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26
제1026화 두 9급 생령
반대편 전장에서는 영역 밖 생령과 인간족이 여전히 일대일로 겨루고 있었다.
생령은 워낙 타고난 능력이 특출난지라 색다른 공격 수단이 끝도 없이 나왔다. 그런 탓에 인간족은 대처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그나마 젊은 신급 무인들이 출전자들에게 자신의 무기를 빌려준 덕분에 전투력이 진일보해서 오늘은 상황이 다소 호전되었다.
오늘 경기 결과는 이러했다.
첫 대결에서 다섯 명이 승리를 거두며, 인간족은 처음으로 무승부를 이뤘다.
그러나 두 번째 대결에선 네 명이 승리하고, 마지막 세 번째 대결은 세 명으로 줄었다.
생령도 바보는 아니라서 인간족이 무슨 꿍꿍이를 벌였는지 알아서다.
그래서 두 번째 대결부터는 더욱 강한 생령을 내보내 다시금 인간족을 제압했다.
“인간들은 참 한심해. 실력도 떨어지는데 비겁한 수나 쓰고 말이야.”
한 생령이 다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맞는 말이야. 그러지 말고 빨리 항복하지 그러냐. 그럼 우리가 살려줄지도 모르지. 한데 이러다가 우리 원군이 들이닥치면 그때는 전부 죽는 거야.”
다른 생령이 으름장을 놓았다.
사람들은 속에서 울분이 끓어올랐지만, 딱히 반박할 수도 없었다.
그들은 지금이라도 전군을 움직여 싸워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이미 연속해서 진 탓에 사기가 크게 꺾여서 지금 상태로는 전면전도 불리했다.
“아무래도 규칙을 바꿔야겠군. 내가 직접 나서서 사기를 올려야겠어.”
진구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곁에 있던 노인이 급히 말렸다.
“소주님, 절대 나서시면 안 됩니다.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니에요.”
“가만히 있다가 공손 놈이 먼저 나서면 어쩌려고.”
진구가 대꾸했다.
그가 계속 나가겠다며 고집을 부리고 있는데, 갑자기 생령 하나가 적진으로 돌아와 큰소리로 외쳤다.
“대, 대인. 큰일 났습니다! 우리 부대가 인간족 무리한테 당했습니다!”
워낙 목청이 커서 생령은 물론이고 건너편 인간족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양측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진정하고 차분히 말해!”
모강강이 생령을 붙잡고 다그쳤다.
“떨어져 나온 인간족 무리를 추격했는데, 되려 놈들한테 전멸당했습니다.”
생령이 황급히 대답했다.
“한심한 것들!”
모강강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생령을 내동댕이쳤다.
신급 강자 80마리와 성급 생령 5천 마리를 보냈는데 모두 전멸하다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아군 하나하나를 일당백의 용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설령 인간족 쪽에 1, 2만 명이 있었다 해도 전멸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소식을 접한 다른 생령들 역시 분노를 금치 못했다.
너도나도 그 인간족 전함을 짓밟아 버리겠다며 출전을 원했다.
맞은편의 인간족은 심경이 복잡해졌다.
“항소운이 적군을 진짜 박살 내다니. 덕분에 우리 편 사기도 오르겠군.”
공손삼양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진구와 달리 눈앞의 성공에 급급하지 않았다.
돌아가는 상황을 침착하게 지켜볼 줄 아는 사람.
어떤 면에선 다혈질인 진구보다 훨씬 무서운 인물이었다.
“대체 항소운이 어떻게 한 거지? 혹시 영역 밖 생령이 소부대를 보낸 건 아닐까?”
누군가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내가 보기엔 아니야. 생령들이 화나서 길길이 뛰는 거 안 보여? 손실이 큰 게 분명해.”
“근데 정말 녀석 말대로 우리가 못하는 일을 해냈군. 차라리 우리도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선전 포고해버리자.”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사기가 크게 진작되면서 희망이 피어올랐다.
이제 지루한 대결은 끝내고 거침없이 싸우고 싶었다.
“일만 병사를 보내 그 인간족 무리를 휩쓸어버려라!”
모강강은 분노에 찬 얼굴로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비열한 놈들. 대결을 통해 승부를 내기로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감히 약속을 어겨? 그렇다면 우리도 참고 있을 수 없지. 여기 있는 인간족까지 전부 쓸어버려라!”
생령이 갑작스레 전쟁을 선포하자, 사람들은 사색이 되었다.
전면전을 치를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맞붙었다간 압도적인 차이로 질 게 뻔하다.
“다들 침착하십시오. 우린 수적으로 우세하니 함께 힘을 합쳐 싸웁시다!”
혼란한 가운데 공손삼양이 명령을 내렸다.
그는 앞장서 공격을 펼쳤다.
뒤처질 수 없다는 듯 진구도 바로 공격에 가담했다.
그렇게 전쟁이 시작되었다.
엄청난 힘이 상공을 뒤덮으며 주변은 곧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어서 일 만에 달하는 생령 대군이 항소운 일행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갔다.
이 일만 대군은 전멸당한 부대보다 훨씬 강력했다. 9품 신급 생령 두 마리가 이끄는 가운데, 8품 생령은 다섯이나 되었다.
생령 우두머리는 저강렬(猪罡烈)과 웅천패(熊天覇)였다.
아득히 먼 옛날부터 명맥을 이어온 요수 종족으로, 굉장히 강한 혈맥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절대 약한 놈들이 아니니, 한시도 방심하지 마라. 어쩌면 도중에 매복이 있을지 모르니 너희 삼안족이 주변을 샅샅이 살펴라. 실수가 있었다가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저강렬이 눈이 셋 달린 생령에게 명령을 내렸다.
“예, 대인.”
삼안족이 공손히 대답했다.
그는 세 번째 눈으로 허공을 계속 살폈다.
일체의 허실은 물론이요, 어떤 함정도 자신의 눈을 피할 수 없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그 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미심진(迷心陣)’이란 진법은 예외였다.
미심진이란 신급 진법은 시각이 아닌 마음을 건드렸다.
남들에게는 드러내지 않았던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있는 자신감과 교만함을 자극하여 적을 한없이 얕잡아 보게 했다.
지금 삼안족이 그러했다.
그렇지 않아도 세 번째 눈의 능력을 전적으로 믿던 그였다. 이 눈이면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다고 한껏 자부했다.
하지만 사실은 이미 세 번째 눈이 영향을 받아 평소처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에 숨어 있는 살진(殺陣)이 제대로 보일 리 없다.
미심진과 신급 살진은 항소운 일행이 준비한 것이었다.
항소운 외에도 제갈전천과 광릉궁의 신급 진법대사가 힘을 합했기에 이토록 짧은 시간에 신급 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생령 대군이 허공으로 접어든 순간 저강렬과 웅천패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하지만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뒤이어 살진이 폭발했다.
콰광-! 쾅-!
허공의 힘이 잇달아 폭발하며 굉장한 파괴력이 터져 나왔다.
그 충격으로 전함이 수도 없이 터지면서 수많은 생령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를 시작으로 사방에서 본격적인 공격이 쏟아졌다.
“빌어먹을 삼안족 같으니! 어찌 매복을 발견 못 했단 말이냐!”
저강렬은 화를 벌컥 내며 돼지 형태의 방패를 꺼내 들었다.
방패는 순식간에 커져 하나의 구역을 만들더니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냈다.
덕분에 뒤쪽의 생령은 지켜낼 수 있었다.
한편, 웅대천은 거대한 철퇴 두 개를 양쪽으로 마구 돌렸다.
어찌나 회전력이 대단하던지 수많은 힘이 철퇴에 부딪혀 가루가 되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생령 대군도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모조리 쓸어버려라!”
항소운은 지체 없이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능자약과 송천도도 수하들을 돌아보며 힘차게 소리쳤다.
사방에서 앞다퉈 공격이 쏟아졌다.
하지만 생령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비록 살진에 당해 많은 수를 잃었지만, 저강렬과 웅천패의 무력은 부족한 병력을 채울 만큼 압도적이었다.
광릉궁의 9품 신급 두 사람이 저지하기는 했으나, 이 정도로는 역부족이었다.
가장 강한 두 생령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상황은 언제고 뒤집힐 수 있다.
능자약이 지원하러 가려 하자, 항소운이 외쳤다.
“다른 쪽을 맡으세요. 저 두 놈은 제가 맡을게요!”
그러고는 분신이 두 생령을 향해 돌진했다.
구전 아래로는 9품 신급 경지가 가장 강한 존재였다. 인간족에서는 초거대 세력은 되어야 가질 수 있는 강자다.
광릉궁이 능자약을 위해 9품 신급 강자 두 명을 선뜻 보냈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있는 세력이란 뜻이었다.
송천도의 경우에는 명문 세가임에도 불구하고 호위 호법으로 한 명을 달려 보냈을 뿐이다.
반면, 항소운 쪽에는 9품 경지가 한 사람도 없었다.
가장 강한 자들을 꼽으라면 노강이 파견한 무리 중 8품 강자 두 명, 그리고 용봉 학당과 신록 학당에서 8품을 각각 한 명씩 보냈으며 이외에 랑위와 자전신후 등이 있었다.
나머지는 7품 이하라서 저강렬이나 웅천패에 필적할 만한 자는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소운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은신했으니 놈들이 발견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9품 신급 간의 전투는 워낙 치열해서 자칫 방심하다가는 제 목숨이 위험했다.
항소운은 조용히 기회를 엿보다가 가장 강한 웅천패를 공격했다.
속도를 최대로 높여 무수한 공격 사이를 쏜살같이 지나 마침내 근거리에 진입했다.
그는 온 힘을 실어 웅천패의 급소를 노렸다.
삼세권!
혼전 속에서 삼안족은 항소운의 분신이 은신한 채 몰래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저강렬과 웅천패에게 알리려는 순간, 항소운의 진신이 펼친 명혼공간에 그대로 갇히고 말았다.
분신의 삼세권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권의와 강한 전의가 실려 있었다.
무수한 진의를 품은 권법은 위력이 극에 달하자 9품 신급에 필적할 수준이 되었다.
웅천패는 광릉궁의 9품 강자를 손바닥으로 날려버린 뒤 재차 뒤쫓다가 문득 위협을 감지했다.
거대한 몸이 미처 돌아서기도 전에 삼세권이 녀석의 팔꿈치 밑을 공격했다.
쿵-!
권법은 계속 밀고 들어가 웅천패의 거대한 몸뚱이를 쓰러뜨렸다.
적은 중심을 잃고 정신없이 굴렀다.
항소운은 양천보를 최대로 높여 바짝 뒤쫓았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앞으로 쭉쭉 뻗어나가며 계속해서 같은 부위를 공격했다.
앞발은 곰 요수의 최고 무기였다.
저것만 망가뜨리면 무력이 절반으로 떨어질 터였다.
웅천패의 방어력은 저강렬만 못하지만, 웬만한 신급 병기에는 끄떡없었다.
하지만 이번 기습 공격은 원체 강해서 팔이 다 저릴 정도였다.
그는 사뭇 놀랐다.
“쥐새끼 같은 놈. 당장 나오지 못해!”
웅천패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단전에서부터 힘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일곱 줄기의 황톳빛이 층층이 쌓이면서 막강한 파괴력을 일으키더니 마침 접근하던 항소운을 날려버렸다.
이는 패웅칠층(覇熊七層)이란 것으로, 웅천패의 독보적인 능력이다.
항소운은 연달아 일곱 번이나 부딪히고 나자, 몸에 힘이 쭉 빠져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정말 무서운 힘이다!’
이때를 틈타 광릉궁의 강자가 신급 병기로 공격했으나, 웅천패의 일 장에 또다시 날아가고 말았다.
항소운은 즉시 그자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놈은 제가 처리할 테니 저 돼지 녀석을 부탁합니다.”
광릉궁의 9품 강자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으나, 곧 방향을 바꿔 저강렬을 공격해 들어갔다.
항소운이 은신한 걸 보면 스스로 지킬 방법은 있다는 뜻이었다.
적어도 웅천패와 비등한 싸움이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