다. 어째서인지 심장이 마구 뛰었다.
항소운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려는데, 갑자기 마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의 도를 좀 더 깨우쳤는데, 봐줄 수 있어?”
마희의 애교 넘치는 목소리에 어떤 남자가 안 넘어가겠는가.
마희의 따가운 시선에 능자약은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
비록 무공은 자신이 더 높지만, 마희는 타고난 음양전체였다. 절대 자신보다 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마희와 괜한 충돌은 피하고 싶었다. 그런 건 현명한 처사도 아닐뿐더러 앞으로 날은 많았다.
마희가 왜 지금 부르는지 항소운이 모를 리 없었다.
그는 그녀를 가만히 품에 안았다.
“그렇게 심술을 부려야겠어?”
“내가 언제? 난 진짜 봐달라고 온 건데.”
마희가 품에 기대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 알았어. 그럼 시간의 도에 대해 연구해서 네 실력이나 높여보자.”
“싫어. 그냥 너랑 있을래.”
마희의 애교에 그는 아무 말 없이 꼭 안아주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한 시간이었다.
아마도 앞으로는 이런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겠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