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32
제1032화 혼돈세계에서의 수확
항소운의 몸속에 독립적인 세계가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혼돈 진의의 힘을 흡수하자 성해건곤에서 폐관 중이던 우채접은 덩달아 큰 수확을 얻었다.
우채접은 주작과를 먹고 폐관 수련 중이었다.
비록 혼돈장벽에는 들어가지 못했으나 그들 못지않게 실력이 증진되었다.
봉황도 주작 깃털을 삼킨 후로 무력이 급상승했다.
혼돈 진의가 성해건곤으로 대량 흘러들어오자, 그 속에 있던 우채접과 봉황은 자연스레 힘을 흡수했다.
항소운은 자신이 이 힘을 전부 소화하지 못할까 싶어서 미리 그녀에게 혼돈의 힘을 마음껏 흡수하라고 전음을 보낸 상태였다.
이미 정제 과정을 거쳐서 그대로 흡수해도 안전했다.
주작과를 먹고 6품 소생 경지에 오른 그녀는 다시 성진을 열어 혼돈의 힘을 거침없이 흡수했다.
이로써 혼돈의 불이 생겨나고 다시금 신력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혼돈의 힘을 반긴 것은 비단 그녀와 봉황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거목으로 성장한 영롱신수도 아홉 광채를 발산하며 정신없이 힘을 빨아들였다.
심지어 우채접이나 봉황보다도 훨씬 속도가 빨라서 항소운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다.
“역시 주인님이라니까.”
영롱신수가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항소운도 대폭 상승한 힘 덕택에 경지가 높아지려 요동쳤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이들을 위기에서 구해주지는 못했다.
혼돈신련의 끝도 없는 압박 속에 조만간 몸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힘을 빨아들이는 속도보다 상대가 압박하는 속도가 훨씬 빨랐기 때문이다.
“전부 죽여주마!”
혼돈신련이 재차 힘을 불어넣으며 포효를 내질렀다.
혼돈 진의가 수없이 교차하며 전방위로 내리눌렀다. 오행은 상극 작용으로 생명력을 앗아가고 영혼을 옥죄었다.
고독구패는 피부가 갈라지고 칠공(七孔)에서 뜨거운 피를 흘렸다. 항소운은 이보다는 양호하나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그는 이를 악물고 양손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전신에서 심오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아홉 광채가 차례로 뒤섞였다. 초보적인 태초의 진의였다.
태초의 진의는 오행과 사상(四象), 양극의 진의를 동시에 품고 있어 가히 독보적이었다. 태초 진의가 혼돈 진의를 빠르게 집어삼키자 상태가 급속도로 호전되었다.
“이, 이 녀석 뭘 한 거지? 어째서 내가 압박을 느낀단 말이냐!”
혼돈신련은 두려움에 목소리까지 떨렸다.
그는 항소운의 기운이 자신의 힘을 단단히 누르는 것을 느꼈다. 어째 저항조차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이면 놈을 꽃잎 밖으로 내보내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었다.
바로 꽃잎을 살짝 열어 녀석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항소운은 이대로 나갈 생각이 없었다.
혼돈 진의 때문에 외려 태초 진의에 대한 깨달음이 새로운 진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천지개벽 이전, 혼돈은 태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광활한 하늘은 태초의 힘으로 가득했다. 그 힘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며 무한한 공간을 활보했다.
수억 만 년 후, 천지가 생겨나고 혼돈, 음양, 바람, 천둥으로 분화되었다. 그 후 만물이 자라나고 수많은 종족이 생겨나면서 비로소 세상은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태초의 힘은 모든 힘의 근원이자, 온갖 진의를 내포하고 있었다.
깨달음이 깊어질수록 성해건곤에도 놀라운 변화가 발생했다.
정체 모를 것들이 쉴 새 없이 생겨났고 이미 있던 생물은 분열과 성장을 반복하며 씨앗을 대량 퍼뜨렸다.
온갖 만물이 꽃을 피우고 자라나는 번성의 계절이었다.
항소운은 깨달음 상태로 깊이 빠져들었으나, 정신은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 마치 혼돈 진의의 갖가지 변화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진의의 힘을 멈출 수 있을 것 같았다.
혼돈신련이 진의의 힘으로 내리친 순간, 그는 눈을 번쩍 떴다.
일순, 태초의 진의가 전신을 감싸며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비로운 힘을 일으키더니 적의 공격을 단숨에 파훼시켰다.
만법불침(萬法不侵)!
태초 진의가 지닌 고유한 힘으로, 어떤 종류의 진의든 상대할 수 있다. 그렇기에 태초 전체는 최강의 육신이라 평가받았다.
어떤 힘과 맞닥뜨려도 진의를 쉽게 파훼할 수 있기에 적의 공격은 한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로써 그는 자연스레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이, 이럴 수가. 내 힘이 사라지다니.”
혼돈신련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절규했다.
“알겠다! 진의로 영혼과 육신에 낙인을 새겨서 완벽한 수준에 이르면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무적의 존재가 될 거야!”
항소운은 무도천안을 발동했다.
태초의 진의가 실린 눈빛이 혼돈 진의를 뚫고 급기야 혼돈신련 위로 떨어졌다.
진의의 힘은 맨 처음 영혼에 낙인을 새겼다. 그리고 그는 이 진의의 힘을 무도천안에 응집시켜 눈동자의 능력을 강화했다.
이로써 천하에 둘도 없는 동술이 탄생한 것이다.
“으아악!”
혼돈신련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녀석은 항소운과 고독구패를 황급히 뱉어내고 꽃잎을 빠르게 거둬들였다.
그러고는 혼돈장벽을 겹겹이 쌓아 방어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도 아무 소용없었다.
모든 힘의 시작인 태초의 진의는 어떤 힘이든 뚫어낼 수 있었다.
날 선 공격에 혼돈신련은 재차 비명을 내질렀다.
항소운의 공격은 상대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었다. 이제 녀석을 잡는 건 시간문제였다.
고독구패는 쓴웃음을 지었다.
“혼돈 전체를 능가하는 최강 전체라더니 과연 다르구나. 난 안 되겠어.”
고독구패는 평생 딱 한 번 패한 적이 있다. 그때도 상대는 항소운이었다. 그런데 오늘 또 한 번 좌절을 느낀 것이다.
“이제 복종할 테냐? 싫다면 죽이는 수밖에.”
항소운이 혼돈신련을 보며 차갑게 소리쳤다.
“제발 그만! 보, 복종하겠습니다!”
혼돈신련은 끝내 고개를 떨구었다.
항소운은 바로 공격을 멈추었다.
이제 혼돈신련을 제압할 방법도 알았으니, 녀석이 어떤 난리를 치든 두렵지 않았다.
혼돈신련은 작은 연꽃으로 변했다. 아담하고 예쁜 꽃이었다.
이런 꽃이 구전 경지의 신물일 줄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고독 형, 약속대로 혼돈신련은 가져갈게. 근데 정말 여기 남을 거야?”
항소운이 물었다.
사실 그는 고독구패가 이곳에 남는 걸 원치 않았다.
고독구패 같은 대단한 무인이 인간족을 위해 힘써주기를 바랐다. 영역 밖 생령을 물리치고 마족을 제압해 인간족의 위세를 드높여주길 말이다.
고독구패는 한숨을 푹 쉬었다.
“원래는 여기 남아 윤회 경지를 돌파하고 싶었어. 옛 선인이 그랬던 것처럼 이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직접 겪어내고 싶었지.
근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평생을 노력해도 널 뛰어넘긴 힘들 거야.
여기 남아봤자 마음속 응어리로 끙끙대겠지. 그러느니 이곳을 떠나는 편이 낫겠어. 어차피 난 외부인일 뿐이니까. 나중에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야지.”
고독구패는 느낀 바가 컸던지 더는 이곳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물론 여기 머문다면 무학의 정점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설령 윤회 경지를 돌파한다 해도 항소운을 따라잡기는 어려웠다. 항소운이야말로 만물을 아우를 수 있는 지배자이기 때문이다.
“잘 생각했어. 지금 인간족에게는 고독 형 같은 절세 고수가 필요해. 여기 남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야.
약속대로 연화단은 고독 형 거야. 부디 구전 경지를 돌파해서 함께 적에 맞설 수 있기를 바란다.”
고독구패는 잠시 침묵했다.
“항소운, 연화단은 네가 가져라. 나보다는 네게 더 필요할 거야.”
항소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어, 나한테는 맞지도 않는걸.”
이미 그에게는 영롱신수가 있었다. 나무는 매 순간 성장을 할 때마다 도리어 그에게 힘을 더해주었다. 게다가 경지가 너무 빨리 높아져서 당분간은 현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다.
혼돈신련의 혼돈 진의를 흡수한 뒤, 그는 8품 신급 경지로 올라섰다.
현 전투력이면 구전 경지 아래로는 적수를 찾기 힘들었다.
한동안 힘을 억제하다가 나중에 돌파한다 해도 늦지 않았다.
그는 혼돈신련에게 연화단을 배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생의 무공이 들어있는 정수인데, 어찌 선뜻 승낙하겠는가.
하지만 그의 말을 차마 거역할 수는 없는지라 아주 작은 연화단을 토해냈다.
전체 중 오 분의 일에 해당하는 힘이지만, 혼돈신련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
항소운이 말했다.
“고작 이 정도로 울상은. 다시 수련하면 되잖아.”
“이건 제가 백만 년을 공들여 쌓은 힘이란 말입니다. 2할이라 해도 이십만 년은 다시 수련해야 채워진다고요.”
혼돈신련은 푸념을 늘어놓았다.
항소운이 코끝을 문지르며 말했다.
“그럼 데리고 나가서 쓸 만한 육신을 찾아줄게. 더 편하게 수련할 수 있을 거야.”
“정말입니까?”
항소운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당연하지. 뭐 하러 널 속이겠냐.”
잠시 후 그는 성해건곤에 깊은 구덩이를 파고 혼돈신천을 그곳으로 대거 옮겼다.
혼돈신련은 놀라긴 했으나, 곧 성해건곤으로 순순히 들어갔다.
그는 호수 밑바닥에서 혼돈신석을 대량 발견했다.
일부는 성해건곤에 넣어 경계석으로 삼고, 하나는 제련시켜 태초전도에 넣었다.
이로써 태초전도는 신급 정점의 무기가 되었다. 비록 진정한 구전 병기는 아니지만, 이에 맞서도 부러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졌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아홉 빛깔 연꽃 혼태에 넣었다.
혼태 역시 영혼이 쓸 수 있는 어엿한 신급 무기가 되었다.
한편, 고독구패도 많은 수확을 얻으면서 이번 여정을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두 사람은 혼돈세계를 크게 한 바퀴 돌았다.
도중에 고독구패는 혼돈천룡을 제압해 탈 것으로 만들었다.
한편, 은자는 3품 신급 경지를 돌파했다. 혼돈 공간에는 천둥의 겁이 없어서 상당히 쉽게 돌파했다.
귀척은 항소운의 돌파로 덩달아 5품 마신 경지를 넘어섰다.
항소운은 고독구패처럼 이곳에서 탈것을 만들까 하다가 이내 관두었다.
혼돈 생명체는 하나같이 기괴하고 거대해서 등장할 때마다 흠칫 놀라고는 했다.
눈길 끄는 건 고독구패한테 넘기고, 자신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고 싶었다.
또, 그에게는 언제든 부르면 달려와 줄 소백과 소청이 있었다. 마음이 잘 맞는 두 녀석이 있는데, 구태여 또 탈것을 찾을 필요는 없다.
게다가 은자도 이제 어엿한 요신이었다.
다시 천각사족의 전승을 찾는다면 더욱 강해질 자질은 충분했다.
그렇게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3년이 흘렀다.
두 사람은 그제야 혼돈세계를 떠나 밖으로 나갔다.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서른세 개의 장벽을 통과해 영역 밖 공간으로 되돌아왔다.
현재 항소운은 8품 신급 중기였다.
무공은 나날이 높아져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천지와 자연스레 기운을 주고받으며 시시각각 힘을 흡수했다.
그의 경지쯤 되면 일상이 수련이요 깨우침이었다.
신물이 없어도 몇 년 후면 8품 정점에 충분히 오를 터였다.
고독구패는 그보다 높은 9품 신급 정점이었다.
혼돈 의에 대한 깨달음은 높은 수준으로 올라 혼돈전체의 능력을 크게 격상시켰다.